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여러분, 유권자가 알고 싶은 선거정보는 그게 아니에요
언론은 유권자와 눈높이를 맞춰라 /부산민주언론시민연합
기자 여러분, 유권자가 알고 싶은 선거정보는 그게 아니에요
차가 심하다. 유권자와 언론의 눈높이가 다르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선거 때는 그 차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유권자는 정치인을 직접 만나기 어렵기에 대부분 언론을 매개로 만난다. 언론은 유권자와 정치를 잇는다. 유권자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질 높은 정보를 제공해 도와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사회적 책무이다. 민주주의의 기본이기도 하다.
2024년 올해는 4월 10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새해가 밝을 때부터 언론은 선거를 주목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많다 보니 시민 관심도 높다. 내일 당장 투표해서 심판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고, 국정을 잘 운영하도록 여당을 지지하고 싶다는 사람도 있다. 뿐만 아니라 21대 국회를 평가하며 국회부터 물갈이하고 싶다는 유권자도 많다.
유권자와 언론이 선거에 관심이 높은 건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그 관심이 서로 다르다. 언론은 거대 정당, 이름난 정치인에 관심을 가지고 보도한다. 선거를 준비하는 다양한 세력이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늘 해왔던 대로 거대양당 대결 구도, 정당별 계파 갈등을 주요하게 다룬다. 폭발하는 말싸움을 여과 없이 전달하거나 대립 양상 위주로 중계한다.
공천은 정당의 일이다. 유권자가 당원은 아니다. 유권자가 꼭 알아야 할 정보가 있다면 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천 방식인가,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정당의 변화가 무엇인가, 그리고 결과가 아닐까. 국회는 민의를 대변하기에 군소정당이라도 어떤 가치를 내걸고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지 유권자는 알고 싶다. 빨간 맛, 파란 맛 외에 어떤 정치의 맛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는 76년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필자는 1992년 14대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올해 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할 예정이다. 대다수 유권자처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투표에 참여했다. 그러나 아홉 번의 투표마다 정보 부족에 시달렸다. 언론 모니터를 해왔음에도 유권자에게 주는 정보가 너무 얄팍하고 단순하다고 느꼈다. 언론의 역할에 목말랐다.
얼마 전 <뉴스타파>가 '청년 법안 97%가 실종되는 대한민국 국회'라는 제목으로 국회의 세대 다양성 문제를 조명했다. 21대 국회에서 20~30대 청년 의원은 전체 의원 300명 중 13명(4.3%)에 불과했고, 이는 투표 당시 40세 미만 유권자 비율(33.8%)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라고 분석했다. 아는 청년에게 이 기사를 보여주니 선거에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슬로우뉴스>는 '박용진은 삼성의 눈엣가시였다'는 제목으로 박용진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이룬 성과를 짚었다. 2020년 1월 일명 '유치원 3법'을 통과시킨 핵심 활동과 재벌을 향한 감시 활동을 정리했다. 콘텐츠를 함께 본 유권자는 국회의원의 자찬이 아니라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정보라서 유용하다고 평가했다. 국회의원의 역할을 실감하는 정보였다면서.
<부산MBC>는 지난해 공공기관에 접수된 민원을 분석해 민심을 살펴보고 정책공약 선거를 촉구하는 취지의 기획보도를 했다. 공개 전자민원 7천 건과 비공개 민원 1만 3천 건 등 2만여 민원자료를 분석해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시했다. 지역언론이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시하고 공론화한 보도로 유권자에게 도움 주는 기획보도로 평가할 만하다.
여전히 목마르지만 샘물 같은 보도도 있다. 언론이 무엇을 어떻게 다루고 보도하느냐에 따라 유권자의 관심과 결정은 달라질 수 있다. 언론은 양질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 판세나 훈수, 말싸움 중계로 선거 보도를 끝내서는 안 된다.
생애 첫 선거를 준비하는 유권자를 생각하며 기획하고 보도하라. 유권자와 눈높이를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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