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Cicada)

 

/중앙일보


“맴 맴 맴 맴 맴 매르….”
도시에 매미가 많아진 이유는 뭘까, 도시 매미가 시골 매미보다 더 소란스럽고 사납다는 말은 사실일까.

열섬 효과 탓에 도시 매미 늘었다

 

매미의 우화.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매미의 우화.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가 10여 년 전부터 서울과 수도권 도시,

농촌 지역에서 매미 서식 밀도를 조사한 결과, 서울과 같은 도시에 매미 밀도가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참매미나 말매미 등 같은 매미 종끼리 비교했을 때,

서울 도심이 외곽보다 매미 밀도가 10배나 높았다는 것이다.
 
원인 분석에 들어간 장 교수는 '도시 열섬(Urban Heat Island)' 효과의 강도(强度)가 매미 밀도를 높이는 데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잠실이나 반포, 여의도 등 서울 시내에서도 열섬 현상이 더 심한 곳일수록 매미 밀도가 더 높았다는 것이다.


이들 지역은 1970년대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지고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관악구나 이화여대 부근처럼 열섬현상이 약한 곳에서는 매미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장 교수는 실험실 실험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열섬효과가 강한 지역에서 잡아 온 매미와 열섬효과가 약한 지역에서 잡아 온 매미를 비교했을 때,

높은 온도에 견디는 힘에서 차이가 있었다.


열섬효과가 강한 곳에서 잡힌 매미는 기절하는 온도가 2도가량 높았다.

이러한 차이는 열섬효과로 인한 기온 차이와 유사했다.


실제로 기상청 자동기상측정망(AWS)의 기온 관측자료를 보면 20일 오전 8시 서울 강남구는 28.9도,

서초구 27.7도, 관악구 26.4도, 강서구 26.1도였다. 같은 서울에서도 2~3도 차이가 난다.
 
유전학적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열섬효과가 강한 지역에서 잡힌 매미는 열 쇼크 단백질(Heat Shock Protein, HSP)

유전자의 발현이 활발했다는 게 장 교수의 설명이다.

열에 견디게 해주는 단백질을 더 많이 만들었다는 의미다.
 
열섬효과가 강한 곳에서 사는 매미는 형태도 달랐다.

암컷의 경우 몸길이가 길어졌는데, 이는 알을 더 많이 낳을 수 있다는 의미다.


도시에 사람이 몰리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도심 기온이 상승하면서 매미의 번식이 촉진되는 것이다.
장 교수는 “추가적인 연구를 해야 하지만, 도시 열섬효과로 인해 매미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매미 울음 자동차보다 큰 소음

 

 

참매미 [중앙포토]

참매미 [중앙포토]

 

 

 

수컷 매미의 날개 아래에는 진동막이 있고, 배 내부에는 울림통이 있다.
진동막이 '딸칵딸칵' 진동하면 울림통의 공기가 압축되거나 이완되면서 소리가 증폭된다.


매미의 고막은 울림통의 일부다. 소리를 듣는 기관인 동시에 발성 기관이다.
수컷 매미가 울 때는 옆에서 대포를 발사해도 못 듣는다고 한다.
 
매미 종(種)마다 울음소리가 다른 것은 다른 종끼리 서로 짝짓기하는 것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매미는 보통 한꺼번에 같이 운다. 매미가 합창하는 이유는 포식자로부터 피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노래함으로써 포식자의 주의를 흐트러뜨리는 ‘희석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과거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매미 울음의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낮에는 평균 77.8㏈(데시벨), 밤에는 평균 72.7㏈에 달했다.
평균 67.9㏈인 도로변 자동차 주행소음보다 훨씬 높았다.
 
매미 소리가 도시에서 더 시끄러운 것은 건물과 아스팔트, 콘크리트, 유리창 등 때문에 소리가 잘 반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새벽에 매미 한두 마리가 울면 아파트 단지 전체가 매미 소리로 가득 차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립생물자원관 분석에 따르면, 국내산 매미 중에서 소리 주파수가 가장 높은 종은 세모배매미로 13㎑이고,

주파수가 가장 높은 종은 참매미로 4㎑였다. 말매미는 6㎑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가 4~6㎑이므로 세모배매미 소리는 사람이 들을 수 없다.

한편, 매미의 날개는 비에 젖지 않는다.
매미 날개는 기름기 많은 나노(nano) 크기의 작은 돌기로 덮여있다.
연잎처럼 빗물이 떨어지더라도 젖지않고 강하게 털어내는 초소수성(超疏水性, super-hydrophobic)이다.


