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농사의 손길이 가장 바쁜 7월 초,
봄부터 지은 주변의 농사를 둘러보니 한숨과 함께
나도 몰래 고개가 절레절레 흔듭니다.
나에게 농사는 아직도 갈 길이 아득하기만 합니다.
귀촌을 준비하면서
정말 매주 두 번씩 비오는 날만 빼고 시간만 나면
욕심 때문에 그 좋아하는 등산도 걸러가며
어김없이 뙤약볕 아래서 야생화를 심고, 텃밭을 조성하고,
씨뿌리고, 틈틈이 풀을 뽑는 노동을 해야 했습니다.
고구마는 이제 자리를 잡아갑니다
고추는 다른 집 것의 절반도 크질 못하고 있습니다
부르콜리
현재까지 자란 모습을 보면 낙제점을 면하기가 어려울 정도입니다
잡초와의 전쟁, 눈에 보이는대로 뽑아내지만
비온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잡초가 텃밭을 메웁니다
허리아프고, 손 마디에 공이 생기고, 정말 힘들지요!
자급자족하겠다고 심어 놓은 감자와 고추, 배추 등의 채소류도
가뭄과 관리 소홀로 다른 집 것의 절반도 크질 못하고 있습니다.
남이 볼까 은근히 신경이 쓰일 지경입니다.
배추는 겨우 4포기를 건졌습니다
고라니가 지나간 배추의 모습
듬성듬성 살아남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고라니가 와서 상추, 쑥갓, 시금치, 아욱 중
먼저 배추만 골라 먹었더군요.
다음 날엔 상추, 다음에는 콩잎 순으로 3일이면 야채밭을 완전히 망쳐 놓더군요.
심기만 하고 제대로 돌볼 줄 모르는 지금의 농사 성적표는
농사라고 하기엔 차라리 포기하기에 딱 어울릴 수준인 것 같다.
그렇다고 일손을 놓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요즘 같은 때는 어김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동을해도
마음은 급하고 몸은 척척 움직여 주지 못하니
초보 농사가 그림처럼 될 리가 만무한 상황입니다.
농사로 경제자립이 가능할지는 애초부터 불가능합니다.
귀농해서 성공했다는 어느 지인의 말이 새삼 떠오릅니다.
"농사는 완전 자급형 소농이 되던가 아니면 농사 CEO가 돼야지,
중간 규모의 농사가 가장 고생한다."
결국 지금 나의 농사는 어정쩡한 소농으로
소득은 적고 몸만 고생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어떻게 지어야 먹고 살 것인가?
농사는 날이 갈수록 어렵고 고민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겨자채는 꽃이피어 화초로 남아있습니다
떵콩도 많이 건강해 졌습니다
개곰취
곤드레
취나물
뚱딴지
고추냉이는 시험재배중 입니다
더덕은 이제 싹을 올립니다
매실은 노루가 잘라먹고 겨우 모양을 잡아갑니다
벌나무도 심었습니다
음나무(엄나무)는 올봄 이상기온으로 다 죽고몇개만 목숨을 보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