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은 좋은 환경에서 기대를 모으고 피어나서 희망을 갖게 하지만 수선스러운 느낌이 있고

여름 꽃은 화려하지만 지나치게 강렬하다. 봄꽃 여름꽃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긴 기다림 끝에 피어나서

뭇 서리가 내리도록 여린 가지에 굳건하게 꽃송이를 달고 있다가 지는 꽃이 가을꽃이다.

 

청초한 모양이나 향기가 국화와 비슷해서 통칭 들국화라고 불리는 가을꽃이 야생의 국화꽃들이다.

식물도감에 들국화라는 꽃은 없으니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음에 무안해진다.

 

쑥부쟁이, 벌개미취, 구절초, 개미취, 감국, 산국, 곰취, 금불초, 해국 등을

흔히 들국화라고 부르는데 가을꽃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춘수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읊었는데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으니 정체성을 주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다.

 

 

 

 

 

 

가을 야산이나 들판에 흔하게 무리 지어 피며

가을 정취를 가장 많이 느끼게 해주는 연보랏빛 꽃이 쑥부쟁이다.

쑥부쟁이의 꽃말은 '그리움, 기다림'인데 꽃 말만큼이나 슬픈 전설을 가지고 있다.

 

 

 

 

 

 

 

꽃 모양이 쑥부쟁이와 비슷하지만 빛깔이 조금 더 진하고 줄기에 홈이 파져 있는 꽃이 벌개미취이다.

벌개미취는 '청초', '너를 잊지 않으리'라는 꽃말같이 초여름부터 가을까지 피며 뭇 꽃들로부터 시샘을 받는 꽃이다.

 

 

 

 

들판이나 언덕보다 야산에서 청초하게 꽃대 하나에 하나씩 연분홍빛으로 피기 시작하여

점차 맑은 흰빛으로 호젓하게 피어나는 꽃이 구절초다.

'순수'라는 꽃말같이 우리의 정서에 잘 맞는 꽃이다.

 

구절초는 뿌리째 뽑아 말려서 다려 먹으면 부인병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음력 99일에 채취해서 말려야 약효가 좋다고 하는데 선모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꽃잎을 말렸다가 은은한 향기가 나는 국화차나 국화주를 만들기도 하고

베개 속에 넣으면 머리가 맑아져 두통에 좋다고 한다.

잎은 꼭 쑥 잎 같고 벌개미취보다 훨씬 늦게 핀다.

 

 

 

 

들국화라고 부르지는 않지만 가을꽃 하면 떠오르는 꽃이 코스모스다.

주로 분홍색, 흰색, 진분홍색을 띠고 길가에서 한들한들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

 

'순정', '애정', '조화'라는 꽃말만큼이나 파란 하늘과 조화를 이루며 피어서 행인들이 사진을 찍게 만드는 꽃이다.

요즈음은 개량종인지 분홍과 진분홍, 흰색과 진분홍이 겹친 꽃이 보여서 이채롭다.

 

들판에서 자생하여 모진 바람 찬 서리를 맞고 마른 가지가 되어서도

은은한 향기를 발산하는 가을꽃을 보면서 아름다운 계절이 다 가고 있음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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