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농장

텃밭 농사하는 농부들에게 겨울은 대학생들의 방학만큼 긴 방학입니다.

단단하게 얼어붙은 땅에 심을 작물도 없으려니와

전문적인 시설농업을 하지 않는다면 겨울은 온전히 농한기인 셈입니다.

농장에 가본지도 두 달이 훌쩍 넘었습니다

특별히 힘들여 할 일이 없으니 눈 쌓인 텃밭에서 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설을 앞두고 묻어둔 배추를 꺼내려 잠시 들렸습니다

예상대로 농장은 눈밭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울타리를 돌아 농장을 다녀간 발자국이 눈위로 뚜렷합니다

지난 초겨울 모래를 퍼내느라 저수지 물을 다 빼냈는데

겨울 가뭄 속에서도 물이 가득하고 얼음까지 두텁게 덮였습니다

배추구덩이 덮개를 걷어내 봅니다

묻어 둔 채로 노란 잎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신기한 일입니다

비닐로 덮어 둔 무카리스는 땅에 바짝 엎드린 채 겨울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짚으로 덮어 둔 수선화는 지금쯤 꽃망울을 만들어 내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산아래 밭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땅에 엎드린 꽃무릇은 아무일 없다는 듯 굳건하고,

눈속에서 빠끔히 내다보는 상록패랭이

어떻게 저런 몸으로 겨울 추위를 이길까 싶은데 아주 생생합니다.

지난해 수해 때문에 옮겨 심은 꽃들이 무사히 겨울을 이겨낼 수 있을지

가까이 들여 다 보지만 안타깝기만 할뿐...

그 푸르던 잎들이 갈색으로 변해가고

언 땅에 뿌리를 감춘 잎이 힘이 없어 추워 보입니다




이제 머지않아 봄입니다

기다린 만큼이나 농장을 예쁘게 장식해 주어야 할텐데

3월이 되면 가장 먼저 파종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지난해 늦게 파종하는 바람에 열매를 맺지못한 탓입니다

이제는 텃밭 농사 계획도 세워야 합니다

금년에는 무엇을 어디에 얼마나 심을 것인지

채소류와 고추, 가지. 토마토,고구마 등을 자급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는 한 작물을 결코 많이 심지 않습니다.

욕심껏 많이 심다보면 농사도 망치고 건강을 해칠 수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건강을 지키자는 텃밭 농사인데 나이를 먹을수록

무리하게 욕심을 부리면 쉽게 몸을 상할 수 있습니다.

마늘은 심지 않았습니다. 경험이 없어 알이 작고 수확도 별로이기 때문입니다

고구마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00주를 심을 계획입니다.

고추는 지난해보다 두배로 200주를 자리를 바꾸어 심고,

옥수수는 한 이랑만 심을 작정입니다.

가지와 토마토는 20주씩, 야콘은 식구들이 먹지 않아 포기합니다

강낭콩, 메주콩, 팥, 참깨는 텃밭에 심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해 잦은비로 실패한 경험이 있고

무엇보다 고라니가 가만두지를 않기 때문입니다

토란은 한고랑 가득심어 야생화처럼 키울 작정입니다

사실 농작물을 많이 심으면 수확하고 치우는 일도

힘들뿐만 아니라 보관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그때그때 먹고 말 작정으로 많이 심지 않습니다.

남는 텃밭은 무조건 야생화로 채울 작정입니다

파종을 기다리는 200여종의 씨앗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텃밭농사. 분명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힘들고 어려움을 넘는 재미와 보람을 더 느낄 수 있는 일입니다.

요즘처럼 먹을거리가 불안한 시대에

직접 생산한 안전하고 싱싱한 농산물을

내 가족과 이웃들이 먹을 수 있다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아직은 겨울입니다

이파리 전부 떨궈내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야생화를 보면

그들의 삶 속속들이 보이는 듯하여 애틋하고 장엄합니다.

옷을 껴입어도 추울날, 그는 맨몸으로 겨울을 맞이합니다.

그래도 그들이 외롭지 않고, 쓸쓸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품고 있는 연록의 꿈,

새봄 새순을 앙상한 가지마다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텃밭 농사, 이제 3년째 접어들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설을 쇠고 언 땅이 풀리면 우선 밭갈이부터 시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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