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대 내륙 습지' 우포늪에 닥친 끔찍한 위기

소나무재선충 방제, 더 이상 산림청에 맡겨두면 안 된다

 

/최병성

큰고니와 기러기가 찾아온 우포늪에 가족 단위 관광객들도 찾고 있다.최병성


날이 추워지니 올해도 어김없이 큰고니와 기러기들이 우포늪에 찾아왔다.

드넓은 우포늪에 큰고니들의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가득하고

기러기들은 무리 지어 비행하며 하늘을 수놓았다.

 

지난 11월 22일, 많은 사람들이 가족 단위로 우포늪을 찾아오고 있었다.

우포늪 파란 물결 위 철새들과 이를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을 만들었다.

우포늪에 반갑지 않은 손님도 찾아왔다. 소나무재선충이다.

아래 사진 좌측 하단에 붉은 잎이 재선충에 감염되어 죽은 소나무다.

큰고니와 철새 무리 뒤편에 보이는 소나무들도 재선충에 감염되어 죽어가고 있다.

우포늪은 람사르 협약에 의해 보호받는 대한민국 최대의 내륙 습지다.

2011년 천연기념물 제524호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될 만큼 소중한 곳이다.

그러나 잎을 다 떨구고 하얗게 변한 소나무는 우포늪에 재선충 확산이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우포늪 인근 산림의 소나무들이 재선충으로 고사된 모습이다. 저 뒤로 우포늪이 보인다.최병성


우포늪에 위기가 찾아왔다

지난 10월 15일 창녕군이 우포늪 주변 소나무의 벌목을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신청했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 벌목과 파쇄뿐 아니라 숲가꾸기를 통한 소나무 벌목과 파쇄를 하겠다는 것이다.

우포늪 주변의 재선충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내겠다고 낙동강유역청장에게 보낸 창녕군 공문창녕군


심지어 재선충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언젠가 재선충에 걸릴 수 있으니미리 벌목하고

다른 나무로 심는 '소나무 전멸 작전'을 '수종전환'이란 이름을 붙여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철새들이 찾는 소중한 생태습지인 우포늪 주변에 이렇게 심각한 벌목을 진행해도 되는 것일까?

재선충 감염목 벌목 파쇄, 숲가꾸기 간벌, 수종전환 등으로
우포늪 주변의 소나무를 잘라내겠다는 창녕군의 계획이다.창녕군


지난 11월 26일, 경남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가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실패한 소나무재선충 방제정책으로 우포늪 보호지역 내 숲을 난도질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우포늪 주변 소나무 벌목 반대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숲이 발달하면 소나무는 쇠퇴하고 참나무 등 활엽수림으로 천이하는 것은 당연하며,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 외 다른 나무에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숲의 생태계에는 문제 될 게 없고, 벌목이 오히려 따오기 등의 철새들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고 강조했다.

재선충 방제 산림청장상 받은 창녕군이었는데

그동안 창녕군은 재선충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어느 지자체보다 열심히 노력해 왔다.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 2016년 산림청장상을 받았고 2020년엔 경상남도 최우수 방제상을 받았다.

2021년엔 경상남도 우수 방제상을, 그리고 2022년엔 또다시 경상남도 최우수 방제상을 수상했다.

산림청장 상을 비롯해 3년 연속 경상남도 우수, 최우수 방제상을 받은 창녕군이다.

매년 많은 예산을 퍼부어 다른 지자체보다 더 열심히 재선충을 방제해 왔는데,

소나무재선충은 왜 더 확산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재선충 방제 방법이 잘못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언론에 소개된 창녕군의 재선충 방제 방법들을 살펴보자.

<경남도민일보>는 '창녕군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분야 최우수기관 선정'(2020년 11월 23일)이라는

보도에서 재선충 방제를 위한 창녕군의 노력을 이렇게 소개했다.


