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에 새겨진 참 아름다운 묘비명

 

1. something like this happen

 

100년 가까운 생을 살며 제1, 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었고,

19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George Bernard Shaw, 18561950)묘비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happen)"라는 엉뚱한 글귀를 새겨 넣었습니다.

 

그러나 이 글귀는 재치 있는 말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실제로 그의 말대로 '우물쭈물하다'

생의 소중한 기회나 순간들을 그냥 놓치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2. PRO VOBIS ET PRO MULTIS

 

우리나라의 고 김수환 추기경(19222009)은 성직자이자 사회운동가로,

또한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종파를 떠나 전 국민들로부터 큰 존경을 받은 인물입니다.

 

그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신념과 공동선의 추구를 바탕으로

교회가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신념을 실천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분의 삶의 자취는 묘비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추기경의 묘비에는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PRO VOBIS ET PRO MULTIS)'라는 사목 표어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목 표어란 사제가 신도를 지도해 구원의 길로 이끌고자 어떻게 지도하겠다는 큰 방향을 담아 정한 것입니다.

 

 이 사목 표어처럼 그분은 '세상 속의 교회'를 지향하면서 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종교인의 양심으로 바른 길을 제시하려 노력했고,

또한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의 살아가는 일을 결코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명예와 부에는 관심이 없었던 그분은 유품도 소박하기 그지없었습니다.

40년이 훨씬 지난 낡은 사제복과 쓰던 것을 버리지 않고 모아온 안경 5점이 모두였다고 합니다.

 

선종(천주교에서 '사람이 큰 죄가 없는 상태에서 죽는 것'을 뜻하는 말)하시기 전 남기신

 "고맙습니다. 서로 사랑하세요"라는 말씀은

인간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삶으로 보여주신 추기경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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