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안 챙기는 국회의원]

 

한기호 국회의원 어느 지역 대표인가

 

/ms투데이

국민의 힘 한기호 의원이 지난달 23일과 이달 3일 두 차례에 걸쳐 지역구인 강원도 춘천을 찾아 경로당 등에서 주민들과 대화를 가졌다. 한 의원은 이 자리에서 “3년 만에 시민들과 간담회를 가진다”라며 인사했다. 달리 말하면 시민들은 임기 4년 중 3년이 지나서야 자신들이 선출한 국회의원을 만난 셈이다. 아무리 코로나 19 상황이라고 하지만 3년 동안 지역 주민들과 자리를 같이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때문에 “춘천에 관심이 없나 보다”, “선거철이 다가오긴 왔나보다”라는 화와 짜증, 서운함이 뒤섞인’ 목소리가 주민들 사이에서 만만찮다.

 한 의원은 육군 장성 출신으로 3선의 중진 의원이다. 제21대 총선에서는 춘천·철원·화천·양구을에서 당선됐다. 이전 총선 때와는 달리 기존 선거구에 춘천의 일부 지역이 편입됐다. 선거구 변경이 이뤄진 것이다. 한 의원은 핵심 당직인 사무총장을 역임한 데다 현재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 의원으로서는 당에서의 존재감을 십분 강조할 만하다. 한데 춘천 시민들의 눈에도 그리 보일까. 선거만 끝나면 유권자들과 거리가 멀어졌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찾아오는 정치인 중의 한 명은 아닐까.

 한 의원은 군 출신답게 국방과 안보에 치중했다. 국민의 대표로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대목이 지역구를 대변하는 의원으로서 역할이다. 본지가 21대 국회 회의록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 의원이 언급한 대부분의 핵심어는 북한, 국방부, 군인, 부대 등이다. 춘천과 관련된 발언은 열 손가락 안에도 들어있지 않다. 총선 공약의 이행 실적도 그다지 양호한 편이 아니다. 특히 도청 신청사 부지 선정을 둘러싼 논란, 2021년 춘천시 전역에서 발생했던 단수 사태 때에는 별다른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한 의원의 관심에서 지역구인 춘천의 현안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 한 의원에게 “춘천의 표심이 낮다고 현안에 대한 비중도 달리 하느냐”라는 불만을 넘어, 심지어 “춘천 국회의원이 맞나”라고 묻고 있다. 이럴 바에는 내년 4월에 치를 22대 총선에서 춘천시만으로 선거구를 재조정해 단독 분구하는 게 마땅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지역구 관리가 이런 모습으로 비치는 그 자체만으로도 온당치 않다.
 
한 의원이 내세운 ‘도리와 의리를 지키는 정치’와 거리가 한참 멀다. 나아가 ‘국민의 삶을 채우는 정치’도 아니다. 표심은 지역에 따라 강할 수도 약할 수 있다. 그렇지만 특정 지역의 표가 많고 적음을 따져 현안을 챙기는 행태는 얄팍한 정치일 뿐이다. 한 의원은 모든 유권자의 대표인 까닭에서다.
 
 
 “내가 하면 내 공약?” 한기호 8대 공약 점검

한기호 의원 21대 춘천 공약·이행 성과 분석

8건 모두 국책·지자체 사업과 연계된 것 위주
“생색은 의원이 내고, 부담은 지자체에 미뤄”

한기호 의원은 자신의 임기 전반 2년 성과와 관련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공약 이행 현황 자료에 ‘우두동, 반다비 국민체육센터 건립(이행 완료)’이라고 적었다. 공약 취지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춘천 강북지역 문화시설 건립으로 지역주민 복지 증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 사업은 춘천시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생활밀착형 국민체육시설 확충 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된 결과다. 21대 총선(2020년) 한 해 전인 2019년부터 추진됐으니 한 의원 공약과 전혀 무관한 사업이라는 의미다.

설립 취지도 한 의원 측이 자료로 제출한 강북지역 주민 복지 증진이 아니다. 시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체육센터를 건립해 사회적 약자 배려와 균형적인 체육 발전을 도모하자'는 목적이 적혀 있다.

한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내세운 선거 공약과 공약 이행의 성과로 내세운 사업들 상당수가 이런 식이다. 반다비 국민체육센터 사업을 맡았던 시 공무원은 “시가 공모사업에 참여해 사업을 기획하고 설명해 뽑힌 것뿐”이라며 “(선정 과정에서) 한 의원의 도움이 있었는지는 실무자 선에서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지자체와 담당공무원이 노력해 얻은 성과를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생색낸 셈이다.

주전공인 군부대 연계 공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의원은 21대 총선 당시 ‘신북읍 항공단 이전 및 102보충대 부지 활용방안 마련’에 대한 공약을 내세웠는데, 이 사업 역시 선거 전 결정된 사업으로 확인됐다.

