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제17차 세계유기농대회가 아시아 최초로 경기도 남양주에서 열렸다. 정부는 이번 세계유기농대회 유치로 유기농업 저변을 확대하고 유기농 정신이 확산하는 계기 를 마련하며 우리나라 유기농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산실인 팔당 유기농단지는 철거될 계획이며, 유기농업을 지원하는 마을단지 옆에는 골프장이 들어설 상황이다. 대표적인 곳이 강원도다. '청정' 강원의 새로운 동반자가 골프장? 강원도는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지역으로 전국 2위의 친환경농산물 인증 면적을 지니고 있다. 전국농산물품질관리원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는 친환경농산물 인증실적 중 인증면적 비중 3위, 경지면적 비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강원도 내 시·군의 친환경농산물 총 재배면적은 1만4889ha로 춘천(8403ha), 홍천(855ha), 양구(731ha) 순이다. 이중 유기농 재배 면적은 총 1281ha로 홍천(231ha), 철원(209ha), 춘천(128ha) 순이다. 하지만 강원도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42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고, 건설을 추진 중인 곳도 41개에 이른다. | ▲ 유기농생태마을 두미리 두미리는 마을전체가 수박, 가지,쌀등의 유기농업을 하고 있으며 정부가 지원하는 유기농클러스터로 지정되어있다. |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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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홍천군을 살펴보자. 강원도는 홍천군 서면 4개 마을(두미리, 반곡리, 어유포리, 팔봉1리)에 국고와 지방비 65억원을 들여 유기농클러스터를 조성했다. 유기농클러스터는 상지대학교와 홍천군, 강원발전연구원이 지원하고 있으며, 홍천군은 순환형 유기농 체계와 유기농 클러스터 조성을 목표로 유기농협의회를 결성하는 등 생산, 판매 부문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홍천군에는 현재 3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이고, 10개의 골프장이 인허가 과정을 밟는 중이다. 이에 대해 홍천 주민들은 최근 유기농생산지 인근에 골프장 건설이 급증하면서 농약 및 하천오염으로 인해 친환경농산물 인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주민들의 우려에도홍천군 서면 두미리에는 두미CC(회원제 18홀, 대중 9홀)가 사전환경성 검토과정을 거쳐 골프장 허가과정에 있으며, 팔봉리의 대명CC(대중 18홀)는 벌목이 진행되는 등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 ▲ 두미리 마을 전경 두미리는 마을전체가 정부가 지원하는 유기농클러스터로 지정되어있다.농지옆 산을 깎아 골프장을 만들예정이다. |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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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을전체가 유기농업 생산지인 두미리는 수박, 가지, 쌀 등 매년 매출액이 40억 원에 이르며, 두미리 축산업 역시 정부 신활력 사업으로 9억 원의 지원을 받아 유기축사 시범농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이다. 앞서 두미CC 사업자는 2007년 10월에 주민제안서를 접수하면서 골프장 사업이 시작되었다. 환경성검토협의 과정에서 2008년 8월 원주지방환경청 장아무개 평가과장은 "동 골프장 개발사업은 친환경농업으로 추진하는 신활력 사업의 당초 취지 및 목적과 부합하지 않다"면서 "사업규모 축소가 불가피할것으로 판단된다, 개발허용범위및 주민제안서 입안여부를 재검토하라"라는 의견을 환경성검토협의회에 제출하였다. 그러나 이 같은 의견에도 환경성검토협의회의구성원인 홍천군은 두미리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최근 주민들이 이와 같은 과정을 알고 홍천군에 문제제기를 하였고, 2011년 9월 결국 홍천군은 유기농클러스터 조성사업 관련 저감 방안으로 제시된 내용에 대해 주민대책위원회와 합의하여 전문기관에 의뢰,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사전환경성검토서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두미리 유기농클러스터 사업이 "목적과 효과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며 사실과 다르게 평가절하되어 기록되어 있다 |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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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골프장 사전환경성검토서에는 이와 같은 유기농 집단생산지 현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두미CC 사업자가 보완 제출한 '사전환경성검토서'를 보면 "두미리 친환경농업 클러스트사업은 목적과 효과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골프장 사업자가 제대로 된 조사없이 사실과 다르게 작성한 것이다. "커다란 성과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는데, 앞서도 밝혔지만 홍천 유기농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는 두미리는 매년 40억 원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골프장 농약은 맹·고독성만 아니면 된다? | ▲ 잔디보다 못한 유기농업 골프장 잔디를 유지하기 위한 농약이 땅을 위한, 생명을 위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유기농업보다 우선일까? | ⓒ 녹색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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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마을 전체가 유기농업 생산지인 곳에 골프장이 들어서면 안 되는 주된 이유는 골프장에 사용되는 '농약'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 현실은 골프장의 농약에 대해 '관대'하다. 일반적으로 골프장은 수질 및 수생태계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1년에 2회 이상 골프장 토양, 잔디, 유출수 시료를 채취하여 농약잔류량 검사를 한다. 