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I, 오리농장 등 가금류에서 볼 수 있는 질병"

국제기구, AI 방역 "철새 서식지보다 가금류 농장 신경써야"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HPA8) 발생과 관련하여 철새를 원인으로 보는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제기구가 다른 입장을 냈다.

국제기구, "한국에 발병한 AI, 가금류 농장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질병"

동아시아 대양주 이동 조류 협력기구(EAAFP·이동성 물새와 서식지 보호를 위해 철새 이동 경로에 있는 정부와 국제기구, 단체 등 30개 파트너가 참여한 국제기구)는 24일 성명을 통해 "HPA8은 일반적으로 오리농장과 같이 매우 좁은 공간의 비자연친화적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가금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질병"이라면서 "지금까지 HPA8이 야생조류에서 발생 되었다고 보고된 적은 없으며 따라서 철새 무리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입증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EAAFP는 "HPA8은 가금류 농장에서 철새가 이용하는 저수지 등의 외부 환경으로 전염되었을 확률이 높다"면서 "이 경우 철새들은 오염된 물로부터 이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며, 근처 다른 수역으로 질병을 옮길 수 있다"고 이번 HPAI의 확산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EAAFP 한 담당관도 "야생조류는 고병원성 AI에 감염되면 치사율도 높고 48시간 이내 사망한다"면서 "동림저수지는 가창오리가 좋아하는 서식지로 10월부터 지내는데, 1월에 발병했다는 점에서 발병 원인을 가창오리에서 찾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담당관은 "가창오리가 많이 죽었다는 것은 고병원성 AI에 취약하기 때문이다"면서 "결국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 죽음은 배설물 등 직접적인 경로에 의해 감염된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동림저수지 인근 오리농장에서 흘러 온 물에 의한 감염을 높게 봤다.

다만, 고창 동림저수지 인근에 사는 한 농민에 따르면 동림저수지로 들어오는 오리 농장의 규모가 적다는 점에서 더 신중한 원인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AI 차단 방역, "가금류 농장 중심의 차단방역이 중요"

EAAFP는 고병원성 AI의 원인을 가금류 농장으로 보고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감염이 확인된 농장들 중심으로 효율적인 차단방역 조치를 주문했다.

EAAFP는 "감염지역 안팎으로 흘러 들어 가거나 나오는 물에 대한 모든 접촉은 금지해야 하며, 살아있는 혹 죽어있는 조류 및 가금류 제품, 사료, 의약품, 축산용 기구, 차량은 식량농업기구의 국제적으로 합의된 가이드 라인에 따라 매우 엄격하게 제한되고 통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물을 피하도록 하는 것을 강조했다.

FAO(유엔식량농업기구)의 고병원성 조류 독감을 위한 차단방역 지침에 따르면 현재까지 야생조류에게서 장기간 AI 보유 흔적이 발견된 바 없다. 하지만 가금류에서는 AI가 장기간 보유된 흔적이 발견된 바 있다. 그래서 FAO는 감염된 가금류들이 가장 위험한 AI 전염원인이며 공기를 통한 전염보다는 감염된 가금류의 분비물을 통한 오염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AI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사람과 감염된 조류 및 오염된 물질들의 이동을 철저하게 차단해야 한다고 FAO는 밝혔다.

이에 따른 조치로 FAO는 대규모 가금류 농장에 대한 차단 방역을 강화하고 소규모 농장에 대해서는 입·출입 제어 및 전염 차단을 위한 물리적 장벽을 설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스파이크 밀링턴 EAAFP 사무국장은 "아시아의 농가 관리 시스템은 유럽이나 아메리카보다 조류 독감 발병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류 독감이 발병된 지역과 인근의 엄격한 통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밀링턴 사무국장은 "농장을 외부 출입으로부터 격리하고 농장 간의 감염 전파를 예방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정부의 방법은 옳다"면서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금류들이 농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용하는 것보다 농가 내에서 독립적으로 깨끗한 물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살처분 된 가금류의 경우도 엄격하게 이동을 통제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일부 언론, 차단방역의 허점 제기 VS. 조류 전문가 "농장 중심으로 변화 필요"

