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기어이 국립공원 개발의 빗장을 열었습니다.
40년 논란 끝에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건부 협의'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아래는 환경부의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건부 협의 결정과 함께 잇따른 기사 제목입니다.

"설악산은 되고 우린 왜 안 돼?"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에 지리산 케이블카도 관심"
"팔공산 갓바위는?"
"설악산 허가…광주·전남 케이블카도 탄력받나"
"다음 타자 지리산·북한산"

반달가슴곰이 서식하는 우리나라 1호 국립공원 지리산,
멸종위기종 붉은 여우가 서식 중인 소백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인 무등산도 케이블카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 산악 개발의 요구가 들끓고 있는 지금,
환경부의 결정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설악산 개발은 설악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설악산은 국립공원, 천연보호구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입니다. 5중으로 겹겹이 보호받는 지역입니다.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희귀식물의 터전, 생물다양성의 보고입니다.
환경부도 자연생태계의 질을 보전관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지역이라고 밝히며
2019년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부동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사업자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 재보완서에 대한 전문기관 검토 의견은
2019년 '부동의'와 궤를 같이 합니다.
 
자연의 원형이 최우선적으로 유지·보전되어야 하는 공간에
자연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큰 삭도(케이블카)를 설치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도 설악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막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전문기관 검토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방향을 정하겠다고 거듭 약속했지만
결론은 '조건부 동의'였습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국책연구기관의 판단마저 무시한
환경부 결정 뒤엔 정치적 그림자가 짙게 깔려있습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는 윤석열 대통령 인수위원회의 정책 과제 중 하나입니다.
강원도의 표심을 잡기 위한 주요 공약이었습니다.
 
2월 10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사업이 반드시 진행되도록
환경부에 확인하겠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습니다.
 
경제 발전을 위해 개발과 규제 완화에 앞장 서겠다는 윤석열 정부,
한화진 장관 환경부는 산업부 2중대라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그리고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허가를 통해 '환경파괴부'라는 오명까지 떠안게 되었습니다.

전국에 운영 중인 케이블카는 20곳이 넘습니다. 대부분 적자입니다.
흑자로 운영 중인 설악산 권금성 케이블카도 주변 상권 침체는 오랜 숙제입니다.
 
지역 숙원 사업을 명분으로 추진되어 온 오색 케이블카의 지역 발전에 대한
장밋빛 기대의 당위성이 떨어지는 이유입니다.
 
정치권과 개발 세력은 40년 동안 지역 발전과 환경 보전을 갈라치기해 왔습니다.
환경과 개발 사이의 갈등으로 문제를 축소시켜온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설악산 생명도, 미래 세대도, 주민도 아닙니다.
 
진정한 공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기회를 되찾아야 합니다.
설악산을, 국립공원을, 자연을, 결국 우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는 3월 3일은 제3회 국립공원의 날입니다.
공단은 국립공원의 대자연속에 담겨 있는 인류의 역사를 미래세대에게 온전하게 전달하여
국립공원의 희망을 이어가자는 의미로
  '국립공원, 자연을 담다! 사람을 품다! 미래를 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조건부  협의 결정이 내려진 지금 이 슬로건은 다시 쓰여야겠습니다.
"환경부, 정치를 담다! 콘크리트를 품다! 개발을 열다!"
 
 

“설악산도 됐는데 우리도”…

빗장 풀린 케이블카 전국에서 ‘들썩’

“이번 정부에서는 됐으니 상당한 기대”

지리산·소백산등 추진지역 허가 기대감

환경단체 “정부가 국립공원 보존 역행”

 

양양 오색 설악산 케이블카

전남 구례 지리산 성삼재 케이블카

경남 함양군·산청군 지리산 케이블카

경북 영주 소백산 케이블카

전남 영암군 월출산 케이블카

충북 보은군 속리산 케이블카

울산 울주군 신불산케이블카

서울남산 곤돌라 사업

서울 도봉구 도봉산 케이블카 

“그동안 ‘안 된다’라고 했던 일이 이번 정부에서는 됐으니까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27일 환경부가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한 설악산국립공원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조건부로 허가하자 전남 구례군은 반색했다.

구례는 국립공원 1호 지리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1997년부터 지리산 온천지구에서 성삼재를 잇는 4.3㎞ 길이의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해 온 구례군은 번번이 환경부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01년과 2004년, 2012년에 이어 지난해 6월에도

‘지리산 국립공원 공원계획변경 심의’를 요청했지만 모두 반려됐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케이블카 설치로 발생하는 환경보전 효과가

환경훼손보다 더 커야 하는데 실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구례군은 정부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허가를 계기로

조만간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28일 밝혔다.

그동안 ‘단일노선’을 제안해 왔던 구례군은 용역을 발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처럼 다양한 노선을 제시한다는 방안이다.

 

구례군 관계자는 “오색케이블카처럼 환경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노선을 검토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재심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허가하면서 제동이 걸려있던

전국의 케이블카 설치사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환경훼손’이라는 가장 큰 빗장이 국립공원에서 풀리면서 ‘안 된다’라던 분위기가

‘해볼만 하다’라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리산에는 구례군 외에 경상남도 차원에서 또 다른 노선의 케이블카가 추진된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23일 함양군민과 대화에서 “케이블카는 대통령도 강하게 말한 사안”이라며

“이전 정부와 달라서 규제 해제에 적극적이며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남도는 지리산 자락의 함양군·산청군 등과 함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사업의 주체와 노선 등을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소백산 국립공원도 마찬가지다.

경북 영주시는 800억원 규모의 소백산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해 주민의견 수렴과

기본계획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올해 시행할 계획이다.

1억원의 관련 예산편성도 준비하고 있다.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다 중단했던 지역들도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지 재추진할 수 있다는 태도다.

2012년과 2016년 월출산 국립공원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했다 좌절됐던

전남 영암군은 “분위기가 조성되면 다시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18년 이후 중단됐던 속리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사업도 재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 보은군이 추진한 속리산 케이블카는 법주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중단됐다.

 

보은군은 “설악산 케이블카 허가 이후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

다만 법주사의 주변 환경을 보호해야 하고

다른 노선은 사업성이 좋지 않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울산시 울주군은 현재 추진 중인 신불산 군립공원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울주군은 2025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신불산 억새평원 구간 2.4㎞에 케이블카를 추진하고 있다.

 

울주군은 “설악산 케이블카가 조건부 허가가 나면서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사업에도 기대감이 든다”면서

“허가권이 환경청에 있는 만큼 허가여부를 단정할 수 없어

신중하게 절차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6년 전 무산됐던 남산 곤돌라 사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남산 케이블카 동쪽으로 남산 예장자락에서

정상까지 오가는 800여m 길이의 새 노선이다.

서울시가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7월까지 곤돌라 설치를 위한 도시계획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서울 도봉구도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산에 케이블카 등을

설치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이미 진행하고 있다.

 

도봉구 관계자는 “연구용역은 케이블카뿐 아니라 도봉산 관광 활성화 방안을

전반적으로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며 “올해 12월 용역 결과가 나오면

추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이경희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반드시 보존해야 할 국립공원에 정부가 케이블카를 허가하면서

케이블카 설치를 원하는 지자체들을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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