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 가고 '슬로우' 온다... 버리지 말고 입자!

의류 폐기의 그늘, 지속 가능한 의생활 실천으로 걷어내야

 

대학생 윤아무개씨는 한 주에 한 번 '종합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한다.

간편 결제 기능을 통해 장바구니에 담아둔 티셔츠와 청바지를 구매하면

며칠 뒤 현관까지 택배가 배송된다.

 

서랍장에는 구매하고 몇 번 입어보지 않은 옷들이 쌓여있지만,

그는 여전히 "입을 옷이 없다"고 말한다.

윤씨의 쌓인 옷들은 어느 날 한꺼번에 버려지게 된다, 수거통 속으로.


  ▲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의 한 장면  


2021년 7월 1일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 '옷을 위한 지구는 없다' "내가 버린 옷의 민낯"에 따르면 헌옷수거함 옷 중 5%만 국내 유통되고 95%는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된다. 수출된 옷은 일부 재판매를 제외하면 또다시 수로 혹은 강변에 버려진다. 이렇게 전 세계에서 발생한 폐의류가 매년 330억 개에 달한다.

우리가 쉽게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 걸까. '패스트 패션'은 최신 유행이 반영된 상품을 하나의 업체가 제작·유통하는 방식이다. 이를 공급하는 주체를 SPA 브랜드라고 하는데, 고물가 상황의 장기화로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스파 브랜드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5개 상위 스파 브랜드 매출액은 약 2조 8755억 원에 달했다. 이중 연평균 구매 횟수는 20대(9.5회), 1회당 구매 금액은 10대(9만 6746원)로 소위 'MZ' 소비층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 지갑이 굳게 닫힌 명품 시장과 달리, 옷 한 벌에 5만 원이 넘지 않는 일명 '가성비' 의류를 구매하는 소비는 몇 년 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의 부상과 함께 의류산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바로 유행의 부산물로 따라붙은 '환경 파괴' 때문이다. 최신 유행 제품을 빠르게 공급한다는 강점은 패스트 패션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런칭 시즌이 지난 재고는 하자가 없을지라도 전부 폐기 처리된다. 구매된 옷 또한 의류 폐기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춘천 소재 아파트 헌옷수거함    
원인은 소비 기간 단축에 있다. 패스트 패션은 저렴한 단가로 제품을 생산·유통하기 위해 의류의 품질을 낮췄다. 가성비 의류를 유행에 맞춰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짧게 입고 버리는 인식의 재구성으로 이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더 큰 규모의 폐의류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폐의류를 소각·매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는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0%에 달한다.

패션업계에 의한 환경 오염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이 의류 폐기물 수출량 5개국 중 하나로 꼽히면서, 이로 인한 유해가스 및 환경 파괴는 국내에서도 중대한 사회 문제로 조명되기 시작했다. 국내 의류소매 판매액이 해마다 급증하면서 재고 폐기의 증가 또한 가속화된 까닭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발생 의류 폐기물은 연간 11만 톤에 이른다. 하루 300톤의 쓰레기가 발생하는 셈이다. 가정에서 버려지는 폐섬유와 사업장 폐의류를 합친다면 전체 규모는 5배로 불어난다. 이중 소비자에게 구매됐더라도 다시 착용하지 않는 옷의 비율은 21%, 재활용된 양은 5.8%에 불과하다.

권성하 동덕여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이러한 환경 오염에 소비자 차원에서 단결해 대응하는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의생활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권 교수가 대응책으로서 제시한 개념은 '슬로 패션(slow fashion)'이다. 패스트 패션과 대립하는 이 개념은 유행에 따르기보다 자신의 개성과 스타일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질 좋은 의류를 소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슬로 패션은 제품 사용자, 소비자에게 생각과 고려의 시간을 제공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내가 잘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천천히 고려하고, 구매한다면 최대한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 저품질 의류는 세탁과 착용 등의 과정에서 쉽게 망가져 소비자가 단발적 사용을 선호하게 되기 때문이다.


