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로 사라지는 숲종이 쓰면서 숲 지키는 방법, 알려드릴까요? 일어나서 휴지를 몇 칸 뜯어서 코를 풀고 부엌에서 우유 한 잔 마시다가 한 방울 떨어뜨려 키친타올 한 칸을 뜯어서 닦아 휴지통에 버린다. 대변을 보고 쓰는 휴지 몇 칸. 밥을 먹고 입을 닦느라 또 몇 칸. 매일 오는 신문 두 부, 하지만 바쁠 때오면 그대로 폐지함으로 들어가고 만다. 출근해서 이메일로 온 문서를 확인하기 위해 출력한다. 이면지를 매번 프린터 용지함에 넣는 것도 힘들다. 복사할 문건이 있으면 또 몇 장씩 종이를 쓰게 되고 복사가 흐리거나 잘 맞춰지지 않는 경우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이면지가 하루에 10여장에 이른다. 택배로 온 박스. 혹시라도 깨질까 박스 안에 작은 박스와 충격을 흡수하기 위한 신문지가 몇 장 구겨져 넣어져 있다. 신문지를 바르게 펴서 폐지함으로 넣고 박스도 분해해서 폐지함으로 넣는다. 길거리로 나서면 가게를 홍보하려는 전단을 몇 장씩 받아다가 쓰레기통이 보이면 넣는다. 일상생활속에서 '종이'와 관계된 행위를 대략적으로만 뽑아도 내가 낭비를 하지 않고 있다고 자신있게 내세우긴 힘들다. 종이가 없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지만 쓰는데에 망설이거나 신중한 이는 별로 없다. 관공서나 대기업 등지에서 보고서나 서류를 위해 출력되어 버려지는 종이는 한해 수십 톤에 이를 것이며 이를 줄이기 위해 이면지를 사용 정책을 홍보하지만 기안이나 보고서 등에 이면지를 사용한다는 것은 정서상 불가능하다. 종이가 나무로 만들어진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아껴야 나무가 보호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우리강산 푸르게'로 유명한 모 화장지 회사가 화장지 원료로 사용되는 펄프를 구하기 위해 국내 임야에 나무심는 사업을 하는 것도 아는 사람이 꽤 있다. 하지만 원료가 되는 펄프를 어디에서 어떻게 가져오는지에 대해 궁금해 하는 이는 별로 없다. 종이를 만드는데는 주로 생나무가 쓰인다. 그래야 원료가 되는 펄프가 질기고 튼튼하다고 한다. 나무의 재활용이나 가구나 집의 목재로 쓰였던 나무들은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세계 수억의 인구들이 매일 사용하는 종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나무들이 베어져야 한다. 이런 나무들을 계획적으로 생산해서 소비하고 다시 심는 일을 관리하는 것은 기업차원에서 보면 매우 귀찮은 일이다. 그들은 러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지의 원시림을 매입하여 원료로 가공한다. 물론 이는 선진국의 천연자원인 원시림을 건드리는 것보다 행정적으로 훨씬 수월하다. 그곳에 살던 주민들과 생태계는 무시되기 마련이다. 종이낭비가 아쉽다면, 묵은종이 써라 종이로 사라지는 숲 이야기의 저자는 이런 현실을 몸소 '취재'했다. 세계 오지의 원시림과 그곳에서 일어나는 벌목 피해들을 직접 보고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다.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나무를 베어내는 것과 종이를 만드는 것 사이에 일어나는 무수한 사고와 사건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세계 유수의 원시림이 가지고 있는 가치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오존층의 파괴와 북극의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높아지는 등의 온난화가 가지고 있는 파급효과에 버금간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종이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하면 파괴가 불러오는 재앙을 막을 수 없을 터. 저자는 종이생산을 위해 사라지는 원시림의 파괴현장을 생생하게 느끼고 오로지 이윤만을 생각하는 제지회사의 행동이 숲을 끼고 사는 인간들과 동식물등 생태와 문화에 끼치는 악영향을 분석한다. 결국 글로벌대기업의 위력앞에서 한낮 미미한 존재인 운동가의 영향력이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책을 보는 이라면 누구라도 인식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다수의 실천이 변화를 가져올 기회는 충분히 있다. 종이를 사용하는 이들이 조금의 비용을 더 투자하여 재생용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재생용지는 값이 비싸서 시중에 잘 유통되지 않는다. 사용했던 종이를 가공해서 새로운 종이로 만드는 것보다 나무를 베어서 새종이를 만드는 것이 더 비용이 적게 드는 산업시스템 덕분이다. 물론 수요가 적기 때문에 비용이 증가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비교한다면 재생용지가 훨씬 친환경적이다. 종이를 물에 풀어서 섬유로 만드는 것과 나무토막을 섬유화 하는 작업의 차이는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능하지 않은가. 결국엔 살아있는 생명체인 나무를 보호할 수 있다는 가치가 더해지면 충분히 운동으로 가능하다.국내에도 재생용지를 사용권장하고 월간지를 만듬으로써 실천하는 단체가 있다. 생활에서 종이사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쓰레기로 전락해 소각되거나 버려지는 묵은 종이들을 활용할 것을 설득하는 근거는 오늘날 옆에 쓰다버린 종이더미를 매일 배출하며 찜찜해하는 이들에겐 충분히 와 닿을 수 있을 것이다/빌려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