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여지특별법 제정 10년>

정부는 2006년 한미간 연합토지관리계획(LPP)과 용산기지 재배치계획(YRP)에 따라

전국에 산재한 주한 미군기지를 평택 등 5곳으로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미군 주둔으로 낙후된 지역발전을 위해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마련했습니다.

 

이 법은 반환되는 미군기지 매입 비용의 일부를 국가가 지원하고 공장 신·증설과 대학의 이전을 허용하는 등

각종 혜택을 담은 것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그러나 내년이면 특별법 제정 10년을 맞지만 개발은 더딘 상황입니다.

연합뉴스는 특별법 제정 10년을 맞아 미군 공여지 개발사업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4편으로 나눠 점검합니다.

 

①뜨다 만 반환 미군기지 개발

 

파주 캠프 에드워드 '잡풀만 무성'
파주 캠프 에드워드 '잡풀만 무성'

미군 철수 뒤 2007년 4월 국방부에 반환된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드가 개발이 안된 채 잡풀만 무성하다.

캠프 에드워드는 한때 이화여대 캠퍼스 조성사업이 추진됐으나 무산, 수년째 미개발 상태였다.

 이 기지에는 2019년 개교를 목표로 한국폴리텍대학 경기북부캠퍼스가 조성될 예정이다.

 

'재정열악' 지자체, 공원조성·대학유치 치중…민자 개발 '미미'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공여지특별법)이 공포된 때는 2006년 3월 3일.

당시 서울과 부산, 인천, 강원도 춘천, 경기도 의정부·파주·동두천·화성·하남 등 반환 미군기지가 있는 전국 지자체는

미군의 주둔으로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낙후됐던 지역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10년 가까이 흐른 2015년 12월 현재 반환된 기지 54곳 가운데 개발사업이 완료된 곳은

부산 캠프 하야리아의 시민공원 조성사업이 유일할 정도로 개발은 더디다.

 

민간투자 유치에 실패한데다 지자체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가장 큰 요인으로,

전문가들은 반환미군기지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의 지원과 역할이 훨씬 강화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미군기지 여의도 면적의 21배 180㎢ 반환…개발 '지지부진'

국방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군기지 면적은 240㎢로, 이 중 180㎢가 반환되거나 반환될 예정이다.

기지 수로는 모두 80곳으로, 이중 54곳이 반환됐으며 26곳이 반환 예정이다.

 

 

공터로 남아 있는 의정부 캠프 카일·시어즈 터

 

공터로 남아 있는 의정부 캠프 카일·시어즈 터

사진은 경기도 의정부시의 캠프 카일·시어즈 부지로 광역행정타운이 조성될 계획이다.

 

 

반환 기지 중 국방부가 사용하는 곳을 제외하고 지자체가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기지는 서울 용산미군기지를 비롯해

부산 캠프 하야리아, 춘천 캠프 페이지, 인천 캠프 마켓, 경기 파주 캠프 에드워드·하우즈·스탠턴·자이언트·게리오웬,

의정부 캠프 라과디아·홀링워터·에세이욘·카일·시어즈·스탠리·잭슨·레드클라우드,

동두천 캠프 님블·캐슬·케이시·호비·H-220 헬리포트·훈련장 짐볼스, 화성 매향리사격장, 하남 콜번 등 25곳 정도다.

 

이 중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스탠리·잭슨, 동두천 캠프 케이시·호비·H-220 헬리포트,

인천 캠프 마켓, 용산 미군기지 등 8곳이 미반환 상태다.

 

지난해 시민공원을 개장, 사업을 완료한 부산 캠프 하야리아와 국가가 전액을 들여

국가공원을 조성하는 용산 미군기지를 제외하면 대부분 기지는 개발이 초보단계에 머물러 있다.

 

파주의 기지 3곳은 아예 개발계획조차 없으며 동두천 3개 기지는 반환여부가 불투명하다.