친환경 패션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 또한 실천에 속한다. 최근 대중의 친환경적 소비 경향성에 맞춰 친환경 섬유로 옷을 제작하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친환경 섬유는 미세플라스틱을 함유하지 않아 자연에서 쉽게 분해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권 교수는 재활용 소재를 도입한 의류를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환경에 대해서 고민하는 기업들이 성장하고, 이들의 제품을 소비자가 선택해야 결과적으로 패션산업이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파타고니아코리아 홈페이지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파타고니아가 있다. 파타고니아는 1993년 의류 기업 최초로 플라스틱병에서 추출한 원단을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생산 중이다. 이들 기업은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을 재생 가능한 소재로 만들고, 공정 무역 봉제 비율을 기존 83%에서 더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챔피온, 무신사 어스 등 국내외 패션 브랜드에서는 지난달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친환경 컬렉션을 비롯한 관련 캠페인을 선보였다. 글로벌 기업 챔피온은 '에코 퓨터 라인 컬렉션'에서 유기농 면과 재생 원사 아이템을 출시했다. 무신사 어스는 비건 브랜드 '닥터 브로너스'와 협업 기획전을 열어 개인이 참여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했다.

지난 3월 진행된 '패션코드 2024 F/W'에서도 친환경 소재 의상 컬렉션과 별개 쇼룸을 연출하는 등 슬로 패션을 지향한다는 취지가 드러났다. 이처럼 전반적인 패션업계에서도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권 교수는 다만 "그린워싱, ESG 워싱 등 표면적으로만 '친환경'을 강조한 제품 또한 늘고 있어 소비자는 단순히 홍보성 문구에 현혹되지 않고 (워싱) 제품을 걸러내야 한다"며 객관적인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호수국가정원, 생태 친화적 상상력 필요

 
 
상중도 봄 풍경.

 

호수국가정원 조성을 준비 중인 춘천. 호수국가정원은 상중도와 하중도, 붕어섬까지 잇는 국내 최초의 호수 테마 네트워크 정원이다. 현재 상중도를 중심으로 지방정원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해 4월 5일 KT&G 상상마당춘천 사운드홀에서 진행된 ‘춘천 정원포럼 1.0’에서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윤영조 교수는 “정원문화가 형성되지 않은 지역에서 무작정 정원을 갖게 되면 지속성을 갖기 어렵다. 지역이 갖는 고유한 역사와 경관, 자생 식물의 보존과 파악, 작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방안을 면밀하게 고려해 추진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춘천호수정원은 과연 “지역이 갖는 고유한 역사와 경관, 자생 식물의 보존과 파악, 작가와 시민이 참여하는 방안을 면밀하게 고려”해 추진하고 있을까.

 

숲과 정원은 생태환경을 복원하고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해법이 될 수 있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매년 전남 지역 온실가스 387.12t을 흡수하고 있다고 한다. 순천만국가정원은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끝난 뒤 그 시설을 기반으로 하여 2015년 9월 15일에 국내 첫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다. 국가정원이란 국가가 조성하고 운영하는 정원을 말한다. 순천만국가정원은 크게 동문 구역과 서문 구역으로 나뉜다. 동문 구역의 참여정원 20여 개는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 작가들이 직접 디자인한 정원이고, 서문 구역의 순천만국제습지센터는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주제관 역할을 했던 곳으로, 순천만의 생태적 중요성을 비롯하여 종합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2019년 7월 지정된 제2호 국가정원인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 악취와 오염의 대명사였던 태화강을 되살려 강을 생태정원으로 조성한 점, 시민의 접근성이 좋은 도심 속 생태정원이라는 점, 하천 옆이라는 입지적 제약요건과 한계를 극복한 수변 생태정원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 26일 《울산제일일보》에 따르면 태화강 국가정원 내 1.1km 샛강의 수질 오염 문제가 제기되었다. 텃밭에서 키우는 초화류가 탐스러운 꽃을 피우도록 지나치게 많은 비료를 살포해 이 샛강의 수질을 악화시킨 것이 아닌지 조사가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국가정원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샛강의 오염은 뒷전에 둔 채 국가정원을 자랑한다는 건 자기모순”이라며 서둘러 문제점을 파악할 것을 촉구했다.

 

의암호의 유수를 따라 조성될 네트워크 정원은 한 지역에 조성된 순천만국가정원이나 태화강국가정원과 확실한 차별성을 둘 수 있다. 그러나 상중도는 멸종위기종인 가시고기의 집단서식지일 뿐 아니라 삵을 비롯해 천연기념물인 수달, 멸종위기 2급인 맹꽁이 등 다양한 희귀동식물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섬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호수국가정원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다른 지역 사례가 아니라 현재 상중도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자연과 사람의 조화로운 공존을 위한 생태 친화적 상상력으로 그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중도의 농가와 농토.

