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6월 가뭄 보릿고개 … 지역 맞춤형 미니댐 지어야”

경기·강원·충청·경북 상습지역
전문가 “1000만t급 16~46개 필요”
“주민·환경단체와 사회적 합의를”
4대 강 물 활용할 급수관도 시급

 

 

가뭄에 드러난 수몰 마을 성황당 나무

가뭄으로 소양강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1974년 댐 준공과 함께 수몰됐던 강원도 인제군 하수내리 성황당 나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18일 소양강댐 수위는 152.31m로 역대 최저인 151.93m(1978년 6월)에 38㎝를 남겨두고 있다. [뉴시스]

42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우려되면서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가뭄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올해 가뭄도 지난해 7월에 이어 2년 연속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급수차 동원이나 저수지 바닥 긁기와 같은 땜질식 처방만 반복하고 있다.

 장마가 오지 않는 한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대증요법으론

갈수록 잦아지는 가뭄에 대처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가뭄 피해가 자주 발생되는 지역을 파악해 중장기 맞춤형 마스터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핵심은 파종기인 5~6월 상습 가뭄 지역의 농업용수 확보다.

2000년대 들어 가뭄은 경기도·강원도·충청·경북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가뭄 발생 지역이 이들 광역자치단체 안에서도 일부 시·군에 흩어져 있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대형 다목적댐보다는 가뭄이 심한 시·군을 대상으로 한

중소형 댐이나 저수지 건설이 효율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형수 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가뭄 피해가 자주 생기는 하천을 대상으로

부족한 용수 양을 파악해 맞춤형 댐을 지으면 가뭄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가뭄 해소에 필요한 물의 양은 연간 1억6000만~4억6000만t으로,

대표적 다목적댐인 소양강댐 저수용량(29억t)의 10분의 1 안팎이다.

 

저수용량 1000만t급의 댐 16~46개를 지으면 가뭄을 해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주민의견 수렴과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원주천댐(강원 원주)·봉화댐(경북 봉화)·대덕댐(경북 김천)이 좋은 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18일 공개한 소양호 사진. 아리랑3호가 지난 3월 22일(왼쪽)과 이달 17일 촬영했다.

오른쪽 사진의 왼쪽 윗부분에 줄어든 수량만큼 모래톱이 드러나 있다. [사진 항우연]


 다만 중소형 댐 건설을 위해서는 정부가 주민·환경단체 등과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김형수 교수는 “환경 훼손과 경제성을 합리적으로 비교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댐 건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명호 생태지평 사무처장은 “그동안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지리산댐·영주댐 등을 반대한 것”이라며

"용수가 부족한 지역을 대상으로 사회적 합의를 진행해 해법을 도출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4대 강 사업으로 건설한 보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안도 시급하다.

보가 있는 본류 지역엔 물이 남아돌지만 이를 지류 지역으로 보낼 방안은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31년까지 4대 강 11개 보의 용수를 20개 지구(1만2428㏊)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양수장을 설치한 뒤 관으로 연결해 가뭄 때 물을 흘려보내겠다는 계획이다.

 

한준희 농식품부 농업기반과장은 “보로부터 10㎞ 떨어진 곳도 용수를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예산 1조1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비용 대비 효과를 충분히 검증한 뒤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뭄 예측 정보의 통합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피해 보상보다는

첨단 장비를 활용해 정확한 가뭄 정보를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비상 대책으로 처음 시작한 다목적댐과 수력발전댐 간의 연계 운용도 상시화할 만하다.

변희룡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수영장·잔디밭·세차에 물을 많이 쓰면 비싼 수도요금을 내야 한다”며

 “그런 강제 수단 없이도 자율적으로 물을 아껴 쓰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상·기후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심각한 가뭄이 갈수록 빈번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3월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는

 “국내에서는 4~6년 주기로 심한 가뭄이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났는데,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고 갈수록 가뭄도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상화된 가뭄, 2년 이상 지속되는 가뭄 등 극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가뭄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것이라는 묵시록이나 다름없다.

국내 수자원이 10% 부족하면 국내총생산(GDP)은 6조4000억원이, 50%가 부족하면 146조원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가뭄과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 ‘4대 강 사업’을 진행했다.

한강 등 4대 강을 준설하고 보를 쌓았다.

하지만 홍수 때는 보가 걸림돌이 되고, 가뭄 때는 가둬놓은 물을

가뭄 지역에 보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7년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이런 정치적 논란을 떠나 중장기적 수자원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생태계 파괴는 최소화하면서 수자원 확보를 위해 지류·상류에 지역 맞춤형 미니댐을 건설하자고 제안한다.

 

철저한 환경영향평가와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 등 사회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 때 실시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도 제대로 진행됐는지 검토하고 차제에 보완할 점은 보완해야 한다.

인공강우 기술도 적극 개발해야 한다.

미국·중국은 식량증산과 수자원 확보를 위해 이미 인공강우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물 절약은 그 자체가 수자원 확보다. 도시에서는 빗물을 지하에 저장했다가 활용하고,

하수처리장 방류수를 걸러 청소용수 등 허드렛물로 재활용하는 중(中)수도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

 

또한 극적인 가뭄·홍수 피해를 예방하려면 근본적으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기후의 역습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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