공여지 개발사업이 가장 활발한 의정부도 캠프 에세이욘에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가,

캠프 카일·시어즈에 경기경찰청 제2청이 들어선 것 외에 가시적인 변화는 없다.

의정부시는 공여지 개발 내용을 담은 발전종합계획에 각 반환기지의 사업 기간을 2018∼2022년으로 미뤄놓은 상태다.

 

◇ 공원·대학·광역행정타운 위주 개발…기반시설 확충 '한계'

반환 미군기지는 공원과 대학 캠퍼스 조성사업 위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상징물로 남은 미군 부대 담장
상징물로 남은 미군 부대 담장 

사진은 경기도 의정부시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앞에 남아 있는 캠프 홀링워터 담벼락의 모습.

이곳은 지난 2012년 11월 담을 철거하고 공원으로 조성했으며

시가 담의 일부를 남겨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상징물로 보존하고 있다.

 

현재 공원 조성을 추진하는 반환 미군기지는 용산 미군기지를 비롯해 부산 캠프 하야리아, 강원 춘천 페이지,

인천 캠프 마켓, 파주 캠프 하우즈, 화성 매향리사격장 등 6곳이다.

 

공원, 도로, 하천의 경우 토지매입비의 60% 이상을 국비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이 지자체가 공원 조성에 나서는 이유다.

우선 국비 지원을 받아 공원을 조성해 땅부터 확보하자는 계산도 있다.

 

1조5천억원을 들여 243만㎡ 규모의 국가공원을 조성하는 용산 미군기지를 비롯해 대부분 기지는 토지매입에만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공원조성비 등 개발비용은 지자체 몫이다.

 

지난해 문을 연 캠프 하야리아의 경우 부산시는 부지 매입비 6천679억원 중 67%인 3천251억원을 국비로 지원받았음에도

1천6624억원의 땅값과 1천213억원의 공원조성비 등 2천837억원을 부담해야 했다.

 

춘천시 역시 캠프 페이지 59만㎡에 공원을 조성할 방침이지만 1천700억원을 5년간 균등분할 납입해야한다. 국비는 531억원이 지원된다.

인천시도 예외는 아니다. 캠프 마켓 부지 42만㎡를 4천915억원에 매입해야 하는데 시는 33.3%인 1천636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민자사업 중 그나마 형편이 나은 것은 대학 유치다.

공여지특별법 시행으로 지방대의 수도권 이전이 가능해져 수도권 진입을 원하는 지방대학들이 캠퍼스 조성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의정부 캠프 에세이욘의 을지대나, 동두천 캠프 캐슬의 동양대, 파주 캠프 에드워드의 폴리텍대학 경기북부 캠퍼스,

하남 캠프 콜번의 세명대 캠퍼스 등이 대표적이다.

 

그외 일부 진전을 보이는 개발사업은 의정부 캠프 카일·시어즈의 광역행정타운 조성사업과

 동두천 캠프 님블의 군부대 관사 신축, 화성 매향리사격장의 유소년 야구장 조성 등이 있다.

 

 

2016년 이후 반환 예정인 캠프 스탠리

2016년 이후 반환 예정인 캠프 스탠리

사진은 2016년 이후에 반환 예정인 경기도 의정부시 캠프 스탠리의 모습.

시는 이곳에 외국대학을 유치한다는 구상을 마련, 투자자 현장 방문까지 진행했지만 각종 규제로 사실상 포기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역시 공공개발의 성격을 띠는 것으로, 산업단지 조성이나 기업 유치 등

지역의 자족기반 마련을 위한 민간투자사업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 전문가들 "국가 지원 늘려 효율적 개발해야"

 

공여지(미군기지)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지자체의 과도한 재정 부담이다.

