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증발>
①'冬來不似冬'…42년 만의 최고기온
전문가들 "이상고온 현상의 원인은 슈퍼 엘니뇨"
지난해 12월 '정점'…1월부터 고온 점차 누그러질 듯
<※ 편집자 주 = 겨울 같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한반도 평균기온은 기상관측망을 대폭 확충한 1973년 이래 가장 높았습니다.
11월 기온도 역대 2위였습니다. 미국과 남미,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이상고온 현상이 생겼습니다.
주된 원인은 '슈퍼 엘니뇨'로 추정됩니다.
연합뉴스는 이상고온 실태와 농작물 생육 변화, 산업계 영향, 지구촌 재난 등을 전문가 진단과 곁들여 정리합니다.>
'동래불사동(冬來不似冬)'. 겨울이 왔지만 겨울 같지 않은 날씨가 이어진다는 뜻이다.
이제 막 초겨울을 지나는 시점임을 고려해도 과연 겨울이 맞나 싶을 정도의 따뜻한 날씨 탓에 매서운 추위를 실감하기 어렵다.
◇ 42년 만의 최고 기온…이상고온 원인은 '슈퍼 엘니뇨'
4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1.1∼12.31) 우리나라의 평균기온(13.8도)은 평년(30년 평균)보다 0.9도 높았다.
기상관측망을 전국적으로 확충한 1973년 이래 역대 2위다.
초겨울인 11월, 12월만 놓고 보면 이상고온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12월 평균기온은 3.5도로 평년보다 2도 높았고, 11월 평균기온은 10.1도로 평년보다 2.5도 높았다.
기상청 김경립 기상사무관은 "작년 12월 평균기온은 역대 1위 기록이고, 11월 평균기온도 역대 2위에 오를 정도로 높았다"며
"이례적으로 따뜻한 날씨"라고 말했다.
기상청은 겨울 이상고온의 원인을 엘니뇨(적도 부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 현상)의 영향으로 판단한다.
11월과 12월에도 한반도 남쪽으로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자주 유입됐다. 아침 최저기온이 큰 폭으로 치솟아 평균기온도 크게 오르는 패턴이 빈번하다.
엘니뇨 영향은 북미와 남미 등에서 더욱 심하다. 엘니뇨 발생 구역이 이들 지역과 가까운 중부·동부 태평양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북미·남미보다는 덜하지만, 우리나라 역시 올겨울에 엘니뇨의 영향을 실감한다.
특히 이번 엘니뇨는 평소보다 강력한 '슈퍼 엘니뇨'로 불린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올라가는 현상이다.
온도가 2.5도 이상 높아지면 슈퍼 엘니뇨로 분류한다.
기상청 김용진 통보관은 "통상 겨울철에는 북쪽의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면서 날씨가 추워지고,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은 매우 약화하는데, 이번 겨울에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조금 남아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북태평양고기압의 주변 기류를 타고 우리나라 남해상이나 남부 지역으로
따뜻한 공기를 품은 저기압이 계속 지나가 기온이 높고 비도 자주 오는 형태가 반복된다는 설명도 했다.
(패서디나<美캘리포니아주> AP=연합뉴스) 12월 2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패서디나에 위치한
美항공우주국(NASA) 산하 '제트추진연구소'가 1997년 엘니뇨로 북아메리카 대륙에
폭우가 발생한 당시 지구(오른쪽)와 올해의 모습 비교 사진을 공개했다.
적외선으로 촬영된 해당 사진에서 올해의 남미 부근 태평양 고온 현상(가운데 붉은 지점)이 1997년 당시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최근 슈퍼 엘니뇨로 유례없는 따뜻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면서 유럽 대부분과 미국 동부를 포함해
북반구의 광범위한 지역이 영향을 받고 있고, 심각한 홍수가 파라과이와 영국 중부 등을 강타하고 있다.
◇ 한반도의 겨울, 매년 따뜻해질지는 "더 지켜봐야"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은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이 최근 발표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1월 기온은 평년(영하 1도)보다 높겠고,
2∼3월 기온은 평년(2월 1.1도, 3월 5.9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겠다.