그러나 이 검사는 맹·고독성 농약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이므로 보통독성, 저독성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사용이 금지된 농약 중 맹·고독성 농약이 검출될 경우 수질과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거 1000만 원 이하, 잔디 품목 미등록농약이 검출될 경우 농약관리법에 의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각각 부과받을 뿐이다. 일예로, 2010년 충북도 내 골프장의 농약검출조사 결과, 전년도보다 검출빈도와 농도가 증가하였는데도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은 이를 고독성농약을 제외한 농약의 사용량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에 꼭 필요한 곳에만 사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리고환경부가 2009년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년도(2008년)보다 골프장 수는 7% 늘었고, 전국의 골프장에서 연간 사용한 농약은 총 366.4톤으로 전년도 대비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편적인 예지만, 우리 유기농업이 골프장의 잔디보다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골프장 잔디를 유지하기 위한 '맹·고독성'이 아니라면 일반 농약은 이 땅을 위한, 생명을 위한, 우리 아이들을 위한 유기농업에 영향을 끼치더라도 허용된다는 것일까. 골프장 3개가 하나의 하천공유시 200배의 오염 유발
그간 지속적으로 골프장에 따른 생태계 훼손 문제가 제기되자, 최근에는 '친환경골프장'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이름만 보면, 마치 골프장으로 주변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주는 듯하다. 그러나 2003년 한국환경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골프장 운영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산지에 입지하는 골프장은 구조적으로 수계의 발원지 또는 집수역에 조성되어 하천의 생태계를 단절하고, 골프장의 배출수에 의해 하류의 하천을 오염시켜 하천에 서식하는 생물의 서식지를 변하게 하고, 이러한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될 경우 오염에 내성이 생긴 종들만 생존하게 하여 종의 구성을 단순하게 만들어 자연적으로 회복이 어려운 상태에 도달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오염내성 지표식물인 깔따구류의 개체 수를 분석해 보았을 때 골프장에 의해 영향을 받을 경우 영향을 받지 않는 지역에 비해 67배 이상의 오염도를 보이므로 골프장 3개가 한 하천을 공유할 경우 약 200배의 오염을 유발한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밝히고 있다. 공생할 수 없는 골프장과 유기농업
결국,한 마을에, 하나의 수계를 사용하는 지역이라면 골프장에 따른 오염도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다시 주장하지만, 골프장과 유기농업은 공생할 수 없다. 그러나 '골프장의 입지 기준 및 환경 보전 등에 관한 규정'에는 광역상수원보호구역 등만 제시되어 있고, 현재 친환경농업지역으로부터의 거리 기준이 없다. 또한, 골프장 건설에 따른 사전환경성 검토, 환경영향평가단계에서 입지선정에 따른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영향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상황이다. | ▲ 두미리 지도 두미리를 사이에 두고 두미CC와 대명CC가 만들어질 계획이다. 골프장이 하나의 하천을 공유할 경우 오염도는 수백배에 이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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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을 전체가 유기농업을 하는 두미리는 마을을 사이에 두고 2개의 골프장(두미CC, 대명CC)이 만들어질 예정이다. 골프장이 운영되면 유기농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친환경유기농업을 하고 있는 두미리 농민 이지영씨는 다음과 같이 울분을 터뜨렸다. "골프장 때문에 밤에 잠도 잘 못 잘 지경이다. 이게 말이냐 되냐. 유기농 하는데 옆에 골프장이 버젓이 들어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실제 유기농 인증까지는 관행농에서 저농약단계를 거쳐 무농약, 전환기, 유기농까지 최소 6~7년 동안 자식 낳아 기르듯이 신경을 쏟아야 한다. 아무리 골프장 농약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혹시 농약 검출되면 그동안 유기농업을 한 우리는 어떻게 먹고 사냐?" 정부는 1997년 친환경농업육성법 제정, 2001년 친환경농산물 인증제 시작으로 매 5년 단위 친환경농업육성 중장기 계획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더욱이 저탄소녹색성장을 견인하는 사업으로 친환경농업을 부각하고, 2010년 4월에는 유기농 식품산업을 핵심 녹색성장과제라고 선정하기도 했다. 더욱이 최근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증가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성장으로 유기 농산물 직거래가 활성화될 뿐 아니라 유기농 급식을 하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어 유기농제품 시장은 향후 연간 30%씩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할진데, 강원도는 우리 모두의 건강한 먹을거리를 내주고 골프장만 얻을 것인가. |
| ▲ 훼손된 묘지 근처에서 뻣조각을 확인하는 정종민씨와 지역주민. |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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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언레져산업은 강원도 홍천군 서면 동막리 일원 약 52만 평 면적의 땅에 대중골프장 27홀을 짓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그런데골프장 건설공사로 인해230년 동안 모시던 조상묘가 파헤쳐져 사라진 경악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9월 초 진주정씨 34대손 정종민(46, 홍천군)씨는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기 위해산소를 찾았다가 봉분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하였다. 정씨는 "골프장 건설업체 측과 올 초부터 이장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는데,어떠한 안내와 통보도 없이 갑자기 조상묘를 파헤쳐버리니 추석을 앞둔 후손들의 가슴이 무너진다"며분노하였다.
