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종양학과 의사가 본 김치와 건강

/임채홍

필자는 어느 날 친구와 함께 설렁탕을 먹다가 친구에게 '왜 김치를 먹지 않느냐. 몸 생각을 해야 한다'는 핀잔을 들었다.

김치는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또한, '건강식'이라는 인식 면에서도 단연 상위권일 것이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어려서부터 김치는 '건강에 좋은 음식'이라고 듣고 자랐다. 고기와 소시지 반찬에 정신이 팔려 있으면 부모님들은 꼭 김치 한 쪽을 숟가락에 올려주시곤 했으니까.

외래에서 환자들을 만날 때, 환자들은 종종 내게 '암에 좋은 음식'에 대해 묻는다. 암에 좋은 음식에 관한 정보는 장마철 홍수처럼 넘쳐난다. 모두가 각자의 이유를 들며 자신들이 만드는 음식이 몸에 좋다고 이야기하지만, 이번에는 개중 많이 언급된 '김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필자는 방사선종양학 전문의이므로 주로 암과의 연관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김치의 신화,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한국인은 대개 '한식이 건강에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육류와 지방이 적고 야채를 많이 먹는 한국 식단의 건강함을 내세워 해외에도 마케팅하고 있다. 외국에 진출한 한국 음식 브랜드는 대부분 'Healthy(건강한)'함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그 중심이 되는 음식 중 하나로 김치가 있다.

그런데 김치는 짜다. 김치 한 조각에 밥을 한 술씩 크게 떠먹어야 할 정도로 짜다. 또한, 그 짠맛에 강렬한 매운맛이 더해 입과 위장을 자극한다. 이 때문에 암 환자들을 주로 보는 의사로서, 흔히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진 김치를 권하기에 망설여질 때가 있다. 발표된 연구들을 훑어보며, 김치와 건강, 특히 암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살펴보자.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 무 등은 배추과 식물(cruciferous vegetable)에 속한다. 콜리플라워, 브로콜리, 양배추 등 서양식 샐러드에 주로 활용되는 녹색 채소 또한 이에 속한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 사회에서, 배추과 식물의 유익함은 비교적 널리 알려졌다. 또한, 비타민 C, 셀레늄, 섬유질 등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기대되는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배추과 식물의 항암 효과에 대해, 주로 서구 사회에서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다. 그 중 80여 개의 연구를 종합 분석한 연구에서, 배추과 식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다양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결과가 있었다. 추후 발표된 연구 등을 고려해 볼 때 특히 위암과 폐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김치의 원재료인 배추, 무 등이 배추과 식물의 일원으로 암 예방에 효과가 있고, 또한 한국인의 식단 중 주된 섬유질의 공급원으로 대장암을 예방하거나 비만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김치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마늘이나 파 등의 식품군도 위암 등의 발암률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김치가 암을 포함해 건강에 유익한지 의문을 품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김치가 '짜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이 주로 먹는 음식 중, 나트륨 공급원의 1위를 차지하는 음식이 바로 김치다. 이는 한국인이 식사로 섭취하는 전체 염분 공급의 약 30%를 차지한다. 배추 김치 100g (약 10조각)은 약 1000mg의 나트륨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세계보건기구(WHO) 가 권장하는 하루 나트륨 섭취량의 약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나트륨은 주로 위암의 발병과 관계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이에 대해 이뤄진 대부분의 연구에서 소금 섭취 증가가 위암의 발병을 어느 정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연구들을 취합해 분석한 결과 나트륨 섭취량이 하루 1g 증가할 때마다 대략 위암 위험률이 1.08배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었다.

또한, 다량의 소금 섭취는 위 내벽을 손상시키고 한국인에게 감염률이 높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 pylori)와 상호 작용해 위암 발생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가설이 제시되고 있다.

김치의 강한 매운맛은 암 발생과 관계가 있을까? 몇몇 연구에서는 매운 고추의 섭취가 위암 발병과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나, 일각에서는 고추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 (capsacin)이 위암을 예방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 등 아직 결론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지나치게 강한 매운맛은 위장을 자극해 위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비교적 자명하다.

국내의 일부 연구에서는 김치 섭취량과 몇몇 암과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결과의 일관성이 부족하고, 아직 연구의 규모가 크지 않아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는 소금에 절인 음식의 예로 젓갈류와 김치를 들며,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위암의 발병률이 높을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반면, 김치 안에 암 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이섬유, 유산균 및 여러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된 바를 제기하기도 한다.

김치는 한국인의 자존심, 혹은 정신적 지주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음식이다. 그런 만큼, 김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력은 다소 과대평가된 바 있다. 물론, 앞서 이야기했듯이 김치는 항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배추과 채소 및 마늘, 파 등을 재료로 사용하며, 건강에 유익한 섬유질과 비타민의 공급원이다.

그러나 지나친 염분의 섭취나 캡사이신에 의한 위장 자극은 한편으로 독이 될 수 있으므로, 김치를 적정량 먹되 가급적 짜지 않게 조리하고 지나친 과식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국가암정보센터에서 권유하는 바도 이와 같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2. 마늘, 한국인의 자존심

마늘은 한국인의 음식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재료이자 양념이다. 나물부터 고기류까지 마늘이 빠지면 제대로 맛이 나는 것이 없다. 한국인이라면 마늘 특유의 깊은 매운맛과 향이 음식을 타고 온 몸에 퍼져야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처럼 모든 음식에 친숙한 마늘이기에, 서양권 국가에서는 한국인을 포함한 일부 동양인들에게 '마늘 냄새 난다'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는데...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식품과 발암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마늘은 일약 스타 식품이 되었다. 마늘은 2002년 미국 주간지 <타임즈>가 선정한 건강식품에 이름을 올렸고, 미국 국립암 연구소에서는 암 예방 효과가 있는 48가지 식품 중에서 첫 번째로 마늘을 선정했다 

마늘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 효과를 인정받아 식용, 혹은 약의 용도로 사용되어왔다. 기원전 이집트에서도 마늘을 암과 질병 치료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항균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1, 2차 세계대전 당시 항생제의 용도로 쓰이기도 하였다. 동양의학서인 '본초강목' 이나 '동의보감' 에도 마늘의 다양한 효용이 소개되고 있어, 오랫동안 우리나라와 주변 국가에서도 약용으로 활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여겨졌던 마늘은, 현대의 임상 연구에서 암을 예방하는데 얼마나 효과를 인정받고 있을까.마늘은 파속 식물 (allium vegetables) 에 속하며, 이에 해당되는 식품으로는 마늘, 양파, 파 등이 있다.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협회의 보고서에서, 파속 식물은 위암 발병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되었고, 특히 그 중 마늘은 대장암 발병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인정받았다. 이들은 모두 암 예방 효과의 분류 등급 4단계 중 2번째 등급 (probable) 으로 분류되었다(항암효과를 인정받은 식품류는 대부분 2등급으로 분류되며, 아직까지 1등급으로 분류된 식품은 없다).

  파속 식물의 섭취와 위암과의 관계에 대해서 실행된 연구들을 살펴보자. 두 개의 코호트 연구(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를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관찰 한 뒤 분석하는 연구)를 종합한 연구에서, 파속 식물 섭취를 하루 100g 늘릴 경우 위암 발병 위험률이 0.55배로 감소했다는 결과가 있었다. 27개의 환자-대조군 연구(연구가 비교적 용이하나, 코호트 연구에 비해 신뢰도는 부족하다)에서도 20개의 연구에서 파속 식물 섭취의 위암 예방 효과가 보고되어 비교적 일관되게 마늘의 유익을 입증하는 결과를 나타냈다.

