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아니야?”⋯아파트 공사현장 ‘토사’로 만천천 몸살

 

춘천 만천천 흙탕물과 퇴적물로 잇딴 민원
주민 '시멘트' 의심, 시공사 “단순 흙탕물”
인근 아파트 공사장 토사 하천 유입돼
춘천시, 두 달 전 시공업체 400만원 과태료

춘천 만천천 일대 하천이 인근 공사장에서 유입된 토사로 색이 변해가고 있다. (사진=한승미 기자)

 

춘천시 동면 만천리 일대 하천이 인근 공동주택 공사 현장에서 흘려보낸 토사로

뿌옇게 변해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춘천시는 시료 채취 등 조사에 나섰지만 해당 시공업체는 두 달여 전에도

같은 행위로 적발된 사실이 확인돼 당국의 수질 관리가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본지 기자가 방문한 만천천 하천 일부 구간은 불투명한 물줄기와

회색빛 토사가 하천에 대거 퇴적된 모습이었다.

 

만천천길 양지교 인근까지는 맑은 물이 흐르는 모습이었지만

장뜰교부터 건일교 일대 등의 하천은 색이 확연히 달라졌다.

 

같은 구간에서도 큰 물줄기를 따라 흐르는 물은 투명했지만

공사장 인근에서 유입된 물줄기는 시멘트 색을 연상시켰다.

퇴적물을 막기 위한 오탁방지망도 설치됐지만 하천으로의 유입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하천에 퇴적물이 쌓이자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잇따랐다.  (사진=한승미 기자)
 

이를 수상하게 여긴 주민들은 원래대로 개선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춘천시 홈페이지와 지역 환경단체, 온라인 등에 관련 민원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김모 씨는 시청 홈페이지에 “만천천 아파트 공사 현장 부근부터

물이 시멘트가 섞인 듯한 색깔이고 악취가 동반된다”며

“공사 현장을 지나고는 깨끗한 만큼 빠른 원인 규명과 복원 부탁한다”고 요구했다.  

 

MS TODAY가 만든 참여형 뉴스 플랫폼 ‘뉴스마켓’에도 다수의 고발 글이 게재됐다.

A 씨는 “장뜰교 위의 하천은 청정한데 건일교를 거쳐

장학교, 늘목1교 아래까지 진회색으로 변해가고 있다”며

“춘천시는 즉각 건설 현장을 중지시키고 책임자 추궁과 원상 복구를 명령하라”고 촉구했다

 

 B 씨도 “아파트 현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회색 오염수를 신고한다”며

시 관계부서의 확인을 요구했다. 

 

시공사 측은 오염수가 아닌 흙탕물로 모래를 걸러내는 작업 후 방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시공사 측은 오염수가 아닌 흙탕물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흙을 파내는 작업에 돌입했다.

 

하천보다 더 낮은 곳까지 땅을 파는 과정에서 물이 나왔고

해당 부분 토양이 펄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5월쯤 모래 등을 걸러내는 장비를 설치해 물을 방류하고 있다. 

 

시공사 관계자는 “주민들이 물이 투명하지 않아 오염수라고 생각하지만

시멘트나 오염물질이 아닌 흙탕물”이라며 “9월쯤 기초 타설 작업이 끝나면

흙탕물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악취는 만천천 자체의 것으로 흙으로 인한 것은 아니”라며

“의무는 없지만 9월 이후 (퇴적물) 준설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해당 업체는 지난 6월 과태료 400만원의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또 시공업체에 오탁방지막 설치와 퇴적물 준설 작업 등의

지도 조처를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초과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춘천시 요구로 오탁방지망이 설치됐지만 방류되는 흙탕물의 퇴적물을
모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사진=한승미 기자)
 

물환경보전법은 ‘공공수역에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기준 이상의 토사를 유출하거나

버리는 행위를 한 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토목공사 현장 상류, 하류 하천수 수질검사결과를 비교해

부유물질(탁도 SS) 100㎎/ℓ 이상 초과할 경우 기준 위반 행위로 인정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과 오염물질 제거 조치명령 등을 받을 수 있다.

 

시 환경정책과에 따르면 현재까지 강원특별자치도보건환경연구원 등에

세 차례에 걸쳐 분석을 의뢰했다.

 

하천 퇴적물은 회색빛이 도는 실트(Silt·모래와 점토 사이의 토양입자) 점토층으로

시멘트 물은 아니라는 것이 시의 설명이다.

또 어류 폐사와 같은 생태계 파괴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시는 하천 퇴적물이 실트 점토층이라 회색빛을 띠는 것으로
시멘트 물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사진=한승미 기자)
 

박소라 시 환경정책과 담당은 “지난 12일 확인한 결과 평소보다 심각한 상황이라

다시 분석을 의뢰한 상태”라며 “육안 상으로도 좋지 않은 만큼

퇴적물 준설 등의 조치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는 고농도의 흙탕물은 하천 수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박명학 춘천환경연합 의장은 “만천천은 맹꽁이가 사는 것으로 추정되는 깨끗한 곳으로

춘천 하천 중에서도 의미가 있는 곳”이라며 “하천이 오염되지 않도록 토사를 잘 걸러내

하천에 문제가 없도록 했어야 했는데 공사장이 깨끗한 하천을 다 망가뜨려놨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현장을 확인하고 관련 조사 의뢰 결과에 따라 고발 등의 대응을 고려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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