빗물이 날개 위를 또르르 굴러가는 과정에서 날개 묻은 먼지가 제거된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이슬이 뭉쳐서 방울이 되고, 그 방울이 공기 중으로 튀어 오르면서 날개를 청소한다.
 
세균이 매미 날개에 떨어지면 날개의 작은 돌기에 세포막이 찢어져 세균이 죽는다는 보고도 있다.
 
말매미는 27도에서 울기 시작

 

 

말매미 [중앙포토]

말매미 [중앙포토]

 

 

 

“치 치 치 치 치르….”
말매미는 나무 꼭대기 높은 데서 운다.
아열대 중국 남쪽에서 온 말매미는 크기도 크고 색깔도 검다. 상대적으로 높은 기온을 선호한다.

나무 꼭대기에서 우는 것도 태양광을 잘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참매미는 북쪽에서 기원해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울고, 그늘진 곳에서도 노래한다.
 
참매미는 기온이 23도 이상이면 울기 시작하는데, 말매미는 26도에서 27도로 기온이 상승할 때 울기 시작한다.
장이권 교수는 “말매미는 온도가 상승하면 곧바로 우는데, 마치 스위치를 켜는 것 같다”고 말한다.
'기온 27도'가 말매미 울음 스위치를 켜는 신호인 셈이다.
 
높은 데서 우는 말매미 소리는 더 멀리 퍼지기 때문에 참매미 소리를 압도한다.
참매미 울음은 오전 6~10시가 피크다. 낮에는 말매미에게 밀려 잠잠하다가 동틀 무렵에 요란하게 운다.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일제히 울기 시작하는 것이다.
바로 장 교수가 말하는 참매미의 ‘새벽 대합창’이다.
 
말매미는 보통 7월 말 서울에서도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잠실 같은 곳에서는

오전 7~8시에 울기 시작해 밤늦게까지 운다.
기온이 낮은 다른 지역에서는 오전 10~11시에 기온이 27도로 오르면 말매미가 울기 시작하고, 오후 내내 운다.
 
상지대 소리경관생태학 연구실 논문에 따르면 말매미는 야간에 기온이 높으면 울지만,

참매미의 경우 야간에 기온도 높고 조명이 있어야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빛 공해도 한밤중 매미 소음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지대 연구팀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새벽에 매미 울음소리가 시작되는 시간은 점점 앞당겨지고,

저녁에 매미 울음소리가 그치는 시간은 늦춰지고 있다.
최근 열섬현상과 온난화로 도시 기온이 상승한 탓이다.
 
말매미가 많이 늘어난 이유는

 

짝짓기를 마친 암컷 매미는 나뭇가지 껍질에 구멍을 내고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매미 유충은 지상으로 떨어진 뒤 땅속으로 들어가 지낸다.

유충의 앞발은 땅을 파기에 적당하게 발달해 있다.
땅속에서 유충이 나무 수액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유충 장내(腸內)에 특수한 세균이 있어,

유충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공급해주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매미의 일생. 1. 짝짓기 2. 알 낳기 3. 부화 4. 유충 단계 5. 지상 출현 6. 우화(허물 벗기) 7. 성충 단계.

매미의 일생. 1. 짝짓기 2. 알 낳기 3. 부화 4. 유충 단계 5. 지상 출현 6. 우화(허물 벗기) 7. 성충 단계.

성충이 될 무렵 유충은 터널을 파고 지상으로 나온 뒤 허물을 벗는다.
 
전 세계에는 3000여 종의 매미가 있다.
 
국내에는 말매미·참깽깽매미·유치매미·참매미·쓰름매미·소요산매미·애매미·호좀매미·

털매미·늦털매미·세모배매미·풀매미 등 모두 12종의 매미가 사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말매미가 가장 덩치가 크고, 풀매미가 가장 작다.
 
참깽깽매미와 호좀매미는 해발 500~700m 정도에 서식하는데, 도시에서는 보기 어렵다.
풀매미는 강원도와 경기도,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만 서식하고, 세모배매미는 강원도 영월·정선·평창 등지에서만 발견된다.
 
2015년 장이권 교수가 수도권 등지에서 매미 종류를 조사한 결과,

참매미가 66%, 말매미가 30%로 파악됐다. 말매미보다는 참매미가 더 많았다.


하지만 참매미는 도시와 숲, 논밭에서 골고루 나타났지만, 도시지역에서는 말매미 출현 비율이 유난히 높았다.
1990년대 초까지도 흔치 않았던 말매미가 급증한 것이다.