  동물 실험에서도 마늘의 유익성은 여러 차례 보고 되었다. 마늘 추출액은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축성 위염 (추후 위암을 유발할 수 있는 병변이다.) 을 감소시켰고, 대장암, 피부암, 폐암, 식도암 등 다양한 암의 생장을 저해하는 효과가 있었다. 

그렇다면 마늘 안의 어떤 성분이 이런 강력한 항암효과를 나타내는 걸까? 마늘에는 여러 유익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이 연구된 것은 알리신 (Allicin)이다. 알리신은 그 전구체인 알린 (Allin) 이 효소인 알리네이즈 (Allinase)와 결합하면서 만들어지는데, 주로 껍질을 까거나 마늘을 잘게 부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알리신과 그 화합물은 마늘의 특징적인 매운 냄새를 내는 성분이며, 여러 연구에서 항균,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알리신은 본래 마늘이 해충을 쫓기 위해 갖고 있는 천연 방어 성분이기도 하다).  

알리네이즈는 열에 약하므로, 껍질을 까지 않고 마늘을 삶거나 가열하는 조리법은 알리네이즈를 파괴하여 알리신의 생성을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암협회와 세계암연구재단의 보고서에서는 마늘 조리시, 마늘을 까거나 잘게 부수어 놓은 뒤 15-20분 정도 방치하여 알리신과 그 황화합물이 생성되도록 하여 유익한 성분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추천하기도 한다 

한국인의 마늘 섭취량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마늘 뿐 아니라 다른 파속 식물 (, 양파 등)의 섭취량도 많은 편이다. 따라서, 보충제를 섭취하거나 억지로 통마늘을 섭취하려 하는 등의 시도보다는, 현재의 식이습관을 유지하며 마늘이나 파 등 유익한 파속 식물을 충분히 섭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특히 매운 생마늘을 과량 섭취하는 경우 위장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국가암정보센터의 질의, 답변에서도 생으로 마늘을 먹는 것 보다는 익혀 먹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흔히 먹는 반찬이나 찌개류 등에 마늘이나 양파 등을 충분히 넣어 조리하는 것도 좋겠고, 기름진 고기 등을 먹을 때 파나 양파 등을 곁들이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이는 음식의 풍미를 더할 뿐 아니라, 식물성 섬유질의 섭취를 늘려 변비,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국가암정보센터에서는 나트륨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짠맛을 내는 소금이나 양념 대신 마늘, 생강, 양파 등으로 맛을 내는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요리에 참조하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우리나라의 건국설화에도 등장하는 마늘. 마늘은 오랜 기간 동안, 우리의 식탁 위에서 음식의 맛을 더하고 건강을 지켜왔을 것이다. 매운 냄새가 좀 나면 어떤가. 우리는 마늘과 파가 풍성히 들어간 우리네 음식에 한층 자부심을 가져도 될 듯하다.

3. 건강한 육식(肉食)을 위하여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따뜻한 불판에 둘러앉아 지글지글, 맛있게 구워지는 소리와 냄새를 함께 즐기며 크고 작은 축제의 분위기를 느낀다. 여기에 소주 한 잔을 곁들여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릴 때의 기분이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기를 소모하는 나라는 어딜까? 바로 매년 1인당 약 120kg을 소모하는 미국이다. 돼지의 생체중이 대략 114~120kg 정도이니 1인당 연간 돼지 한 마리 정도를 소모한다고 보면 되겠다.

한국인은 1인당 연간 50~55kg을 소모한다. 순위로는 70위 정도로 대표적인 육식국가는 아니지만, 육류 소모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암 및 성인병의 발병 분포도 점차 서구화 되어가고 있다.

필자도 고기를 무척 좋아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삼겹살을 구우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은 무척 행복하다. 하지만 몸에 밴 고기 냄새를 풍기며 집에 돌아가면 '몸에 좋지 않은 육고기'를 먹었다며 가족들의 비난을 받기도 한다. 고기, 특히 우리가 즐겨 구워 먹는 '붉은 육류'는 암으로부터 안전할까.

다량의 붉은 육류 섭취가 암 발병과 연관되어 있는 것은 비교적 알려져 있다. 가장 많이 연구된 분야는 대장, 직장암과의 관련성이다. 2006년에 발표된 한 메타분석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붉은 육류의 하루 섭취량이 120g 증가할 경우 대장, 직장암의 발병률이 1.28배 증가하고, 가공육 (햄, 소시지 등)의 경우는 하루 섭취량이 30g 증가할 때마다 1.09배 증가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현재 붉은 육류는 세계 암 연구재단과 미국 암협회의 암 위험도 분류 4단계 중 가장 높은 등급인 'convincing' (거의 확실한 위험요인) 으로 분류된다.

육류 다량 섭취한 사람, 췌장암 등 발병률 높아

고기를 불판이나 직화에 구워먹는 습관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우리는 흔히 탄 고기가 건강에 나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믿음은 아마 고기를 고열에서 구울 때 발생되는 발암물질인 heterocyclic amine (이하 HCAs), 혹은 polycyclic aromatic hydrocarbons (이하 PAHs) 에 대한 언론보고 등에서 나온 것 같다.

HCAs는 주로 육류의 단백질 성분이 고온 (화씨 약 300도, 섭씨 약 149도 이상 )에서 조리될 때 발생하며, PAHs는 직화에 고기 기름이나 육즙이 노출된 경우 발생하고, 훈연되거나 탄 고기에서도 발견된다(PAHs는 담배연기나 자동차 매연에도 포함되어 있는 발암물질이다).

이 두 발암물질은 동물실험에서 유방, 대장, 간, 피부, 폐, 전립선 등 다양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동물실험에 사용된 발암물질의 양은 사람이 일반적인 식사에서 섭취하는 양에 비해 훨씬 많다. 하지만, 인구집단에 관한 연구에서도 고온, 혹은 직화로 조리된 육류를 다량 섭취한 사람이 췌장암, 전립선암 등의 발병률이 높았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안심할 수는 없다.

또한 육류는 다량의 지방을 포함하고 있다. 물론 고기에는 단백질도 포함되어 있지만 대개 우리가 섭취하는 고기, 특히 삼겹살 등 구워 먹는 종류의 고기는 지방의 함량이 높다. 흔히 알고 있듯이, 동물성 지방의 섭취는 성인병 및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이고 비만을 유발한다. 비만은 대장암, 유방암, 췌장암, 자궁내막암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인자다(비만은 세계암연구재단 보고서의 위험도 분류 중, 1등급이다).

이제 누군가 한 명 쯤 손을 들고 이렇게 질문할 때가 됐다.

"그럼 선생님, 이제 육고기 (붉은 육류)는 먹으면 안되나요?"

앞서 말했듯, 붉은 육류, 특히 고온 조리된 육류와 암이 연관성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밝혀졌다. 또한 붉은 육류는 대개 고지방 식이로써 비만과 고혈압 등 성인병을 유발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 붉은 육류는 쉽게 섭취할 수 있는 단백질 공급원이고, 비타민과 무기질 등 유익할 것으로 보이는 성분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상당수의 연구에서 위험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은 주로 육식을 상당히 많이 하는 집단과, 매우 소량을 먹는 집단을 비교했을 때 나타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맛있다'. 몸에 안 좋다는 연구가 있다고 즐거움을 주는 음식을 전부 끊어버리면, 삶이 너무 메마르지 않겠는가.

