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어느 지방의원의 '1% 꼼수', 그리고 수의계약 80억 싹쓸이
지방의회 비즈니스
/중앙일보
지방 폐기물 처리 업체인 C환경산업은 수의계약 ‘싹쓸이’ 기업으로 불린다.
2015년부터 10년간 경남 의령군에서만 폐기물 처리 용역 등 516건을 따냈다.
수의계약은 발주처가 경쟁입찰 대신 특정 업체를 골라 계약할 수 있다.
주로 2000만원 이하 소규모 공사·용역이 대상이다.
C환경산업과 의령군 간 계약액은 10년간 80여억원에 달한다.
이 회사 대표는 A씨다. 하지만 지역사회에서는
K의령군의원(국민의힘) 남편인 L씨를 실소유주로 지목한다.
다선인 K군의원 임기 동안 수의계약이 집중됐다.
9일 중앙일보가 공직윤리시스템(PETI)과 법인등기부등본 등을 확인한 결과,
C환경산업 출자 지분 중 L씨 몫의 변화가 눈에 띈다.
2022년 49%에서 2024년 29%로 줄었는데 고위 공직자의 사적 이익 추구를 막기 위한
이해충돌방지법 시행(2022년 5월) 이후 지분을 둘러싼 논란이 생기면서다.
해당 법상 지방의회 감사 등을 받는 지자체는 해당 지방의원이나 가족이 대표로 있거나
지분율 ‘30% 이상’을 보유한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L씨가 법망을 피하려고 본인 지분을 30%보다 ‘1%’ 적은
29%로 맞춘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전에는 지방계약법으로 수의계약을 ‘지분율 50% 이상’으로 제한했었는데
그때도 L씨 지분은 ‘49%’였다.
K군의원 가족은 또 다른 토건 업체도 실소유 중인데 가족 지분은 0.5% 부족한 29.5%다.
지분 조정에 대해 K군의원은 “회사와 관련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L씨는 “답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의령군 관계자는 “법상 문제될 게 없다”고 했다.
지방자치 31년, 지방의회에서 이해충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돈벌이에 혈안인 ‘비즈니스’ 의원과 업자에게 지방의회가 ‘포획’됐다”고 지적한다.
수의계약은 주 ‘먹잇감’이 됐다. 또 특정 사업을 챙기는 대가로 뒷돈이 오가고
본인이나 가족의 영리 추구를 위한 조례도 발의된다.
강원도 지역 T건설사는 양양군과 2023년 3월부터 그해 11월까지
하천 석축공사 등 4건의 수의계약을 맺고 5600만원을 벌었다.
이 건설사 대표는 C양양군의원(국민의힘) 여동생으로 파악됐다.
C군의원은 2022년 당선 후 여동생에게 회사를 넘겼다.
C군의원 부부의 지분은 과거 95%에서 2022년 지방선거 당선 이후 ‘0%’로 줄더니
다시 27.9%로 올랐다. 지역사회에서는 수의계약을 노린 변화로 의심한다.

이명순 국민권익위원회 부패방지 부위원장이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전국 243개 지방의회를 비롯한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지방의원 ‘패밀리 비즈니스’…공천헌금 본전 뽑으려는 것” 이에 대해 C군의원 배우자는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해 알고 난 뒤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재권 국립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이 자기 비즈니스를 하면
‘원 스트라이크 아웃’ 시킬 수 있도록 강력한 제재 조항이 필요하다”고 했다.
공천헌금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경(무소속) 전 서울시의원은
의회 비즈니스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김 전 시의원은 상임위원회를 옮길 때마다
가족 회사 또는 가족 관련 회사 7곳이 해당 상임위 소관 산하기관으로부터
수천만~수백억원짜리 일감을 수주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전 시의원 가족회사인 신생 A시행사가 강동구에 오피스텔 2개 동을 지은 뒤
2022~2023년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 282억원에 매각했다.
시의회 안팎에서는 “적지 않은 시세차익을 남겼을 것”이란 뒷말이 나온다.
김 전 시의원은 2020년부터 2년간 SH의 예산 심의권 등을 가진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 위원이었다.
서울시는 관련 의혹에 대해 감사를 진행 중이다.
곡성군의회는 재적의원 7명 중 절반인 3명(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관급공사 수주 개입 등 비위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또 L 전 경기도의원(무소속) 등 도의원 3명과 K 전 화성시의회 의장 등은
지능형교통체계(ITS)사업 비리에 연루돼 최근 각각 징역 3~15년을 구형받았다.
지인 업체 이름을 빌린 뒤 실제로는 아들 업체가 1200만원짜리 소독 용역을
딸 수 있도록 개입한 S평택시의원(국민의힘)도 상고심을 앞두고 있다.

지방의회 이해충돌 위반 의혹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사회민주당 한창민 당대표]
“공천받으려면 얼마 정도 내면 되나요.”
수도권 광역의회 소속 A의원은 지난 연말 모임에서 한 참석자로부터
이런 질문을 은밀히 받았다고 한다
. 기초의원에 출마하고 싶다는 그는 “물어본 사람마다
(공천헌금) 금액이 다 다르더라”며 답답해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전현직 지방의원 20명(광역 12·기초 8)에게 ‘공천헌금’을 제안받은 적이 있는지,
주변에서 들은 적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이들은 대부분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보좌진, 정치 브로커 등으로부터)
공천헌금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주변에서
공천헌금 요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6·3 지방선거 경선 시즌을 앞두고 암암리에
공천헌금 요구가 이어지고 있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호남권의 한 도의원은 “공천헌금 고발 시 정치 인생은 끝이라고 봐야 한다”며
“양심 선언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공천=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는 암암리에 공천헌금 정찰가가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선 7기(2018~2022년)에 경북권 기초의원을 지낸 B씨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당시 기초의원은 1000만~5000만원, 광역의원은 5000만~1억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민선 7기 경기권 기초의원을 지낸 C씨는 “당선 이후 동료 의원으로부터
당신은 얼마나 줬냐는 질문을 받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공천헌금은 명백한 불법이지만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천헌금 관련 지방의원 말말말 그래픽 이미지.
“공천헌금 폭로 땐 정치인생 끝나 양심선언 쉽지 않아”
김경 전 서울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1억원을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게 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대전시의원을 지냈던 김소연(45) 변호사는 김경 전 의원 사태와 관련해
“8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시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같은 해 9월 “선거 관련 여러차례 불법 자금을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선거를 도와준 국회의원 측근들이 1억원을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이후 그는 당의 명예 실추 등을 이유로 제명됐다.
김 변호사는 “사실상 공천헌금을 폭로한 게 제명의 결정적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거를 앞두고는 통상 여야 각 당의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방의원 후보 선정 절차를 맡는다.
당 기여도, 지역 발전 기여도, 청렴·도덕성 등이 심사 기준이다.
하지만 지역의 현역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민주당)·당협위원장(국민의힘)의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이런 영향력이 은밀한 ‘돈 공천’의 바탕이 된다.
공천이 잘못되면 지방의회에는 자질 없는 인물이 들어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22년 지방선거 당선자 4102명을 조사한 결과,
33%인 1341명이 음주운전과 뺑소니, 폭력, 사기 등 범죄 경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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