한편, EAAFP의 이런 주장은 최근 일부 언론이 제기한 방역 조치가 미흡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맞물려 주목된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2일 보도를 통해 HPA8 확진 판정이 난 고창 동림저수지에서 저수지를 출입하던 관계자들에 대한 방역절차를 농림부가 소홀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철새 전문가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통해 "야생철새 폐사체 수거가 진행 중이던 지난 19일 방송 인터뷰를 하러 저수지 현장에 도착했을 때 행정공무원과 경찰, 취재기자, 조류보호단체 관계자 등이 방제복도 입지 않은 채 몰려 있었다"면서 "더욱이 SBS 방송사가 헬기까지 띄워 접근하는 바람에 새들이 많은 위협을 받았는데 혹시라도 병에 걸려 있는 조류라면 저항력이 더 떨어져 죽을 수 있고, 새들이 다른 서식지로 이동해 전국적으로 병이 전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실제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 등 야생철새 일부는 충남 당진의 삽교호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철새 전문가들이 철새 이동 사실을 전달했지만, 관계 당국은 당시 별다른 방역작업이나 통제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합뉴스 전남취재본부>는 27일 보도를 통해 AI 방역과 살처분 과정에서 공무원들에게 지급되는 보호복과 마스크 등이 불량이라고 지적했다.

주용기 전북대 전임연구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정부의 철새 도래지 및 호·저수지 주변 방역 작업이 과한 측면도 있다"면서 "금강호의 경우, 야생 방역을 위해 제방 위까지 올라가서 뿌리기도 한다. 이러면 오히려 철새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왜 지금, 떼죽음 당했나...가창오리 '미스터리'

철새가 AI 주범이 아닌 이유... 공장식 축산이 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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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질 무렵 하늘에 펼쳐지는 황홀한 가창오리의 군무입니다. 가창오리가 AI의 주범이라면 이미 떼죽음하고 사라졌어야 합니다. 그러나 가창오리는 여전히 저녁 하늘에 황홀한 군무를 펼치고 있습니다.
ⓒ 김신환

 


철새들이 조류인플루엔자(AI)의 주범이라고요? 과연 그럴까요. 철새들은 AI를 퍼트리는 주범이 아니라, 공장식 축산이라는 인간의 탐욕이 빚은 AI 재앙의 피해자입니다. 정부는 오늘도 AI를 퍼트리는 주범으로 철새들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철새들이 AI 발병의 주범이 아닌 이유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연일 방송이 조류인플루엔자(H5N8형 AI)로 난리입니다. 지난 1월 16일 전북 고창에서 시작된 AI가 전남 해남, 부안, 나주를 비롯해 충남 천안과 경기 안산의 시화호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7일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43개 농장에 64만4천 마리(오리 39농장 54만4천 마리, 닭 4농장 10만마리)가 살처분되었으며, 앞으로 27개 농장의 81만 3천마리(오리 6농장 16만4천 마리, 닭 21농장 64만9천 마리)가 더 살처분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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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닭과 오리들이 AI의 확산을 막기 위한 예방적 차원이라는 이름 아래 산 채로 매장되는 끔찍한 재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매장하는 이게 얼마나 효과가 있으며, 과연 정상적인 세상일까요?
ⓒ MBC뉴스

 


가창오리 역시 AI의 피해자입니다

정부는 동시 다발적으로 전국에서 발생하는 AI 발병의 원인으로 철새들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AI가 최초로 발생한 고창의 동림저수지변 가창오리들이 떼죽음했고, 죽은 가창오리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검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가창오리와 철새들이 이번 AI의 주범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AI의 잠복기는 1주일에서 10일입니다. 그런데 동림저수지를 비롯하여 한국에 가창오리가 날아온 것은 지난해 11월입니다. 만약 가창오리가 AI의 주범이라면 이미 지난해 11~12월에 AI가 발생했어야 합니다.

AI가 발병하자 정부는 동림저수지에서 떼죽음 당한 가창오리가 1000마리라며 가창오리가 주 원인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동림저수지에서 사체로 발견된 가창오리와 철새의 수는 큰 기러기와 고니를 포함, 98마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최초 AI 발병지로 지목된 동림저수지를 찾아온 가창오리수는 무려 20만 마리입니다. 정부의 주장처럼 가창오리가 AI의 주범이라면 시베리아에서 날아온 지 왜 2~3개월이 지나서야 죽었을까요. 그리고 20만 마리의 가창오리 중에 왜 고작 81마리만 죽었으며, 그 후로 계속 떼죽음당한 가창오리는 왜 발견되지 않았을까요.