'붉은 육류' 섭취 끊기보단... 횟수와 양 줄여야

아직 현대의학은 음식에 들어있는 모든 성분과 그 효능에 대해 알지 못한다. 서적이나 언론 등에서 특정 연구를 거론하며 어떤 음식의 이익 혹은 해악을 보고할 때, 이것에 휘둘려 좋아하는 음식을 극단적으로 끊거나 섭취량을 대폭 늘리는 것은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해로울 것으로 보이는 음식이나 생활습관은 조금씩 개선하고, 유익한 음식의 비중은 차차 늘려가며 자신에게 맞는 식이 습관을 점진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보다 건강을 지키는 길이 될 것이다.

따라서 '붉은 육류'의 섭취를 완전히 끊는 것 보다는, 좀 더 건강한 육식 (肉食) 습관을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고기를 좋아하는 남성이라면, 섭식하는 횟수와 양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겠다(세계암연구재단 보고서에서의 붉은 육류 섭취 권장량은 주당 300g 이하이다). 외식으로 섭취하는 고기는 1인분 (150~200g) 정도로 섭취하되, 주 1~2회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가능하면 붉은 고기 대신 흰 고기 (닭, 오리 등)나 생선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고기를 고를 때, 가능하면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택하는 것도 좋겠다. 지방량이 많은 삼겹살보다는, 안심이나 등심, 다릿살 등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조리 과정에서 고기를 직화나 그릴에 굽는 대신, 삶거나 찌는 방법으로 조리하는 것도 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필자도 고기를 상당히 좋아하는데, 근자에는 뒷다릿살에 무와 파 등을 넣고 푹 삶은 뒤 양배추 등을 곁들여 먹는 것을 즐긴다. 무와 파, 양배추는 앞서 '김치' 편에서 이야기 했던 항암효과가 있는 배추과 식물 (cruciferous vegetable) 이다. 음식의 풍미도 좋아지고,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5. 커피, 누명을 벗다

필자가 학생 시절, 옆집에 살던 열댓 살 많은 누님은 내가 하교할 무렵이면 대문 앞에서 담배 한 대를 참 맛있게 피우셨다. 머리도 좋고, 성격도 올곧아서 조리 있게 옳은 말을 따박따박 하는 품이 어린 나이에 참 멋져 보이던 누님이었다. 어느 날, 하굣길에 나는 건넛집 형님이 커피 한 잔을 내밀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녀에게 말을 거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저는 담배 말고는 몸에 나쁜 거 아무것도 안 해요."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거절하던, 그녀의 모습은 시간이 꽤 지난 지금도 뇌리에 박혀있다. 커피는 세계적으로 1년에 약 6천억 잔이 소비되는, 매우 대중적인 음료임에도 그간 건강에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커피는 정말 건강에 해로운 걸까?

그 인기가 대단한 만큼, 커피와 건강에 관한 이야기는 종종 매스컴에 등장한다. 해롭다고도 했다가, 이롭다고도 했다가, 또 어떤 보도에서는 별 관계가 없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한다. 실제로 커피와 암, 커피와 여러 질병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수의 연구가 최근에 이르기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미국암협회의 공식 사이트에서는 커피와 암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만 1000개가 넘는다고 이야기한다.

학계를 포함해 여러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사인 커피. 커피는 과연 몸에 좋은 것일까, 아니면 그 어두운 색깔에서 연상되듯, 해로운 것일까.

커피가 암을?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협회의 2007년 보고서에서는, 커피는 발암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가암정보센터의 질의 응답에서도, 암 발생과 커피 섭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 높인다, 영향이 없다는 등 다양한 결과가 보고되고 있으며 커피와 암과의 관련성이 명확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더욱 최근에 발표된 보고에서는 커피에 관해 유익함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21개의 연구, 백만 명의 인구를 통합해 분석한 2014년의 한 메타 분석에서, 하루에 4잔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사망률이 커피를 마시지 않는 인구에 비해 사망률이 16% 낮았다는 보고가 있었다.

최근 이뤄진 커피와 암의 관계에 대한 분석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연구에서는 커피 복용이 암의 발생을 높이는 것 보다는, 무관하거나 혹은 발병률을 낮추는 것으로 밝혀졌다(커피 음용이 발암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암으로는 유방암, 구강암, 간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전립선암 등이 있다).

커피의 음용이 발암률을 높이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던 암으로는 폐암, 방광암이 있다. 폐암의 경우, 한 메타 분석에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폐암 발병률이 28%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됐으나, 비흡연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22% 감소하는 것으로 결과가 나와, 폐암의 증가는 담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광암에 대해서는, 2001년에 발표된 메타 분석에서 커피 음용자의 방광암 발병률이 1.2배 정도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역시 흡연에 의한 영향, 카페인 용량과 발암률 간의 무관함 등을 이유로 실제로 발암률을 높인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는 비판이 있다.

이를 종합해 미국암협회와 세계암연구재단의 웹사이트에서는, 최근 업데이트에서 커피와 암과의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수정했다. 2007년 보고서에서 암 발생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최근의 결과에서는 자궁내막암과 간암에 예방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항암 혹은 발암과의 연관성 4단계 중, 2등급으로 분류했다).

커피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발암과 관계가 없거나 일부 암의 위험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의심됐으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커피가 대부분의 암의 원인이 아니며 오히려 일부 암에서 유익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섣불리 커피가 '항암물질'이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조심스러우나, 커피로 인한 암의 위험성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커피는 암 말고 다른 질병과도 관계가 있을까?

커피는 그 인기를 반영하듯, 매우 다양한 질환과의 관계가 연구됐다. 먼저, 유익한 것으로 알려진 분야부터 살펴보자.

커피의 음용은 파킨슨병의 발병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에 발표된 메타 분석에서, 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파킨슨병의 발병률이 31% 낮았다. 특이한 점은, 호르몬 치료를 하는 폐경 여성의 경우 커피 음용이 파킨슨병의 발병률을 오히려 크게 높였다는 보고가 있었다.

과거에는 커피의 음용이 부정맥(심장의 박동이 규칙성을 잃거나, 혹은 느리거나 빨라지는 질환. 자체로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악화 시 다른 심장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을 유발할 것으로 생각됐으나, 최근의 연구들에서는 연관성이 없다는 보고가 많았다.

관상동맥질환과 커피와의 관계를 연구한 메타 분석에서도, 커피의 음용이 전체 인구의 관상동맥질환의 발병률을 높이지 않았고, 오히려 소량(하루 1~4잔) 의 커피를 마신 여성의 경우에는 위험률이 18% 감소해 커피가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을 높일 것이라는 가설을 반박했다.

2014년에 발표된 한 메타 분석에서는, 36개의 연구와 그에 포함된 130만여 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커피와 여러 심혈 관계 질환(관상동맥질환, 뇌졸중, 심부전 등)과의 통합적인 관계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 소량의 커피 음용은 심혈 관계 질환의 위험도를 감소케 했는데, 하루 3~5컵 정도를 음용하는 군의 위험도가 가장 낮아, 커피를 마시지 않는 군에 비해 15% 낮았다.

커피의 음용은 또한 2형 당뇨(성인 당뇨의 대부분을 차지한다)의 유병률을 낮춘다. 한 메타 분석에서, 하루 2잔 미만 혹은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과 비교해 4~6잔 마시는 사람은 당뇨 발병률이 28% 낮았다. 또한, 알코올성 간경화에도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는데, 한 연구에서는 하루 1~3잔 커피를 마시는 경우 그 위험이 40%, 4잔 이상 마시는 경우 80% 이상 감소했다고 보고 했다.

