[지역 안챙기는 국회의원]

⑦ 지역구 소홀하더니⋯군인연금 ‘셀프 입법’ 논란
 

 

전문가 “선거구는 핑계, 책임감 부족이 문제”
3년간 공개적으로 춘천 찾은 횟수 10회 그쳐
군인연금 더 받도록 셀프 법개정 시도 논란
“지역구 애정은 곧 국회의원의 정치 역량”
한기호 의원과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지역구 지도. (사진=MS투데이DB)

본지가 연속 보도 중인 ‘지역 안 챙기는 국회의원’ 문제와 관련, 전문가들과 시민은 잘못된 선거구 획정 뿐 아니라 그 이후가 더욱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 을) 국민의힘 의원은 당선 후 지역 현안에 대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이는 의원으로서 춘천을 비롯해 자신이 대표하는 지역민들에 대한 무관심과 역량 부족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위클리매거진 137호, 138호 보도>

게다가 한 의원을 비롯한 장성 출신 의원들이 주도해 군 출신 국회의원의 퇴역연금 수령을 가능하게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신의 이해와 관계된 법안에만 적극적”이라는 비판까지 받는다.

춘천시민 상당수는 한 의원이 지역구 국회의원 치고는 지역민을 만나는 데 지나치게 소극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본지가 한 의원 3선(2020년) 이후 최근까지 3년간 한 의원의 공식블로그와 언론보도 등을 통해 파악한 결과 한 의원은 이 기간 총 34회 지역구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 됐다. 이 가운데 춘천 방문은 10번에 그친다.

한 의원이 춘천을 찾은 경우는 광복절 경축식, 6·1 지방선거 당선인 초청 강원발전 교례회, 대학도시 춘천 지역발전 정책연구과제 포럼 등 당이나 지방정부 차원의 주요 행사 위주였다. 오히려 춘천 시의원이나 지역민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실을 찾아 한 의원을 만나는 경우가 더 흔했다.

 

국회의원 재산공개 목록에 따르면 한 의원은 서울 서초동에만 자택을 소유하고 있다. 춘천은 물론이고 철원 등 지역구에 보유 주택이 없을 뿐 아니라 전세 등 고정된 거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한 의원은 서울에서 거주하면서 선거 때만 지역구를 찾아 몇 달 머물며 선거운동하고 다시 떠나는 것으로 안다”며 “지역구 의원으로서 흔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했다.

한 의원의 지역구 관리 소홀에 대한 본지 보도가 나간 뒤 시민들은 댓글을 통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냈다. 황모씨는 “선거철만 기러기처럼 왔다 가는 국회의원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한 모씨는 “지역구 신경 좀 쓰세요“라고 했다. 실제 “춘천에서 한 의원을 본 적이 없다”며 “이 분이 춘천과 관련있는 분인지조차 모르겠다“는 독자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한 의원이 다른 장성 출신 의원들과 함께 군인연금 수급 대상을 군 출신 국회의원들까지 넓히는 법안을 추진한 것도 질타를 받고 있다. 현행법은 선출직 공무원의 임기 중에는 연금 지급이 정지된다. 군인연금법 개정안은 선출직의 월급이 군인연금 수령액보다 적을 경우는 차액만큼 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국방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는 선출직 공무원이 연금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삭제하는 수정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월급액과 관계 없이 군인연금의 최소 50%를 받을 수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혜택을 보는 인물은 11명이며, 이 중 군 출신 국회의원이 5명(한기호·김병주·민홍철·신원식·윤재갑 의원)이다. 국회의원의 월급은 군인연금보다 많아 연금만 추가로 받게 된다. 이런 내용이 논란이 되자 한 의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군 출신 지방 의원의 길을 터주자는 뜻“이라며 “국회의원은 안 줘도 좋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지역민을 대표하지 못하는 지역구 획정이 지역구 관리 소홀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그렇게 지역구가 묶였더라도 배 이상 노력을 했다면 누가 뭐라고 하겠나. 이쪽저쪽 다양한 지역구를 대변하기 위해 더 뛰어다녀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지역구 하나 제대로 못 챙기면서 장성 출신이라고 특혜나 받으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 행태”라며 “자신의 지역구에 애정과 관심은 곧 그 사람의 정치 역량이다. 공천만 받으면 춘천은 알아서 밀어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⑧12년 밀어준 접경지 주민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혀”
 

 

