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이 아니라 시골에 살기 위해 ‘귀촌’


낯선 세계, 새로운 생활 앞에 서게 되면 그 어떤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게 됩니다.

이제 환갑을 넘어 더 나이 들기 전에 귀농생활을 끄집어 냅니다

나이 육십에 집 한 채 깔고 앉아 다시 빈손으로 시작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까?

얼마든지 할 수 있다'라고 자문자답해 놓고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각오로 이것저것 따져 보게 됩니다.

새 터를 준비하면서 그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 시작도 못해보고 그대로 주저 앉을 것 같아 견학도 갑니다

서울 사람들의 발길이 잦다는 춘천부근에 자리한 팬션들은 거의 호텔수준이었습니다.

성수기 비수기 따로 없이 시시때때로 찾아올 수 있게끔 호화스럽게 꾸며놓고 있었습니다.

순전히 내 생각이지만, 이건 아닙니다.

비우고 살면 더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소박하지만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소박한 삶을 살 수 있는 곳

주변에 피어나는 풀꽃에 눈길을 줄 수 있고

끼니마다 가족과 함께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

혼자서 집을 지을 수 있는 여유도 생기고

약초를 찾아 산을 돌아다닐 시간도 생길 것입니다.

누가 시켜서 일하지 않고 누군가를 시켜야 할 필요도 없이

내가 온전히 독립된 인격으로서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전원생활을 하게 되면 으례 농사나 정원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밭이나 정원을 관리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서툰 농사일로 속상해 하는것보다 운영비가 적게드는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않는생태공간을 구상합니다


조부께서 물려 준 땅.

어릴적 선친따라 고향을 떠난 이후

4번이나 산천이 변한 세월이 말해주듯 이건 옥토가 아닙니다

나무와 잡초가 무성하고 습지화되어 발조차 디딜 수 없는 황무지

그러나 여기서 희망을 찾았습니다

고향을 다시 만든다는 신념으로 귀농을 생각해 낸 것입니다

사실 ‘귀농’이 아니라 시골에 살기 위한 ‘귀촌’입니다

용두암지(池)라는 네비에도 나오는 2천평 정도의 저수지가 있고

국토정중앙 공원이 바로 건너 보이고 소양호가 내려다 보이는 봉화산(875m)이 뒷산.

주변은 온통 나무가 가득한 임야로 둘러쌓인 노송이 있는 작은 산과

그리고 사철 샘이 흐르는 실개울..

소위 펜션자리가 요구하는 여건이 다 갖추어진 작은 터.


사람과 자연이 함께하는 귀촌을 준비합니다

건강한 생태공간을 조성하여 자연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환경에 대한 중요성과 이해증진을 위한 자연 생태계 해설 기능 공간으로...

야생화원에는 고향집정원, 약초정원, 산채정원등 특색 있는 정원을 만들고

분재정원에는 소나무, 화살나무, 소사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분재를 자연 상태로 심으며

에덴정원을 만들어 DMZ 모형과 자생 숙근초와 초화류를 식재하고

습지정원은 계곡수를 그대로 활용하여 생물 서식장소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관리사 이외에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아침광장인 야영장에는 야외교실과 휴게공간을 만들어

야영을 통한 교육장소를 제공합니다

시작이 절반이다 했습니다.

이제 귀촌 프로젝트가 시작됐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평생의공직경험과 숲 해설가, 등산안내인, 환경지도자, 정교사자격등

공간을 이끌어갈 여건은 준비되었으니

이제는 생태공간을 마련하고 누구나 와서 자연과 함께하는 배움터를 시작하려 합니다


지난 2년간

시장에서 모든 채소는 다 구입해서 키워도 보고

야생화마다 이것저것 잡히는 대로 구해서 텃밭에서 뿌려보고

산에도 뿌려보고 물가에도 뿌려보고

연습삼아 여기저기 뿌려보며 경험을 얻습니다

내 손뿌림에 의해 새 생명체라는 새싹이 올라오는 소중함을

눈맛 손맛 가슴맛으로 체험하고

이제 본격적으로 파종포를 만들어 행하면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종자 발아를 위한 비닐하우스. 채소는 자급자족..

전기도 들여야 하고, 우물도 필요하고

안팎에 들꽃을 심고 뒷산비탈에는 국화를 심으려 합니다.

주변으로 계절 과실수를 심고, 저수지엔 연꽃을

밭에는 해바라기도 심고 겨울에 피는 복수초도 심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철 꽃을 감상할 수 있는 곳으로..

낮에는 밭갈고 밤에는 그동안 미뤘던 서예공부에 정진하고..

지난해 산과 들로 쏘다니며 자생지가 확실한 순수종으로 채집한

들꽃씨앗 100여종이 지금 파종을 기다립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기에 귀촌 준비를 시작합니다

장비를 들이대고 필요한 곳은 남기고 밭을 일굽니다.

시작과 동시에 추위가 밀려듭니다

꽁꽁 언 대지에 찬바람이 불고 공사자체가 지지부진하고...

하긴 이미 시작된 고생길을 알려주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경인년 새해,

이제 가족을 떠나 자연으로 떠나는 독립운동을 시작합니다

노년에 반드시 걸어가야 할 길에서

누구 함께 할 후원자 없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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