이번에는 커피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연구를 살펴보자. 일부 연구에서는 커피의 음용이 골다공증과 관계가 있다고 한다. 대개 고령의 여성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뤄졌다. 한 연구에서는, 마른 70대 초반 여성 중 커피를 하루에 5잔 이상 마시는 사람의 골다공증 발병률이 1.7배 높다고 하였다.

폐경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연구에서는 칼슘 섭취가 부족한 여성의 경우 하루 450mg 이상의 카페인 (내린 커피 기준으로 약 세 잔) 이상을 마신 경우 골다공증의 위험이 높다고했다. 또한 커피의 음용이 소변의 양과 소변 횟수를 증가시켜, 노인들에게 발생하는 요실금이나 요급증 등을 악화할 수 있다는 연구들도 일부 있다.

그렇다면 커피를 어떻게 마셔야 할까?

커피에 대해서 정해진 권장량이나 추천량은 없다. 다만 일부 연구에서는 카페인 섭취의 안전량을 제시하고 있는데, 1일 400mg 이하의 카페인을 섭취하도록 권유하고 있다(내린 커피 약 3~4잔에 해당한다). 이 연구의 저자들은 여러 데이터를 종합해 봤을 때, 1일 400mg 이하의 카페인 섭취는 심혈 관계 질병이나 골다공증, 암 등과 무관하게 음용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커피는 집중력과 운동 능력을 일시적으로 향상하는 등 장점도 있지만, 과량 마실 경우 위에서 언급한 중증의 질환들 외에도 불면, 불안, 두근거림, 위장 장애 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겠다. 또한, 커피의 음용이 심혈관 질환과 관계가 적다는 통계적 연구들이 나와 있지만, 일부 사람들에게서는 커피나 카페인을 포함한 음료를 과음할 경우 두근거림이나 흉통 등의 증상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증상이 나타날 경우는 음용하지 말아야 한다.

요약하자면, 위에서 언급한 안전량 이하, 혹은 그 주변에 해당되는 양으로 커피를 마시고 있다면 그것이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겠다. 또한 건강에 대한 우려로 커피를 마시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하루 3~4잔 정도까지 마시는 것은 무방하고 오히려 건강에 유익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카페인 및 커피에 대한 영향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으므로, 커피로 인해 두근거림, 흉통, 위장 장애 등의 증상을 야기하는 경우는 마시지 않거나 증상이 야기되지 않을 정도로 소량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담배 펴도 건강하기만? 그딴 건 없다

6. 담배와 발암 그리고 간접흡연

우리나라에는 흡연자가 참 많다. 매일 출퇴근길을 오가면서 간접흡연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날은 하루도 없는 것 같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호흡기 질환을 가진 노인들, 임산부들, 어린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성인 남성 흡연율은 50%에 육박한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워낙 많다 보니, 그들끼리 스스로 위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썰'도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100살 넘게 산 할머니가 있는데 그 할머니가 골초라더라", "사람마다 체질이 달라서 폐암 걸리는 사람은 걸리고 안 걸리는 사람은 안 걸린다" 등이 있다.

아마 담배를 즐겨 피우는 아저씨들, 사실 지금 시점에서 언제 올지 모를 단명의 결과나 폐암 따위는 별로 두렵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산전수전 다 겪어봤고, 늘 주변의 스트레스와 심적 압박에 시달리며 사는 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

나도 흡연자였다. 지독하리만치 잔인한, 나이마저 어린 상사의 모멸적 언사를 듣고, 꾹꾹 억눌린 심정마저 조롱당한 채 화장실에 숨어 담배를 피우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화장실에 붙어있던 금연 표지는 야속하면서도 우스웠다.

내가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결심하고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은 종양학을 공부하기로 결정하고 환자를 진료하면서부터였다. 앞서 언급한 '썰' 같은 것은 우스울 정도로, 실제 임상에서 경험한 담배와 암과의 연관성은 짙었다. 담배가 훑고 지나간 자리는, 폐부터 시작해서 구강, 인두, 식도, 위 등 모든 부위가 흡연과 밀접히 연관돼 암을 유발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죽는다. 따라서, 수명 연장을 이야기하며 금연을 권장하는 글은 그리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편안하게, 고통을 덜 받으며 죽음을 맞는 것은 중요하다. 그리고 긴 삶의 종장에서, 사랑하는 이들에게 고통을 덜 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괜찮을 거라 생각하는가

흡연자의 절반은 담배로 인한 암이나 여타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다. 전체 암 사망자 중, 담배로 인한 암 사망자는 30%다.

흡연자의 폐암 발병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20~30배에 달한다. 물론 흡연을 하더라도 암에 걸리지 않고 장수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담배를 즐기면서, 장수와 건강이라는 행운을 얻기 위해서는 당첨 확률이 30배나 낮은 제비를 뽑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흡연의 발암기전은 동물실험·임상실험 등을 통해 범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으며,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다고 확실시된 발암물질은 열다섯 가지 이상 존재한다. 이러한 발암물질들은 DNA의 파괴, 종양 억제 유전자의 불활성화 등의 기전을 통해 암 유발을 높인다. 흡연이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암으로는 폐 이외에도 구강, 인두, 비강, 성대, 식도, 간 위, 대장 췌장, 신장, 방광, 요도, 자궁경부, 난소, 백혈병 등이 있다. 담배와 암에 대한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은 진부할 수 있으므로, 여기까지 하는 것으로 하자.

당신의 흡연, 누군가에게는 '해악'이다

기사 관련 사진

 

"야, 담배연기 겨우 조금 맡은 거 가지고 뭘 그래"라고? 그게 아니다.

 


흡연자 중에서는 자기가 태우는 담배 연기가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사람이 많다. 담배 연기가 싫다며 기침하거나 핀잔을 주면 "야, 겨우 그거 조금 맡은 거 가지고 뭘 그래?"라면서 역으로 성을 내는 사람도 있다.

흡연자와 함께 사는 여성이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있다. 그들의 모발을 이용해 니코틴 축적량을 조사했는데, 이들 모발의 니코틴 용량은 비교군(비흡연자와 사는 여성, 어린이)에 비해 두 배 정도 많았다.

간접흡연이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 해악은 어느 정도일까?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노출되는 간접흡연량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현재까지 이뤄진 연구는 흡연자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가 될 만한 연구 몇 가지를 살펴보자.

▲ 최근에 발표된 메타분석(여러 연구들을 통합해 분석한 연구)들을 보면, 흡연자와 결혼한 배우자의 경우 폐암의 발병률은 1.3배가량 높아졌다.
▲ 간접흡연을 경험하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의 폐암 발병률이 1.22배 증가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 25년 이상 흡연자와 함께 산 어린이는 그렇지 않은 어린이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2배 높았다.
▲ 직장 등에서 간접흡연에 노출된 산모의 경우, 저체중아를 출생할 확률이 2~4배 정도 높았다.

건강한 흡연? 용기 내어 도움을 받자

건강한 흡연 방법이라는 건 없다.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 해를 끼친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담배를 끊어야 한다.