지난해 11∼12월과 같은 수준의 이상고온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은 적다.
금세 터질까…한껏 부푼 목련 꽃망울 (울산=연합뉴스)
포스텍 환경공학부 국종성 교수는 "그간의 연구 결과를 보면 엘니뇨의 영향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시기는 초겨울(11∼12월)"이라고 말했다.
엘니뇨에 따른 기온 상승효과는 12월에 '정점'을 찍고 1월부터는 점차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국 교수는 "1월 이후에도 대체로 따뜻한 날씨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이번 초겨울처럼 기온이 크게 높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반도의 겨울은 갈수록 따뜻해지는 걸까? 전문가들은 '예단하기는 어렵고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김용진 통보관은 "일부 사례를 토대로 지구 온난화 때문에 겨울철 기온이 대폭 오른다거나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바뀐다는 주장이 제기되지만, 이 주장에는 아직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열대 기후에선 영하 10도 이하의 한파는 없다는 게 통설이나, 한반도는 매서운 겨울 한파가 종종 맹위를 떨친다.
1970년대 이후 아열대 기후 지역의 면적이 조금씩 늘어나다가, 최근(2011∼2014년)엔 되레 감소하는 변동성도 있다.
분류 기준에 따라 아열대 기후에 대한 정의도 조금씩 다르다. 우리나라에선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이 포함된다는 견해가 많지만,
어느 지역까지 포함할 수 있을지 분명하지 않다.
국 교수는 "대륙과 대양의 경계에 있는 한반도 기후는 다른 지역보다 더 복잡한 기상 현상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며
특정 요인이나 일시적 현상만으로 큰 틀의 기후 변화 흐름을 단정 짓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통보관은 "겨울 기온의 지속적인 상승 추세나 아열대 기후화 여부 등의 문제는 상황을 더 지켜보면서 장기간에 걸쳐 연구할 주제"라고 강조했다.
②축제 연쇄 취소…
한겨울 낭만·추억 사라졌다
춘천 "얼지 않으면 얼려라"…'부산 어묵축제' 틈새 공략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가 겨울 낭만과 추억까지 앗아 가는 듯해 아쉽네요."
'인제 빙어축제'가 취소되는 등 전국 겨울축제들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따뜻한 날씨 탓이다.
이달 초순에도 큰 추위가 없는 것으로 예보돼 이미 시작하거나 예정된 일부 축제도 불안하다.
관광객 유치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역 이미지를 높이려고 축제를 장기간 준비한 지자체 등이 한숨을 쉬는 이유다.
올겨울에는 얼음판 위에서 언 손을 비비며 즐기는 얼음낚시 등 겨울 낭만과 추억도 함께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 겨울축제 줄줄이 취소…겨울 낭만도 '실종'
겨울 축제의 메카인 강원지역은 포근한 날씨에 직격탄을 맞았다.
1998년 시작된 '원조 겨울축제'인 인제 빙어축제도 '슈퍼 엘니뇨'에 발목이 잡혀 이달 16일 예정된 축제를 취소했다.
작년초 극심한 가뭄에 이어 얼음이 얼지 않는 이상기후 탓에 2년 연속 겨울축제가 전면 취소된 것은 전국에서도 유례가 없다.
홍천군의 홍천강 꽁꽁축제를 비롯해 경기 가평군의 자라섬 씽씽 겨울축제, 전북 무주 남대천 얼음축제도 일찌감치 취소를 결정했다.
수천 명이 한꺼번에 얼음낚시를 즐기려면 얼음 두께가 적어도 20㎝ 이상은 돼야 한다.
그러나 취소된 겨울 축제장의 얼음 두께는 5∼10㎝에 그쳐 관광객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평창 송어축제는 지난 12월18일 예정대로 개막했지만, 축제의 핵심인 얼음 낚시터는 얼음이 모자라 지난달 31일 간신히 개장했다.
