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닭갈비에는 춘천산이 없다

/강원일보

춘천 닭갈비 선순환이 필요하다 - (1) 1,000만명이 먹는 맛

 


◇춘천명동 닭갈비 골목 권태명기자

춘천 닭갈비가 생겨난 지 60여년, 1980년대 대중화 뒤 30여년의 역사를 맞고 있다. 이제 춘천 닭갈비는 국내를 넘어 중국까지 진출할 정도로 춘천을 대표하는 글로벌 음식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지만 춘천 닭갈비는 계육 생산→가공→소비까지 이어지는 유통구조가 취약하다 보니 총체적인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최종 소비처인 음식점만 커가고 있다. 또 조류인플루엔자나 계육 품질, 비위생, 서비스 불만족 등 외부 충격에 쉽사리 흔들리며 명성을 위협받고 있다. 춘천 닭갈비를 매개로 한 1·2·3차 산업에 이르는 지역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시급히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이다.

 


연소비 2,000만 마리 불구 생산은 500만 마리 그쳐

그나마 외지로 대부분 팔려나가 가공·유통에 한계

음식점만 우후죽순 최근 외국산 냉동육 사용업소도



강원대 산학협력단과 지자체,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춘천에서 소비되는 닭갈비는 하루 평균 8톤~10톤, 연간 3,000톤 규모에 달한다. 닭 마릿수로 계산하면 약 1,500만~2,000만 마리에 이른다. 이 중 넓적다리만 원료로 쓰다 보니 닭 2마리당 닭갈비 3인분 정도의 계육이 쓰인다. 이를 계산하면 한 해 춘천에서 소비되는 닭갈비 양은 최소 1,000만명분에 이른다. 관련업소는 춘천지역에만 350여개에 이르고, 직접 종업원 수천명에 달하고 있다. 반면 지역 내 양계 농가는 20여 곳, 가공유통업체는 20~30여곳으로 영세 업체가 대부분이다. 닭 생산 마릿수도 연간 춘천 소비의 3분의 1 수준인 500만 마리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대부분 마니커 등 계열화를 통해 외지로 팔려나간다. 또 도계장은 춘천의 소량 처리를 기피하고, 가공유통업체도 영세성의 한계가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음식점들은 안정적인 원료 공급을 위해 외지 국내산을 쓰고 있다.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등 인프라 개선 속에 3년 전 200여개였던 닭갈비 음식점이 350개로 급증하며 미국산과 브라질산 냉동육을 쓰는 업소까지 나오고 있다. 결국 춘천 닭갈비에서 정작 지역산 계육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고 있다.


이 때문에 춘천 닭갈비는 횡성 한우처럼 한우 사육과 생산, 가공, 유통, 소비가 `로컬 푸드'화 돼 한 사이클로 이뤄지지 못하고, 그렇다고 전주 비빔밥처럼 지리적표시제 단체표장 등록 등 독점적 권리도 획득하지 못하고 있다.


4년 전 춘천시는 국비 등 30억원을 들여 춘천 닭갈비 명품화사업을 추진했지만, 치밀한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 예산 반납 등 사업 포기라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이후 지자체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김지용 도농촌활성화센터 책임연구원은 “지역에서 생산된 상품이 유통, 소비까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춘천 닭갈비의 브랜드화나 지역경제 활성화의 실질적인 해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 닭갈비에 쓰이는 닭다리 이외의 부위에 대한 처리 방안을 비롯해 도계와 가공유통 과정상 각 이해관계 문제를 어떻게 조정하고 푸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춘천 닭갈비, 지역 육계 쓰지 못하는 이유는

춘천 닭갈비 선순환이 필요하다 (2) 춘천 양계농가의 영세성

 


`가격 폭락 위험부담 커' 농가 90%가 위탁사육


춘천 닭갈비 원료로 지역 육계가 쓰이지 못하는 것은 춘천 양계농가의 영세성과 계열화된 업계의 구조, 지역 도계장 및 가공유통업체의 특수성 등이 맞물린 결과다.