"창녕군이 올해 경남도가 실시한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번 도내 방제평가는 창원시 등 18개 시·군에 대해 방제계획 수립의 내실성과

방제사업 추진실적, 방제사업 적정여부, 방제품질 확인 등을 거쳐 창녕군을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했다.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된 창녕군은 획일적인 훈증방제에서 벗어나 산지현장 파쇄,

소규모 모두베기사업, 예방나무주사, 드론항공방제 등 방제 방법을 다각화해 방제 효과를 높였다.

특히 우포늪 습지보호지역 주변에 발생된 소나무류 고사목은 전량 수집·파쇄해

국내 멸종 천연기념물인 따오기의 서식처를 보전했다."

 

 

역시 '창녕군, 보호지역 우포늪 등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총력'(2019년 3월 26일)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수년동안 우포늪의 재선충 방제에 총력을 기울여 온 창녕군이었다.연합뉴스


창녕군은 오래전부터 우포늪의 재선충 방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으나

재선충 감염목 벌목과 숲가꾸기 간벌, 수종갱신을 추진해야 할 만큼 우포늪의 재선충은 심각해졌다.

그동안의 재선충 방제 방법들이 막대한 예산만 낭비한 것일 뿐,

재선충 예방에 실패였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산림청이 2016~2018년 우포늪의 재선충 상황을 정리한 자료를 찾았다.

산림청 역시 오래전부터 우포늪 주변의 재선충 확산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산림청이나 창녕군 모두 우포늪의 재선충을 막지 못했다.

2016~2018년 우포늪 주변의 재선충 현황을 정리한 산림청 자료산림청


그동안 창녕군은 항공방제를 비롯해

▲ 재선충 감염목을 잘라 농약을 뿌리고 비닐로 덮어 놓는 '훈증방제'

▲ 벌목한 소나무 감염목 파쇄 ▲ 재선충 감염목 주변의 모든 나무 벌목

▲ 소나무에 재선충 예방 농약 주사 등 산림청이 제시하는 모든 재선충 방제 방법을 열심히 해왔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그럼에도 또다시 감염목 파쇄와 숲가꾸기,

수종갱신으로 우포늪의 재선충을 막겠다고 나선 것이다.

우포늪 인근 산림의 재선충 확산 모습이다.

열심히 재선충 방제를 했음에도 우포늪을 비롯해

창녕군 곳곳의 산림이 초토화될만큼 재선충이 확산했다.

산림청이 제시한 재선충 방제 방법들이 오히려 재선충을 확산시키는 기폭제였기 때문이다.

재선충 방제 최우수 상을 받았지만, 오늘 창녕군의 숲은 재선충으로 고사 중이다.최병성


소나무 파쇄는 재선충 확산 기폭제다

창녕군의 재선충 방제 소식을 전하는 뉴스마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파쇄하는 방법을 강조하고 있다.

창녕군의 재선충 방제 소식을 전하는 언론마다 소나무 파쇄 장면을 보도하고 있다.언론보도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파쇄하면 과연 재선충이 예방되거나 줄어드는 것일까?

파쇄 과정에 소나무 향이 널리 퍼지며 소나무를 먹고 사는 솔수염하늘소를 불러들여

재선충을 확산시키는 잘못임을 산림청이 간과했다.

소나무 파쇄가 재선충 확산의 기폭제인 또 다른 증거를 찾아냈다.

찬 바람이 분 지난 11월 22일 오후, 소나무 파쇄 현장을 열화상 카메라로 살펴보았다.

 

파쇄더미가 쌓인 주변 작업로는 영하 2도에서 영상 2도로 측정되었다.

그러나 열화상 카메라를 소나무 파쇄더미에 비추니 영상 13~14도가 나왔다.

 

파쇄 더미를 발로 살짝 파보았다. 무려 33도가 나왔다.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해 보았다. 역시 33도로 동일한 온도가 측정되었다.