 

동남권 핵심 다원지구 난항⋯道 신청사 ‘반쪽 출발’ 위기

다원지구, 동남권 신도시의 삼각 축
2028년 조성 공사 완공 어려울 수도
아파트, 상가 등 후속 개발 수년 소요
지연 시 고은리 행정복합타운도 차질

춘천의 마지막 대규모 도시 개발로 불리는 다원지구. 동남권 신도시의 삼각 축 중 하나로,

고은리에 조성되는 행정복합타운의 배후 주거지역으로 기능할 예정이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춘천의 마지막 대규모 도시개발로 불리는 다원지구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는 2022년 고은리 행정복합타운 개발계획을 발표하며

다원지구를 삼각벨트로 키우겠다고 밝혔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 보상 절차가 지연되면서

아무리 일러도 2030년 이후에야 다원지구 내 공동주택이 조성될 전망이다.

 

행정복합타운의 핵심 배후지 역할을 할 다원지구 사업이 지연되면서

강원특별자치도 신청사를 중심으로 한 행정복합타운의 기능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강원지역본부는 지난 3월 춘천 다원지구 주민설명회를 열고,

개발 계획과 보상 기준에 대해 안내했다.

 

MS TODAY 취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본조사와 하반기 보상계획 공고 등

절차 마무리 후 올해 말부터 토지 보상이 본격 시작된다.

 

2022년 11월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고시가 이뤄진 후 2년 만이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추진됐어야 할 단계이지만 이미 1년 넘게 사업이 지연됐다.

 

올해 연말 본격적인 보상이 시작되더라도 주민들의 반발과 입장 차이로 인해

보상 절차와 규모를 두고 상당한 난항이 예상되는 만큼 내년 하반기 조성 공사 착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고상 LH의 도시개발사업이 완료되는 시점은 2028년 12월이지만,

이 완공 시점도 더 늦어질 수도 있다.

 

게다가 지구 조성은 도시 기반 시설을 마련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아파트나 상가 입주 등의 과정은 수년이 더 걸린다.

LH 관계자는 “조성 공사 일정과 실시계획 승인에 따라 준공 시점은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년 묵은 도시개발 과제⋯주민 반발이 과제

다원지구는 동내면 거두리 산159 일원 54만2457㎡를 아파트 등 주택(27만9644㎡),

상업시설(1만9848㎡), 도시기반시설(21만9326㎡)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도로와 초등학교 1곳, 주차장 4곳, 공원 4곳, 녹지 등 도시 생활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조성한다.

주거지역인 거두리와 행정중심지인 고은리를 잇는 주요 거점으로, 

4800가구가 거주하게 될 춘천 동남권 신도시 개발의 핵심지역이다.

 

2005년 미래형 신도시를 건설하려는 ‘G5 프로젝트’로 처음 추진됐다가, 

고은리 행정복합타운과 맞물리며 도시개발구역 지정이 이뤄졌다.

 

토지 소유자들과 주민들의 성토도 쏟아진다.

다원지구에서 만난 한 지주는 “사업이 계속 지연되니 이번에는 정말로

사업이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H 강원본부 측은 “주민들이 보상 금액이 얼마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원했지만,

절차상 보상계획 공고 이후 감정평가를 진행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

현재 시점에서는 모든 궁금증을 해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LH가 다원지구 내 토지를 확보하고 보상 절차에 들어가기까지 과정에도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은 규모의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던 농업인들의 반발이 심하다.

 

 LH는 사업지구 내 농지 2000㎡ 이상을 경작해 도시개발로 농업 손실 보상을 받은

영농인에게 해당 지역 내 20~27㎡ 이하의 상가부지(근린생활시설용지)를 우선 공급한다.

 

그러나 다원지구 내 영농인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로 농업을 이어가고 있어

이런 보상을 기대할 수 없다. 지난 3월 기본조사가 시작되기 전, 다원지구 내 일부 지주들은

‘주민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조사를 거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농업협동조합법에선 ‘농업인’의 범위를 ‘1000㎡ 이상의 농지를 경영하거나

경작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LH가 농업인에 대해 생활 대책을 제공하는 기준이

너무 높게 책정돼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지주 A씨는 “토지 보상만으로는 터전을 떠나 살 곳을 마련하기 턱없이 부족한데,

원주민들이 공사 기간 거처할 수 있는 임대 아파트라도 제공하지 않으면 사업 진행에 협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원지구 한 농지에 모종이 심어져있다. 농민들은 대부분 영세한 규모라,
LH의 지침 상 상가부지 등 생활 대책을 보장받을 수 없다. (사진=권소담 기자) 
 

▶고은리 도청 시대, ‘반쪽짜리’로 출발 우려

2029년 본격적인 고은리 도청 시대가 시작되지만, 다원지구 아파트 신축은 일러야 2030년부터 시작된다. 