육계 산지가격 월별로 800원까지 요동 안정화 가장 시급

바이오산업 연계해 춘천 계육의 생산성·우수성 높여야



남산면에서 20여년간 양계업을 해 온 김태완(80)씨는 “우리 농가들로서도 정성껏 키운 축산물이 지역에서 순환해 춘천 닭갈비의 원료로 쓰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하지만 출하처와 생산비 부담, 가격 폭락 등을 다 끌어안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20여만 마리의 병아리를 국내 대형 유통업체인 마니커로부터 지원받아 위탁사육했다. 최근 양계시장은 대규모 계열화로 병아리 입식에서부터 사료, 판로까지 일괄 지원되는 구조다. 이런 위탁사육을 뒤로하고, 독자적으로 생산부터 판로까지 이끌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이 농가들의 하소연이다. 하지만 여전히 농가들의 지역 생산, 유통에 대한 바람은 크다. 춘천 닭갈비의 명품화가 성공하면 높은 가격에 육계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규모화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강원대 산학협력단의 연구용역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설문조사에서 지역 11개 농가 중 8개 농가가 명품화사업의 긍정적인 참여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생산비 부담과 빚 등 경제적인 문제는 높은 벽이었다. 당시 조사된 춘천지역 양계농가의 소득에서도 경영비 중 사료비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약 40% 높은 88.1%를 차지했다. 오히려 가축비는 1.9%로 약 20%가 낮아 이미 전형적인 계약사육의 수입구조를 보이고 있었다. 무엇보다 육계의 월별 산지가격이 생산비를 초과하거나(※그래프 참조) 같은 달 안에서도 500~800원까지 요동치다 보니, 안정적인 소득보장을 위해 농가들은 계약사육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현재 춘천지역 양계농가 26호 중 90% 이상이 계열체와 거래, 위탁 운영되고 있다.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에도 지역 차원의 계육 생산 공급 시스템은 춘천 닭갈비의 고급화를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더욱이 춘천은 바이오산업과 연계, 친환경 항생제의 연구 개발 등 춘천 계육의 생산성과 우수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김창혁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기획경영실장은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특화된 춘천의 장점과 춘천 닭갈비의 고급화 전략 및 품질관리 시스템과 접목된다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동률 30% … 춘천산 고집 힘들다”

춘천 닭갈비 원료로 지역육계가 쓰이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이어줄 가공과 유통단계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춘천은 이 연결고리가 매우 취약하다. 계육 생산량 자체가 적은 데다, 설령 지역산 닭이 들어와도 영세한 지역 가공유통업체들로서는 닭갈비 재료로 쓰이는 넓적다리 이외의 부위 처리가 부담이어서 이를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

도계장 처리 단체·군납이 대부분 일부만 업소 납품
부위별 유통방안 없어 넓적다리만 타지역서 들여와



현재 춘천에는 도계장 1개소와 가공 및 유통업체 20~30여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지역 도계장에서는 춘천과 화천, 양구, 홍천 등에서 생산된 닭을 잡아 내장과 뼈 등을 제거하고 해체, 포장 납품하고 있다. 도계장 관계자는 “하루 최대 5만 마리를 처리할 수 있지만 평균 가동률이 30%를 밑돌다 보니 춘천산 닭만을 고집하기 힘든 여건”이라고 했다. 이마저도 대부분이 군납이나 단체급식소로 나가고, 일부 물량만 지역 닭갈비업소와 가공업체 등에 납품된다.

지역 가공유통업체들로서는 물량을 받는다 해도, 부위별 처리 문제로 고민이 깊다. 한 업체 관계자는 “평균 1.5㎏의 계육 중 닭갈비에 쓰이는 넓적 다리는 200g정도다. 다리 부위를 닭갈비 업소에 납품한다 해도, 영세업체들로서는 가슴살과 날개 등 나머지 부위의 처리 방안이 사실상 전무하다”고 말했다. 한우에서 가장 인기있는 등심과 다른 부위 처리 방안에 대한 업계의 고민과 비슷한 경우다. 이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요리하던 `뼈있는 닭갈비'와 달리 2000년대 들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뼈없는 닭갈비'가 주를 이루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또 부위별로 해체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지역 가공업체도 3~4개소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나머지 업체들은 수도권 등 가공업체나 도계장, 계열체 등을 통해 넓적다리 부분육만 들여와 지역에 유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가공유통업체 관계자는 “지역에서 생산-유통-소비가 이뤄지면 춘천 닭갈비의 신선도가 더 확보되지만, 전제는 충분한 물량과 닭 품질”이라고 설명했다.
고종태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우선 참여를 원하는 일부 양계, 유통, 업소를 중심으로 지역 순환을 시작한 뒤 외연을 대해 나가되, 마니커 등 계열체의 대응도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4~5년 전 무산된 춘천시 명품화 사업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지자체 간 대승적 차원의 상호 신뢰 등 협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주비빔밥 처럼' 지역 명품화가 해법

춘천 닭갈비 선순환이 필요하다 (4·完)브랜드의 가치

◇춘천닭갈비 캐릭터.