담배는 상용화되지 말았어야 했다. 안타깝게도 담배는 유해성이 알려지지 않았을 때 널리 퍼지고 인기를 끌었다. 위해성이 충분히 알려진 현재까지도 중독성과 경제적 파급력 등으로 인해 쉽게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가히 '시대의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음식에 관한 칼럼을 작성하고 있음에도 담배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담배의 해악과 그것을 끊을 때의 유익이, 여러 음식의 해악이나 유익을 합한 것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혹 담배를 아직 피우면서 암 등에 대한 건강정보나 건강식품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반드시 금연부터 먼저 하길 권한다.

건강한 삶을 위하여, 특히 암으로부터 건강한 삶을 위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금연이다. 그다음으로 정기검진을 받아 혹여 생길 수 있는 암을 조기에 예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고 운동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영위해야 한다.

한 가지 조언을 하자면, 아무런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의 의지나 다짐만으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5% 전후로 매우 낮다고 한다. 상담 및 약 복용, 껌이나 패치 및 여타 보조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금연 치료를 받을 경우 성공률은 6배나 증가한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금연을 위해 병·의원을 방문하면 '유난 떤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용기를 내어 찾아오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여러 의원에서 금연 치료가 시행되고 있고, 대부분의 보건소에서는 무료 금연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무쪼록 금연에 성공해 본인과 사랑하는 주변 이들에게 당당해지길 바란다.

경고 :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 그래도 피우시겠습니까? 담배연기에는 발암성 물질인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이 들어있습니다. 금연상담전화 1544-9030

 

 

여성에게 콩을 강력 추천하는 이유

7.  종양학 전문의의 추천 음식 1

 
종양학과 의사가 되고,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식단에 관심이 많게 된 것은 암으로 인한 수명의 단축이 두려워서가 아니다.

최근에는 의학기술의 발달, 조기검진의 보편화 등으로 암에 걸리고도 긴 투병의 기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 투병 과정에서 재정적으로, 감정적으로 가족들은 많은 아픔을 경험한다.

또한 방사선과 약물을 포함한 항암치료라는 것이 우리 몸의 세포 중 하나인 암세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건강한 우리 몸의 세포들도 많이 다치게 한다. 그로 인해 겪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도 무척 크다.

암과 음식에 대한 정보는 방대하고 우리나라에는 체계적으로 확립된 학문적 체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필자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들을 정돈하여 내가 먼저 건강한 삶을 꿈꾸고, 그 정보를 보고 주변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약초나 약재들, 기존의 발상을 뒤집는 혁신적인 이야기들도 있겠지만, 우리 곁에 늘 있어왔던 건강한 음식들을 꾸준히 즐겨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것 또한 중요할 것이다. 알고 보면 이런 음식들이 비싼 영양제나 약품보다 더욱 유익할지도 모른다.

여성에게 강력 추천, 콩

기사 관련 사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고기는 몸에 나쁘다' 혹은 '고기를 많이 먹으면 살이 찐다'는 인식이 있다. 앞서 칼럼(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에 발암물질이?)에서 언급했듯, 붉은 육류는 암과 관련 있는 것으로 생각되며 특히 직화나 고온 조리의 경우 발암물질이 생성된다. 삼겹살 등 지방함량이 높은 고기의 경우 과량 섭취 시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여성들의 경우 거의 채식주의자에 가까울 정도로 육류 섭취를 피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이가 들고 식욕이 줄어들면서 이런 성향은 더 심해진다. 단백질 섭취가 적고 운동이 부족한 여성들은 소위 '마른 비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비만인구와 유사하게 성인병에 잘 걸리고, 근력이 약하여 근골격계 통증에 취약하다.

그런 의미에서 콩이나 콩으로 만든 음식, 두부 등을 여성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널리 알려져 있듯 두부는 단백질의 훌륭한 공급원이다. 두부 한 모(약 400g)에는 단백질이 약 32g이 포함되어 있어 하루 성인 단백질 권장량의 절반 정도를 섭취할 수 있다(한국의 성인 단백질 권장량 : 남자 약 70g, 여성 약 55g).

콩 섭취와 암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자. 콩이나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 섭취한 군은 유방암 발병률이 29%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폐암에 관해 연구한 다른 연구에서는 콩이나 콩 음식을 많이 섭취한 군에서 폐암 발병률이 37% 감소하였다. 콩에 들어있는 '아이소플라본'이라는 성분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작용을 방해하여 유방암이나 폐암의 발암을 저해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식백세(漁食百歲)의 꿈

생선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권 및 바다에 접한 많은 나라에서 주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고등어, 조기, 참치 등의 단백질 함량은 100g당 20g전후로 돼지, 소고기의 단백질 함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생선의 섭취가 암을 예방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붉은 육류처럼 위해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나, 항암효과가 있다고 뚜렷하게 이야기하기에는 아직까지 연구 결과들을 고려해볼 때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2007년 세계암연구재단의 보고서에서는 생선 섭취는 대장암과 관련하여 3등급의 항암물질(미약한 관련성, 인과관계가 존재할지 모르나 그 증거가 식이권고를 할 정도로 강력하지는 않다)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서는 보다 고무적인 결과를 보이는 결과들이 있다.

2012년에 발표된 한 메타분석에서는 생선을 많이 섭취한 인구집단의 경우 대장직장암이 대조군에 비해 12%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 발표된 폐암과의 관계를 연구한 메타분석에서는 생선을 많이 섭취한 인구군에서 대조군에 비해 폐암 발병률이 21%정도 감소했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건강한 단백질 식단을 위하여

두부나 두유처럼 가공되지 않은 콩류의 음식들은 섬유질이 풍부하여, 대장암에도 예방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암협회에서는 콩류를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으로 분류하여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1등급 항암물질로 이야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연구 중, 폐암과 콩류 섭취와의 연관관계를 살핀 연구에서 콩을 많이 섭취하여 폐암이 감소한 군의 이소플라본 섭취량은 하루 약 40mg이었다. 이것은 대략 두부 200g, 두유 400cc 정도에 해당되는 양이다. 필자는 두유, 두부, 콩을 풍부하게 섭취하기를 권장하며 실제로 필자도 식탁에 빼놓지 않고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생선 섭취 또한 항암효과가 기대되는 건강한 식습관이다. 더욱 건강하게 섭취하기 위해서는 튀기거나 직화, 숯불 등으로 굽는 조리법보다는 찌거나, 조림으로 만드는 것이 좋고 (생선을 직화로 굽거나 고열조리하는 과정에서 육류를 조리할 때와 같은 발암물질 (HCAs, PAHs 등)이 나올 수 있다) 소금으로 절인 염장생선류는 비강암 등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염장된 생선류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

주변에서 건강을 챙긴다며 식물성 음식을 지나치게 고집하여 체력의 부족을 경험하는 것을 많이 본다. 식물성 단백질이나 생선섭취를 통해 더욱 건강하고 활기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에 정기적인 운동을 곁들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운동 또한 세계암연구재단 보고서에서 분류한 1등급 항암 요소이다. 이에 대해서는 추후 다루도록 하겠다). 

 

뚱뚱하면, 암까지 걸린다고?

비만과 암

비만은 현대인의 공적(公敵)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비만은 증가추세에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비만의 유병률은 성인인구의 25%에 이르고 있다.

비만이 대표적 성인병인 고혈압, 당뇨를 유발하며 심장질환이나 뇌경색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다. 그런데, 비만이 암도 유발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2007년에 발표된 세계암연구재단의 보고서에서는, 비만을 식도, 췌장, 대장, 유방, 자궁, 신장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 1등급 발암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연구들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뚱뚱하면 오래 못 산다?