포근한 날씨로 울상을 짓기는 나머지 겨울 축제도 마찬가지다.
경북 안동 암산얼음축제는 1월 초에 안전 점검을 거쳐 축제 개최 여부와 시기 등을 최종 정하기로 했다.
작년 12월 24일 열기로 한 '강화도 빙어축제'는 잠정 연기됐다.
경남지역 대표 얼음축제인 금원산 얼음축제는 12월 14일 예정된 축제 개최를 보름가량 미루다가 30일에야 겨우 개막했다.
그러나 얼음이 얼지 않자 얼음조각을 만들지 못했고 얼음 눈꽃도 피지 않았다. 얼음 미끄럼틀 역시 만들지 못했다.
그나마 국내 대표 겨울축제로 이달 9일 개막하는 화천 산천어축제는 현재 15㎝ 이상의 얼음이 얼어
당장 축제를 여는 데 문제가 없으나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고민이 커졌다.
안전을 위해 얼음 낚시터의 낚시 구멍을 기존 2m 간격에서 4m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영희(42·여·서울)씨는 "얼음과 눈을 주제로 펼쳐져 겨울 낭만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던 겨울 축제가 대폭 줄어 아쉽다"라며
"실종된 겨울 날씨에 겨울 낭만과 추억까지 사라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국제빙벽대회 개최도 불투명…"얼지 않으면 얼려라"
충북 영동군도 겨울답지 않은 포근한 날씨 탓에 고민이 깊다.
예년 같으면 12월 중순 무렵부터 초강천 옆 바위절벽에 높이 40∼100m, 폭 200여m의 거대한 인공빙벽이 만들어져 관광자원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올해는 얼음이 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개장은 고사하고 이달 23∼24일로 예정된 제8회 국제빙벽대회 개최도 불투명하다.
청주시민의 겨울철 놀이공간으로 인기를 끌던 무심천 썰매장 운영도 무산됐다.
시는 해마다 1만 4천㎡의 무심천에 썰매장을 만들어 시민에게 무료 개방했으나 올해는 얼음이 얼지 않아 운영을 포기한 상태다.
청주시 관계자는 "가뭄으로 무심천 수위가 낮아졌고, 얼음 얼 기미도 없어 썰매장 조성을 포기했다"며
"온난화에 대비해 내년부터는 썰매장이 아닌 다른 종목의 겨울 스포츠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근한 날씨로 겨울축제와 썰매장 운영이 줄줄이 무산된 것과 달리 얼음을 얼려서라도 관광객에게 겨울 낭만을 선사하려는 지자체도 있다.
춘천시는 1월 8일 '로맨틱 춘천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로 했다. 이 행사를 위해 얼음 두께 10㎝가량의 아이스링크를 만들기로 했다.
아이스링크 바닥에 배관을 깔고 냉매관을 가동해 얼음을 얼리는 방식으로 얼음 두께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겨울 축제와 무관해 보이는 부산에서는 어묵축제가 겨울철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부산의 대표적 어묵제조업체 11개사는 부산축제조직위원회와 함께
지난 12월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부산역 광장에서 '2015 부산 어묵축제'를 열었다.
축제장에는 어묵 만들기 행사를 비롯해 어묵 활용 퀴즈쇼, 어묵 맛 평가 공모전 등의 체험 행사가 펼쳐졌다.
③보리·양파 이상 생육에 병해충 급증
올해 겨울 잦은 비와 이상고온 현상 탓에 농작물 관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파종한 마늘이 웃자라고 양파의 생육은 더디기만 하다.
가을에 파종한 보리도 마찬가지다. 웃자람 현상을 보이고 노균병과 고자리파리와 같은 병해충도 늘었다.
지난해 11∼12월 엘니뇨 영향으로 한반도 남쪽에서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자주 유입돼 11월과 12월 기온이 평년보다 각각 2.5도, 2.0도나 높았다.
잦은 비로 토양 습기가 많아져 공기 함유량이 적고, 뿌리에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다. 이는 무기양분 흡수를 막는 요인이다.