 

장 교수는 도시 열섬현상으로 인해 온도가 높아지면 서  

말매미 서식에 적합한 환경이 갖춰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여기에 도시에는 매미를 잡아먹는 새나 말벌 같은 포식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도심에 말벌이 많이 출현하고 있는데, 이는 도시에서 매미가 늘어난 탓으로 볼 수도 있다.
야생에서 말벌의 먹이인 꿀벌이 줄어든 반면, 도시에는 매미처럼 먹을 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도시에 심은 가로수나 정원수 가운데

말매미 유충들이 땅속에서 자라면서 이용하는 나무, 즉 기주식물이 많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플라타너스나 벚나무 등은 말매미가 좋아하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13년, 17년마다 출현하는 주기매미

 

 

미국 중부와 동부 지역에서 13년 혹은 17년 주기로 출현하는 주기매미 [중앙포토]

미국 중부와 동부 지역에서 13년 혹은 17년 주기로 출현하는 주기매미 [중앙포토]

 

 

국내 매미는 매년 비슷한 숫자가 출현한다.
매미가 유충 상태로 땅속에서 보통 5~7년을 보내지만, 그중 출현 시기가 돌아온 일부가 매년 나와 짝짓고 알을 낳는다.
겉으로 봐서는 1년 만에 생애주기가 돌아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미국 중부·동부지역에 서식하는 7종(種)의 주기매미(periodic cicada)는

15개 정도의 집단을 형성해 집단별로 17년마다 혹은 13년마다 여러 종이 한꺼번에 출현한다.
 
전문가들은 주기매미가 13년이나 17년마다 한꺼번에 출현하는 것은 포식자나

기생충으로부터 피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해석한다.


13이나 17이란 숫자는 1과 자신 이외의 수로는 나뉘지 않는 소수(素數)다.

포식자나 기생충이 출현 주기를 맞추기 어렵게 된다.

 

 


주기 매미 출현 지도. 7종이 15개 집단(Brood)을 형성, 13년 또는 17년 주기로 출현한다.

주기 매미 출현 지도. 7종이 15개 집단(Brood)을 형성, 13년 또는 17년 주기로 출현한다.

 

 

 

주기 매미 출현 지도. 집단(Brood)에 따라 출현 장소와 출현 시기가 다르다.

주기 매미 출현 지도. 집단(Brood)에 따라 출현 장소와 출현 시기가 다르다.

 

 

 

주기매미가 한꺼번에 출현하면 포식자가 있더라도 그 수에 있어서 압도한다. 1

에이커(약 4000㎡)에 150만 마리가 출현했다는 보고도 있다.

포식자가 충분히 잡아먹고도 남을 숫자다. 그러니 일부는 먹히더라도 나머지는 번식에 성공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전략 덕분에 포식자는 아예 진화 과정에서 사라져버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미가 가진 다섯 가지 덕(德)

 

 

전국에 가마솥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시가지 가로수에서 매미 한마리가 목청껏 소리를 내고 있다.[뉴스1]

전국에 가마솥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시가지 가로수에서 매미 한마리가 목청껏 소리를 내고 있다.[뉴스1]

 

 

조선 시대 임금이나 세자가 쓴 관을 익선관(翼善冠)이라 했다.
익선관은 ‘매미 모자’로도 불렸다. 매미의 날개 모양을 본뜬 모자다.
임금이 익선관을 쓴 것은 매미의 덕을 본받기 위함이었다.

고종이 사용했던 익선관. [사진제공=대한황실문화원]

옛 선비들은 매미를 좋아했는데, 매미에게 ‘5가지 덕(五德)’이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중국 진(晉)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자신이 쓴『육사룡집(陸士龍集)』에서

매미의 5덕으로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을 들었다.


①문(文)-곧게 뻗은 긴 입은 선비의 갓끈과 같다고 하여 학문이 있고
②청(淸)-이슬과 수액만 빨아 먹어 맑음이 있고
③염(廉)-사람이 가꿔놓은 곡식이나 과실, 채소를 해치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④검(儉)-둥지조차 짓지 않으니 검소하고
⑤신(信)-초여름 자기가 올 계절에 오고 겨울이 오기 전 가야 할 때를 안다고 하여 신의가 있다고 했다.
 
일생의 거의 전부를 땅속에서 보내는 매미.
잠깐 세상을 구경한 뒤 미련 없이 훌훌 떠나가는 매미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고 조상들은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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