일반적으로 비만에 대해 연구를 할 때는, BMI (Body Mass Index : 체질량지수.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 kg/m2)가 주로 사용된다. BMI 25에서 30 사이의 경우 과체중, BMI가 30이 넘는 경우를 비만으로 규정한다.

한국인의 평균 신장을 기준으로 하여 예를 들어보면, 172cm의 남성의 경우, BMI 25에 해당하는 체중은 약 74kg, BMI 30에 해당하는 체중은 89kg이다. 160cm의 여성의 경우, BMI 25에 해당하는 체중은 64kg, BMI 30에 해당하는 체중은 약 77kg이다.

비만한 사람은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당뇨병 등 다양한 질환에 취약하다. BMI가 30을 초과하는 비만 인구의 경우, 평균적으로 수명이 6~7년 감소하고 과체중 (BMI 25~29.9)의 경우에는 3~4년 정도의 수명이 감소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마르는 것이 능사는 아닌 듯하다. 110만 명의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BMI 22.6에서 27.5 사이의 인구군이 가장 사망률이 낮았고 BMI가 35 이상인 경우 사망률이 1.5배 높았다. 한편, BMI가 20 이하의 마른 인구군에서는 오히려 사망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172cm 남성의 경우, 160cm 여성의 경우 BMI 20인 사람의 체중은 각각 59kg, 51kg이다)

다른 연구들에서도, BMI 22~27 사이의 인구군이 가장 사망률이 낮고 그 양옆의 사망률이 높아지는 U자 모양, 혹은 J자 모양을 그리는 양상을 보였다. 심하게 마른 사람의 경우, 다른 질병이 있거나 흡연자일 가능성 등이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으로 제시되었다.

비만과 암

최근에 이루어진 다양한 역학 연구에서, 비만한 사람들은 암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왜 비만한 사람들에게 암 발병률이 높은 걸까? 이에 대해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다음과 같은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다.

지방세포는 여성호르몬의 분비를 늘려, 여성호르몬과 연관이 있는 암인 유방, 자궁내막암의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

비만인에게서 높은 수치로 나타나는 인슐린, 인슐린 성장인자, 그 외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호르몬 (렙틴 등)이 종양 세포의 생장을 촉진한다.

비만인들에게서 염증을 나타내는 수치가 높게 나오며, 이러한 만성적인 염증 상태가 암 위험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141개의 연구를 종합하여 분석한 한 메타분석에서, BMI가 5kg/m2 증가할 때마다 남성에서 식도암 1.5배, 갑상샘암 1.3배, 대장암과 신장암이 1.2배 증가했으며 여성에서는 자궁내막암과 담낭암이 1.6배, 식도암이 1.5배, 신장암이 1.3배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비만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암들은 다음과 같다.

자궁암, 유방암, 담낭암, 신장암, 간암, 대장암, 갑상선암, 난소암, 백혈병.

'살의 압박'에서 탈출하자

'다이어트!' 온갖 매체에 최근 수십 년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내용이며, 이에 대한 의견과 정보는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다. 온갖 정보가 난무하고, 이에 대한 경제적 수요도 엄청나다.

사실 비만에서 탈출하는, 아니 쉽게 얘기해서 '살을 빼는' 방법을 일률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살진 몸은 인생을 걸쳐 형성된 그 사람의 생활습관의 결정체다. '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는 사람이 있는데, 당연히 그런 사람은 없다 (쿠싱병, 갑상샘 저하증 등 특수한 질병이 있는 경우는 제외하고). 많이 먹지 않는 것 같다는 사람을 유심히 살펴보면, 아무렇지 않게 집에서 기름지고 고열량의 음식을 섭취하고 수시로 간식을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비만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개인별로 맞추어 개선해야 한다.

짧은 칼럼에서, 살을 빼는 방법을 전부 학술적으로 제시하기는 어렵다. 다만, 필자도 다이어트를 해본 사람의 입장에서 경험담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몇 가지 조언하며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필자도 본래 BMI 30 이상의 비만 체격이었으나, 오랫동안의 생활습관 조절 후 BMI 25 정도의 체격으로 유지 중이다.)

[하나] 출처가 불분명한 내용을 믿지 말고, 전문가와 상의하라

다이어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는 의사 뿐 아니라, 영양사, 훈련 코치 등 여러 직군의 사람이 있다. 얻어들은 지식에 의존하여 진행하는 다이어트는 실패하기 쉽다. 달콤한 말만 골라 듣기 때문이다. 자신의 생활습관에 대한 객관적인 진단을 최소 한 번은 상처받을 각오 하고 받아라.

[둘] '몸에 좋다'는 말을 경계하라

의학적으로 건강에 유익함이 증명된 음식이나 약은 드물다.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으면, 다이어트를 위해서든 건강을 위해서든 복용하지 마라. 당분이 잔뜩 들어간 맛있는 간식을 '몸에 좋다'며 섭취하지 말 것. (한 컵에 300kcal 가 넘는 요구르트를 간식으로 맛있게 먹으면서 '요구르트는 몸에 좋아, 살 안 쪄'라고 주장하지 말길.)

특히 '원 푸드 다이어트'는 강력히 지양한다. 편향된 식습관은 예견하지 못한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원 푸드 다이어트가 끝난 뒤 요요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90% 이상이다. 평생 오이만 먹을 각오가 아니라면 하지 말자.

[셋] 생활습관 전체를 교정하라

홈쇼핑에서 운동기구를 산다고, 요 앞 헬스장을 등록했다고 살이 빠지지 않는다. 생활습관 중 10%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만한 몸은 생활습관의 오랜 결과물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살은 빠지지 않는다.

오래 앉아있거나 TV를 즐겨보는 습관은 비만을 유발한다. 가능하면 일상생활에서 조금씩이라도 움직여라. 간식은 먹지 않거나 먹더라도 지방과 당분이 적은 것을 선택하라.

[넷]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라

헬스장에서 의미 있게 운동하는 사람은 10%도 되지 않는다. 운동은 여름 몸매 과시용으로 한두 달 반짝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해야 한다. 따라서 하면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라. (여성들의 경우, 너무 정적인 운동보다는 운동량이 있고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라)

꾸준한 유산소 운동은 다이어트뿐 아니라, 엔도르핀 분비를 유발해 우울감 개선에도 아주 좋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의 삶의 질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⑨ 암의 발생과 대처방법

 

 

이번 칼럼에서는, 음식이나 생활습관 하나하나를 이야기했던 지난 칼럼까지와 달리, 다소 넓은 시각에서 한국인에게 주로 발생하는 암 종류와 큰 의미에서의 예방방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책으로 따지자면 '서문', 혹은 학교 강의에서라면 '개론'에 해당되는 내용이랄까.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먹는 것도 좋지만, 더 효과적으로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강검진, 금연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한국인에게 어떤 암이 많이 발생하는지 알아보고, 그 원인들과 대처방법에 대해 살펴보자.

기사 관련 사진
▲ 성별 10대 암 조발생률 자료원: Cancer Statistics, 2012, CA Cancer J Clin 2012
ⓒ 논문

관련사진보기


한국인 남성의 경우 가장 흔한 암종은 위, 대장, 폐의 순서였으며, 여성의 경우는 갑상선, 유방, 대장암의 순서였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평균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한 번 이상 암에 걸릴 확률은 3분의 1정도로 생각된다.

암과 사망률

암의 발생률보다 더 의미가 있는 것은 사망률이다. 갑상선, 유방암의 경우 여성에서 발병률이 매우 높지만 사망률은 그 순위가 낮다. 그 이유는 갑상선과 유방은 외부에서 만져지는 장기이므로 조기발견이 용이하고, 갑상선암의 경우 치료에 반응이 양호하며 전이를 잘 하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기에 경과가 좋다.