겨울이 실종된 이상 기온 때문에 경북 의성과 군위 등에서는 보리가 무성하게 자라 벌써 꽃이 피는 기현상이 생겼다.
보리는 겨울 휴면기를 지나 2월에 생육 재생기에 접어든다. 올해처럼 겨울 날씨가 따뜻해 웃자라면 꽃이 일찍 피어 피해가 발생한다.
광주·전남에도 지난해 11월부터 비가 자주 내려 일부 겨울 작물이 습해를 당했다. 시금치와 표고버섯 등이 성장과 출하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 지역 강수량은 90㎜로 평년 47.3㎜의 2배 수준이다. 한 달간 13일간 비가 내렸다. 하루걸러 한 번꼴로 비가 내린 셈이다.
농작물 생육은 강우량에 민감하다.
습해가 가장 심한 작물은 지난해 11월 중순 출하를 시작한 시금치다.
광주·전남지역 시금치 최대 생산지인 신안에서는 전체 재배량의 절반이 뿌리썩음병에 걸려 농민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신안군의 피해 신고 결과로는 시금치를 재배하는 1천571 가구 중 70.0%인 1천100농가가 피해를 봤다.
재배면적을 기준으로 한 피해규모는 1천57ha 중 74.1%인 783ha다.
농민들은 "섬 토질 특성상 물 빠짐이 더딘 데, 비까지 자주 내려 시금치에서 뿌리썩음병이 확산했다.
이 병에 걸리면 시금치 잎이 노랗게 변하면서 죽는다"고 전했다.
버섯과 곶감 피해도 속출한다.
대표적인 노지 표고버섯 재배지인 전남 장흥은 470여 농가 중 70% 정도가 습해를 당해 수확을 못 했다.
표고버섯 재배 농가는 내년 봄 원목의 생산성이 떨어지거나 아예 못 쓰게 되는 2차 피해도 우려한다.
감 주산지인 전남 장성·광양·구례, 전북 완주 등에서는 곶감을 말리면서 꼭지가 빠져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인천 강화군은 총채벌레 개체수의 증가 여부를 주시한다. 겨울철 기온이 높아지면
총채벌레 개채수가 늘어나 이듬해 고추 생육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강화군에서 발견되는 꽃노랑 총채벌레는 겨울철 한데서 월동하다가 5월께 온도가 높아지면 본격적으로 활동한다.
이 벌레는 주로 고추나 토마토의 즙을 빨아 먹으며 황화잎말림병 등을 일으킨다.
강화군농업기술센터는 "겨울철 비닐하우스 내·외부 온도를 맞추고
총채벌레의 먹이인 푸른색 식물과 잡초를 없애는 방법을 농가에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딸기, 멜론, 방울토마토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농가는 '따뜻한 겨울'을 반긴다. 난방용 기름값이 덜 들기 때문이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서 딸기 농사를 짓는 김상길(59)씨는 "따뜻한 날씨의 직접 영향은 없지만,
난방설비 가동을 줄일 수 있어 연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기온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철저한 배수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이 조언한다.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김철우 농업연구사는 "잦은 비와 고온현상으로 마늘과 양파 등에 병해충 번성 등 문제가 예상된다"며
"물 빠짐 관찰과 주기적인 비료 공급 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④모피 대신 수영복…유통업계 '신풍속'
본격적인 겨울에도 따뜻한 날씨 때문에 유통업계 매출에 이상 현상이 생겼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에서 지난달 1일부터 29일까지 겨울 의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 감소했다.
전기히터, 전기매트 등 난방 가전용품 매출은 31.3% 줄어들었다.
겨울 별미 먹거리인 호빵과 즉석어묵 매출도 각각 24.5%, 35% 감소했다.
방한용품 가운데 목도리 매출은 50% 감소했고 장갑 매출도 61.2% 줄었다.
축구나 농구 등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 관련 상품 매출은 증가했다. 겨울 실종으로 빚어진 현상이다.