국방부는 용산을 제외한 지역의 반환 미군기지를 팔아 8조8천600억원으로 추산되는 미군기지 평택 이전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파주시의 경우 2006년 10월 이화여대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캠프 에드워드 21만9천㎡에 캠퍼스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이대 제시액 652억원과 국방부 제시액 1천750억원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해 2011년 8월 결국 무산됐다.

 

전문가들은 민자 유치에 유리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또 효율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국가가 직접 개발에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재정자립도가 10∼40%에 불과한 지자체가 막대한 개발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김태경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국가 차원의 대규모 사업을 벌인다든지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민간 투자의 수요를 창출해야 효율적인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며

 "공원 조성이나 대학 유치만으로는 공여지특별법 취지에 맞는 지역 발전을 이끌기 어렵다"고 말했다.

 

 

<표> 1차 공여지 발전종합계획 추진 실적

                                                                                                                           단위 : 억원, %


구분
사업비 재원 유형
국비 지방비 민간자본

합계
계획 428,880 41,175 59,124 328,581
추진
(%)
83,731
(19.5)
21,211
(51.5)
25,363
(42.9)
37,158
(11.3)
반환공여지 지원사업
(부지매입비, 부지개발사업
구역내 도로사업)
계획 81,289 13,442 17,411 50,445
추진
(%)
12,642
(15.5)
5,532
(41.1)
5,577
(32.0)
1,515
(3.0)

주변지역 도로 사업
(도로확장, 도로 신설 사업)
계획 22,103 9,041 13,062 0
추진
(%)
15,242
(69.0)
6,400
(70.8)
8,842
(67.7)
0
-
타부처 사업
(복지회관 건립,
소하천 정비 사업,
도서관 건립)
계획 41,977 18,565 13,704 9,708
추진
(%)
18,424
(42.8)
7,664
(41.3)
7,455
(54.4)
3,306
(34.1)

지자체 자체 사업
(공원조성, 산업단지 조성)
계획 17,434 126 12,271 5,037
추진
(%)
5,344
(30.7)
690
(547.3)
3,027
(24.7)
1,627
(32.3)
민간투자 사업
(산업단지 조성, 대학유치,
리조트 건설)
계획 266,068 0 2,677 263,392
추진
(%)
32,098
(12.1)
926
-
462
(17.3)
30,711
(11.7)

※ 행정자치부 자료 (의정부=연합뉴스)

 

 

 ②개발사업 추진율은 고작 19.5%

공터로 남아 있는 의정부 캠프 카일·시어즈 터
공터로 남아 있는 의정부 캠프 카일·시어즈 터

사진은 경기도 의정부시의 캠프 카일·시어즈 부지로 광역행정타운이 조성될 계획이다.

 

투자환경 열악·각종 규제·적은 국고 지원…'3중고'에 발목

반환 미군기지를 둔 지자체들이 행정자치부의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발전종합계획)에 따라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극히 저조한 실정이다.

 

각 지자체는 2006년 3월 제정된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공여지특별법)을 토대로 발전 청사진을 마련했고

행정자치부 장관 승인을 거쳐 2008년부터 개발 사업을 본격 추진했다.

 

그러나 2014년 말 현재 반환 미군기지와 주변지역 개발 사업 추진율은 19.5%에 불과하다.

투자자를 찾지 못하거나 규제에 발목이 잡혀 개발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정부가 토지매입비의 일정 비율을 국비 지원하더라도 자체 부담해야할 사업비 규모가 워낙 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 민간자본 사업 추진 저조…예산 집행율 3% 그쳐

 

1차(2008∼2017년) 발전종합계획은 확정 당시 전국 327개 사업에 국비 1조9천981억원, 지방비 2조7천693억원,

 민간자본 7조2천669억원 등 총 12조342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이 계획은 이후 주변 여건 변화에 따라 매년 변경돼 지난해 말 기준 522개 사업에

국비 4조1천175억원, 지방비 5조9천124억원, 민간자본 32조8천581억원 등 총 42조8천880억원 규모로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민간자본의 증가가 특히 눈에 띈다.