춘천닭갈비를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결국 브랜드 가치 높이기가 핵심이다. 그래야만 1인분에 1만원인 춘천닭갈비가 2만원, 3만원이 될 수 있고, 늘어난 수익이 신선한 육계를 생산하는 지역 양계 농가와 유통업계, 음식점 등에게 골고루 분배, 지역경제의 선순환을 이끌 수 있다. 지리적표시제 단체표장 등록 등 독점적 지위를 부여받기 위한 노력도 시급하다. 춘천닭갈비의 명품화는 비슷한 처지의 전주비빔밥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수익 늘려 지역 양계농·가공유통·음식점에 골고루 혜택

전주비빔밥 벤치마킹 요리법·재료 표준 마련 품질 높여야




전주시는 2010년 특허청으로부터 전주비빔밥의 단체표장 등록을 마쳤다. 각고의 노력 덕택이었다. 2008년 한국식품연구원에 용역을 의뢰, 우선 판매업소별로 제각각이던 레시피(음식조리법)를 통일해 전주비빔밥 표준안을 마련했다. 여기엔 요리순서와 방법은 물론 농산물과 임산물 재료의 산지와 용량, 너비까지 규정돼 있다. 양질의 음식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지키는 것이다.


반면 춘천닭갈비의 경우 이런 표준안이 없다. 판매업소마다 나름의 양념비법만을 내세울 뿐이다. 신선한 냉장 계육은 물론 고구마와 양배추 등 야채의 신선도에 대해 신뢰도 높이기가 급선무다. 또 카레 닭갈비 등 다양화된 메뉴 시도도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전주시 관계자는 “표준안은 상품 고급화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라며 “여기에 업소마다 요리비법 등을 응용해 차별화를 꾀한다”고 말했다. 또 전주는 가공과 판매업체 9곳이 주축이 돼 비빔밥영농 조합법인을 설립, 주도적으로 전주비빔밥 브랜드 가치 올리기에 힘쓰고 있다. 전주비빔밥 주식회사 공장에서는 편이식 비빔밥을 생산, 전국과 해외에 36곳의 프랜차이즈까지 확보했다. 춘천시에도 생산과 가공 및 유통, 판매업체를 대표하는 각각의 협회는 있지만, 2011년 춘천닭갈비명품화 사업추진단이 와해되면서 이를 규합할 연합체가 없다. 그렇다 보니 춘천닭갈비의 외지, 해외 진출 등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데도 한계가 있다.


전주시는 2010년 캐릭터 비비미를 상표등록해 그릇과 앞치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춘천닭갈비도 2006년 상표등록과 캐릭터까지 만들었지만, 축제때나 볼 수 있을 뿐이다. 춘천닭갈비의 단체표장의 등록은 3년 간 낮잠만 자고 있다. 영농조합법인과 가공판매사업협동조합이 서로 특허출원을 신청하면서 법적 소송이 벌어졌고, 출원 심사마저 무한정 보류된 상태다. 특허청 상품심사과 관계자는 “춘천닭갈비는 요식 및 서비스업 성격이 강한 데다 가공과 품질, 유통관리시스템, 통일된 제조법 등에 대한 세부 요소가 안 갖춰져 특허출원을 장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명품화사업 실패 뒤 지자체에서 춘천닭갈비를 브랜드화하려는 후속 조치는 사실상 전무한 형편이다. 사육장에 대한 시설 지원 등이 전부다. 고종태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생산에서부터 유통 가공, 판매 등 각 관련 업체 모두가 춘천닭갈비란 브랜드의 관리주체라는 인식을 명확히 갖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일련의 노력들의 키는 지자체가 잡고, 춘천닭갈비의 양적인 팽창이 질적인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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