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이야기 /딱새
어느 봄날,
우리 주말농장 관리사안에 딱새란 놈이 무단입주하여
알을 낳은뒤 부화까지 성공하여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발견 당시부터 커서 자연으로 돌아갈때까지 과정을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보기 드문 과정인데 촬영장소가 지붕 위 좁은 틈이라 사진이 선명하진 않습니다
컨테이너를 올려다보니 운반용 고리가 있는 구멍이 좀 이상했습니다
지푸라기 같은게 보이고..
일전에 지붕위에 올라갔다가 말벌이 집을 짓는 바람에
쫒아내느라 혼난적이 있는데 이 녀석들이 또 왔나..
이런, 딱새가 찾아든 것입니다. 방이 두칸
한켠엔 알을 낳고 한켠에 침실을 마련하는 지혜가 놀랍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컨테이너 지붕위에 집을 짓다니
그늘막 씌우러 올라가고 붙잡아매는 일마다 구멍을 이용해야 하는데
따가운 햇살에 컨테이너 지붕의 온도가 어떨지 모르는데...
혹시라도 너무 뜨거워서 알이 골아버리는 것은 아닐까,
새끼들이 부화할 즈음이면 7월의 햇살을 이겨낼 수 있을까 싶었지요.
딱새가 처음엔 다섯개의 알을 낳았습니다.
작디 작은 다섯개의 알, 그 알 하나하나 생명이 들어있다는 생각이 들자
이제는 그들을 지켜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붕이 없으니 비를 맞지 않도록 판자를 줏어다 하늘을 덮어주었습니다
사람 가까운 곳에 집을 짓는 딱새,
뱀이나 고양이, 천적에서 안전한 곳을 골라 집을 짓습니다.
인간들 근처에 있으면 천적들로 좀 더 안전하다는 아는 모양입니다.
딱새를 만나려면 좀 복잡합니다
사다리를 들고가 올라가서 안을 들여다 보아야 하니까요
열린구멍으로 들여다보면 어미새는 알을 품고 있다가
불쑥 들여다보는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알을 지키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가
가까이 가면 훌쩍 날아가 버립니다
너무 자주 들여다보면 불안감을 조성하면
혹시라도 어미새가 알을 품지 않고 떠나가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됩니다
다행히도 부지런히 드나드는 모습만 바라보았습니다.
드디어, 새끼들이 부화했습니다. 네개의 알이 깨어났습니다.
어미가 먹이를 물어오면 새끼들이 먹이를 달라고 입을 벌리며 목을 세웁니다
맨 처음에 어민줄 알고 입을 벌리더니만 몇 번 반복되니까 반응이 없습니다.
서로가 눈치를 봅니다. 경계를 하고 자리를 비켜주고...,
이젠 새끼들이 불안해 할까봐 한동안 열어보지 않았습니다.
들깨모종이 바쁜 틈에 잊고 있다가
농장에 들어서는 순간 깜짝놀랐습니다
털도나지 않은 애숭이가 땅바닥에 떨어져 죽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둥지 아래가 아닌 마당 한가운데에 내팽개진참으로 불쌍한 녀석입니다.
농장을 비운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엄마 아빠가 부지런히 먹이를 나릅니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봅니다
그런데 오랫만에 예쁜 새끼의 모습이 아니라
다 자라지 않은 까만 털이 숭숭 박힌 못난 모습이었습니다.
세마리가 있기에는 좁게 느껴지는 작은 둥지,
몇 마리가 있나 둥지를 들여다보는 순간 밖으로 튀어 나갑니다
이제 떠날 시간이 멀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잠시 그들을 잊었습니다.
조용해서 들여다보니 이미 딱새는 새끼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떠난 뒤였습니다.
딱새의 빈 집, 허전했습니다.
딱새가 없는 빈 둥지가 있는 농장이 쓸쓸해 보입니다.
우리는 새끼들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한달 반, 딱새가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