골프장 건설업체 관계자는 "묘지이장 하청을 준 업체가 진행하였으며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하청업체인 상조업체는 "서울에 사는 진주정씨 가문의 종친회 소속인 다른 연고자에게 사업공고장과 이장 안내장을 보냈고 당사자로부터 분묘개장과 관련된 서류를 받아 이장을 적법하게 진행했다"고 주장하였다.
파헤쳐져 야산에마구 뿌려진 뼛가루들
| ▲ 무연고 묘지를 개장한 이후 곳곳에 뼛가루들이 흩어져 있다. | ⓒ 강원도골프장범대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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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이 명시한 묘지연고자는 '사망한 자의 배우자, 자녀, 부모, 자녀 외의 직계 비속, 부모 외의 직계존속, 형제자매, 사망하기 전에 치료·보호 또는 관리하던 행정기관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 시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다. 묘지를 이장하기 위해서는 분묘의 설치자나 연고자에게 통보를 해야 한다. 그런데 하청을 받은 상조업체 측에서는묘지의 실제관리자인 정씨가 아닌, 서울에 있는 먼 친척을 찾아가 서류를 작성하고 묘지를 파헤친 것이다.
더욱더 경악스러운 것은이장업체 측이 개장(다시 장사 지냄, 이장) 후 유골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로 흙을 긁어모아 능선에 뿌려서 지금은 묘를다시 이장하지도 못하게 돼버린 것이다.
지성구 동막리골프장대책위 위원장은 "최근 강원도 내에 골프장 건설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서 많은 묘지들이 함부로 파헤쳐지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에도 지자체가 골프장 인허가를 내준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홍천군에 의하면 동막리골프장 예정지에 있는 무연고 묘지186개 중 약 100여 개의 묘지가 개장되었다. 현행 장사에 관한 법률에 의해 일간지 공고 후 90일이 지나면 유연고 묘지라 할지라도 무연고 묘지로 간주되어 임의 개장을 허용하고 있어 법적으로는사실상모든 행위가 면책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28조(무연분묘의 처리)에 따르면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제11조에 따른 일제 조사 결과 연고자가 없는 분묘(이하 '무연분묘'라 한다)에 매장된 시체 또는 유골을 화장하여 일정 기간 봉안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공사와 같은 개발사업의 경우에 무연분묘는 파헤쳐져 그냥 근처 야산에 뿌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 골프장 내에 분묘 연고자 신고를 알리는 현수막 | ⓒ 강원도범대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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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잠든 영혼까지 쫓아내는 골프장 건설
아무리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후손들에게조차 잊혀진 묘지를 골프장을 짓기 위해 파헤친다는 것은 국민 정서상 맞지 않다.동막리에서는 심지어 훼손된 무연고 묘지 주위로 뼛가루들이 뒹굴고 있는 모습까지 확인되었다.
현장을 확인한 이승현 원주녹색연합 사무국장은 "골프장 건설로 농사짓고 평화롭게 살고 있는 주민들뿐 아니라 땅속에서 묻혀 있던 영혼들까지 쫒겨나가고 있다"면서 "골프장 건설은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현재 동막리 골프장은 업체에서 9월 26일 강원도에 착공계를 접수해놓은 상태이며 10월 26일에 착공 예정이다. 조상묘가 파헤쳐지고 무연고 묘지가 개장되어 야산에 아무렇게나 뿌려지는 일과 같은 경악할 만한 일이 발생해도 골프장 건설은 멈춰지지 않는다.