이 기간에 야구 관련 상품 매출은 53%, 농구용품 매출은 27% 늘어나는 등 전체 스포츠용품 매출은 22% 증가했다.
가족 단위로 캠핑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아져 캠핑 관련 상품 매출도 45% 늘었다.
캠핑용 가구·침구류 매출이 14.5% 늘었고 캠핑용 취사용품 매출은 33% 높아졌다.
지난 12월 4일 서울 삼성동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 모델들이 패딩, 모피 등 겨울 상품을 고르고 있다. <현대백화점 제공>
롯데마트에서도 12월 한달 간 겨울용 의류(아우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자동차 제설용품 매출은 23.9% 줄고 계절용 카시트 매출은 16.3% 감소했다. 찐빵과 어묵 매출 역시 11% 이상 감소했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팀 팀장은 "12월 이상 고온 현상으로 겨울 의류 등 시즌 상품 매출이 크게 하락하고 있지만
캠핑과 관련된 육류나 간편 가정식 매출은 증가했다"며
"1월에도 예년에 비해 따뜻한 겨울이 예고돼 관련 제품을 중심으로 신년 할인 행사를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화점 매출 역시 이상 고온의 영향을 받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지난 12월 1∼29일 아웃도어 매출은 5.4% 감소하고 모피 매출은 8.8% 줄어드는 등 보온성을 강조한 상품의 매출이 부진했다.
특히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매년 이 무렵에 인기가 있는 방한부츠와 레인부츠의 반응도 미온적이라고 롯데백화점은 설명했다.
따뜻한 겨울 덕분에 반사 이익을 얻는 상품군도 있다.
롯데백화점 스포츠 의류 매출은 같은 기간 7.9% 올랐다. 특히 경량 패딩이나 다운 베스트 같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겨울 의류의 반응이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12월은 땅이 얼고 눈이 많이 내려 골프 비수기로 여겨지지만 연일 계속되는 따뜻한 날씨에
골프 의류 매출은 이 기간 13.7% 올랐다. 실내용 수영복 매출도 전년보다 29.9% 증가했다.
윤영후 롯데백화점 남성스포츠 부문 수석바이어는 "의류는 날씨와 기온 변화에 민감한 상품군인데
올해 예상치 못한 이상 고온으로 판매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며
"오히려 골프, 스포츠 등 봄·가을에 인기 있는 상품군이 한겨울에 호조를 누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⑤지구촌 이상기후 재앙…홍수·폭풍·가뭄
아시아·아프리카는 산불·가뭄으로 식량난 등 예고
반소매·반바지 차림의 크리스마스, 폭설 대신 토네이도와 물난리, 잔디 슬로프가 된 알프스 스키장,
봄꽃이 핀 도심의 공원. 지구촌의 이번 겨울 풍경은 '이상'(異常) 그 자체다.
기상 관측 이래 2015년이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으로 예상되고 역대 최악의 엘니뇨 현상(적도 해수면 온도 상승)이 겹친 결과다.
◇ 미국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와 '한겨울의 난데없는 토네이도'
미국 동부에서는 최근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를 맞았다.
지난달 24일 미국 뉴욕의 기온이 21도까지 올라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주요 도시의 최저 기온이 20도를 웃돌았다.
남부 지역에서는 한낮 기온이 최고 28도까지 치솟았다.
흰 눈 대신 태양이 내리쬐는 거리에서 사람들은 반소매 차림으로 연말 쇼핑을 즐기거나 운동을 하고,
아이스크림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뉴욕 퀸스의 라커웨이 비치에서는 서퍼들이 한겨울의 파도타기를 즐기기도 했다.
중남부 도시에서는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두고 때아닌 토네이도가 강타한 탓에 쑥대밭이 됐다.
지난달 23일 미시시피 주 홀리 스프링스에 사는 7세 소년이 차에 탔다가 강풍에 차가 날아가는 바람에 숨지는 등
미시시피, 아칸소, 테네시 주 등에서 모두 14명이 사망했다.