소나무 재선충 감염목 파쇄 현장을 열화상 카메라로 측정해보니 32.6도가 측정되었다.
소나무 파쇄는 재선충 확산 기폭제였던 것이다.최병성
소나무 파쇄더미를 디지털 온도계로 측정해보니 역시 33도가 측정되었다.
소나무 파쇄는 솔수염하늘소 등이 추운 겨울을 잘 지낼 수 있도록
따듯한 침실을 만들어 준 재선충 기폭제였다.최병성


그동안 산림청이 제시한 소나무 감염목 파쇄는 재선충 방제가 아니었다.

오히려 추운 겨울 솔수염하늘소에게 따뜻한 침실을 제공한 것이다.

 

재선충을 옮기는 딱정벌레들이 뜨끈뜨끈한 파쇄 더미에 숨어 겨울을 나며

재선충을 급속히 확산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해왔다.

재선충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된 것은 산림청의 잘못된 방제 방법 때문이었다.

산림청장도 시인한 효과 없는 재선충 방제 작업

재선충이 확산한 숲마다 시퍼런 비닐로 덮어 놓은 소나무 무덤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훈증'이라는 재선충 방제 방법이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를 잘라

장작더미처럼 토막을 내 쌓은 후 독성 농약을 장작더미에 뿌리고 비닐로 덮어 놓는 것이다.

재선충 확산 지역마다 소나무를 잘라 독성 농약을 뿌리고 비닐로 덮어 훈증하고 있는 소나무 무덤들로 가득하다.최병성


지난 10월 8일 "단풍철 아닌데 붉게 변한 산... 전국서 벌어지는 소름돋는 일"(https://omn.kr/2afs3)에서

밝힌 바와 같이, 벌목 현장에서 살아있는 소나무 한그루 가 1000~2000원에 팔리는데,

재선충에 걸리면 15만 원에서 32만 원으로 비싼 몸이 된다.

훈증으로 숲이 전멸 중인 재선충 방제 현장을 살펴보자.

이곳은 소나무와 활엽수가 함께 어울려 자라는 혼효림이었다.

그러나 숲가꾸기를 한다며 활엽수를 베어버렸다.

 

바닥에 잘린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올라온 새싹들이 보인다.

소나무만 남은 숲이 되자 재선충이 급속히 확산하기 시작했다.

 

노란 동그라미 속 초록 비닐은 몇 해 전 훈증 작업을 해놓은 것이다.

검은빛의 훈증포는 최근 몇 년과 올봄에도 작업한 것이다.

참나무 베어내고 소나무만 남긴 숲가꾸기를 한 숲이다. 반복되는 훈증으로 재선충이 급속히 확산되어 숲이 전멸 중이다. 노랑 동그라미는 수년 전, 검은색 비닐로 덮은 빨강 동그라미는 최근 훈증 한 것들이다.최병성


이처럼 감염목을 잘라 훈증하면 잠시 뒤 또다시 고사한 소나무들로 가득해진다.

훈증은 재선충 예방법이 아니라 감염목을 감춘 것에 불과하다.

반복된 훈증 작업으로 살아남은 소나무가 몇 그루 되지 않는다.

조만간 이곳의 숲이 전멸되고 수종갱신으로 새로 나무 심는다며

누군가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지난 10월 18일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지금까지 15년 동안 실시해 온 훈증방법은 작업자들 돈벌이에 불과하며

실패한 잘못'이라고 지적하자, 임상섭 산림청장도 '훈증이 효과가 없다'고 시인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이 지난 10월 산림청 국정감사에서 훈증이 효과없는 잘못임을 시인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 엄청난 비용을 들여 왜 훈증을 해온 것일까?국회 국정감사


그동안 훈증이 재선충 방제 효과가 없고 전국 산림에 농약 오염만 시키는 잘못임을 지적해 왔다.

산림청장 스스로 훈증이 효과 없음을 시인할 만큼, 산림청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예산을 낭비하며 재선충을 더 확산시켜 온 것이다.

