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둥산 걱정 끝 … "나무, 너무 빽빽해 솎아내야"
[중앙일보]
산림 조사했더니 ‘과밀·고령화’
숲 절반이 촘촘해 제대로 못 자라
심은 지 35년 넘은 소나무가 78%
탄소 흡수 적고 물 저장도 못해
“나무 베어내 활용해야 할 때”
“산림 과밀화로 활용도가 낮기 때문에 1% 미만인 벌목 비율을 5~8%까지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후손들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10년 동안 고생을 해서 울창한 산림을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도록 합시다.”
1973년 4월 5일 경기도 양주군 백봉산(지금의 남양주시에 위치)에서 열린 식목일 기념 나무심기 행사에서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한 말이다.
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나무가 없어 벌건 흙을 드러낸 민둥산을 전국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 73년 3월 ‘제1차 치산녹화 10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의 100만㏊ 넓이 산지에 나무 21억3200만 그루를 심는다는 대규모 조림계획이었다.
46년 식목일이 제정된 지 69년 만에 상황은 반전됐다. 이제는 산림(山林)에 나무가 너무 많은 것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3일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이우균 교수팀과 한국임업진흥원에 따르면 최근 실시한 제5차 국가산림자원조사 결과
산림의 절반 이상이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있는 적정 생육밀도를 초과해 과밀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팀은 최근 10여 년간 강원도 지역 태백산맥 일대에서 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산림의 62%가 과밀 상태였다. 또한 산림의 평균 밀도도 1.297로 적정치보다 높았다.
나무 1000그루가 있어야 할 곳에 1297그루가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참고하고 있는 ‘임분수확표’는 이런 상황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분수확표는 우리나라 주요 수종(樹種)의 나이대와 밀도, 나무가 자라고 있는 주변 토양의 성분 등을 분석한 자료다.
이번 연구팀 조사에서 기존 임분수확표에 제시된 통계는 현재 산림의 58~79% 정도만 설명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한다.
이 교수는 “기존 자료는 민둥산으로 뒤덮인 60~70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며
“당시보다 수종이 다양해지고 울창해진 산림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임분수확표가 정교해지면 체계적인 산림 관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소나무를 말라죽이는 재선충 피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숲이 고령화돼 간다는 점도 드러났다. 표본 조사 결과 소나무 중 78%가 심은 지 35년 이상 된 것이었다.
이 교수는 “인간 사회로 비유하자면 인구밀도가 지나치게 높은 데다 고령화를 대비해야 하는 단계”라며
“이제는 나무를 심는 것보다 베어내고 활용하는 쪽으로 산림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임업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 산림의 연간 벌목 비율은 재적(단위 면적당 목재가 차지하는 부피) 대비 0.87%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시뮬레이션 결과 이러한 속도가 지속되면 2045년부터 숲의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돼
2060년에는 산림의 45%를 한꺼번에 베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며 “벌목 비율을 매년 5~8%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업진흥원 조현국 박사도 “산림이 안정되면 생장률이 떨어져 탄소 흡수량이 적어진다”며
“나무가 빽빽한 산은 물을 지상으로 전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북유럽 등 대표적인 목재산업 국가들이 체계적인 벌목을 하는 이유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조 박사는 “책상 등 나무로 만든 제품은 안에 탄소를 저장하고 있고,
플라스틱이나 철강 등 탄소를 배출하는 공장 가동을 일부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며
“우리나라 목재는 상점·식당·사무실 등의 인테리어 및 장식품 소재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림 보호에서 산림 관리로 넘어가야 한다
[중앙일보]입력 2015.04.04 00:01
'그랑 파리 프로젝트'와 '그랜드 서울 프로젝트'
[중앙일보]입력 2015.04.04 00:05
기후변화 탓에 언젠가 식목일 날짜가 앞당겨질지도 모르겠다.
최근 파리 녹화계획이 돋보인다. 분산된 자투리땅을 녹화사업과 연계해
생물종 다양성을 살려내는 그랑 파리(Le Grand Paris) 프로젝트다.
2013년 바지선 위의 수상 가든 5개소 조성, 소공원 93개소, 외곽의 폐기된 철로 녹화,
쓰레기장 꽃밭 만들기에 10만 그루 나무 밑에 꽃 심기 등 콘텐트가 다채롭다.
