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강, 누가 다시 흐르게 했나
/김희원 한국일보 논설위원
조국혁신당 예상 밖 높은 지지율 의미는 검찰 정권에 대한 국민 우려 반영 아닌가
권력, 검찰 이용하고 키우는 악습 끊어야
거대 양당 견제를 부르짖던 제3지대의 주도권이 조국혁신당에 넘어갔다.
3월 한국갤럽, 전국지표조사(NBS) 등 여론조사에서 총선 비례대표 투표에
조국혁신당을 찍겠다는 응답은 13~15%로, 놀라운 우위다.
목표 의석 10석을 상향 조정하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조국혁신당의 부상은 이준석(개혁신당)·이낙연(새로운미래) 신당을 뒷전으로 밀어냈고,
거대 양당의 문제를 가물거리게 했다.
‘범죄자 정당’이란 조롱에도 조국혁신당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만든 것은 누구인가.
‘비명횡사’ 공천에 더불어민주당 지지자 이탈은 예상됐지만
그들과 중도(무당)층 일부까지 끌어들이는 힘은 무엇인가.
정치 신인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만든 것이 조국 사태와
그를 감싼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면,
오늘날 정치인 조국을 세운 건 윤 대통령과 검찰이다
검찰은 더 이상 국민에게 불공정하게 비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통령으로부터 충성심을 의심받는 것만 두려운 것 같다.
총선을 불과 한두 달 앞두고 전 정권 인사들을 겨냥한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재수사하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부인 김혜경씨를 기소하는 것은,
과거 검찰이라면 공정한 척하기 위해서라도 하지 않았을 일이다.
반면 김건희 여사에 대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공범들이 기소되고
유죄 판결을 받을 때까지 소환조사 한 번 하지 않은 검찰이
디올 백 수수를 조사할 것이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거슬러 올라가면 검찰 독립성, 중립성에 깊은 상처가 난 것은
검찰총장이 정계에 직행하지 않는다는 금기를 깨고 윤 대통령이 대선에 뛰어든 때부터다.
유권자의 선택은 받았지만 윤 대통령은 헌법과 민주주의 수호보다 검찰을 전면에 내세웠다.
집권하자 최측근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하고
검찰총장은 임명하지 않은 채 검찰 직할 체제를 구축했다.
공직 곳곳을 검사 출신으로 채웠다. 노골적인 선택 수사, ‘반(反)카르텔 정부’가 그렇게 열렸다.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할 대통령 거부권을 배우자를 위해 쓴 대통령의 법치와 상식은 빛이 바랬다.
자신이 법정에 세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하고 그를 변호한 유영하·도태우 변호사가
여당 공천으로 대구에 출마하는 자기부정의 현실은 황망하다.
채 상병 사망 수사 외압 의혹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 대사로 빼돌린 수사방해는 몰염치하다.
검찰총장 당시 조국 일가 수사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라는 명분으로 이해할 수 있었지만
대통령이라는 권력의 자리에선 변명이 안 되는 원칙 훼손이다.
2심까지 실형 선고를 받은 조국 대표에게 몰리는 표심은,
주권 행사를 심판으로 소모하는 우리 정치의 비극적 현실이다.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나 근로시간 개편, 감세 등 여파를 고민해야 할 총선은
심판의 욕구를 쏟아내는 시간이 됐다. 누가 더 무거운 심판을 받아야 하는지를 놓고 싸운다.
이쪽도 잘못이지만 저쪽이 더 큰 문제라는 끝도 없는 늪이다.
그토록 건너려 했던 조국의 강이 다시 우리 앞에 도도하게 흐른다.
검찰의 과잉 수사로 무고함을 주장할 수는 없다고 조국 대표를 비판해 온 나는
지금도 그의 정치가 명예회복의 길이 아니라고 믿는다.
“검찰독재를 조기에 종식하겠다”는 조 대표의 연설은 현실성 없는 수사라 여긴다.
그러나 조국혁신당 지지에 담긴 검찰 견제 요구는 실재한다.
7일 스웨덴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 연례보고서에
한국이 독재화 국가로 분류된 지금은 더욱 그렇다.
정치와 행정, 사회 전반에 미치는 검찰의 영향력은 더 막강해졌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는 더 중요한 문제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개혁에 누구보다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실패했다.
적폐 청산 수사에 의존하다가 윤 대통령을 키워 정권을 내주었다.
권력자가 자기 정치를 위해 검찰을 이용하면서 권한을 키운 결과가
부메랑으로 돌아온 게 처음도 아니다.
윤 대통령이 가는 길이 같은 길이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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