지난해 11월 날아온 철새들이 2~3개월 지난 시점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건 무엇을 의미할까요. 철새들이 AI를 옮긴 주범이 아니라 시베리아에서 한국에 날아온 이후 철새들이 AI에 감염됐다고 봐야 하는 게 아닐까요?

철새들이 AI로 죽은 원인은 두 가지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동림저수지 주변의 오리 농장에서 발생한 AI균이 저수지로 흘러들어가 철새들을 감염시켰을 가능성과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던 가창오리가 AI에 오염된 오리축사 주변에서 AI에 감염되었을 수 있습니다.

겨울, 철새들은 배가 고픕니다

겨울 들녘에 하얀 눈사람이 줄지어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추수가 끝난 들녘에 생긴 이상한 풍경입니다. 이 하얀 덩어리는 '곤포 사일리지'라고 부르는 것으로 탈곡이 끝난 볏짚을 소 사료용으로 쓰기 위해 비닐로 감아 놓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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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사료용으로 쓰기 위해 볏짚단을 비닐로 둘둘 만 곤포 사일리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제 추수 끝난 들녘엔 철새들이 먹을 것이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 최병성

 


사료 값 상승에 대한 해결책으로 고안해 낸 것이 바로 볏짚 곤포 사일리지입니다. 볏짚 곤포 사일리지는 추수가 끝난 논의 볏짚을 500Kg 단위로 뭉친 후, 발효제 등을 섞어 숙성시켜 만듭니다. 

추수 끝난 들녘에 길게 늘어선 볏짚은 또 하나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논에서 볏짚을 구경할 수가 없습니다. 개당 5~6만 원에 이르는 볏짚 곤포 사일리지가 또 하나의 수입원이 되면서 논에서 볏짚이 사라지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논에 떨어진 낙곡을 주워먹고 살아가는 철새들입니다. 예전엔 추수가 끝난 들녘에 떨어진 낙곡이 많아 철새들이 겨울나기에 걱정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성능 좋아진 콤바인 덕으로 추수 때에 논바닥에 떨어지는 낙곡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곤포 사일리지로 볏짚마저 싹쓸이해 가니 대한민국을 찾아 온 철새들은 추운 겨울 내내 쫄쫄 굶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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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곤포 사일리지'라고 부르는 소 사료용을 위한 볏짚단 싹쓸이로 인해 천연기념물 두루미가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고 있습니다. 자연과 더불어 나누지 않는 인간의 탐욕이 철새들을 굶주려 병들게 만들고 있습니다.
ⓒ 최병성

 


최근 서산 천수만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국내 최대 철새 도래지 천수만에 철새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예전의 천수만은 호수에도, 추수 끝난 들녘에도, 하늘에도 큰기러기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몇 시간 동안 돌아다녀도 그 흔한 큰기러기를 만나기 힘듭니다.

천수만을 가득 채우고 있던 큰기러기와 흑두루미와 철새들이 사라진 것입니다. 철새도래지에 가득했던 철새 무리가 왜 사라진 것일까요? 먹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철새들이 먹을 것을 찾아 사방팔방으로 흩어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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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해 전 추수 끝난 겨울 천수만 들녘 하늘(위 사진)을 날아가는 큰기러기들과 호수(가운데 붉은 동그라미)에 가득했던 큰기러기 무리입니다. 천수만에 큰기러기가 얼마나 많았는지, 가운데 붉은 동그라미 속의 큰기러기는 아래 사진의 점처럼 길게 늘어선 큰기러기 무리의 한 부분을 확대한 것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엄청나게 많았는데, 지금은 전혀 없습니다. 이 많은 기러기가 굶주려 사방으로 사라졌으니 AI를 전파하는 매개체가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최병성

 


철새도 잘 먹고 튼튼해야 질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먹을 것이 없다보니 굶주린 철새들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주변 오리농가를 기웃거리게 되고, 면역성이 약해진 철새들은 오리·닭 농장의 가금류로부터 AI 질병이 전염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AI의 주범은 인간의 탐욕입니다

지난 2010년 가을, 경상북도 안동에서 발생하여 전국으로 퍼져나간 구제역으로 348만여 마리의 가축이 매몰됐습니다. 다시 3년여 만에 찾아온 AI로 백만 마리가 넘는 닭과 오리를 생매장하는 이 끔찍한 재앙의 근본 원인은 철새가 아니라 바로 인간의 탐욕입니다.