재선충 방제가 아니라 확산 기폭제인 이유

재선충을 예방한다는 산림청의 훈증 방법이

오히려 재선충을 급속히 확산시키는 기폭제인 이유는 다양하다.

첫째, 감염목을 베어내는 과정에 소나무 향이 확산되어

재선충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를 더 많이 불러들이는 역할을 한다.

둘째, 숲가꾸기와 훈증 벌목으로 숲의 나무들이 헐렁해지면 솔수염하늘소가 바람을 타고

더 넓은 주변으로 이동하기 쉬워진다.

훈증이 재선충을 쉽게 확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유다.

셋째, 산림청은 소나무재선충이 확산하는 이유를 고온과 가뭄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런데 숲가꾸기와 훈증 벌목으로 숲이 헐렁해지면, 남아 있는 소나무에 햇빛이 많이 들어와

온도가 올라가고 더 건조해진다. 그동안 산림청은 훈증 벌목으로 소나무 숲의 온도 상승과

건조화를 촉진시켜 소나무재선충을 확산시켜왔던 것이다.

넷째, 솔수염하늘소와 딱정벌레는 스스로 체온 조절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숲가꾸기와 훈증 벌목으로 숲 온도가 올라가면 솔수염하늘소 같은 딱정벌레들이

살기 좋은 숲이 되고, 더 많은 알을 더 오랫동안 낳게 된다.

산림청의 훈증 방제가 잘못임을 재선충 방제 작업을 실시한 현장 아래 사진을 통해 살펴보자.

우측은 활엽수로 가득하고, 좌측은 훈증 무덤과 재선충으로 고사한 소나무들이 대부분이다.

 

이곳엔 참나무와 소나무가 어울린 혼효림이었는데,

숲가꾸기로 참나무들을 베어냈다. 바닥에 보이는 참나무 싹들이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우측 숲은 재선충으로 소나무가 죽어도 참나무 숲으로 건강하게 회복되지만,
좌측 숲가꾸기로 참나무 베어낸 숲은 수년동안 재선충 훈증을 반복하며 숲이 전멸 중이다.최병성


참나무들을 베어내고 소나무만 남은 숲이 되자, 재선충이 급속히 확산하였다.

재선충 감염목들을 훈증했다. 그러나 재선충은 계속 확산하여 여전히 고사목이 가득하다.

수년 동안 반복되는 훈증을 통해 숲이 전멸 중이다.

우측 참나무 숲에 있는 소나무들도 재선충에 감염되어 훈증한 것들이 있다.

그러나 참나무 숲의 소나무가 재선충으로 고사하여도 숲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더 건강한 활엽수림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숲에 돈을 들이지 않고 그냥 두면 재선충에 강하고 건강한 숲이 된다.

그러나 숲가꾸기 한다며 사람이 숲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오히려 재선충이 급속히 확산하며 숲이 전멸되는 것이다.

 

오늘 대한민국은 막대한 예산을 퍼부어 숲을 파괴하는 중이다.

이양수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지적한 것처럼 그 과정에 돈을 챙기는 이들이 따로 있다.

재선충이 전국으로 확산하며 국가적 재난이 되었다.

지난 30여 년간 산림청은 1조 5000억 원 넘는 예산을 쓰고도 재선충은 더 확산됐다.

 

그 이유는 재선충 때문도, 기후 이상 때문도 아니다.

이미 실패한 방법임에도 수십 년간 반복하고 있는 산림청의 잘못된 재선충 방제 때문이다.

지금처럼 재선충 방제를 산림청에 맡겨둔다면 대한민국 숲의 소나무는 전멸하고 말 것이다.

우포늪의 소나무들이 잘려나가고 있다. 이미 실패한 방법을 되풀이하는 것은 재선충의 확산을 부를 뿐이다. 재선충 방제에 대한 국가적인 종합대책이 시급하다. 더 이상 산림청에 맡겨 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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