한기호 의원 발의 접경지 지원 5법 국회 계류 중
철원 군부대 이전에 연간 1100억원 경제 손실 추산
군부대 이전 접경지 주민 "지역 초토화 지켜만 봐"
강원 철원군에 위치한 옛 군부대 정문 인근의 모습. 부대 이전 후 잡초만 무성한 채 방치되고 있다. (사진=특별취재팀)

22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부대라고 적힌 출입문 바로 옆 초소가 텅 비어 있었다. 부대 안쪽으로 무성하게 자란 잡초가 보였다. 일대를 지키던 사단급 부대가 2018년부터 경기 포천시로 이전하면서 이 부대는 지금 터만 남아 있는 상태다. 인근에도 이렇게 떠나간 부대가 있던 자리 두어 곳이 더 남아 있다.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동송 거리는 이날 한낮에도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기 어려웠다. ‘매매’ ‘임대’ 안내문이 걸린 상가 건물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은 “부대 하나가 통째로 나가면서 군인, 가족, 아이들까지 모두 떠났다. 장사가 안 되니 주민들마저 하나둘씩 떠나가고 상권도 죽어 가고 있다“고 했다.

‘국방개혁 2.0’ 군부대 이전에 따라 철원·화천·양구 등 강원 북부 접경지역 경제는 지난 몇년간 황폐화됐다. 이 지역을 지역구로 둔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 을) 국민의힘 의원은 이같은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2020년 7월 ‘접경지역 지원 특별법’ 개정안과 ‘군 유휴지 및 군 유휴지 주변지역 발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등을 대표발의했다. 법률안에는 국방개혁 2.0에 따른 군부대 이전으로 생존위기에 처한 접경지와 군 유휴지 주민들의 지원 대책과 공동화된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한 지원 방안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임기 내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한 의원이 21대 국회 들어 대표발의한 법안은 총 46건이다. 이 가운데 통과된 법안은 ‘6·25전쟁 무공훈장 수여’ ‘6·25전쟁 참전 비정규군 공로자 보상’ 2건 뿐이다. 한 의원 법안은 군 관련이 총 27건으로 가장 많았고, 접경지와 관련된 법안은 5건이었다. 이밖에 선박 3건, 도로 2건, 수복지 2건, 농지 2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나머지는 군유휴지, 국가보안, 희귀질환, 정당, 선거 관련 법안 각각 1건씩이다. 3건은 대안반영으로 폐기됐다.

 
뒤로멈춤앞으로

 

강원 철원군 동송읍 거리. 상가건물(왼쪽)에 매매, 임대 안내가 붙어있다. (사진=특별취재팀)

본지가 만난 이 지역 주민들 중 상당수는 한 의원이 접경지 군부대 이전으로 인한 지역 경제 초토화를 눈뜨고 지켜만 봤다고 비판했다. 춘천 뿐만이 아니라 12년을 믿고 뽑아준 철원·화천·양구 지역 주민들도 비슷했다. 양구군에 사는 한 지역 소상공인은 “군 장성 출신이라 누구보다 지역을 잘 대변해줄거라 믿고 뽑았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라고 말했다.

군부대 현대화와 통폐합을 골자로 하는 ‘국방개혁 2.0’에 따라 2019년 2사단이 해체되면서 5600여명의 군인이 양구를 떠났다. 중요한 소비 주체였던 면회객마저 줄었고,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930억원 규모로 양구군은 추산한다. 양구군의 한 청년은 “접경지 지원 법안도 이번 국회 끝나면 다 폐기되는 거 아니냐. 그러면 다음에 또 공약으로 내세우고, 또 처리 안되다 마는 거 아니냐”고 꼬집었다. 

철원에서는 이미 6사단의 포천 이전 작업이 진행 중이며, 2024년까지 마무리될 전망이다. 여기에 3사단마저 경기도로 이전할 경우 연간 1100억원 가량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화천에서는 27사단이 지난해 15사단으로 흡수 통합되면서 해체됐다.

