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이야기 /야생회(2)
장마도 지나고 오늘은 입추입니다.
하루 온종일 여름햇살 뜨겁게 대지를 달구고,
하늘은 맑고 흰 구름 눈부시게 높더니 저녁이 깔리는 시간,
봉화산은 짙은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합니다.
풀밭이 되어버린 야생화 파종 밭을 대강 정리하고
힘들다는 이유로 쉬기도 할 겸 산책을 나섭니다.
경계를 따라 한바퀴 도는 데만 쉬엄쉬엄 걸어 1시간 정도
길가에 빨갛게 익었던 산딸기도 없어지고
장마 비로 불어난 계곡물 소리 웅얼웅얼 흐르는 산책로엔
의아리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나비를 부릅니다.
느긋하게 걸어라에서 조이스 럽은 걷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면의 고독은 내 안에 묵상의 공간을 터주었다.
내 몸의 리듬이 점차 내 영의 리듬과 균형을 이루었다.
쫓기거나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느긋하게 걷다보니
전에는 무턱대고 급히 지나쳐버렸던 삶이 제대로 보였다.
속도를 늦추는 것이야말로 이 묵상의 필수조건이었다" 라고
얼마만에 바라보는 평화인가
마음을 비우고 솔바람을 맞으며
연못위에 하얀 어리연꽃이 살며시 피어있습니다.
화들짝 놀라 숲속을 바라보았더니만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 꽃망울이 더 많습니다.
초롱꽃이 숲속을 환하게 비추다 그 자리에 다시 엉겅퀴가 피어나고
하얀 데이지 꽃이지고나면 노오란 금불초가 한창입니다
보이지 않게 변해가는 야생화의 세계는 실로 놀랍습니다
스스로 피고 지며 여름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꽃만 보면 카메라에 담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근래에 들어서 그냥 바라보기만 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늘 그렇게 피어나고 사라집니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피어나는 꽃은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누가 봐주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자기의 삶을 살다가 갑니다.
농장 앞으로 보이는 산군들
멀리로돌산령 대암산으로부터 밀려오는
도솔지맥이 이어집니다
벌개미취
톱풀
기린초
한련화
좀씀바귀
글라디오라스
글라디오라스
송엽국
채송화
돌나물
검은조
부용
카네이션
쑥갓
분꽃
분꽃
바위솔
어리연
다투라
인동
꽃범의꼬리
금불초
야생동물 발자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