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으로 해외여행

 

해외 우수 사례 탐방? 7박9일 내내 관광지만 돌았다

청주시의회 해외연수일정 살펴보니

 

 

/충북인뉴스(043cbinews)

 

 

 

[충북인뉴스 계희수 박명원] 

 

 

'해외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지난해 7월, 임기를 시작한 제2대 통합청주시의회 의원들에게 묻고 싶은 말이다.

일본 도쿄 아사쿠사 관음사, 우에노 공원, 삼나무 숲 길, 하코네 공원. 로마 유적지, 미켈란젤로 언덕, 베니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밀라노, 융프라우요흐, 파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 독일  포츠담 광장, 베를린장벽 기념관, 하넨문, 프라하 성, 비엔나미술사 박물관.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농업정책위원회, 경제환경위원회, 도시건설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다녀온 '공무국외연수' 코스 일부다. 이들 위원회 소속 시의원 30명 중 개인 사유로 불참한 4명을 제외한 26명이 지난해 말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복지교육위원회는 정의당 이현주 시의원 등 일부 초선의원들이 외유성 일정을 거부하면서 연수가 취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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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충북도의회는 지난 2017년 수해 때 일부 도의원들이 외유성 연수를 다녀온 사실이 알려져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당선된 지방의원들의 첫 해외연수에 시민들의 이목이 쏠렸고, 첫 타자로 연수를 떠났던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대표적 모범사례로 전국에 소개됐다. 청주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역시 게스트하우스 활용, 연수 보고회 개최 등 내실있는 해외연수의 새바람을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가운데 청주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농업정책위원회, 경제환경위원회 의원들은 조용히 연수를 떠났다. 지난해 10월부터 11월초 사이에 짧게는 4박5일, 길게는 7박9일 일정으로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왔다.

< 충북인뉴스>가 이들 위원회가 작성해 시의회 홈페이지에 공개한 공무국외여행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주객이 전도된 '단체 해외여행'에 지나지 않았다. 

구색만 갖춘 공무해외연수, 대부분 관광지


   지난해 공무국외연수 일정으로 스위스에 방문한 청주시의회 농업정책위원회,

▲  지난해 공무국외연수 일정으로 스위스에 방문한 청주시의회 농업정책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의원들이 방문한 곳 대부분은 세계적인 관광지로 유명한 국가나 도시들이다. 시의원들은 '관광자원 벤치마킹',  '도시재생',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프랑스 파리 샹제리제 거리와 베르사유 궁전, 이탈리아 베네치아 수상도시, 스위스 융프라우요흐 등을 방문했다. 사실상 5~9일 간의 여행사 패키지 코스에 공식방문 서너개를 끼워 넣는 수준이다.

행정문화위원회의 경우 독일·체코·오스트리아를 다녀왔다. 남북교류 협력, 시청사 건립, 문화·예술시설의 효율적인 관리 등의 모범사례를 체험하겠다는 명목이었다. 7박9일간 일정에 '공식방문'은 '구텐베르크 인쇄박물관, 주독 한국대사관, 빈 시청사를 방문한 세 번이 전부다. 이 또한 오후 시간 일부만 일정을 할애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베를린장벽 기념관, 드레스덴성, 예술도서관, 프라하성, 비엔나미술사 박물관 등 대표적인 관광명소를 다녔다.

경제·환경 분야 해외우수사례 현장체험을 하기위해 일본 도쿄로 4박5일 연수를 떠난 경제환경위원회도 공익재단법인 신주쿠구 노동자·사업자 지원센터, 솔라베어 재단 방문, 시카나와 청소공장 시찰을 제외하면 일정표 대부분이 주요 관광코스 일색으로 채워졌다. 이들 위원회도 아사쿠사 관음사, 우에노 공원, 황거, 긴자거리, 삼나무 숲 길, 하코네 신사 등 도쿄 주요 관광지를 빼놓지 않고 들렀다.

농작물 생산 및 유통,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등의 우수사례를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 스위스 등 서유럽 국가를 방문한 농업정책위원회는 보고서 상에 관련 기관을 방문한 기록이 아예 없다. 7박9일 일정동안 로마 유적지 및 시내 관광, 미켈란젤로 언덕, 베니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 융프라우요흐 등정, 파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탐방,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샹제리제 거리 및 광장 등 여행사 관광코스라고 해도 믿을 만큼 외유성이 짙었다. 