환경파괴, 불탈법이 난무하는 무분별한골프장 건설로 인해 강원도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환경부에서 골프장 건설 시 환경평가를 강화하여 건설을 억제하는 정책을 내어놓았고, 강원도도 민관협의회를 꾸려 강원도 내 골프장 건설을 문제점을 검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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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 회원권을 사 주세요
| ▲ 골프장 회원권을 사주세요 회원군 분양이 원활하지 않아 주민들에게 약속한 보상을 미루고 있어 주민들이 회원권을 사 달라는 글귀를 마을 곳곳에 남기고 있다. | ⓒ 녹색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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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역전평리 마을 입구에는 "골프장 회원권을 사 주세요"라는 글귀가 여기저기 나붙어 있다. 이 지역 595만㎡ 일대에 강원도 최고 규모인 54홀짜리 골프장을 만들고 있는 무릉공원 관광단지에 내건 홍보글일까? 아니다. 관광단지가 들어서면서 사라진 마을에 살던 주민들이 내건 플래카드다. 골프장 지역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서는 걸 반대하는 게 대부분인데, 회원권을 사라는 플래카드까지 내걸다니, 이 지역 주민들은 골프장을 찬성하고 있는 것인가? 실상은 이렇다. 사업자가 회원권 분양이 원활하지 않아 돈이 없다며 주민들에게 약속한 보상을 2009년 착공 이후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어 보상을 받기 위해 주민들이 나서서 회원권을 사라는 플래카드를 내건 것이다. 대대손손 살아오던 마을을 골프장에 내준 주민들이 이제 골프장 회원권 판매까지 팔을 걷어 붙여야 하는, 웃지 못할 풍경이다. 150만 평 강원도 최대규모 종합리조트에 수도권 최대규모 골프장이라는 화려한 수식을 달고서도 회원권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골프장의 현주소이다. 골프장 공급과잉, 그러나 골프인구는 하락세
"세계적 경기침체와 기상이변으로 골프장 내장객이 수년간 감소하면서 골프장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이 말은 골프장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아닌,지난 10월 27일 제주도에서 열린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임시총회의 회장 인사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골프장 관계자들은 정부에 중과세 완화, 조세특례법 확대시행, 개별소비세 폐지등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골프가 더 이상 사치성 오락이 아니라며 개별소비세가 과세의 적법성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기도 했다. 이런 움직임이 반증하는 것은 골프장의 경영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골프장 입장객이나 골프장 경영자가 부담해야 하는 각종 세금을 줄여서라도 비용을 줄여 골프이용객을 더 늘리고 영업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각종 대책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 ▲ 골프장 개별소비세폐지운동 골프장 사업자들은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골프장 관련 세금인하운동을 벌이고 있다. | ⓒ 골프장경영협회 자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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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55개였던 국내 골프장은 2011년 현재 382개로 늘어났다. 올해 건설 중인 곳도 100개나 된다. 골프장이 이렇게 늘어난 배경은 골프인구의 증가와 함께 골프장이 '돈이 되는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골프장 개발업자는 총 개발비용의 10% 수준의 자본만 갖고도 골프장 개발을 시작할 수 있었다. 10%의 자기자본은 토지매입비, 인허가 처리비용, 주민무마비 등에 투입하고, 90%는 은행대출(PF)을 받았다. 건설비용을 부풀려 회원권 가격을 정하고 회원권 분양을 해서 대출금도 상환하고 건설비용과 분양가의 차액도 차지했다. 과도한 금융대출(PF)을 받더라도 수익창출이 가능했던 구조다. 그러나 최근의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 (사)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10년엔 2009년에 비해 골프장은 43개가 늘어났는데, 골프장 연간내장객수는 2009년 2590만8986명에서 2010년 2572만5404명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골프장의 영업이익 지표가 되는 홀당 이용객의 감소세는 더 뚜렷해서 2009년 홀당 평균이용객은 3881명이었으나 2010년은 3468명으로 10.6% 감소했다. 이런 상황은 2002년 이후 지속되고 있다. 내장객의 감소는 바로 영업이익으로 연결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2010년 회원제 골프장의 영업이익률은 11.4%로 2009년에 비해 7.4%포인트 급락했다고 한다. 연구소는 2002년 회원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이 27%로 최고수준을 기록한 후 2009년까지는 호황을 누렸지만 신설골프장 수가 급증하고 골프붐이 진정되면서 경영실적이 크게 둔화되었다는 점에서 회원제 골프장의 앞날이 순탄하지 않다고 내다보았다. 한마디로 골프인구증가율은 둔화되고 있는데, 골프장은 여전히 늘어나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나라 골프인구는 2009년을 최고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골프장 공급과잉에 따른 경영난에 관한 예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7년 문화관광부가 발주하고 삼성경제연구소가 연구한 <골프장 수요예측조사> 보고서를 보면 2003년을 정점으로 골프장 사업은 점차 경쟁이 심화되기 시작하여 2006년 이후 서서히 삼파고(내장객 감소, 그린피 인하, 원가율 상승)의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원도 세수입의 2%, 그래도 골프장이 효자인가?