춘천시에 따르면 102보충대 주차장 부지를 동물복지센터로 건립하는 사업은 2019년 7월 확정됐다.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찬반투표까지 거쳤고, 선거 전에 이미 착공에 들어갔다. 더군다나 이 사업은 최초 허 의원이 강원도당 위원장 시절 시의원과 청와대를 직접 방문해 요청하면서 공론화됐다. 시가 직접 관여하고, 주민들과 협의해 결정했을 뿐, 한 의원과는 무관하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의 21대 총선 당시 춘천과 관련한 8대 공약.(그래픽=박지영 기자)

의암호 관광 순환벨트 조성 추진도 민선 6기 때부터 시작한 사업이다. 2018년 최동용 전 춘천시장이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순환 벨트'라는 용어도 당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공약들도 선거 때만 되면 나타나는 ‘재탕·삼탕’ 공약이 대부분이었다. 서면대교 및 소양8교 건설, 제2경춘국도 노선 선정 및 조기 착공, 춘천~철원 고속도로 건설 추진 등 대부분 10여 년 전부터 국책 사업이나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된 SOC 사업이다. 이 사업들은 여야 후보가 모두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21대 총선 당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시점이었다. 한 의원은 새로운 내용이나 구체적인 계획 없이 '조기 착공', 'SOC 확충', '도로 건설' 등 단어만 추가해 자신의 공약으로 내세웠다.

 

버스노선 원상 복귀 공약도 시와 시의회에서 이미 추진하고 있던 현안이었다. 수년째 공전을 거듭하면서 시가 주도적으로 사안을 관리하다 최근 준공영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한 의원의 의견이나 관여한 사실은 찾아보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선거 때 정치인들이 내세우는 숟가락 얹기식이나 재탕 공약이 무책임한 정치의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전부터 추진되던 사업들에 대해서도 공약을 내걸 수 있지만 그러려면 지연되거나 앞선 의원들의 공약 이행이 잘 안된 부분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맞는다”며 ”(한 의원의 춘천 관련 공약에는) 이런 구체적인 내용은 빠져있고, ‘내가 하면 내 것’이라는 식이어서 제대로 된 공약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의원뿐 아니라 의원실에 공약 이행 정보를 달라고 하면 지자체 담당자 연락처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의원실에서 현안 파악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라며 ”공약을 낼 때나 이행됐을 때 생색은 의원이 내고, 부담은 지방정부에 미루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본지는 한 의원의 춘천과 관련한 공약과 이행 성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한 의원 측 입장과 반론을 듣기 위해 여러 번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공약도·성과도 없는 한기호의 ‘숟가락 얹기’
 
21대 총선서 춘천 공약 8개 중, '韓표'는 안 보여
기형적 선거구 획정으로 '벼락치기'한 탓이라지만⋯
당선 후도 숟가락 얹기 지속 "판단은 시민이 할 것"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 을) 국민의힘 의원.(사진=MS투데이 DB)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 을)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제21대 총선 당시 내건 춘천과 관련한 선거 공약에 대해 지역 사회에서는 ‘실망스럽다’는 평이다. 대부분 공약이 이미 춘천시가 추진 중이던 사업에 ‘숟가락 얹기’ 하거나 선거 때마다 나오던 말들을 ‘재탕’한 수준이다. 

한 의원은 당시 지역구에 총 35개 공약을 내걸었고 이 가운데 8개(23%)가 춘천과 관련한 공약이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춘천을 위해 직접 발굴해 내건 ‘한기호 표’ 공약은 찾을 수 없다. 나머지는 27개 공약은 국정 또는 접경지인 철원, 화천, 양구 관련이었다.

 

21대 총선에서 당선된 허영(춘천·철원·화천·양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허 의원은 당시 21개 공약 가운데 10개(48%)가 춘천을 위한 공약이었다. ‘춘천 물 규제 혁신’ ‘춘천호수국가정원 조성’을 비롯해 허 의원이 직접 발굴해 좋은 반응을 얻은 공약도 상당수다.

 

똑같은 ‘춘천 국회의원’인데 이렇게 차이가 컸던 근본적 원인은 기형적 선거구 획정이다. 허 의원이 춘천시 출마를 계획하고 지역구 관리에 힘써 오던 동안, 한 의원은 철원·화천·양구·인제의 2선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다 21대 총선을 불과 37일 앞둔 시점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선거구가 탄생하면서 한 의원의 선거구에 춘천 강북 일부 지역이 포함됐다. 한 의원은 벼락치기로 춘천 공약을 욱여 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선 이후 한 의원의 ‘숟가락 얹기’는 더 심각해졌다. 한 의원측은 의정보고서에 당선 이후 춘천에 1481억6000만원(2022년 기준)의 예산을 확보한 것을 주요 성과로 적었다. 이 가운데 춘천-속초 고속화철도 예산이 127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정부가 2008년도부터 강원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국책 사업이다. 지역에서는 “총선은 1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춘천에서 성과로 내세울 것이 없으니 일단 자기가 했다고 우기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게다가 춘천-속초 고속화철도 예산 소관 상임위는 한 의원이 소속된 국방위가 아니라 허 의원이 속한 국토교통위원회이다. 허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의원이 국가 예산을 심의하는 역할이 있으니 관련이 없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해당 상임위가 국토위라 우리가 연관성이 더 깊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국방위 소속이 아닌 의원이 지역구 관련 국방 예산을 따왔을 때 주도적으로 했다고 얘기하기엔 어색하지 않느냐. 이에 대한 판단은 시민들께서 해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국회의원들이 공약을 대할 때 지역민들로부터 고용됐다는 의미의 '고용계약서'라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은 당 실세가 아니라 지역민 줄에 서야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공약 실현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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