행정복합타운이 기반 시설과 주거지역 부족으로 절반짜리 출발을 하게 될 우려가 높다. 

 

사업 지연으로 인한 인근 지역 개발도 숙제로 남았다.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사이 십수 년을 이어온 개발계획에 이미 주변 땅값은 오를 대로 올랐기 때문이다.

 

다원지구와 인접한 동내초 근처 한 상가의 경우 개발계획이 처음 거론된

2005년 공시지가가 12만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41만8400원으로 3.5배 상승했다.

 

다원지구를 통해 고은리로 접근하는 도로 확충도 문제다.

현재 거두리에서 고은리로 접근하려면 국도5호선을 통해야 한다.

 

다원지구 개발계획에는 거두순환교차로(호반베르디움 앞)에서

동내초등학교까지의 도로 신설도 포함돼 있어, 지구 조성이 늦어질 경우

해당 도로 개통 역시 지연될 수 있다.

 

그때까지 시민들은 석사동 스무숲 방향이나 춘천순환로를 통해 우회해서

행정복합타운으로 접근해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출퇴근 차량이 몰릴 경우, 안 그래도 교통량이 많은 

춘천순환로와 국도5호선의 극심한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지난해 국도 5호선 대체 우회도로 신설 추진 계획을 발표하며

학곡지구와 다원지구 도시개발사업 등이 고은리 행정복합타운과 함께 건설될 경우

급격한 도시화를 겪고, 이에 따른 교통량이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연 운영비 1800억원’ 강원테크노파크의 충격 실태

 

'그린사이언스' 관련 실무자 징계 조치
각종 사업 무성의 행정, 혈세 허공에
5년새 예산 3배, 직원 2배 급속 성장
“장기 근속 직원들 감각 떨어져” 폭로
“직접 감사 등 대대적인 감시와 쇄신을”

 

/ms투데이

 

강원특별자치도 출자·출연기관인 강원테크노파크(원장 허장현)가

방만·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강원테크노파크는 지역 산업 육성과 도내 기업 지원을 위해 2003년 설립됐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몸집을 키우면서 국비, 시·도비 등

한 해 1000억원을 웃도는 운영비를 집행한다.

 

하지만 직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허술한 운영으로

혈세를 허공에 날린다는 지적을 받으며

도 감사 단골손님으로 불려 다닌다.

MS투데이는 강원테크노파크의 미진한 사업 실적과 방만 운영 실태를 집중 보도한다. <편집자 주>

 

강원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최근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플라스틱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을 추진한 태백 소재 그린사이언스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강원 ‘미래 산업의 꿈’ 물거품 되나⋯플라스마 공장 경매로 참조)으로

시작된 자체 감사에 따른 조치다.

 

이 업체는 사업을 위한 장비 구매 명목으로 강원테크노파크(강원TP)로부터

보조금 18억원을 받았지만, 현재 경영 악화로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다.

 

도 감사위는 최 전 지사 수사의뢰와 함께 이 사업을 주관한

강원TP 실무자에게 중징계·경징계를 내렸다.

 

당초 그린사이언스 측에서 이행보증증권을 갱신하는 조건으로 사업 기간 3개월 연장을 요청했지만,

강원TP는 이행보증증권을 연장하지 않은 채 사업 기한만 늘렸다.

 

이후 그린사이언스의 경영 부실이 드러났고 보증기간 외

보험사고로 보조금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강원TP가 지원 기업에 대해 경영 평가와 채권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탓에

혈세 18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강원TP의 안일한 행정은 200억원 규모 태백 ‘미이용 산림 바이오매스

청정수소 생산⸱활용 규제자유특구’ 자격 박탈까지 초래했다.