군부대 이전은 노무현 정부에서부터 구상했던 내용이다. 특히 이 기간 한 의원은 18·19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군부대 이전 후 지역구 경제가 위축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군부대 이전을 막지 못하더라도 유휴지를 활용할 방안 등을 마련할 시간이 있었다. 지역 정계 관계자는 “정부나 기관들과 만나 군 유휴지 활용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게 지역구 의원의 역할인데, 한 의원이 장군 출신이라 고개가 뻣뻣해서 그런 역할을 못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한 의원의 정치 기반인 철원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김영훈 철원 와수시장번영회 회장은 “군인도 줄고 부대도 이전하면서 재래시장이 다 죽었다. 커피집이나 게임방에서는 군인들을 볼 수 없다. 위수지역도 없어지다보니 먹고 살 여건이 되지 않을 정도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 의원이) 많이 부진하다. 여당 3선 의원에 국방위원장까지 맡고 있는데 우리 지역구나 강원도민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하는데 희망이 없고 암담하다”고 털어놨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역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면 표를 통해 심판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면서 “잘못된 선거구 획정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유권자가 한 표 행사를 제대로 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⑨ 춘천 홀대 낳은 기형적 선거구⋯개편 논의 시급
 
춘천 선거구 정상화, 총선 앞두고 최대 과제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등도 대안으로
춘천 인구 비중 최대 "더 이상 홀대 없어야"

2024년 22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춘천 지역 선거구 정상화는 지역 주민들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지역 민심을 제대로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뽑고, 국회의원은 주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게 하기 위해 현재와 같은 기형적 선거구만은 어떻게든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춘천 선거구는 상한인구인 27만3000명을 넘어서면서 단독 분구 실현이 눈앞에 다가왔었다. 그러나 각 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를 선점하려는 과정에서 춘천 북부 일부(신북읍·동면·서면·사북면·북산면·신사우동) 지역과 철원·화천·양구를 묶은 기형적 초대형 선거구가 탄생했다. 이렇게 선출된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넓은 지역구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특히 춘천 북부 지역주민들이 정치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도 선거구 재획정 논의의 핵심은 역시 춘천 단독 분구 여부다. 올해 1월 말 기준 춘천시 인구는 28만 6623명으로, 춘천 지역 내에서만 두 명의 지역구 의원을 뽑는 ‘단독 분구’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춘천시 단독 분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위원회가 최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제출한 ‘획정 기준 불부합 지역선거구 현황’ 보고서에는 선거구가 조정돼야 하는 전국 지역구 30곳 중 강원도가 한 곳도 없다. 춘천처럼 분구 기준 인구를 초과한 선거구가 전국 18곳에 달한다. 강원도 의석수(8석)를 유지하면서 춘천 지역에 단독분구가 이뤄지면 다른 지역 선거구를 크게 뒤흔들어야 한다는 것도 여의치 않은 점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일(2024년 4월 10일)로부터 13개월 전인 2023년 3월 10일까지 국회에 선거구획정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그 한 달 뒤(선거일 1년 전)인 오는 4월 10일까지 국회의원 선거구를 확정해야 한다. 역대 총선에서 법정 시기에 맞춰 선거구가 확정된 경우는 거의 없었던 점에 비춰보면 추가 논의할 여지가 있다. 

 

22대 총선 선거구 획정 일정. (그래픽=박지영 기자)

도내 정개특위도 춘천 북부지역 주민들의 심정과 달리 느긋하다.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양수(속초·인제·고성·양양) 의원은 지역지 인터뷰에서 “인구 감소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 현행 강원도 선거구는 비교적 균형이 잡혀 있는 상태라고 평가한다”며 “‘춘천 단독 분구’가 이뤄진다면 도 전체의 연쇄적인 조정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의원 정수 300명의 소선거구제를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와 관련 최근 △국회의원 인건비 예산 동결을 전제로 의원 정수를 330~350명으로 늘리는 방안 △현행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되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현실화 되면 춘천 단독 분구 없이도 기형적 선거구제를 어느 정도 보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선거구 정상화와 선거구제 개선이 어렵다면 춘천·철원·화천·양구 을 국회의원이 춘천 지역 주민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하는 차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춘천·철원·화천·양구 을 선거구 출마를 저울질하는 후보들은 “현행 선거구 내에서도 춘천지역 인구 비중이 가장 높은데 홀대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이 선거구 출마를 고심 중인 이민찬 강원도정책특별보좌관은 “춘천 강북 지역은 수자원보호구역,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중첩 규제가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이 다른 접경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꼭 춘천 출신이 아니더라도 지역을 충분히 챙기고 대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강원도는 인구가 줄다보니 의원 정수도 줄고, 선거구 획정도 불가피하게 된 배경이 있다"면서도 "그래도 당선된 의원이 지역을 대표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면 유권자들이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22대 총선에서도 지역구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러면 공천이 중요한데 지역에 애정을 갖고 있는 인물, 강원도 수부도시인 춘천을 대표할만한 후보가 부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