 

각 지자체는 미군기지 반환을 계기로 저마다 민간자본을 유치해 도시를 발전시키겠다는 꿈을 키웠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난해 말까지 투입하기로 했던 42조8천880억원 가운데

실제 집행된 재원은 8조3천731억원(19.5%)에 불과하다.

 

특히 민간자본은 애초 계획된 5조445억원 가운데 고작 3%인 1천515억원만 투입됐을 뿐이다.

여기에는 반환기지의 투자 가치가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텃밭이 된 미군기지 자리
텃밭이 된 미군기지 자리

 

사진은 경기도 의정부시 캠프 라과디아 부지의 봄철 모습.

지난 2007년 반환된 이곳은 2010년 시가 담을 허물고 부지 가운데 도로를 개설했다.

하지만 이후 남은 부지에 별 다른 개발사업이 없어 주민들이 텃밭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캠프 자이언트·스탠턴·에드워드·게리오웬 등 경기도 파주지역 반환기지 4곳은 땅값이 높은 데다

교통 등 입지 여건이 좋지 않아 눈독을 들였던 민간 사업자들의 포기가 속출했다.

 

그나마 최근 캠프 에드워드 7만6천㎡ 부지 가운데 4만3천㎡에 한국폴리텍대학 캠퍼스가 들어서기로 확정된게 눈에 띄는 성과다.

이 캠퍼스 건설 공사는 2017년 시작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25일 "기업을 돌며 설명을 했지만 투자 대비 수익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며

 "투자를 이끌어 낼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지자체 돈 없어 땅값 10년간 분납 '허덕'

 

반환 미군기지를 개발하려면 해당 지자체가 토지 구입비 일부와 공사비 전부를 마련해야 하는데

 이에 따르는 재정 부담이 과중하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반환기지 개발사업을 위해 국가가 지원하는 비용은 총 사업비의 9.6%다.

공여지특별법에 따라 도로, 공원, 하천 등 공공 개발을 목적으로 반환기지를 사들일 때만 국비가 지원된다.

 

애초 국비지원 범위는 반환기지 매입비의 60∼80%였으나 최근 공여지특별법이 개정돼 상한이 폐지, 80% 이상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80% 이상 지원된 사업은 전무한 실정이다. 법이 개정됐어도 사실상 실효성은 없는 셈이다.

이 때문에 많은 지자체가 땅값을 3∼5년 나눠 낸 뒤 겨우 반환기지를 넘겨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재정자립도가 28.2%인 경기도 의정부시는 캠프 홀링워터 남쪽 땅과 라과디아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인데

땅값 580억원 가운데 70%를 국고에서 지원받지만 나머지 174억원이 없어 4년간 나눠 국방부에 내기로 했다.

 

부산시도 같은 이유로 캠프 하야리아 부지 매입비를 3년간,

강원도 춘천시도 캠프 페이지 부지 매입비를 5년간 분납하기로 국방부와 협약을 맺었다.

 

인천시는 캠프 마켓 부지 매입비 4천915억원 가운데 33.3%를 부담, 2013∼2022년 나눠 내는데,

재정 악화로 결국 올해치 164억원은 납부하지 못했다.

 

이들 지자체는 "부지 매입비를 겨우 마련해 몇 년에 걸쳐 땅을 사더라도 전액 부담해야 하는 실제 공사비가 없어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며

 "부지매입비 지원 대상이 제한돼 다른 용도의 개발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어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미군 주둔해 그린벨트 기능 상실…"각종 규제 우선 해제해야"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등 각종 규제도 반환기지 개발에 큰 걸림돌이다.

의정부시는 2016년 이후 반환 예정인 캠프 스탠리 74만125㎡에 외국대학을 유치한다는 구상을 마련,

 투자자 현장 방문까지 진행했다가 사실상 포기했다.