 

강원TP는 2003년 설립된 도 출자·출연기관으로 지역산업 기술 고도화와

도내 기업의 성장 촉진을 지원하고 지역혁신 거점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정부나 강원자치도, 도내 시·군과 사업 매칭을 통해 예산을 받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올해 본예산은 국비와 도비, 시·군비 등 1800억원(전년도 이월금 984억원 포함)을 웃돈다.

국민의힘 이한영(태백) 강원자치도의원은 “강원TP가 그린사이언스 사업을 주관하면서

컨설팅 제공 등 행정적인 지원을 제대로 했다면 그린사이언스와 200억짜리 R&D사업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도에서 출자·출연 기관을 두는 것은 도에서 할 수 없는 행정을 전문가 집단에 맡기기 위해서인데,

현재 강원TP는 하는 일 없이 수수료만 따먹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강원TP의 방만 운영과 전문성 결여로 혈세를 날린 사례는 그린사이언스 뿐만이 아니다.

앞서 ‘액화수소 드론 택시(UAM) 시제기 개발 지원 사업’에서도

강원TP의 부적정한 사업비 집행으로 수십억원을 회수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2021년부터 추진된 이 사업은 각종 논란에 휩싸여 지난해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이 과정에서 강원TP가 이 사업을 전담한 수도권 소재 업체를 부적정하게 선정하고

도비 131억원을 집행하면서 보험증권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다는 게 도 감사위 설명이다.

 

도는 전액 환수 방침을 내세웠지만, 최소 20억원 이상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감사위는 당시 김성인 강원테크노파크 원장 등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심지어 자신들의 센터에 입주한 기업 재무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행정 업무를 소홀히 해 재정을 낭비한 사례도 있다.

 

도 감사위원회 종합감사 처분요약서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테크노파크 소속 한 센터는

중대한 하자가 있는 입주 기업의 임대차 계약을

소홀히 해 7700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받지 못했다.

 

해당 기업이 직전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입주기업심의위원회를 건너뛴 채 입주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보증보험증권을 연장하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강원TP 급속한 조직 확대⋯전문성·도덕성은 의문

강원TP는 2018년부터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산업계 혁신의 바람이 불자

목표 가치를 ‘4차산업 혁명’ ‘신산업 육성’으로 두고 급속하게 조직 규모를 키웠다.

 

그 결과 지난해 12월 말 기준 직원 수는 정원인 120명을 크게 초과한

160명(정규직 113명·계약직 44명·파견직 3명)까지 불어났다.

이는 2017년 말 기준 75명(정규직 56명·계약직 15명·파견직 4명)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예산 규모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총예산은 500억원 수준이었는데,

2020년에는 1100억원, 올해는 1800억원대까지 상승했다.

강원TP에서 다루는 예산이 5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덩치만 커졌을 뿐 임직원들의 전문성은 뒤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허장현 원장은 강원대 농업생명과학대학장 출신이다.

 

허 원장 인선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적임자로서보다는

강원대와의 인사 교류 성격이 강했다는 뒷말이 나온다.

 

 강원TP 내부에서도 임직원들 능력이 정부 정책이나 도가 요구하는 수준보다

한참 뒤떨어진 데다 배우려는 의지도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원TP 직원 A씨는 “기존 직원들 능력이 안 되니 그때그때 신규 채용하며

조직 덩치만 커지는 것”이라며 ”이러다 드론택시나 그린사이언스보다

더 큰 대형 사고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부실한 감시 ‘사각지대’가 불러온 실태

 

또 다른 문제는 강원TP 조직이 물리적으로 쪼개져 있어 전반적인 관리가 어렵다는 점이다. 

일부 직원들이 연구활동비를 허위로 작성하고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하다가 걸린 사례도 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사업 과정에서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직원 3명이

등록부에 허위서명하고 400만원에 달하는 14건의 지출서류를 증빙했다.

 

이후 출장 허가 없이 자택 인근에서 법인카드를 쓰거나

출장지로 올린 장소와 다른 곳에서 연구활동비를 지출한 점이 드러났다.

 

강원TP를 견제할 수단도 부족하다.

강원TP는 강원특별자치도경제진흥원 등 다른 출자·출연과 달리

도의회 행정사무감사를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다. 

 

소관 부서인 도 산업국·경제국 행정사무감사에서

TP에 대한 사항이 일부 언급되긴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대대적인 감시와 쇄신이 있지 않다면

강원도정의 짐이 될 수 있다”며 “전반적인 기관평가를 비롯한 인원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경쟁력을 되돌아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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