더 싼값에 고기를 먹기 원하는 소비자와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축산 농가의 공장식 축산이 빚은 합작품입니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닭과 오리를 키우다 보니 면역성 저하로 인한 전염병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국의 축산업은 너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사육 두수를 키우는 열악한 환경에 있습니다. 그로 인한 항생제 등의 약물 남용이 심각함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나라별 1ha당 사육되는 소의 경우 한국 31마리, 일본11.67마리, 오스트레일리아 3.5마리, 미국 9.54마리이고, 돼지는 1ha당 한국 96마리, 일본 26.53마리, 오스트레일리아 0.29마리, 미국 6.65마리입니다. 한국의 축산업이 얼마나 밀집된 공장 축산이며 질병에 약할 수밖에 없는지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란 사람으로 치면 감기와 같은 것입니다. 현재 국내 축산업은 수익을 위해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닭과 오리를 키우기 때문에 AI와 구제역에 취약한 것입니다.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하면 감기에 걸리지 않습니다.

인간의 탐욕을 위한 공장식 축산이 개선되지 않는 한 AI와 구제역의 재앙은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것입니다. 그리고 효과도 의문시되는 방역과 살아 있는 수많은 생명들의 살처분이라는 끔찍한 재앙 역시 끝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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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매장되는 오리들입니다. 이렇게 살아있는 생명들을 생매장하면 AI를 예방할 수 있을까요? 저렇게 생매장된 오리 중에 AI에 걸린 오리는 과연 몇마리나 될까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너무 많은 생명이 죽음을 당하고 있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이 사회가 정상이 아닙니다.
ⓒ 한국동물보호협회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4개 단체는 지난 24일 공동 성명을 통해 "2003년 국내에서 AI가 처음 발생 이후 2003년, 2006년, 2008년, 2010년 10년 동안 2~3년 주기로 반복되며 총 약 2500만 마리의 가금류가 살처분되었다" 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닭과 오리의 숫자는 겨우 121마리에 불과하여, 건강하고 멀쩡한 닭과 오리 99.99%가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이름으로 대량 학살된 것"이라며 끔직한 예방적 살처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철새들에게 먹을 것을 공급하라

정부의 조사 결과처럼 죽은 철새들의 사체에서 고병원성 병원균이 발견된 것은 사실일 것입니다. 그러나 철새들의 몸에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고 철새들이 AI 발병의 주범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굶주린 철새들이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다 질병 덩어리인 공장식 축산 농가로부터 병을 옮게 되었고, 먹을 것을 찾아 또 다시 이동하던 철새들이 다른 지역으로 AI를 옮기는 매개체 역할을 하게 된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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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볏짚을 둘둘 말아버린 곤포 사일리지 주변에서 큰기러기들이 서성거려 보지만, 그 어디에도 먹을 것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당연히 철새들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사방으로 흩어지게 되고, 질병의 온상인 공장식 축산 하우스 주변에 기웃거리다 병을 옮게 되었을 것입니다.
ⓒ 최병성

 


정부는 AI 발병의 원인을 철새에게 돌리려고만 하지 말고 올바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AI와 구제역의 재앙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먼저 공장식 축산에 대한 근원적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AI와 구제역 발생에 대한 우리의 책임도 있습니다. 2002년과 2009년의 소·돼지·닭의 가축생산액 통계를 비교해보면, 우리의 육류 소비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줍니다. 육류소비를 보면, 돼지는 2002년 2조9164억 원에서 2009년 5조4734억 원, 소는 2조1363억 원에서 4조948억 원으로, 닭은 7294억 원에서 2조229억 원으로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늘어나는 육류 소비에 맞추기 위해 좁은 공간에 양육하는 공장식 축산이 불가피한 것입니다. 더 이상의 재앙이 반복되지 않도록 육류소비를 조금씩 줄이는 일에 동참하는 노력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반복되는 AI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는 철새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는 것입니다. 한국은 철새들의 주요 이동 통로이기 때문에 철새들의 오고감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철새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정적인 먹이를 공급해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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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을 것이 부족한 천수만의 철새들을 위해 볍씨를 뿌려주고 있습니다. 이런 사랑과 노력이 있어 그나마 남은 흑두루미와 기러기의 생명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AI 예방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사랑이 꼭 필요합니다.
ⓒ 김신환

 


오래전 우리 선조들은 까치밥이라 하여 산새들을 위해 먹을 것을 남겨주는 귀한 풍습이 있었습니다.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이지요.

