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좀 시끄러워야 제맛이다
'비정상의 정상화' 개념을 통해 본 현실... 
/빌려온 글

요즘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회의 비정상적인 것들을 정상적인 것들로 고치겠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사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개념은 원래 완전 다른 의미였습니다.

챌린저호와 컬럼비아호
1986년 1월 28일, 미국에서 우주왕복선 챌린저호를 발사합니다. CNN 등의 언론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던 
이 역사적인 날은 인류의 우주 개척에 있어 엄청난 비극의 날로 기록됩니다. 
챌린저호는 발사 후 불과 73초 만에 공중폭발하고 맙니다.
 이 사고로 민간인 여교사를 포함하여 일곱 명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게 됩니다. 

챌린저호는 발사 전에도 일기 변화를 비롯하여 각종 크고 작은 문제들로 인해 여러 번 발사가 연기되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연료탱크에 들어가는 작은 고무링 하나의 결함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간 발사 프로젝트의 실패는 물론이고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생명들이 죽음을 맞게 되었습니다. 

2003년 2월 1일에는 컬롬비아호가 지구 대기권 진입 중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납니다. 
컬롬비아호는 1981년부터 우주 임무에 투입된 최초의 우주 왕복선이었습니다(최초로 제작된 우주왕복선은 엔터프라이즈호입니다. 
스타트랙 팬들의 요청으로 이렇게 이름 붙여졌다고 하는데 실제로 우주 임무에는 투입되지 않고 시험용으로 지구에서만 사용되었습니다). 

컬롬비아호는 대기권에 진입할 때 발생하는 엄청난 대기 마찰열을 견디기 위한 열 차폐체가 발사 당시 약간 떨어져 나갑니다. 
그럼에도 무사히 우주 궤도에 올랐고 맡은 바 임무도 훌륭히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대기권 진입 시 이 부분이 대기 마찰열을 이기지 못했고 결국 폭발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사실 두 사고는 조금만 신경 썼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챌린저호는 이미 사소한 결함과 문제에 대해 수차례 윗선에 보고가 올라갔지만, 별다른 조치가 없었습니다.
 특히 결정적 원인이 되었던 고무링의 경우는 그 이전에도 날씨가 추워지면 굳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별 문제 없이 발사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무링이 굳어서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보고에 대해 '그거 원래 그런 거야'라면서 넘어가 버립니다.
 바로 비정상적인 상태(추운 날씨에 굳어버리는 것)를 
정상(전에도 그랬었는데 큰 문제 없었고 원래 그런 거다)으로 생각해 버리는 것입니다.
 여기서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개념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컬롬비아호 역시 발사 때 열 차폐체가 일부 손상된 걸 확인했지만, 
손상 범위가 작아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버린 게 큰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이렇듯 비정상의 정상화란, 비정상적인 상태가 일상적으로 반복되다 보니 
그것을 오히려 정상으로 인식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요즘에 우리 사회에서는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상으로 고친다는 의미로 쓰이는 듯합니다.
 어찌 됐든 비정상적인 관행과 잘못을 고치겠다는 점은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얘길 하는 게 정상

그런데, 문제는 이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드는 방법에 있습니다. 
예전 어느 대기업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불미스러운 일로 그 회사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자 
사내 익명 게시판에서 임직원들의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대처방법이 가관입니다. 
그런 목소리들이 윗분들이 듣기에 거슬렸는지 사내 게시판을 폐쇄해버린 것입니다. 
당연히 거짓말처럼 사내 인트라넷은 조용해졌을 겁니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말입니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성장을 위한 가장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몸이 아플 때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는 것을 의사에게 자세히 얘기해줘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는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디에 문제가 있고 어디를 고쳐야 한다, 여기를 돌봐야 한다, 
이것은 이렇게 고쳐야 한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있어야 그 부분을 정상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리기는커녕 엄정대처 운운하며 그
 목소리 자체를 비정상으로 규정해서 막는 것이 정상화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노조에 감당할 수 없는 손해배상 청구를 하여 다시는 움직이지 못하게 겁박하고, 
안녕하지 못하다고 외치는 청년들에게는 장학금이나 취업에 불이익을 주는 방법 등으로 입을 막으려고 합니다. 

진정한 정상화는 이런 목소리들을 억눌러서 조용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 목소리를 듣고 토론과 토의, 대화와 타협으로 잘못을 바로잡아 그런 목소리가 다시 나오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것입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라고?

우리 사회의 비정상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들은 세상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긍정적으로 보라고 얘기합니다. 
좋은 것도 많은데 왜 자꾸 나쁜 것만 들춰내느냐고 합니다. 

하지만 진짜 긍정적 사고란, 문제는 외면해버리고 무조건 좋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어떻게 하면 바로 잡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입니다. 
좋은 것만 보고 살자고 얘기하며 문제가 있고 나쁜 쪽을 외면해버리는 것은 너무 비겁합니다. 

왼쪽 팔이 몹시 아프지만 오른쪽 팔과 두 다리는 멀쩡하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하고, 
그 와중에 합쳐지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겁니다. 그
런 얘기들을 시끄럽다고 억누르고 강제해서 거짓 평온을 만들어 놓고는 이게 정상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진짜 비정상입니다.

원래 민주주의는 좀 시끄러워야 제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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