업무연관성 없는 사람까지... 과도한 수행 인력 동행


   업무연관성이 적은 시청 팀장급 공무원들도 해외연수에 참여했다.

▲  업무연관성이 적은 시청 팀장급 공무원들도 해외연수에 참여했다.

의원들과 해외연수에 동행한 명단에는 연수내용과 업무 관련성이 없는 의회사무국, 시청 직원 등 다수 수행인력이 포함돼 있다.

농업정책위원회는 일부 의원이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해 모두 4명이 연수에 참여했는데, 수행공무원도 4명이나 외유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의원 수만큼의 수행인력이 따라간 것이다.

전문위원실 직원 2명은 업무연관성이 인정되지만 의회사무국 소속 직원 2명은 그 관련성이 전무했다. 실제로 해당 직원들은 회의 지원 및 보조, 방송·영상 촬영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공무원들은 많게는 400만원이 넘는 연수비용을 전액 지원받았다.

행정문화위원회의 경우 지난해 연수에 시의원 8명, 공무원 5명 등 모두 13명이 해외연수에 나섰다. 전문위원실 직원 2명을 제외하면 업무연관성이 없는 의회사무국과 시청 팀장들이 연수에 동행했다. 시청 팀장들의 경우 체육진흥팀·의회법무팀 소속으로 해당 연수와는 업무관련성이 적었다. 보고서에 명시된 이들 공무원 5명이 해외연수에서 맡은 역할은 일정지원·자료수집 등으로 모두 동일했다.

 

 

"국민의식 계몽해야" 외유성 연수 다녀와 쓴 보고서

② 수준 이하의 해외연수보고서

 

 "(일본 사례는) 인근 시민들의 집단 민원 등으로 시설입지 단계부터 골머리를 앓는 우리의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우리나라 님비·눔프현상에 대한 실망감과 더불어 국민의식 계몽이라도 벌였으면 하는 생각으로 잠 못 이루었으며, 한편으로는 부끄럽지만 일본의 시민의식 수준에 부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충북 청주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가 일본의 공공 쓰레기 소각시설에 견학을 다녀와 보고서에 남긴 소감이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유해물질 배출과 쓰레기 소각시설 입지 문제로 몸살을 앓는 것과 일본의 사정을 비교하며 시민을 비하하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아 논란이다.

경제환경위원회는 지난해 말 4박5일 간 일본 됴쿄로 떠난 공무국외여행 중 우리나라 쓰레기 소각처리시설에 해당하는 '시나가와 청소공장'에 다녀왔다. 시설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내용을 보면 소각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벌이는 노력, 청소시설 선진화를 통한 유해물질 배출 방지, 자치단체가 벌이는 소통노력과 시설 직원들이 모두 공무원이라는 사실 등이 잘 설명돼 있다.

하지만 공무국외여행 소감란에는 "주거지역과 인접하여 운영되는 점은 인근 시민들의 집단 민원 등으로 시설입지 단계부터 골머리를 앓는 우리의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되었다"며 시민들이 유해 소각 시설이 주거지 근처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을 비난했다. 위원회는 이런 현상을 '님비(지역 이기주의)'와 '눔프(복지는 원하지만 증세는 거부)'라고 표현하며, 국민들을 '계몽'의 대상으로 인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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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성우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이런 시의원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밤잠을 못 이루겠다"라며 "시민들을 계몽해야 한다는 시의원들을 계몽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이어 "일본의 시민의식을 말하기 전에 일본의 소각시설들이 어떻게 설치되고 운영되는지 알아야 한다, 우리보다 훨씬 좋은 제도 속에서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시민들이 소각시설을 반대하는 것은 수준이 낮아서가 아니라 일본처럼 제대로 된 공감 과정과 유해물질 차단을 위한 제도개선 없이 무조건적으로 밀어 붙이기 행정을 추진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해외연수 보냈더니 '시민의식 탓' 만
   일본 도쿄로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온 청주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중 일부.

▲  일본 도쿄로 공무국외여행을 다녀온 청주시의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중 일부. 경제환경위원회의 '시민의식 탓'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통시장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목으로 도쿄의 주요 관광지를 찾은 위원회는 우리나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상인들을 비판했다. 자구책을 마련하는 대신 지자체에 요구사항만 늘어놓는다는 이유다.