기사 관련 사진
▲ 2013년 암종별 사망자수, 남녀전체. (자료원 ; 통계청)
ⓒ 통계청

관련사진보기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는 폐암, 간암, 위암 등이 있다. 폐암, 간암, 위암, 대장암 등 상위를 차지하는 주요암들의 사망률을 합쳤을 때, 남자의 경우 전체 암사망의 70%를 차지하고, 여자의 경우에는 약 50%를 차지한다.

사망률 1위, 폐암

폐암은 발병률이 남성의 경우 3위, 여성의 경우 5위 정도임에도 사망률은 1위이다. 폐암은 초기에 증상이 외부로 드러나지 않으므로, 증상을 보고 진단했을 때는 이미 치료하기에 늦어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폐암의 위험요인으로는 유전적 요인, 유해 물질, 방사능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무엇보다 흡연에 의한 발병이 압도적으로 많다. 폐암의 90%는 흡연에 의해 발생한다고 한다. 필자가 기존에도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금연의 중요성은 아무리 언급해도 부족함이 없다.

'침묵의 장기' 가 지르는 비명, 간암

간암은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될 때까지 증상이 없다. 간암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권 및 남아프리카 지역에 호발하는데, 주된 이유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율이 높기 때문이다.

B형 간염 보균자의 경우 비감염자에 비해 간암 발병률이 100~200배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의학계에서는 이들에게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 및 혈액검사를 권고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정기적 진찰을 받지 않는 이들이 많다.

간암의 경우 정기적으로 검진하지 않으면 조기에 발견이 거의 불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반드시 권고에 따라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음주는 간암을 포함한 간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보균자의 경우 가능한 절제하고 마시더라도 맥주 1~2병, 소주 반 병정도를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짜고 기름진 음식의 결과, 위·대장암

위암의 원인으로는 짠 음식이나 염장류 음식, 질산염이 많은 음식 (훈제육류 (햄 등)),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등이 제시되고 있다. 대장암의 원인으로는 동물성 지방의 과다 섭취, 섬유질 섭취 부족, 유전적 요인 등이 제시되고 있다. 흡연은 폐암 뿐 아니라 위암과 대장암의 위험도 증가시키며, 과일과 야채 섭취를 풍부히 하는 것은 이들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기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대장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여 대장암의 발병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위, 대장암 또한 조기에는 증상이 없어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을 찾으면 치료시기를 놓치기 쉬우므로 반드시 정기검진을 하도록 하자.

가장 중요한 것은 정기검진과 금연

본 컬럼에서는 주로 암 예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되는 음식이나 기호품들을 주로 다루고 있지만, 암 예방에 있어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정기검진과 금연이다. 식이요법이나 다른 생활습관의 교정은 이를 잘 시행한 뒤에 논하여야 할 것이다. 여성의 경우에는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아두는 것도 좋다(백신은 전체 자궁경부암의 3분의 2를 예방할 수 있다).

아래에 첨부한 5대 암검진 권고안은 우리나라 국민이 받아야 하는 최소한의 보편적 프로그램으로, 전문가들이 의견을 모아 만든 안내지침이다. 이에 해당이 되는 사람은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암 관리사업의 일환으로 소득이 적은 사람도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프로그램이 우수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들을 잘 활용해 건강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자.

기사 관련 사진
▲ 5대 암검진 권고안 자료원 ; 국가암정보센터
ⓒ 국가암정보센터

 

'2등급' 천연항암물질 과일, 다양한 색으로 먹어보자

과일과 암

 

2007년 세계암연구재단의 보고서에 의하면, 과일은 구강, 인두, 식도, 폐, 위암을 예방할 수 있는 2등급 항암물질로 분류되어 있다.

 

종류를 불문하고 다양한 과일 섭취는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일부 과일들은 섬유질이 풍부하여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가 있다.

최근에는 라이코펜이나 리스베라트롤 등 다양한 종류의 파이토케미컬과 비타민이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분이 있는 과일을 따로 챙겨먹거나, 이들 성분이 더욱 농축되어 있는 보충제를 먹는 것이 더 효과가 있는 걸까?

현재까지 알려진, 과일과 암과의 관계를 이번 칼럼에서 살펴보자.

대장암을 예방하는 섬유질의 공급원

섬유질을 다량 섭취하는 것이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알려진 의학적 상식이다.

섬유질이 대변을 연하게 만들어, 대변의 통과를 빠르게 하여 대변이 대장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은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1등급 항암물질로 분류된다.

최근까지도 이에 대해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섬유질 섭취가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결과도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섬유질 섭취로 인해 암발생이 늘어난다는 연구는 드물고, 섬유질 섭취는 암 이외에

심장질환이나 당뇨 예방에도 좋으므로 과일, 채소를 섭취하는 것은 건강한 생활습관이라 할 수 있겠다.

유럽인들 50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섬유질을 많이 섭취한 인구군에서 대장암이 42%나 감소했다는 연구가 있었다.

비교적 최근에 발표된 메타분석(여러 연구를 통합해하는 분석)에서는

하루 10g 의 섬유질을 섭취할 경우 대장암 발병이 10%씩 낮아진다고 보고하였다.

사과나 배는 껍질과 함께 먹을 경우, 한 개에 5g 정도의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어 하루 권장량의 10% 이상을 섭취할 수 있다.

그 외에 섬유질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과일로는 딸기, 자두, 오렌지, 블루베리 등이 있다.



'파이토케미컬'의 허와 실

암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과일이나 채소에 포함되어있는 물질인 파이토케미컬이 주목을 받았다.

파이토케미컬은 '식물'을 뜻하는 '파이토 (phyto- )'와 화학물질인 '케미컬 (-chemical)'의 합성어로,

식물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화학 물질을 의미한다.

 

 이들 중 일부는 동물 연구나 실험실 연구에서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토마토나 수박에 들어있는 라이코펜(lycopene),

포도나 포도주에 들어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리스베라트롤(resveratrol) 등이 있다.

항산화 효과와 암세포 생장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많은 기대를 받은 라이코펜은,

붉은 색을 띠는 과일인 토마토나 수박 등에 주로 함유되어 있다.

 

라이코펜과 암 발병과의 임상적 연구는 라이코펜 자체보다는 주로 토마토 소비량과 관련해서 이루어졌는데,

대개의 연구에서 암에 유익한 효과가 있었으며 특히 전립선, 폐, 위암 등을 감소시키는 데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를 종합해 볼 때, 이러한 항암효과는 라이코펜 자체만의 효과가 아니라

토마토 안의 비타민이나 포타슘 혹은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성분과의 복합적 효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포도에 많이 포함되어있다고 알려진 '리스베라트롤' 또한 실험실 연구에서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심장질환 등에도 유익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여러 연구들을 살펴볼 때, 이 또한 그 성분 자체만으로 보다는,

포도에 들어있는 다양한 성분들과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에 유익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생각된다

('와인' 의 경우는 알코올 자체가 암 위험을 높이는 경향이 있으므로, 암 예방을 위해 마시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항암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파이토케미컬이나 비타민 등을 식품이 아닌 보조제로 섭취한 경우에는,

과일이나 채소 섭취에서 기대했던 것만큼의 항암효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일부 연구에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특정 성분에 집착하기보다는, 신선한 제철과일을

요약하자면, 과일을 섭취하는 것은 분명히 암 예방에 도움이 되나,

어떠한 특정 성분이 항암효과를 만드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리스베라트롤이나 라이코펜을 포함한 여러 파이토케미컬이나 비타민 등은 그 자체만으로서가 아니라,

과일이나 채소 안의 여러 성분과 함께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특정 성분에 집착하여 보충제를 먹거나 편식하기보다는 골고루 다양한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통조림이나 주스의 경우, 가공 과정에서 섬유질이 줄어들고 오래 보관하는 과정에서

비타민 등이 파괴될 수 있으므로 되도록 과일 그대로 먹거나 신선하게 짜낸 주스를 마시는게 좋다.