대형 쇼핑몰 옥상의 채소농원 조성은 빗물 재활용에다가 도심 기온까지 낮추고 있다.
2003년 8월 최악의 폭염으로 파리 시민은 열흘 동안 하루 350명씩 사망했다.
특히 녹지가 없는 지역의 피해가 컸다.
그랑 파리 프로젝트의 핵심은 콘크리트·철근·유리로 구축된 광물성 환경(mineral environment)의 녹색화로
녹지를 100배 늘려 세계 최고의 자연친화형 도시로 탈바꿈한다는 것이다.
풀뿌리 시민운동과 정책사업을 엮어낸 것도 자랑이다.
이미 생물 개체군과 센강의 어종이 살아나고 있다.
뉴욕시의 센트럴파크는 지난 10년간 30여 종 12만 그루의 가로수를 심었다.
앞으로 2030년까지 100만 그루를 심어 도로변 공간 100%를 나무로 채운다고 한다.
나무는 대기 중의 질소산화물, 황산화물을 비롯해 미세먼지를 제거해준다.
잔디와 토양 미생물도 오염 청소에 큰 몫을 한다. 도시숲은 여름 한낮의 평균기온을 낮추고(3~7도), 습도를 높여준다(9~23%).
버즘나무(플라타너스)는 하루 평균 5시간 15평형 에어컨 5대 가동에 버금가는 효과를 낸다.
녹색은 우리 눈에 가장 편안하고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색깔이다.
15분간 녹색 숲을 바라보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농도가 떨어지고 혈압이 낮아진다.
도시숲과 도로변의 큰 나무는 소음을 제거한다. 느티나무 한 그루는 연간 이산화탄소 2.5t을 흡수하고, 산소 1.8t을 내뿜는다.
이 때문에 기후변화 협상에서 숲은 당당히 탄소 흡수원으로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대도시와 전원 생태계를 공존시키는 개발 모델이 각광을 받고 있다.
자연적 정화 기능을 살리는 것이 웰빙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대도시일수록 생활권 도시숲의 조성이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체 도시숲 가운데 생활권 도시숲 비율이 매우 낮다(3.4%).
남산과 북한산 등을 제외하면 서울(4㎡)의 1인당 생활권 도시숲은 뉴욕(23㎡)이나 런던(27㎡)에 견줄 바가 못된다(산림청).
광물질로 덮여 물이 침투되지 않는 땅의 면적을 조사한 결과
서울시는 불투수(不透水) 면적률이 54%였다(2012년 환경부). 이 수치가 25%를 넘으면 빨간불이다.
도심을 달구는 열섬 효과(heat island)를 비롯해 침수, 지하수 고갈, 수질오염 등 물 순환 구조가 악화된다는 뜻이다.
얼마 전 광화문 광장 양 옆의 5차로를 절반으로 줄여 광장을 넓히는 계획이 추진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광
장이 확장되면 교통량이 분산되고 산책을 많이 한다면서. 상식적으로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
진정 서울 시민의 웰빙과 도시의 품격을 염두에 둔다면 도심의 콘크리트는 최대한 걷어내고 쌈지숲을 조성하는 게 정답이다.
외국이나 국내나 도시숲 등 자연경관의 조성은 주변 아파트 시세의 급상승으로 이어진다.
때마침 그랜드 서울 프로젝트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
1980년대 한강종합개발계획 이래 최초로 ‘한강 및 주변 지역 관광자원화’ 사업에 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파리의 센강 같은 관광명소를 만들고, 한강숲 조성, 문화시설 확충 등 마스터플랜이 올해 상반기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보다 더 기대를 모으는 것이 ‘용산공원 조성 종합기본계획’이다.
서울 도심에 랜드마크형 국립생태공원이 조성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미군 부대 이전과 용산공원 조성의 재원을 조달해야 하는 처지이긴 하나
이번 기회는 반드시 그랜드 서울로 승격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녹지 조성사업은 산림청·환경부·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지방자치단체 등 관련 주체가 분산돼
쌈지숲 가꾸기부터 광역 생태 네트워크까지 다양한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통합계획과 사후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질 때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특히 2027년까지 추진될 용산공원 프로젝트는 기필코 남산-용산공원-한강변의 단절된 녹지축을 연결해 생태계를 복원하고
도시인의 심신을 순화시키는 공간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그 값어치는 결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찬란한 유산(遺産)으로 대대손손 전승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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