 

스탠리 전체가 그린벨트여서 3층 이상 높이로 건물을 짓지 못하는 데다가 외국대학을 유치하려면

공여지특별법 시행령에 따라 면적이 330만㎡ 이상이어야 하는데 스탠리는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외국대학이 국내에서 분교를 운영해 이익금이 발생하더라도 본국에 송금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있다.

 

결국 외국대학을 원활히 유치하려면 공여지특별법을 비롯해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외국인투자 촉진법' 등 3개 법을 손질해야 한다.

한 차례 국내 대학 유치 실패 경험이 있는 경기도 하남시는 더 속이 탄다.

 

캠프 콜번에 캠퍼스를 짓기로 했던 중앙대와의 협약이 백지화된 데 이어

 지난해 7월부터는 충북 제천에 있는 세명대 제2캠퍼스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콜번 24만1천㎡ 전체가 그린벨트여서 이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남시는 이를 위해 의정부시와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미군기지는 녹지를 확보하려는 그린벨트 기능을 이미 상실해 규제의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그러나 담당 중앙부처는 다른 그린벨트 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③'개발 부진' 해법은 없나

 

공터로 남아 있는 의정부 캠프 카일·시어즈 터
공터로 남아 있는 의정부 캠프 카일·시어즈 터

 

사진은 경기도 의정부시의 캠프 카일·시어즈 부지로 광역행정타운이 조성될 계획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책임과 역할…'창생' 정책 필요"
"2차계획은 해당 지자체의 개발 수요·잠재력 고려해 수립해야"

 


반환 미군기지를 둔 지자체들이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발전종합계획'(발전종합계획·2008-2017년)에 따라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과는 극히 저조하다.

정부의 제1차 발전종합계획 완료 목표 시점은 2017년이지만 계획 대비 추진율은 19.5%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는 미군의 반환공여 일정이 연기되는 등 외부환경적 요인도 있지만

형식적·획일적인 계획 편성, 실효성 있는 지원제도의 부족 등 내부 요인도 있다는 지적이다.

발전종합계획 자체가 너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행정자치부는 2006년 9월 발전종합계획 수립지침을 시달했고 지자체들은 이듬해 1월 계획을 제출했다.

 

각 지자체가 단 4개월만에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의 발전 계획과 목표, 추진방안을 마련한 셈이다.

개발 사업이 지역별 특성에 맞춰 다양화되지 못하고 도로·공원·하천 조성에 집중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와 함께 일부 지자체에서는 공여구역 주변지역 개발사업이 같은 미군기지 이전 지원사업임에도

평택기지 건설, 용산공원 조성사업과 비교하면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이 강해 사업 추진에 걸림돌로 지적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발전종합계획이 지속 가능하게 추진되려면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책임과 역할,

발전종합계획 수립 및 추진체계 개선, 지자체에 대한 재정지원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공터로 남아 있는 의정부 캠프 카일·시어즈 터

 

공터로 남아 있는 의정부 캠프 카일·시어즈 터

사진은 경기도 의정부시의 캠프 카일·시어즈 부지로 광역행정타운이 조성될 계획이다. 

 

◇ 정부의 적극적인 책임과 역할…'창생' 정책 필요

 

김동성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25일 "용산기지 이전에 따른 공원조성사업과 평택기지 건설사업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반면 그동안 공여구역 및 반환공여지가 있는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 사업은 (지원)규정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군 주둔으로 인해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단순히 지역 재생(再生) 정책에 머물지 말고

 새롭게 지역이 탈바꿈할 수 있도록 지역 창생(蒼生)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를 위해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책임과 역할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역시 지역특성을 고려한 사업계획 수립과 집행의 연속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여지특별법 제정에 앞장선 새정치민주연합 정성호(양주·동두천) 의원은

 "2018년 정부가 수립할 제2차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에 대한 종합계획'은

