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언덕의 경고, 자연의 순환이 끊어진 현장
하늘에서 내려다본 동해안 하천...
강과 바다, 생명의 길이 막히다
/진재중
강물이 바다로 흐르지 못하고 멈춰 섰다. 하구에 형성된 모래언덕이 물의 흐름을 막아
강과 바다의 연결을 끊으면서, 고인 물 속 생물들은 갈 길을 잃었다.
자연스럽게 바다로 흘러가야 할 모래가 하구에 쌓여 해안선 후퇴를 가속화하고,
정체된 물은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9월부터 강원 고성부터 경북 울진까지,
동해안 하천 하류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영상 기록이다.
▲강릉, 연곡천
오대산 자락에서 흘러 동해로 흐르는 연곡천(2024.9.6)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백두대간이 대한민국 하천 흐름의 분수령 역할을 한다. 백두대간에서 발원한 하천들은 서쪽, 남쪽, 동쪽으로 나뉘어 흐르며, 권역별로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서쪽과 남쪽으로 흐르는 하천은 완만한 경사로 인해 길게 이어지며 대규모 하천으로 발달한다. 이 하천들은 넓은 유역을 바탕으로 농업과 생활용수를 공급하며, 지역 에 중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은 짧고 경사가 급하며, 동해로 유입된다. 강수량과 지형 변화에 민감해 주변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론 촬영으로 하늘에서 본 결과, 강원 고성 북천에서 경북 영덕 송천강까지의 대부분 하천들이 본래 기능을 잃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모래 이동이 차단되어 하천 흐름이 막히고 바다와 강을 잇는 생태 통로가 단절되었다. 이로 인해 하천물이 모래언덕에 갇혀 바다로 흐르지 못하고, 기수 지역 생물도 사라졌다.
바다로 흘러야 할 모래, 갈길을 잃다
[울진, 척산천]
경북 울진의 척산천은 하류에 모래가 퇴적되어 바다와 하천의 생태계가 죽어가고 있다. 척산천은 태백산 기슭에서 발원하여 울진군 기성면의 중앙부를 흐르는 하천으로 산세가 바르고 앞내가 맑게 흐른다고 하여 정명천이라 불렀다고 한다.
정명천은 두 개의 지류가 정명리 앞에서 합류하여 척산리와 기성리를 거쳐 동해로 합류하는데, 기성리에 위치한 하천을 척산천이라 부른다.
지난 11월 20일 하늘에서 내려다본 하천 하류에는 거대한 모래언덕이 형성되어 있다. 남북으로 이어진 모래톱이 하천의 물 흐름을 차단하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넓게 펼쳐진 모래밭에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아, 생태통로의 고통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남아 있다.
하구에 형성된 모래언덕은 물의 흐름을 막아 정체된 물웅덩이를 만들었다. 고인 물은 오염 물질이 축적되어 수질 악화와 생물 다양성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마을 주민은 "예전에는 맑은 물이 바다로 흘러갔는데, 이제는 물이 갇혀 썩는 냄새까지 난다"고 말했다.
현장 상황이 이런데도, 울진군청 관계자는 모래가 쌓이면 준설 요청을 받아 모래를 퍼 올리고, 이를 인근에 보관한 후 공공목적으로 활용한다고만 밝혔다.
▲울진, 척산천경북 울진 척산 (2024.11.20)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울진, 척산천하구에 모래가 퇴적되어 바다와 하천의 통로가 막혀 있다. (2024.11.20) ⓒ 진재중관련사진보기
척산천 하류에는 모래를 건자재로 활용했던 시설이 바로 옆에 서 있다. 골재용 모래 선별기는 녹슬어 방치되어 안전사고를 초래할 위험마저 커지고 있다. 오래전 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보이지만, 울진군 기성면 관계자는 공사 중단 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방치된 선별기가 낡고 위험한 상태로 남아 있어, 안전사고나 환경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동해안을 여행하는 김선기씨는 " 바닷모래를 골재로 활용했다는 것도 문제인데 녹슨 채 방치된 시설을 그대로 두어 자연경관을 헤치는 것도 문제다"라고 지적한다.
모래 흐름 차단은 영양물질의 바다 유입을 막아 수질 악화를 초래하며, 기수 지역 차단은 폭우나 해수면 상승 시 침수와 침식을 유발해 저지대 마을에 심각한 환경 피해를 줄 수 있다.
해안침식을 연구하는 장성렬 박사는 "하천 하류의 모래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해안재해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하게 준설을 해서 바다로 돌려 줘야 한다"고 말한다.
생태 통로를 막아버린 모래언덕
[강릉, 연곡천]
강릉 연곡천은 오대산에서 시작해 동해로 이어지는 하천이다. 소금강 지류에서 내려온 토사가 하구에 쌓여 모래언덕을 형성하며, 유량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물길이 막혀 고여 버린다.
지난 9월 현장에서 확인했을 때, 하늘에서 보면 강물이 바다로 나가는 길은 보이지 않고 모래언덕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모래언덕이 강과 바다를 막아 생물이 이동하지 못하면서 하천이 죽어가는 상태가 되었다.
강릉에서 낚시를 하러온 이기종씨는 "예전에는 투망만 던지면 한 바구니씩 잡았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고기조차 구경할 수 없어요. 보시다시피 고기가 올라올 수 없지 않나요?"라며 상황을 되물었다.