지난해 12월 23일자 전북일보는 <볏짚 곤포 사일리지 과잉생산 조사료 영농법인 줄도산 위기>라는 기사를 통해 볏짚 공포 사일리지의 과잉생산과 공급으로 인해 관련 업체들이 줄도산할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볏짚 싹쓸이로 철새들을 굶주려 병들게 하고, 관련업체들도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정부의 대책이 절실해 보입니다.

지난 20일 환경부는 야생동물의 분산 및 이동, 사람 및 차량과 야생동물의 접촉을 방지한다며 철새 먹이주기 행사 중단을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환경부의 이 대책은 오히려 AI를 전국으로 급속히 퍼트리는 재앙이 되는 셈입니다. 철새들에게 먹을 것을 공급해 주지 않는다면, 철새들이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서식지를 벗어나 전국 사방으로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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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먹이 공급 중단으로 인한 철새들의 이동이 벌써 확인되고 있습니다. 철새 전문가들에 의하면 20만 마리에 이르던 동림저수지의 가창오리떼가 지금은 5만 여 마리로 줄었으며, 예년보다 한 달여 빨리 금강호와 삽교호에서 가창오리 무리가 발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순천만의 흑두루미 23마리가 서산 천수만까지 올라 온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순천시의 먹이주기가 중단되었기 때문입니다.

'철새 먹이주기 금지'라는 환경부의 잘못된 판단은 하루 속히 철회되어야 합니다. 철새들에게 안전한 먹이주기는 철새들의 이동을 줄일 뿐만 아니라, 철새들의 건강 회복을 도와줌으로써 질병을 이길 면역력을 키워줍니다.

정부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AI와 구제역의 재앙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개선하고, 한국을 찾아오는 철새들에게 안전한 먹이주기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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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겨울철새를 AI 주범으로 몰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피해자다

AI 확산도 사람과 차량의 이송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철새들이 우리나라를 찾는 이유는 시베리아가 얼어붙으면서 먹이가 부족해져

상대적으로 먹이가 풍부한 우리나라에 와서 먹이를 먹고

다시 시베리아로 돌아가 번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장소에서 먹이를 주는 것이 (AI) 확산을 막는 하나의 방법이다

 

국제기구인 '조류 인플루엔자 및 야생조류 학술대책위원회'

지난 1월 다음과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류인플루엔자및야생조류학술대책위원회 성명문

20141

 

1.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는 가금류 생산시스템과 이의 가치 사슬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2. H5N8HPAI가 최근 대한민국의 국내 가금류로부터 알려졌으며

가금류 및 야생조류의 사망을 유발하였습니다.

3. 가금류 산업뿐만 아니라 가창오리 무리를 포함한

야생조류의 엄청난 치사율에도 영향을 줍니다.

4. 야생조류가 이 바이러스의 근원지라는 증거는 현재까지 없습니다.

그들은 매개체가 아닌 피해자로 간주되어야 합니다.

5. 조류인플루엔자 및 야생조류학술대책위원회는 국제연합환경계획(UNEP),

이동성종의보존에관한협약(CMS), 국제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기관 및 단체들에게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 바이러스의 근원지와 가금류 및 야생조류 사이에서의

전염 메커니즘을 확인하기 위한 철저한 역학평가를 실시해야 합니다.

. 감염원에 상관없이 다른 가금류 농장 및 야생동물로의 질병확산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영향을 받은 농장들에 대한 질병통제작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 야생동물과 가금류 사이의 접촉을 방지하기 위해 영향을 받은 농장들과

주변 농장들에 대한 차단 방역을 강화해야 합니다.

. 야생조류에 관심을 국한하는 것은 효율적인 질병 관리를 결정적인 근원지로부터

멀어지게 할 수 있으며 또한 부정적인 자연보전 결과와 생물다양성의 손실을 발생시킬 수도 있습니다.

 

현재 상황

2014116, 대한민국 서울에서 남쪽으로 300Km정도 떨어진 전라북도 고창에서

H5N8의 첫 발생이 보고되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야생조류이 이 바이러스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가창오리 수십 마리와 적은 수의 큰기러기들이 사망하였습니다.

이중의 일부는 H5N8에 대해 양성 반응을 보였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의심지역에서의 테스트와 함께 적어도 17개의 다른 농장들에서

H5N8 인플루엔자가 발견되었습니다.

