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 물관리 대책 시급

 

/강원도민일보

 

1. 주민불편 지하수도 고갈 벌써 식수전쟁


겨울철 강수량 급감
계곡엔 물 대신 자갈밭
일부 생활용수 지원

 

 

최악의 가뭄이다. 지난해 장마가 늦은데다 마른장마로 끝나면서 여름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 그쳤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겨울철 강수량까지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올 봄 최악의 가뭄난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가뭄의 실태와 전망을 세차례에 걸쳐 점검한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된 가뭄이 겨울까지 이어지면서 일부지역에서는 지하수가 고갈돼 마실 물마저 부족하다
24일 오전 춘천 서면 덕두원리.
며칠전 눈이 왔지만 여름부터 이어진 가뭄에 마을의 식수원인 계곡은 물 한방울 흐르지 않을 정도로 말랐다.

계곡이 자갈밭으로 변하면서 일부 주민들은 산 속 계곡에 간이상수도까지 설치하거나

지붕 위에 쌓인 눈 녹은 물을 모으는 등 힘겹게 ‘식수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지하수가 말라 세탁기를 돌리고 몸을 씻는 생활용수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춘천시는 이 마을에서 1년여에 걸쳐 지하수를 찾았지만 제대로 된 물줄기를 찾지 못했다.

가뭄으로 지하수 수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종갑(79)씨는

“수도꼭지에서 물이 쏟아져 나온 게 언제인지 기억이 가물 가물하다”며

 “시에서 나오는 급수지원이 유일한 생명수”라고 불편을 호소했다.

가뭄이 심해지면서 춘천시는 지난달부터 서면 당림리와 덕두원리, 북산면 물로리 등

지역 내 8개 마을 100여 가구에 식수와 생활용수를 지원하고 있다.
25일까지 춘천시 남산면 강촌리 주택가에 식수 3t이 공급되는 등 총 27건 40여t이 지원됐다.

영동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속초시 상수원인 쌍천은 최근 가뭄으로 하류는 건천으로 변했다.

김춘미(45·교동)씨는 “밤 12시부터 물이 나오지 않아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갔던 제한급수가 되풀이 되지 않을지 걱정부터 앞선다”고 말했다.

한편 도소방본부는 지난 18~19일 정선 송계리에 2t, 양구 한전리 3t,

홍천 자은리에 생활용수 6t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지난달에 136건 538t을 지원을 했다

 

 

2. 도내 댐·저수지 저수율 ‘뚝’

 

41년만에 최저 강수량 … 바닥 드러낸 호수
소양강댐 1년새 25%p ↓
철원 8개 저수지는 30%p
눈구름 기압골 형성 안돼 맑고 건조한 날씨 지속

▲ 지난해 가을부터 계속된 극심한 가뭄으로 소양호 상류인 인제군 남면 부평선착장 주변 호수가 좁다란 실개천으로 변했다.

 

 

최근 며칠 동안 영동지역에 눈이 내렸지만 지난달 평균 강수량은 4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겨울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도내 댐과 저수지의 저수율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춘천 소양강댐은 총 저수량의 36.5%에 불과하다. 작년 같은 기간 61.5%보다 무려 25.3%포인트가 떨어졌다.

횡성댐 저수율은 30.4%에 불과하다. 또 토교저수지, 잠곡저수지, 하갈저수지 등

철원 지역 8개 저수지의 저수율은 65.1%로 지난해 같은 기간 95.2%보다 30% 포인트 이상이 떨어졌다.

영동지역의 지난달 평균 강수량은 0.3㎜로 평년(38.3㎜)의 1%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1973년 이후 최저 기록이며 속초의 경우 1968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12월 최저 강수량이다.

영서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홍천 17㎜(19.2㎜), 인제20.7㎜(33.8㎜), 철원 25.8㎜(32.3㎜), 정선 26.8㎜(30.1㎜), 춘천 30.1㎜(40.7㎜)로 나타났다

 

 

 

 

올 겨울 강수량이 줄어든 원인은 시베리아 대륙에서 발달한 찬 대륙고기압이 한반도에서 강한 세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눈구름을 생기게 하는 기압골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겨울에는 시베리아지역에서 발달한 찬 대륙고기압이 바다에서 유입하는

따뜻한 수중기와 만나 동해상에 눈구름을 형성하는데 올해는 시베리아지역에서 발달한 찬 대륙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해 수증기의 유입을 차단,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맑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진 것이다.

강원기상청 관계자는 “올 겨울 대륙고기압의 세력이 강해 영동지역은 강수일이 적었다”며

“내달부터 대륙고기압이 점차 약화되면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의 영향으로

비와 눈이 오는 날이 많아지면서 강수량이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3. 장기적 물관리 대책 시급

 

새 댐 건설보다 효율적 水 관리가 해답
상수도관로 25% 노후
누수율 전국평균 두배
태백시 59% 가장 높아

 

매년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지자체의 대책은 미흡하다.

강원도의 경우 1년 강수량의 60% 이상이 여름에 집중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빗물이 흘려보내지고 있어 ‘여름철 홍수, 봄·겨울 가뭄’이 반복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댐건설을 주장하지만 물부족 사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은 아닌 만큼

상수도누수율 제고 등 개발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안을 우선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상수도관 노후화에 따른 누수 증가로 소중한 물이 사용도 못한 채 버려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개선책이 시급하다.

환경부가 공개한 ‘상수도 노후관 연장 현황(2011년 기준)’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내 총 상수도 관로 8763㎞ 가운데 24.9%인 2188㎞가 20년 이상된 노후관로인데

이는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광주광역시(27.6%)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도내 상수도관 노후화에 따른 누수율도 높다.

지난해 수돗물 누수율은 전국 평균(10.7%)보다 높은 21.3%로, 세종(25.3%), 전남(25.3%),
경북(24.8%), 전북(22.8%), 경남(22.3%)에 이어 전국에서 6번째다.
특히 태백의 경우 상수도 누수율은 58.6%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처럼 높은 상수도 누수로 인해 태백시는 연간 230억원의 예산이 땅속에 버려지고 있고

정선군(150억원), 평창군(85억원), 동해시(52억원), 영월군(46억원) 등도 큰 손실을 입고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가뭄을 해소하기 위해 대형 댐을 건설했지만 매년 물 부족은 반복되고 있다”며

 “새로운 댐 건설보다 만들어진 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지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지자체의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물관리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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