아메요코 전통시장 상점가 연합회와 만남을 갖고 나카미세 도오리, 긴자거리 견학 일정을 소화한 위원회는 "일체 지원금 없이 자생적 운영 및 외부 어려운 여건에도 경제와 시장의 원리에 맡기자는 민주적인 의식이 높으며 자연스럽게 상점가 스스로 끊임없는 자생능력 개발을 도모함"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주변에 유명 호텔, 사찰, 박물관 등 관광 자원 인프라가 잘 구축돼 거대 상권이 된 도쿄 거리와 상가의 사례를 빗대 지역 상인들의 의식수준을 비판한 것이다.

보고서에는 "전통시장 및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하여는 기본적으로 점주들의 자생노력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기존의 수많은 시설현대화 사업, 보조금 지원에도 뚜렷한 효과가 없이 오히려 지자체의 의존도만 높이고 요구사항만 난무하는 현실에 대한 해결책을 심도 있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짐"이라며 시장주의적 관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대해 이병관 충북청주경실련 정책국장은 "중심 관광지에 위치한 시장과 상가는 자치단체 지원이 없어도 잘 될 수밖에 없다. 관광지를 기준으로 설정해 놓고, 우리 지역 상인들은 노력하지 않고 혜택만 바라는 나쁜 사람으로 취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농업 살린다더니 올리브 효능은 왜?

선진국의 농축산물 유통 및 가공 비결을 배워 오겠다며 연수에 나선 농업정책위원회도 정작 내놓은 결과물은 부실했다. 이탈리아 캄파니아주 소렌토 올리브농장을 방문한 뒤 작성된 보고서에는 농장방문에 대한 단순 감상만 적혀 있을 뿐 지면의 대부분은 올리브의 효능과 재배법을 소개하는 데 할애됐다.

로마 캄파냐 아미카 시장을 방문한 뒤 작성한 보고서 역시 단순히 '청주시에서도 로컬푸드 직매장과 직거래장터를 활성화 하자'는 선언적 내용에 그쳐 해외 현지 방문에 들인 시간과 비용을 무색케 했다.

또 연수 내용과 관련 없는 스위스 대표 관광코스인 융푸라우요흐를 등정하면서 "정상 아랫부분은 맑아 풍광을 잘 감상할 수 있었는데 정상 부분은 구름으로 깊게 덮여 한치 앞도 분간할 수 없어 정상의 아름다운 풍광을 뒤로 하고 하산했다"며 관광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일정은 관광일색, 보고서는 '수준 이하'

7박9일 간의 독일과 체코, 오스트리아 연수 중 공식방문이 단 3건에 그친 행정문화위원회의 보고서는 청주시에 적용이 가능한 내용을 찾기 힘들었다.

이들 위원회는 구텐베르크 박물관의 성서를 직지코리아국제페스티벌에 전시하자는 등의 교류사업 계획을 보고서에 담았지만, 앞서 박물관 측은 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성서 반출은 불가하다고 밝혔다. 현실화에 대한 별다른 고민 없이 보고서를 작성한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지난해 9월, 남북교류협력사업에 관한 조례를 발의하기도 했던 행정문화위원회는 정범구 독일 대사를 찾아 남북교류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청주시가 중심이 된 지역 간 교류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단 남북을 둘러싼 대내외 정세, 분단국가의 현실 정도의 현안 질의만 오고 갔을 뿐이다. 다만 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조례제정, 교류사업 발굴 등을 착실하게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 시기라고 적었다.

이처럼 외유성 연수와 '수준 이하'의 부실한 보고서에 대해 오창근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사회문화국장은 "왜 해외연수가 필요한지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이 정도 내용이라면 인터넷 검색과 기초 자료조사 만으로 충분히 제시할 수 있는 내용이다"라면서 "준비된 주제를 가지고 충분한 검토 뒤에 연수를 떠나도 늦지 않다,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제도 자체를 다시 고민해봐야할 시점이다"라고 평가했다.

청주시의회 각 위원회의 공무국외여행 보고서는 의회 홈페이지(council.cheongju.go.kr)의 '열린마당' '정보공개' 목록에서 시민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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