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만드는 쓰레기 시멘트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김현자

시멘트가 생활공간들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우리의 삶을 편안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유해물질들 역시 방출한다.

 

이는 새집증후군의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인들 대부분은 시멘트의 독성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게 그저 씁쓸할 뿐이다.

 

우리는 흔히 완공 후 짧게는 2, 3, 길게는 10년 정도 지나면

집에서 위험한 물질이 많이 방출되지 않아 비교적 안전해진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시멘트로 지은 집은 30년은 되어야 그나마 좀 괜찮아진단다.

시멘트의 수명은 대략 60~70년인데, 그중 30년 동안 독성을 내뿜는다.

 

그런데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한 시멘트의 독성을 줄이기는커녕

도리어 발암물질과 중금속이 가득한 시멘트를 만들고 있다면?

 

이처럼 위험천만한 시멘트를 규제하기는커녕 정부(환경부)가 도리어 법적으로 허용,

국민들의 안전은 모른 체하고 있다면? 시멘트회사들의 입장을 우선 헤아리는 데 급급하다면?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게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다.

"원래 시멘트는 석회석에 점토, 철광석, 규석을 혼합해

가로길이 60~70미터의 긴 원통형 소성로에서 유연탄으로 1400도 고온에 태워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은 석회석을 뺀 나머지가 모두 쓰레기로 대체되었다.

점토, 철광석, 규석 대신에 소각재, 하수 슬러지(하수 처리나 정수 과정에서 생기는 침전물),

 제철소 슬래그(철을 제련하는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

폐주물사, 공장 오니(진흙상태의 산업폐기물 또는 폐수처리 침전물 등) ,

불에 타지 않는 쓰레기들이 '원료대체'라는 이름으로 소성로에 들어간다.

그리고 유연탄 대신 폐타이어, 폐고무, 폐유, 폐비닐 등의 불타는 가연성 쓰레기가 '연료대체'라는 명목으로 사용된다."

-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본문 중에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좀 더 설명하면, 폐페인트·폐유기용제·폐부동액뿐만 아니라,

백혈병으로 그 위험성이 많이 알려진 반도체 공장의 산업폐기물들도 시멘트의 원료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심지어 한때 탄약상자부터 30년 동안 매립되었던 쓰레기까지 시멘트 제조에 쓰였다.

 

사실 이처럼 일일이 시멘트의 재료들을 열거하지 않아도 된다.

책에 따르면, 발암물질이나 중금속 등 위험한 물질들을 포함하고 있거나

 처리 비용을 들여 특별하게 처리해야만 하는 거의 모든 산업폐기물들이 시멘트에 들어간다.

 

그래서 쓰레기 시멘트다.

이 쓰레기 시멘트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집을 짓는 바로 그 시멘트이기 때문이다.

 

위 인용문 중 연료대체에 대한 설명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최병성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폐타이어나 폐고무, 폐유 등 연료 대신 쓰이는 쓰레기들은 소성로 밖에서 타지 않는다.

 석회석과 소각재, 분진, 석탄재, 슬래그 등과 혼합되어 소성로에 투입된다.

 

함께 타면서 소성로 안의 온도를 높여준단다. 말하자면 '원료대체''연료대체'로 분류했을 뿐,

소성로 안에서 함께 소각되어 시멘트가 되는 것은 매한가지라는 게 저자의 요지이다.

 

"한국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이후 방사능 오염이 우려되는 일본 고철 수입이 오히려 증가한 이상한 나라다.

일본의 화력발전소 쓰레기인 석탄재를 수입하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다.

국내 화력발전소마다 석탄재가 쌓여 있는데, 시멘트 공장들은 왜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해 올까?

 

일본에서 쓰레기 처리비로 많은 돈을 주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석탄재를 매립하면 톤당 20만원의 쓰레기 처리비용이 든다.

 

그런데 단돈 5만 원만 주면 한국의 시멘트 공장들이 와서 석탄재 쓰레기를 서로 가져가기 위해 경쟁한다.

