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 환경영향평가, 꼭 개선되어야 하는 이유

국회에서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 열리다

 

/정수근

"이렇게 많은 단체가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을 위해서 뭉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기존에 현장에서 경험했던 것(문제점)도 있지만요, 지난해 연말 한 환경영향평가 업체가 5년간 환경영향평가를 했는데, 그 평가서 중에 160건이 거짓부실(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사자후와 같은 발언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30년 환경운동을 해온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환경영향평가제도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는 '환경영향평가법, 이렇게 바꾸자'는 제하의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모든 토론을 듣고 난 뒤, 청중석에 있던 임 집행위원장이 토론자로 나선 환경영향평가협회 회장과 환경부 사무관을 향해 일갈을 가한 것이다.

환경단체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업체 사이에 환경영향평가제도에 대한 인식 차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신지형 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 정수근관련사진보기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각종 개발사업을 통해서 해당 지역의 환경오염과 환경훼손 등 여러 영향을 예측하고 평가하여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예방적 정책 수단으로 도입된 제도다. 1993년 환경영향평가법이 만들어지면서 제도화돼, 그간 운영된 지 30년이나 됐다.

그러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조사 및 평가하지 않은 채 부실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환경영향 저감 방안이 제시되거나,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서 등의 문제가 불거져 왔다. 환경영향평가서에 문제가 있다고 판명해도, 사업은 그대로 진행하는 등 환경영향평가제도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일들이 왕왕 벌어진다는 게 환경단체 등의 주장이다. "현행 환경영향평가제도는 사업자가 사업을 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환경영향평가의 거짓 부실, 누가 책임지나?

따라서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일각에서는 "본격적인 환경영향평가 전 사전 환경조사가 필요하고,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업체를 사업자가 아닌 제3의 기관에서 선정해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거짓부실로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그런 잘못된 평가에 대해서는 반드시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잘못된 평가로 인한 사업 승인 또한 취소되어야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 황일수관련사진보기


이러한 절박한 문제의식에 따라 26일 국회에서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의 수백 개의 환경단체와 주민대책위들이 모여 결성한 '환경영향평가제도개선전국연대'와 국회의원 김주영, 김태선, 박해철, 서왕진, 용혜인, 이용우, 정혜경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첫 순서로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갈등의 쟁점과 원인'을 주제로 발제가 진행됐다. 원종태 노자산지킴이시민행동 국장은 거제남부관광단지 사례를 통해서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원 국장은 대흥란과 거제외줄달팽이, 팔색조, 상괭이, 청호반새, 나도풍란, 석곡 등 32종에 이르는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해양보호생물이 서식하는 곳이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거짓부실검토전문위원회를 개선해야 하며,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정보공개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사업자 선정 주체를 바꿔야 한다며, 거제남부관광단지 사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우리가 현재 기자회견을 한 50번 했고, 노숙농성도 한 100일 정도 했다. 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시청 앞에서 집단 시위를 거의 2년째 하고 있고, 저희들이 나름대로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도지사에게 승인기관의 권고안이 받아들여지면 이 사업은 사실상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어 녹색법률센터의 신지형 변호사의 발제도 이어졌다. 신 변호사는 "환경영향평가의 객관성과 알권리 그리고 민주적 주민참여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에 대해 발제했다.

그는 세 가지 큰 방향에 대해 이야기했다. 첫 번째는 환경영향평가의 독립성과 객관성 강화 방안, 두 번째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국민의 알권리 강화 방안, 마지막으로 환경영향평가의 민주적 의사결정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이었다. 세부적으로는 7개 개정안에 대해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거짓부실로 작성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는 벌칙을 강화하고, 잘못한 평가에 대해서는 반드시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잘못된 평가로 인해 승인된 사업의 승인 또한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필자가 토론하고 있다. ⓒ 정수근관련사진보기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 반드시 이루어져야

두 사람의 발제 후 지정토론이 이어졌고, 전재경 자연환경국민신탁 대표는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행하는 구조는 모순적이라며 "현행 환경영향평가의 협의, 반려, 보완의 절차는 내가 보기엔 정의로운 법체계의 적법 절차(due process)가 아니다"라며 "미국처럼 관련 행정청이 평가를 실시해 평가에 대한 행정 처분성 문서를 발행하는 등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시온 환경영향평가협회 회장은 환경영향평가업체의 입장에서 한계와 대안에 관해 이야기했다. 현재 환경 조사가 부실해지는 건, 저가 발주 및 전문 인력 부족 등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같은 문제가 사업자와 승인권자, 협의자가 평가대행자에게 전부 책임을 부가하는 비용 구조적 한계와 책임 구분의 모순에서 오는 폐해라 주장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인 필자는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환경부가 행하는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한 환경영향평가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서 설명했다. 또 설악산과 새만금 같은 곳까지 환경영향평가가 통과되는 기막한 현실에서 환경영향평가 예외 지역을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꼭 보전해야 할 중요한 지역은 예외지역으로 지정해 일체의 개발 사업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중록 습지와새들의친구 운영위원장은 대저대교, 엄궁대교, 장낙대교의 환영영향평가 문제를 토대로 이 제도의 허점과 한계를 이야기 했다. 특히 "겨울철 큰고니 서식지로 기능하는 낙동강하구 문화재보호구역에 함께 건설되는 교량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2021년 반려됐으나, 정권이 바뀐 뒤 결론이 뒤집혔다"라며 분노했다.

이에 대해 이진희 환경부 국토환경정책과 사무관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환경부가 이 제도의 개선을 위해 유연성을 높이고 과학적 평가기법을 개발해 제도의 신뢰성 확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속평가 대상과 심층평가 대상으로 나누고 심층평가는 공청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도록 한다거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을 조례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편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등의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이혜경 입법조사관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신뢰 회복이 과연 제도개선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란 주제로 토론했다. 그는 '사업자가 아닌 제3의 기관에서 환경영향평가 용역을 발주하더라도, 환경현황 조사 등에서 사업자의 적극적 협조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녹색연합 그린프로젝트팀의 임성희 팀장은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논란, 새로운 장이 필요하다"는 주제로 토론했다. 그는 환경영향평가의 객관성과 독립성 확대 그리고 거짓부실 평가에 대한 후속조치 강화와 민주적 주민참여 기능의 강화를 통해 이 제도의 근본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이날 토론을 바탕으로 환경영향평가제도 도입 근본 취지를 다시 물어야 한다. 개발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예방하는 사전예방적 정책수단으로 이 제도가 도입되었다면 제도 취지에 맞게 갈등을 양산하는 정보 공개의 불투명성과 반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잘못된 평가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명확히 묻고 재평가와 사업승인의 취소까지 이를 수 있어야 정말 책임 있는 평가와 더 이상의 갈등 없는 평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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