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의 봄
섭리대로 따르는 게 자연입니다.
그래서 봄소식은 늘 남쪽부터 전해옵니다.
절기상으로는 이미 봄의 중간에 들어섰지만,
간헐적으로 몰려오는 꽃샘추위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츠리게 합니다.
지난 겨울 전국을 강타한 폭설로 비닐하우스가 무너져
농부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던 때를 기억하면,
언땅을 녹이며 이만큼 자라난 것이 놀랍습니다.
바로 '봄'이라는 위대한 단어의 생명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구제역 때문에 농장출입이 눈치가 보여
차일피일 미루다 농장을 나가 보았습니다
아직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한구석으로
지난겨울 폭설과 꽃샘추위를 뜷고
단단한 씨앗을 깨워 움을 트게 하고 있었습니다
연못에 얼음이 미쳐 녹기도 전에
개구리가 알을 낳았습니다
너무 성급한 탓으로
그대로 얼어붙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지난가을에 심어 둔 튤립이
언땅을 헤집고 나왔습니다
이제 꽃대가 올라오겠지요
지난 가을 짚을 깔고 비닐을 덮고
조바심하는 초보농군의 마음을 아는지
마늘이 고개를 내밉니다
지난해 나눔받은 매발톱이
싹을 내밀었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노루귀가 귀를 치켜 세우고 있습니다
청색의 곷망울이 여간 귀여운게 아닙니다
머지않아 농장 곳곳에 봄꽃이 시작될 것입니다
가녀린 이파리를 튼튼하게 만드는 봄
파란 이파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봄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