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 파로호 수중보는 '물고기 무덤'…

올해도 집단 폐사

지난 6일부터 폐사한 물고기 발견돼 10일째 수거작업
전문가 "어류 폐사 긴급조사 119라도 있어야" 제안


 

 "봄철마다 물고기들이 떼죽임당하니까 속이 타들어 갑니다"

 

 

 

 

수도권의 젖줄인 북한강 최상류 파로호가 올해도 물고기들의 무덤으로 변했다.

19일 강원 양구군 파로호 상류의 수중보에는 숨진 물고기들이 배를 드러낸 채 물가 곳곳에 떠다니고 있었다.

 

수중보와 하류를 연결하는 어도에는 수 많은 물고기가 숨진 채 하얗게 널려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집단 폐사한 지 오래된 물고기에서는 악취까지 났다.

 

어도 아래로 빠져나간 폐사 물고기는 그대로 파로호로 유입되고 있지만 이를 막는 별다른 시설은 보이지 않았다.

수중보에서는 양구군의 의뢰를 받은 주민이 보트를 타고 다니며 폐사한 물고기를 계속 건져 올리고 있었다.

 

 

붕어 등 물고기가 집단 폐사해 수면에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일께부터다.

한 주민은 "죽은 물고기들이 수중보 주변으로 하얗게 떠올라

그동안 매일 수거작업을 해왔다"면서 "숨진 물고기가 수십만 마리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수중보는 댐 안의 또 다른 댐'…"물고기 하얗게 죽어 떠올라"

 

파로호 수중보에서 물고기들이 떼죽음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수중보는 댐 상류에 보 수준의 작은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는 시설이다.

양구군과 원주지방환경청은 2004년 사업비 65억 원을 들여

파로호 상류에 길이 142.9m, 높이 14.4m 규모의 수중보 공사에 들어갔다.

 

수중보가 만들어지면 국내 최대 규모인 165만㎡의 인공 습지가 만들어지고,

공사 과정에서 나온 흙으로 인공섬(현재의 한반도섬)을 설치해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취지였다.

 

 

기대와 현실의 차이는 컸다.

공사 시작 다음 해인 2005년 4월 수중보 건설을 위한 콘크리트 작업을 하던 중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댐이 준공되고 나서는 해빙기에 어류들이 집단 폐사했다.

해빙기 때 수위가 낮아지면서 얼음 아래 물웅덩이에 갇혀 있던 물고기가 고립돼 숨지는 사고가 속출했다.

 

 

올해는 최근 기온이 갑자기 상승하고, 물속의 용존산소가 부족해 집단 폐사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최근 기온이 오르고 상류에서 오염원이 유입되면서 산소가 부족해

아가미 병이 걸린 것 같다"면서 "주민 소득원인 물고기가 한 번에 몰살해 안타깝다"고 걱정했다.

 

 

◇ 전문가 "어류폐사 119 등 상설조사팀 필요"

 

 

 

 

 

 

수중보 건설하는 데 앞장선 양구군도 거의 매년 물고기 집단폐사가 이뤄지자 난감해 하고 있다.

양구군은 올해도 물고기가 폐사하자 주민과 함께 거둬들이는 작업을 10일째 벌이고 있다.

 

또 폐사 위기에 놓인 물고기는 그물로 포획해 하류에 방류하는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비가 내리고 수위가 불어나 물고기를 포획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구군 관계자는 "최근 수온이 상승하면서 용존산소 부족으로 물고기가 집단 폐사한 것 같다"면서

"숨진 물고기들이 부패하면서 계속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파로호 수중보에서 물고기가 떼죽음하는 현상이 반복되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발생할 때마다 원인을 추정할 뿐 실제 조사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시적으로 이뤄졌던 어류 폐사연구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끊어지면서 중단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어류 폐사 119'와 같은 상설조사팀이 필요하다고 관계기관에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강원대 환경학과 김범철 교수는 "물고기 죽음과 관련해 원인 추정은 하는데

 아무도 관심이 있지 않다 보니 그냥 넘어가고 있다"며

 

 "파로호 상류뿐만 아니라 도내 곳곳에서 물고기가 죽고 있어

어류 폐사 긴급 조사반이나 어류 폐사 119와 같은 상설조사팀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파로호 어류 폐사 수위 낮아져 발생

양구서 대책회의 체계적 매뉴얼 필요주장

 

양구 파로호 상류 어류 폐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위 조절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원주지방환경청은 4일 양구군청 회의실에서 원주지방환경청, 양구군,

도보건환경연구원, 국립생물자원관, 강원대 어류연구센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인공습지 어류 폐사 대책 회의를 열어 어류 폐사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장·단기적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파로호 상류의 한반도섬 인도교 가설공사로 인해

수위가 크게 낮아진 것이 물고기 폐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물고기들이 좁은 공간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상처가 발생했고

수생균에 감염된 것이 폐사의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또 폐사한 물고기들이 대부분 떡붕어인데 산란기를 앞두고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시기에

서식 환경이 급격히 변하자 면역력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원대 어류연구센터 최재석 교수는 물고기 폐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갑자기 상류의 물을 방류하는 등의 행위가 이뤄지지 않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인공습지 일원의 수위와 관련한 체계적인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군과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인공습지 일원의 어류를 건져내

수조에서 약품 처리한 후 하류에 방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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