세계암연구재단에서는 과일과 비전분성채소(시금치, 상추, 배추, 브로콜리 등.

감자나 고구마 등이 전분성 채소에 들어간다)를 하루 600g 이상 섭취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며,

가급적이면 다양한 색깔을 가진 과일과 채소를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다양한 색깔은 건강에 좋은 성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아래 분류된 5가지 색깔의 과일, 채소 중 3가지 이상을 먹을 수 있도록 식단을 짜면 더욱 좋다.

선명한 색을 가진 과일이나 채소는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하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들을 고를 때 참조하자.

청색 – 가지, 블루베리, 포도, 자두 등
흰색 – 마늘, 무, 양파, 콩나물, 도라지, 배 등
적색 – 토마토, 수박, 강낭콩, 붉은 양배추, 붉은 양파, 딸기 등
황색 – 당근, 호박, 귤, 레몬, 살구, 복숭아, 오렌지, 키위, 파인애플 등
녹색 – 상추, 시금치, 배추, 양배추, 콜리플라워, 케일 등

과일은 식후 후식으로 먹는 경향이 있는데, 과일에도 열량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식후 과일을 섭취할 때는 식사량을 조절하는 것이 좋겠다.

당뇨환자의 경우 과당은 혈당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담당의와 상의하여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뽀빠이'로 유명한 이것, 항암음식 챔피언

⑫ 잎채소의 항암효과

 

필자가 어렸을 적, TV에서 자주 방영했던 애니메이션 중 <뽀빠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주인공인 뽀빠이는 우람한 팔뚝(전완근)을 자랑하는 뱃사람이다. 종종 여자친구인 '올리브' 를 연적이자 맞수인 거한 '부르터스'가 납치해가면 시금치를 먹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구출하곤 했다.

사실, 주성분이 수분과 섬유질인 시금치를 먹고 강한 근력을 발휘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만화가 쓴맛으로 인해 잘 먹지 않는 시금치의 소비를 늘리는 데는 크게 일조했다고 한다(당시 미국에서는 <뽀빠이>의 방영으로 인해 시금치의 소비량이 30%나 증가했었다고 한다). 시금치가 괴한을 무찌를 수 있는 강한 근력을 줄 수는 없지만, 시금치를 포함한 잎채소들이 그에 못지않은 항암 능력을 갖춘 것은 알고 있는지.

식물성 음식이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지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챔피언'이라 할 만한 것은 녹색 잎채소이다. 싱싱한 초록빛을 띄는 잎채소는 섬유질이 풍부해 세계암연구재단의 분류에서 대장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1등급 항암물질로 분류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식물성 화합물인 베타카로틴, 비타민C 등이 풍부하다. 그래서 구강·후두·폐·식도암에서도 항암효과가 있는 2등급 항암 음식으로 분류되었다. 언급한 암들 이외에 아직 근거가 부족하지만 다른 암들과도 다양한 연구가 있는 것을 보면, 녹색의 잎채소는 가히 항암 음식의 '챔피언'이라 할 만하다(맛도 챔피언 감이면 참 좋으련만!).

대표적인 잎채소의 종류와 연구들

항암효과가 연구된 녹색 잎채소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시금치, 상추와 그 이외에도 케일, 치커리, 근대, 로메인(상추의 일종) 등이 있다. 잎채소는 섬유질이 풍부하여 대장암을 예방하고, 심장 질환 및 당뇨병의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잎채소에는 베타 카로텐·엽산·비타민E·퀘세틴 등 항산화 효과와 항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다양한 식물성 화합물이 포함되어있다.

녹색 잎채소와 배추나 브로콜리 등 배추과 식물을 합하여 말하는 '비전분성 채소(non-starchy vegetable)'를 섭취하는 경우 구강, 인두(입안과 식도 사이로 공기와 음식물이 통과하는 부분), 후두(성대와 그 주변)암이 매우 감소하였다.

시행된 연구의 대부분이 의미 있는 항암 효과를 보여주었으며, 일부 연구를 분석한 결과 하루 50g 이상의 비전분성 채소를 섭취하는 경우 상기 암의 발병률이 28% 감소한다고 하였다. 비전분성 채소 중 잎채소에 대해서만 따로 조사한 연구들에서도, 대부분의 연구에서 구강, 인두, 후두암이 감소하는 결과를 보고하였다.

폐암 발병률에 관한 연구에서도 잎채소 섭취량은 일관되게 발생률이 감소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일부 연구들을 분석한 결과에서, 하루에 1회(대략 한 컵, 혹은 30g 정도)를 섭취할 때마다 폐암 발병률이 9%가량 감소할 수 있다고 하였다. 식도암에 대해서도 다수의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극히 일부의 연구를 제외하고는 잎채소의 섭취는 식도암 발병률을 감소시켰다.

위에 언급한 암 이외에도 위암, 난소암, 자궁암, 유방암 등 다양한 암에 대한 임상적 연구 및 동물실험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암을 예방하는 데 유익한 결과가 추후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 먹을까(How to eat)?

기사 관련 사진
"항암효과가 연구된 녹색 잎채소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시금치, 상추와 그 이외에도 케일, 치커리, 근대, 로메인(상추의 일종) 등이 있다."
ⓒ pixabay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 사람들은 잎채소를 무침 등의 형태로 먹거나, 혹은 쌈 채소로 고기 등과 곁들여 즐겨 먹는다. 최근에는 서양 식습관의 도입으로 인해 샐러드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대개의 경우 가열하거나 끓이는 등의 조리법은 이들 채소의 영양분이나 식물 화합물을 손실시키므로, 기본적으로는 많은 조리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신선한 채소를 청결하게 씻어 먹는 것이 좋다. 다만, 샐러드 등을 만들 때 약간의 유분(올리브 오일 등)을 첨가하면 지용성 카로테노이드나 비타민(기름에 녹는 성분)의 흡수를 늘릴 수 있다. 유익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하므로 참조하자.

미국암협회의 식품권장량에서는, 잎채소를 포함하여 모든 비전분성 채소(배추, 브로콜리 등 배추과 채소 혹은 파, 마늘 등 파속 식물, 그외 토마토, 파프리카 등)를 하루 600g 이상 먹도록 권장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서양인과 비교하면 잎채소를 포함하여 더 많은 양의 채소를 섭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상추나 시금치 등을 즐겨 먹는 습관은 그간 한국인의 건강에 기여해 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쌈 채소로 먹든, 무침으로 먹든, 샐러드의 형태로 먹든 녹색 잎채소는 항암효과뿐 아니라 심장질환이나 당뇨 등 성인병 관리에도 유익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기름진 고기를 먹을 때, 섬유질이 풍부한 이들 잎채소를 곁들이면 이들이 지방흡수를 방해하여 비만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잎채소의 '건강한 녹색' 이 우리의 식탁 한쪽에 자리하도록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