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대응한다"…
제천도 한국형 은퇴자마을 '꿈틀'
1600만 베이비부머 노후 대비,
" 여야 '은퇴자 도시법' 발의
/제천인터넷뉴스 최태식
최근 은퇴자마을이 지방소멸을 막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퇴자 유입으로 인구를 늘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산업 구조를 만드는
은퇴자도시가 지방소멸에 대처할 묘안이기 때문이다.
은퇴자마을은 기존 실버타운이나 노인요양시설과는 개념 자체가 다르다.
실버타운은 건물 한 동에 여러 시설을 모아 놓은 수준이지만, 은퇴자마을은 주거 외 의료, 오락, 운동 등 여러 커뮤니티 시설을 한데 모은 1만 가구 규모의 시니어 전용 도시를 일컫는다. 가구 수만 따지면 웬만한 미니 신도시급이다.
은퇴자마을의 롤모델로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근교에 세워진 선시티와 영국 하트리그 옥스 등이 꼽힌다. 은퇴자주거복합단지의 대명사인 선시티는 1960~1970년대 조성된 뒤 2010년대까지 확장을 이어가면서 거대한 은퇴자 도시로 성장했다.
총면적은 여의도의 13배 수준인 38㎢에 이르고 거주 인구는 1970년 1만3670명에서 2020년 3만9931명으로 크게 늘었다.
대한민국도 시동… 국회에서 은퇴자마을 특별법 발의
국내 정치권에서도 은퇴자마을(도시) 조성에 적극적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부동산정책을 두고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가 22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손잡고 '은퇴자마을 조성'에 관한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핵심내용은 LH공사와 주택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지방공사, 공공기관 중 사업자를 지정해 주거·의료·교육·문화·체육·복지·환경·공원녹지 등을 포괄적으로 갖춘 은퇴자마을(도시)을 조성하고 일정 자격을 가진 은퇴자들에게 분양 또는 임대하자는 것이다.
은퇴자마을 주택의 분양가 및 임대료 등은 대통령령, 입주자 자격과 선정방법 등은 국토교통부령으로 각각 정하는 한편 입주자는 소유권 또는 임차권을 양도·전대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은퇴자도시 성공을 위해선 여러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은퇴자의 경제적 기반이다. 은퇴 후 소비 활동을 위해선 반드시 연금 등 생활비가 필요하다.
소비가 가능한 시설과 의료시설도 필수다. 유통망이 촘촘하게 있는 대도시와 달리, 지방은 상권이 적은 이유다. 기반시설 부재는 은퇴자들의 불편함과 기피 현상으로 이어진다.
소규모 은퇴자마을 이미 첫 발 뗐다.
괴산군은 칠성면 율원리 일원 3만 4866㎡에 은퇴자와 귀농·귀촌인 등을 위한 성산별빛마을을 조성한다. 준공은 2026년 연말 예정이다.
임대와 분양형 타운하우스 각각 20가구, 단독주택필지 분양 15가구 등 총 55가구다. 공유주방, 헬스클럽 등을 갖춘 커뮤니티센터, 정원식물 스마트팜, 북카페 등도 갖춘다.
칠성면 사은리에는 인하대학교 동문을 중심으로 2010년 조성한 미루마을이 운영 중이다. 조성 당시 정부로부터 기반공사 자금을 지원받았고 괴산군이 진입로 공사를 맡았다. 현재 35가구 100여명이 거주하고 있고 이 가운데 60%가 인하대 동문이다.
경남 거창군은 2027년 말까지 거창읍 정장리에 지식-인(IN) 거창 아로리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최근 설계 용역에 착수했다.
266억원을 들여 3만8900㎡ 부지에 짓는 아로리타운은 타운하우스 16가구, 단독주택 단지(32필지), 시니어형체육센터, 복합문화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거창군 공공시설담당자는 "전문직, 지식인을 겨냥한 은퇴자마을로 만들어 은퇴자에게는 활동의 장을, 지역에는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이러한 형태의 은퇴자도시가 곳곳에서 생겨날 전망이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은퇴자도시를 표방하면서다.
정부 역시 이러한 은퇴자 거주 지역을 만드는 데 적극적이다. 지역의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다른 지역의 인구를 끌어오거나 출산율을 제고시켜야 하는데 은퇴자마을이 좋은 대안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엄태영 의원도 적극 행보… 미국 3개 은퇴자마을 순방
엄태영 국회의원도 은퇴자마을 조성에 남다른 열의를 보이고 있다.
그는 지난달 10일 제천시청에서 열린 국회의원 초청 간담회에서 "은퇴자마을 조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기존의 실버타운, 귀농·귀촌과는 개념이 다르다. 제천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고, 심혈관센터 등 의료 인프라도 갖춘 만큼 신백동 일원에 조성을 구상 중이다"라고 밝혔다.
엄 의원은 은퇴자마을의 선진지로 지목되는 미국을 여야 의원 5명과 함께 방문(8월13~19일)했다. 각 도시마다 은퇴자들을 위해 조성된 마을을 살피고 국내에 적용할 모델을 탐구한다는 취지에서다.
캘리포니아 시니어타운인 라구나우스 빌리지, 애리조나 선시티, 라스베이거스 선시티 등을 돌아봤다.
엄 의원은 <제천인터넷뉴스>와의 통화에서 "은퇴자가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의료와 문화시설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를 만들면 지역과 융화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핵심이다. 정부가 은퇴자마을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각종 세제 지원과 보건의료 확대에도 집중적으로 신경 써야 한다. 향후 국회에서 심도 있게 다루겠다"라고 덧붙였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대안으로 떠오른 대규모 은퇴자 마을. 주거와 생활, 의료와 복지 등을 모두 해결해야 할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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