해당 지자체의 개발 수요와 잠재력을 고려해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제2차 발전종합계획은 다양한 사업유형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주민역량 강화사업에 대한 계획을 포함하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정 의원은 "이를 위해 사업계획 수립 때 지자체는 기초조사,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하며

여기에 정부는 시·군·자치구가 다양한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컨설팅 지원 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지자체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민자유치 확대 정책 필요

 

김태경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토지매입비에 대한 국비지원 대상과 지원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반환공여구역을 해당 지자체가 도로·하천·공원으로 조성할 때

현행 법률상 매입경비의 최소 60% 이상 국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최소 규정을 70%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입법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환공여구역내 국유지 매입경비를 지원하는 대상도 도로, 하천, 공원만으로 한정돼 있다"며

"반환부지의 활용성을 높이려면 지원대상에 공공시설(도서관, 문화시설, 체육시설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허 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는 동두천 등 경기북부지역은 한국전쟁 후 기지촌이라는 불명예와

기반시설 부족에 따른 생활불편을 감내해왔다고 전제한 뒤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사업은 단순한 낙후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라

그동안 공여지 제공으로 인해 피해받은 지역주민에 대한 보상적인 성격도 있다"며

 "도로시설 확충, 국가 산단 지원 등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에 민자유치 사업 확대를 위해 사업자의 부지매입 부담을 절감하기 위한 금융지원 제도가 필요하다"며

 "재무구조가 건전하거나 재원조달계획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반환공여지 매입비를 분할 상환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④반환기지 가보니…

파주 캠프 에드워드 '잡풀만 무성'
파주 캠프 에드워드 '잡풀만 무성'

미군 철수 뒤 2007년 4월 국방부에 반환된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영태리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드가 개발이 안된 채 잡풀만 무성하다.

 캠프 에드워드는 한때 이화여대 캠퍼스 조성사업이 추진됐으나 무산, 수년째 미개발 상태였다.

이 기지에는 2019년 개교를 목표로 한국폴리텍대학 경기북부캠퍼스가 조성될 예정이다.

 

파주지역 3개 반환기지 잡풀만 '무성'…공터에 울타리로 출입만 통제
"기존 개발 계획은 무산…가장 어려운 건 불확실성"

 

 "미군이 있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 문산행복센터 뒤쪽에 있는 반환 미군기지 '캠프 자이언트'를 바라보는 주민의 눈길은 허허롭기까지 했다.

 

이 기지는 1954년부터 2004년까지 50년간 미군이 주둔했던 곳으로 2007년 4월 우리 군에 반환됐다.

보병부대로 폐쇄 전까지 미군과 군무원 550여 명이 근무했다.

 

지난 22일 찾은 캠프 자이언트에는 텅빈 막사 등이 그대로 남아 한때 미군기지였음을 누가 얘기하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었다.

출입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져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했다.

출입문에 걸린 가로 1m, 세로 1.5m가량의 안내판은 '출입 금지'를 알리는 글자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지워져 있었다.

기지는 높이 4m가량의 철판으로 수백m 울타리가 처져 허가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했다.

인근 높은 건물에서 내려다보니 기지 안에서는 외부의 출입을 통제한 채 중장비 두어 대가 일부 건물을 철거하고 있었다.

기지가 폐쇄된 지 10여 년 만에 건물 철거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50대 초반의 한 주민은 "미군이 있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지난달부터 중장비가 들어가 건물 몇 채를 헐어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애초의 기대감은 지난 10여 년 동안 완전히 사라진 듯한 모습이었다.

 

캠프 자이언트에는 서강대 캠퍼스 조성사업이 추진되다 무산됐다.

특히 국방부와 경기도교육청이 환경오염 정화 주체를 놓고 지루한 소송을 벌이며 현재까지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파주 캠프 자이언트 반환 전 모습 그대로

 

파주 캠프 자이언트 반환 전 모습 그대로
 

 

미군 철수 뒤 2007년 4월 국방부에 반환된 경기도 파주시 문산읍 선유리 미군기지 캠프 자이언트가

막사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등 미개발 상태로 있다.  