640,000마리 이상의 가금류가 이미 살처분되었으며,

수백에서 수천 마리가 더 살처분될 예정입니다.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왔나?

현재까지 세계야생조류 감시활동에서는 야생조류에서의 H5N8이 감지된 적이 없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이 바이러스의 근원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야생조류에서 확산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주장은 지금까지의 역학적 증거에 의해 지지되지 않습니다.

 

이 바이러스가 큰기러기, 가창오리에서 사망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창오리는 수만에서 수십만 마리가 함께 모여 휴식하므로

만약 이 바이러스가 철새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었다면

철새에서의 더 높은 사망률이 이전에 이미 발생했을 것입니다.

 

가창오리는 대한민국에 2013년 가을에 도착했으며 가

금류 농장에서의 H5N8 발생 이전까지는 질병의 징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야생조류에서 HPAI바이러스를 검출하는 것은 저병원성 바이러스가

매우 독성이 강한 형태로 진화하고,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농장의 가금류와의 가치사슬을 비교하였을 때 매우 드문 일입니다.

 

가금류, 가금류 제품, 사람 및 장비의 이동 및 오염물질의 더 넓은 자연환경으로의 확산은

다른 가금류 및 야생조류로의 바이러스 확산을 용이하게 할 수 있습니다.

 

가금류 농장과 시장

FAOOIE 지침에 따르며, 이행되는 대부분의 H5N8 질병관리 대책(검역, 살처분방식, 엄격한 차단방역, 세척 및 소독, 무역 및 이동제한)

가금류 농장 및 조류시장에 집중되어야 합니다.

제대로 수행되는 경우, 이와 같은 절차들은 질병 발생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며,

바이러스의 확산을 방지하는데 있어 성공적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야생조류

대한민국은 가창오리에게 주요 월동지를 제공하며 거대한 무리의 다채로운 새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야생경관을 제공합니다.

현재 이 조류와 다른 야생동물에서 높은 수준의 치사율에 이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야생조류를 보호하고 이 야생조류들이 이후의 바이러스 확산에 관여되지 않도록 가금류 농장에서 모든 노력이 취해져야 합니다.

또한 질병방제작업 동안 환경오염 및 야생조류에 대한 위험을 (특히 습지에서) 줄이도록 해야 합니다.

 

감염된 농장에 야생조류가 접촉하지 않도록 조치가 취해져야 합니다.

(먹이 같은 유인요인을 줄이고, 가능한 경우 영향을 받은 농장의 바로 근처에 접근방지장치, 예를 들어 깃발 등의 방해물을 설치)

 

야생조류 교란은 이들이 위험이 낮은 지역에 남아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최소화되어야 합니다.

야생조류를 죽이는 것이 통제수단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는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한 것이며 비실용적, 비효율적이며 또한 모든 주요 동물 보건기관의 조언에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치는 이동성 종의 보존에 관한 협약 및 람사르 협약에 반하는 것이며 따라서 국제조약 위반사항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자연환경(예를 들어 습지)에 소독제를 살포하는 것은 권장되지 않습니다.

바이러스에 효과적일 것 같지 않으며 야생동물과 어업에 피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발생한 H5N8 HPAI에서와 같이 불균형적으로 야생조류를 바이러스의 근원지와 확산의 원인으로 비난하는 것은

덜 효율적인 질병통제활동과 바이러스의 잠재적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야생조류의 역할과 조류독감에 대해 고려할 때 미디어, 학계 및 인간, 동물보건기관은 책임감있게 행동해야 하며

또한 충분한 증거가 없을 시에는 바이러스의 근원지로서 철새를 지목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조류인플루엔자및야생조류학술대책위원회

국제연합환경계획(UNEP), 이동성종의보존에관한협약(CMS) 및 국제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하는

조류인플루엔자및야생조류학술대책위원회는 2005년에 설립되었으며 소통 및 조정 네트워크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증거를 기반으로 균형잡힌 의견의 증진을 위해

야생조류의 AI 역학에 대한 역할 및 AI가 야생조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계속 검토하고 있습니다.

학술대책위원 및 참관단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수역사무국(OIE), 국제식량농업기구(FAO),

이동성종의보존에관한협약(CMS), 람사르협약, 아프리카-유라시아물새협정(AEWA), 국제습지연합, 야생조류및습지트러스트,

국제조류보호협회, 로얄수의과대학, 에코헬스(Ecohealth) 동맹과 야생동물보호를위한국제회의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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