 한국 시멘트 기업들이 일본의 쓰레기를 치워주니 일본은 국토도 청결해지고 쓰레기 처리비용도 절감하는 이중 효과를 본다.

 

국내 시멘트 공장들이 일본에서 던져주는 쓰레기 처리비를 받아 주머니를 채운 덕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본 쓰레기로 만든 집에서 살아가게 되었다."

-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본문 중에서

 

이처럼 위험한 일본의 쓰레기까지 수입해 시멘트를 만들고 있단다.

 저자는 일본 쓰레기가 우리나라에 와서 일으키는 문제들을 일본의 환경성에 건의했다고 한다.

 

 덕분에 일본의 폐기물 수입이 중단된 바 있다.

웃긴 것은, 바로 그 얼마 후 대한민국 환경부가 제발 쓰레기 좀 보내달라고 '구걸'하는 공문을 일본 환경성에 보냈단다.

 저자는 일본의 폐기물들이 여전히 수입되어 시멘트로 둔갑하는 현실을 지적한다.

 

쓰레기 시멘트가 언제부터, 왜 만들어지기 시작했으며

쓰레기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 현황과 그 위험성

일본의 산업폐기물까지 수입해 만드는 시멘트업계와 정부의 협조

쓰레기 시멘트 문제제기에 대한 정부(환경부 등)와 기업들의 뻔뻔한 변명과 속임수

 외국의 시멘트 현실과, 안전한 시멘트를 위해 필요한 것들

 시멘트업계와 정부의 결탁과 언론통제 등, 지난 10년간 환경부나 기업 등을 상대로 싸우는 동안 있어온 일들이나 변화 등을 들려준다.

 

저자는 시멘트 회사 임원으로부터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과 형사고소를 당하기도 했단다.

일개 시민에 불과한 저자가 정부나 기업을 상대로 이런 위험천만한 싸움을 왜, 그토록 오랫동안에 할 수 밖에 없을까?

전 세계를 통틀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위험천만한 1급 발암물질임에도,

여전히 우리의 생활공간을 만드는 데 사용 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쓰레기로 시멘트를 만들지 않으면 아파트 분양가가 비싸진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들이 쓰레기 시멘트를 합리화하는 말이다.

모 건설회사 임원을 통해 정확한 시멘트 비용을 산출해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분양면적 105.6제곱미터(흔히 32~33평 아파트라 불리는) 아파트 한 세대 건설에 소요되는 총 시멘트 값은 평균 130만원에 불과했다.

그 아파트의 분양가가 3억 원이라고 했을 때, 그중 시멘트 값 130만원은 0.5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모 관계자를 통해 아파트 한 채에 50만원만 더 들이면 깨끗한 시멘트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S건설이 H시멘트사에 시멘트 값의 20퍼센트를 더 주고 쓰레기를 넣지 않은 안전한 시멘트를 주문했다는 제보도 받았다.

 

 이 이야기를 토대로 하면, 32평 아파트의 총 시멘트 값 130만원의 20퍼센트인 26만 원만 추가하면

쓰레기를 넣지 않은 안전하고 깨끗한 시멘트로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대한민국 쓰레기 시멘트의 비밀> 본문 중에서

 

알리고 싶은 사실들이 이외에도 워낙 많다. 무엇보다 우리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를 다룬 책이다.

지면이 아쉽기만 하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이 주목해야할,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작'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저자는 경고한다. 시멘트의 기존독성에 발암물질과 중금속까지 더한 우리의 위험천만한 쓰레기 시멘트,

지금 막지 않으면 생활공간은 물론 흙이나 지하수까지 위협할 것이다.

 

저자가 10년 동안 쓰레기 시멘트의 위험천만한 근거들을 제시하며 싸웠음에도,

쓰레기 시멘트가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과 시멘트업계의 배를 불리는데 희생양이 된 우리가 이제라도 적극 나서야 하지 않을까?

오늘도 쓰레기 시멘트 독성에 노출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국가와 시멘트업계를 고발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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