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말리기
쉽지 않은 농사가 있으랴만 고추농사처럼 품이 많이 드는 농사도 드물 것이다.
봄부터 하우스 안에서 포트에 종자를 심어, 밭갈고 비닐을 씌우고 지주를 세우고
고추를 수확하여 말리기까지의 과정을 지켜보면 참 험난하다.
지난해 초보농군의 꿈에 젖어 풋고추도 아끼다가
탄저병으로 애써 가꾼 고추를 하루아침에 날려버린 탓에
올해는 병해가 오기 전에 풋고추라도 생산해서
이웃에게 인심이나 쓰려고 100주를 사다가 심었다.
봄날의 뜨거운 햇빛은 고추를 풍성하게 해주고 가지가 부러져라 열리는 바람에
농장을 드나들적마다 한봉지씩 따다가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아마 반 정도는 풋고추로 정리하는 바람에 이거 너무 생색만 낸거 아냐 하는 걱정도 했다
이어 지루한 장마가 시작되고 늦봄에 열리던 고추는
꽃을 피우지 못해 더 이상 열리지 않은 채 많이 솎아낸 탓인지 가지마다 튼실했다.
지난해 무름병으로 한번 홍역을 치룬 경험이 있는데다
계속되는 비 때문에 고추농사는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은근히 걱정이 되는 터라 농약상을 찾았다.
올해 같은 장마에 유기농 찾다가 망한다는 한마디에 권하는대로 영양제까지 사들고,
잊지 말고 10일에 한번씩 살포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텃밭 농사 시작하면서 조금 익을만하면 달려드는 탄저병 때문에
처음으로 살균제라는 농약을 써보았다.
곰팡이에 허옇게 상하는 붉은 고추를 보며 서운했던 마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 아니고는 모를 것이다.
8월중순 광복절이 지나서야 하늘도 개이기 시작했는데,
햇빛 때문인지 조금씩 빨간색으로 익기 시작하는데,
다행하게도 고추 한 개 크기가 워낙 커서 결국 총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아
그런대로 우리가족이 자급하기엔 충분했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또 다른 걱정거리가 있었으니 날씨가 고추 말리는데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올해처럼 여름내내 비가 오는 바람에 고추 말리기가 쉬운일이 아니다
고추모종이야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었으나, 모종을 심는 일,
고추를 따는 일도 그렇지만 말리는 과정은 더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다.
금년 여름 날씨는 햇볕 구경을 하기 어렵고, 해가 보이다가도
금방 쏟아지는 날씨를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1년에 한 두 번 사용하는데 보통 3, 4백만 원 하는 건조기를 갖추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비닐하우스가 있지만 거주하지 않으니 아파트로 들고 와도 널어 둘 곳이 없었다.
할 수 없이 거실에 두었다가 옥상으로 가져가 비닐을 덮고 펼쳐 놓은 일이 계속되었다
외출 할 적마다 집안으로 들여놔야 하고 고추가 한꺼번에 익는것도 아니어서
사흘에 한번은 농장에 가서 따는일과 집으로 가져오는 일이 번거롭기만했다
고추 말리기는 볕이 좋아도 일주일 넘게 걸리는 일이다.
건조기가 있다면 시간은 단축되겠지만 그래도 사람 손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결국 인터넷에 물어보기로 한다.
식품건조기.
소형이고 우리처럼 조금씩 따서 말리기엔 딱 좋다는 광고에 콜~
아래층 할머니께서 고추농사 잘 됐느냐고 묻는다
올해 고추값이 장난이 아니라면서 백김치 먹게 생겼네 하신다
주변에서는 고추값이 많이 오른다는 소문이다.
올해 같은 날씨속에 고추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농산물 가격이 고추뿐만이 아닐 것이다
지금처럼 고환율 정책으로 농산물값이 단기적으로는 폭락과 폭등을 오가는
널뛰기 형태를 보이며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준으로 상승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난해 배추 파동에서, 현재 산지 소값은 떨어져도
소고기 소비자가격은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에서 생생하게 보아왔다.
올해는 난생처음 고추를 자급자족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그런데 다 팔아도 기름값이나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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