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관한 명상

 

한 해 미국에서만 200억 개가 넘는 페트병이 사용된다고 한다.

어림잡아도 수천억 개의 페트병들이 매년 지구에서 유통되고 있는 셈이다.

 

썩지 않는 일회용 포장재는 쓰면 쓸수록 역효과가 커진다.

수질과 대기 오염만큼 심각한 것이 플라스틱 공해라는데 이것의 주범이 페트병이다.

 

산속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그야말로 약과다.

바다를 더럽히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부메랑이 되어 인간을 공격한다.

 

데이비드 드 로스차일드는 이 공격을 막기 위해 나선 용감한 환경 전사다.

영국의 환경운동가인 그는 참으로 무모하다 싶은 모험을 감행했다.

 

페트병 12500개를 모아 플라스티키라는 배를 만들어

샌프란시스코에서 호주 시드니까지 129일 동안 항해했다.

 

그가 죽음을 무릅쓰고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모험을 한 이유는 단 하나.

인간이 바다에 버리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텍사스 크리스천 대학의 제프 페럴 교수는 쓰레기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학자다.

그는 애리조나 대학의 종신 교수직을 박차고 나와 8개월간 외도를 했다.

 

남들은 종신 교수직을 버릴 정도라면 엄청난 학술작업을 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가 한 일은 쓰레기통을 뒤지는 일이었다.

 

8개월간 고향의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수집했고,

재활용품으로 생활을 한 뒤에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라는 책을 썼다.

이 쓰레기 연구에서 그는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한다.

 

그중 하나는 쓰레기 상당수가 쓰레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멀쩡한 물품들이 대다수였으며, 심지어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들이 즐비했다고 한다.

이렇게 쓰지 않은 쓰레기를 통해서 그는 소비지상주의 뒤에 자리 잡은 낭비문화를 보았다.

 

그는 쓰레기통 속에서 찾은 편지, 졸업장, 가족사진, 결혼 앨범,

선물 등을 통해 소중한 삶의 흔적을 발견한다.

 

하루는 쓰레기 봉투에서 친구 어머니의 유품을 발견하고 등골이 오싹해진 적도 있다.

친구에게 바로 연락을 했지만 받고 싶지 않다는 싸늘한 대답이 돌아올 뿐이었다.

 

과거와 기억이 담긴 물건들이 통째로 버려지는 것을 보면

쓰레기를 통해 개인의 삶도 복원이 가능할 것 같다.

버려진 인생의 조각을 맞춰서 개인의 역사까지 쓸 수 있다는 말이다.

 

이쯤 되면 쓰레기는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니다.

제프 페럴은 쓰레기 속에 있던 잡지와 책, 주요 고서들을 찾아내 공부까지 했다.

 

그는 이것을 길거리의 깨달음이라 했다.

명상과 깨달음의 존재로서 그 가치를 끌어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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