[삼척, 마흡천]
마흡천은 맑은 물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계곡으로, 뱀장어와 메기, 민물개 등이 서식하던 깨끗한 하천이었다. 그러나 9월에 현장을 방문했을 때, 지난 여름 폭우로 바다로 흘러가지 못한 흙탕물이 고이는 현상이 목격되었다. 이 하천도 하구가 퇴적되면서 바다와 민물을 오가던 생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 마을 주민은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민물고기가 참 많았지요, 요즘엔 모래가 바닷가에 쌓여있어 바다에서 고기가 올라와야 하는데 길을 막아 놨어요. 안타깝습니다" 하고 하소연한다.
하구는 단순히 물길의 끝이 아니라 해양과 육지를 연결하는 중요한 생태계 허브다.따라서 지속 가능한 관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바다와 강의 순환고리
[고성, 북천]
강원도 고성의 간성읍 북쪽을 흐르는 북천은 백두대간 허리인 진부령 부근에서 발원해 간성읍을 거쳐 동해로 흐른다. 이 하천들의 하류에는 비교적 넓은 평야가 전개되어 있다.
북천의 남·북 방향 해변은 규모가 큰 사빈이 연속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사빈의 배후에는 해안사구가 발달하고 사구에는 해송이 자라고 있다.
홍수기에는 하천의 유량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모래가 빠져 나가는 길이 열린다. 이 길을 따라서 하천의 많은 모래가 바다로 나간다. 하늘에서 보면 하구 아래 방향으로 물길이 터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 길은 모래를 날라주는 길이기도 하지만 연어와 황어가 올라오는 길이기도 하다.
[양양, 남대천]
강원도 양양군 남대천 하구에 위치한 낙산 해변과 송전 해변은 백사장이 드넓다. 백사장의 주 모래 공급원인 남대천이 있기 때문이다. 양양 남대천은 백두대간 허리 자락에서 45km를 지나 동해안으로 흐른다. 풍부한 유량과 긴 수로는 많은 양의 모래를 바다로 유입시켜 해변에 공급되는 모래가 풍부하다. 이로 인해 주변 해안은 연안침식이 없다.
지난 10월 하늘에서 본 양양 남대천에서는 하천 하류 중앙이 바다와 강을 연결하는 통로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매년 10월 중순, 연어는 산란을 위해 남대천으로 회귀한다. 연어는 동해와 베링해를 거쳐 성장한 뒤 고향으로 돌아오며, 남대천은 한국 연어의 70% 이상이 회귀하는 주요 하천이다.
바다와 강을 이어주는 하천은 생명의 통로 역할을 하며, 다양한 생물들이 번식하고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연어와 같은 회귀성 종들의 회귀를 돕고, 지역 생태계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안침식 원인, 하천길이 막히다
바다로 흘러가야 할 모래 퇴적이 되어있다. 동해안 대부분 하천 하류에서 나타나는 특징이다. 산과 하천에서 내려온 모래는 바다로 흘러 해빈을 형성해 주어야 하는데 그 길이 막혀 연안침식을 유발한다.
[울진, 왕피천]
왕피천은 경상북도 금장산에서 발원하여 울진군을 지나 동해로 흘러드는 지방 1급 하천이다. 우리나라 최대의 은어 서식지로 산란철이면 바다에서 강으로 회귀하는 반짝이는 은어 떼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왕피천 다리의 이름과 모양도 은어를 형상화 했다.
지난 11월, 하늘에서 보니 하천 물이 바다로 흘러가기 전에 모래언덕이 형성된 모습이 보인다. 이 모래언덕은 관광객들에게는 산책로가 되지만, 바다로 흘러가야 할 모래를 가로막는 장벽이기도 하다.
이 지역 인근의 망향정 해변로 해안은 심각한 연안침식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천에서 내려온 모래가 해안에 적절히 공급되지 않으면서 연안침식이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연안측량 전문가인 이형석 박사는 "하천에서 흘러오는 모래가 원활하게 공급되었다면 해안 침식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모래의 지속적인 공급이 해안침식을 예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울진, 황보천]
경북 울진의 황보천은 평해읍 월송리 해안에서 동해로 유입되는 하천이다.
이 하천 하류는 모래가 쌓여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인근 구산 해변으로 가야 할 모래가 차단되어 모래언덕이 형성되었고, 구산해변은 연안 침식으로 피해를 입었다. 연안 침식 방지사업으로 잠제(수중방파제)를 설치했지만, 전문가들은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말한다.
강물이 흘러야 할 길이 막히면 모래가 고여 새로운 지형이 형성된다. 이로 인해 주변 생태계와 인간 활동에 영향을 미치며, 기수지역과 인근 해안 지역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모래가 바다로 흘러가지 않으면 해안지형의 변화가 일어나 지역의 침식과 인프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강원대학교 지구환경시스템공학과 김인호 교수는 "하천에서 내려가는 모래는 자연스럽게 바다로 흘러가야 하지만, 동해안 하천 대부분은 그 흐름이 막혀 있다"며, "동해안 연안침식을 막기 위해서는 하천에서 유입되는 모래를 침식이 심각한 지역에 적절히 공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하구에 쌓이는 모래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침식된 지역에 다시 공급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구는 바다로 유입되는 하천의 종착점으로, 일반적으로 모래와 퇴적물이 이동해 해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최근 하늘에서 바라본 하천하구는 모래언덕이 형성되면서 이러한 자연스러운 이동이 차단되었다. 그 결과, 해안선이 파도와 조류에 의해 급격히 침식되고 있다.
하천 하구 모래언덕 문제가 해안선 침식과 생태계 파괴로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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