14개 이상의 토네이도가 발생한 미시시피 주에는 재난사태가 선포됐다.
미시시피를 포함한 인근 지역에서 고속도로 폐쇄, 학사 일정 취소, 항공 대란이 이어졌다.
지난달 26일 낮기온이 28도를 기록한 텍사스주 댈러스에는 다음날 토네이도가 강타했다.
텍사스에는 중심 시속 300㎞의 광풍을 동반한 토네이도 등 11개의 토네이도가 덮쳐 11명이 숨지고 건물 2천 채가 파손됐다.
고가도로에 있던 차량이 소용돌이에 휘말려 도로 아래로 추락하는 등 고속도로에서만 8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력이 끊기고 집을 잃은 이재민에게 곧바로 한겨울이 몰아닥쳤다.
하루 만인 27일 기온은 20도 이상 뚝 떨어진 5도를 기록했다. 다음날 오전엔 영하 1도로 하락하면서 강추위 경보가 발령됐다.
여기에 심한 눈보라까지 더해져 적설량이 최대 3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지역에서는 강풍에 날려 쌓인 눈의 높이가 183㎝ 이상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남미선 초강력 엘니뇨가 불러온 물난리
남미 지역에는 강력한 엘니뇨 현상으로 수십 년 만에 최악의 홍수가 찾아와 17만 명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수 주 동안 비가 내린 파라과이에서는 홍수로 쓰러진 나무에 4명이 숨지고 13만명이 대피했다.
파라과이 강이 범람하는 바람에 수도 아순시온 일부 지역에는 전기 공급이 끊겼고,
파라나 강도 위험 수위를 넘기자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아르헨티나 동북부 우루과이 접경지역인 엔트레 리오 주에서도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달 24일
집중호우에 따른 우루과이강의 범람으로 인근 거주민 1만여 명이 피신했다.
우루과이 강은 10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위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콜롬비아에서는 오랫동안 가뭄이 이어져 수력 발전마저 차질을 빚어 전기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유럽의 눈 없는 스키장·꽃 핀 도심 공원·홍수
유럽에서도 스키 시즌을 맞은 알프스 산맥이 눈 대신 누런 흙과 잔디를 드러내고, 도심의 공원에는 때를 잊은 벚꽃이 피었다.
눈과 얼음의 나라 러시아는 79년 만에 가장 따뜻한 겨울을 맞았다.
지난달 22일 모스크바의 한낮 기온은 12월 평균 기온인 영하 6도보다 10도 이상 높은 영상 7도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모스크바에 있는 자연 아이스링크 1천200곳이 문을 열지 못했다.
세계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인 핀란드 헬싱키의 지난달 20일 기온이 영상 10.3도를 기록했다.
북유럽의 스웨덴과 에스토니아도 10도 이상을 나타냈다. 런던의 세인트 제임스 공원의 기온은 무려 16.9도였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북부 지역에서는 12월 초 '데스몬드'에 이어 성탄절 연휴 '에바',
29일 '프랭크' 등 12월 한 달 동안 3개의 폭풍이 잇따라 몰아닥치면서 곳곳에서 물난리를 겪었다.
북부 지역에서는 집중 호우로 주의보가 발령됐으며 변전소가 물에 잠기면서 1만여 가구에 전기가 끊겼고,
중부 맨체스터 래드클리프에서는 홍수 영향으로 추정되는 연쇄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 아시아·아프리카에서도 산불·가뭄
지난달 12일 도쿄의 낮기온이 24.1도까지 치솟는 등 일본 곳곳에서도 12월 중순에 20도를 넘는 여름 날씨를 보였다.
한국 역시 전국 곳곳이 10도를 웃도는 날이 이어졌다.
고온에 시달리는 남반구 호주에서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고,
동남아시아는 가뭄으로 곡물들의 생육이 지장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에티오피아 등 아프리카에도 가뭄이 찾아들어 수백만 명이 식량 원조를 절실히 기다리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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