캠프 자이언트는 2016년 2월까지 건물을 철거하고 환경오염 정화작업을 시작한다.

 

6·25 전쟁 전 캠프 자이언트는 학교가 있던 곳으로, 경기도교육청이 원소유주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건물 철거는 경기도교육청이, 환경오염 정화는 국방부가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경기도교육청은 관련예산 확보와 행정절차 이행하느라 지난달 건물 철거작업을 시작했다.

 

동행한 박숙경 파주시 공여지팀장은 "2016년 2월까지 건물을 철거하고 2017년까지 환경오염 정화작업을 할 예정"이라며

"애초 서강대 캠퍼스를 유치하려 했으나 무산된 뒤 개발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인근 월롱면 영태리 반환 미군기지 캠프 에드워드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에서는 건물이 모두 철거되고 환경오염 정화작업도 끝났다.

 

굳게 잠긴 철문 뒤편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러나 잡풀만 무성해 어디가 건물이 있었던 자리고 어디가 도로인지 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정문에 설치된 안내판 역시 캠프 자이언트와 마찬가지로 일부 글자가 지워져 자세히 보지 않으면 출입금지 안내판임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안내판 아랫부분에 '2010년 8월 반환기지의 환경오염정화사단장 백'이라는 글자가 희미하게 남아 있어

국방부가 환경오염정화작업을 하면서 설치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곳은 1954년 5월∼2005년 3월까지 미군 공병중대가 주둔했던 곳으로 2007년 4월 반환됐다.

2008년 이화여대가 파주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21만9천㎡ 부지에 캠퍼스를 조성하려 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3년 뒤인 2011년 땅값에 대한 국방부와의 현격한 입장 차로 이화여대는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공터로 남아 있는 의정부 캠프 카일·시어즈 터
공터로 남아 있는 의정부 캠프 카일·시어즈 터

사진은 경기도 의정부시의 캠프 카일·시어즈 부지로 광역행정타운이 조성될 계획이다.

 

이제 이곳에는 전체부지의 20%인 4만3천960㎡에 한국폴리텍대학 경기북부캠퍼스가 들어설 예정이다.

시가 땅값 166억원을 4년간 분납하고 폴리텍대학과 경기도가 건설비를 부담해 2019년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부지에 대해서는 아직 개발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

광탄면 신산리 캠프 스탠턴 역시 국민대 캠퍼스 조성사업이 무산된 뒤 민간사업자를 찾지 못해 잡풀만 우거진 공터로 남아있다.

 

그나마 파주시는 나은 편이다. 동두천 시내 중심지에 위치한 캠프 케이시·호비·H-220 헬리포트 등 3개 기지와

의정부 캠프 레드클라우드·스탠리·잭슨은 아직 반환도 되지 않은 상태기 때문이다.

 

의정부 3개 기지는 예정보다 1년 미뤄져 2017년 반환될 예정이지만 동두천 3개 기지는 2020년 이후에도 반환이 불투명하다.

동두천의 경우 미군 화력여단이 잔류하기로 하면서 어느 곳이 반환될지 몰라 계획을 세우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박숙경 공여지개발팀장은 "2020년 반환이 이뤄진다 해도 환경오염 정화가 남아 있다"며

"그러나 무엇보다 지자체를 어렵게 하는 것은 불확실성으로, 기존 개발계획은 무산된 상태"라고 말했다.

 

 

 

 

 

'사는이야기 > 구암동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GMO의 저주  (2) 2016.01.01
칼럼 두 편  (0) 2015.12.31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시민공모전 시상식  (0) 2015.12.21
파리협약에서 기억해야 하는 것들  (0) 2015.12.20
삼천동 생태체험공원  (0) 2015.12.1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