최근까지도 정부는 골프장 사업을 장려하고 지자체는 앞다투어 골프장을 유치하려 애쓰고 있다. 세수가 확대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지역관광이 활성화된다는 이유다. 그러나 골프장은 정말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효자일까? 2011년 강원발전연구원에서 작성한 <강원도 골프장 산업 발전방안>을 보면 신규 골프장이 들어서면 해당 도에 취득세와 등록세로 약 48억 원을 1회 납부하고 해마다 재산세로 시군에 약 4.6~8.7억 원을 납부한다며 매년 징수하는 재산세 총액이 감소하고 있어 지방세수입기여도가 약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상당한 세수입을 창출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표(아래)에서 보다시피 강원도 내 지방세 수입총액에서 골프장이 납부하는 지방세 비율을 살펴보면 골프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2%가 되지 않는다. 2%에 이르지 않은 비율을 두고 상당한 세수입이라고 말하기는 아무래도 억지스럽다. | ▲ 골프장 지방세 징수현황 강원도 지방세 총액에서 골프장에서 납부하는 지방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2%가 되지 않는다. | ⓒ 녹색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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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2008년 국회예산처가 작성한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자체 재정 확보 및 지역경제 발전효과> 보고서를 보자. 여러 연구자들의 사례를 종합해 보았을 때 재산세는 골프장이 있기 전에도 토지나 건물소유자들이 납부하는 세금이므로 세율차이에서 발생하는 차액을 계산해보면 실제로는 시군이 거둬들이는 세수입은 골프장 1개당 2~3억 원에 불과하다고 한다. 골프장의 고용효과 역시 미비하기만 하다. 18홀 규모 골프장의 고용인원은 약 150명가량 이나 이중 지역주민들이 고용되는 일자리는 주로 주방, 경비, 청소, 잡초 제거 등의 일자리30~50명 정도다. 그 일자리조차 최근엔 전문 인력업체에 위탁하는 경우가 많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역관광 활성화는 더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골프는 다른 레저와 달리 철저하게 숙식이 모두 골프장 안에서 이뤄지는 형태고 가족 단위의 레저도 아니기 때문에 골프장 인근에 관광효과가 발생하는 사례는 전무하다. 이런 까닭에 2008년 국회예산처는 <골프장 건설로 인한 지자체 재정 확보 및 지역경제 발전효과> 보고서를 통해 골프장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에 대해 부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보고서에선 상공회의소가 골프장이 경기부양 효과가 있어 골프장 건설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골프장으로 인한 경제파급효과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봤다.또 2003년부터 이미 골프장 1개당 연간 내장객수가 감소하고 있고 이런 경향은 골프장 건설이 증가하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한 골프장 수가 적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할 경우 일본 경우처럼 도산하는 골프장이 속출할 수 있으므로 골프장 건설로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골프장의 자연환경 복원 등에 대한 재정부담을 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 ▲ 산림벌목 후 공사가 중단된 골프장 부지 춘천 신동면 혈동리의 골프장 신도CC부지. 업체의 부도로 골프장 공사가 중단되어 흉물이 된 채 방치되어 산사태 등의 위험과 심각한 경관피해를 주고 있다. | ⓒ 녹색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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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로 춘천시 신동면 혈동리에 건설 중이던 골프장 신도CC는 벌목을 모두 하고 성토작업을 하던 중 부도가 나서 공사가 중단된 채로 방치되어 있다. 최근 사회문제로 부각된 부실저축은행문제 역시 골프장에 대한 과도한 PF대출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골프장으로 인해 기존의 농경지나 농특산물 생산지역이 사라지는 것에 따른 경제적 손실,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자연자원의 손실, 지역공동체의 파괴, 사회적 갈등비용을 따져보면 골프장이 경제성 있는 사업이라고 말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돈 되는 사업이라고 해서 너도나도 골프장에 뛰어들던 시절은 이미 지나가고 있다. 전국에 미분양 아파트가 넘쳐나는 것처럼 '회원권을 사달라'고 애걸해야 하는 골프장이 넘쳐날 날이 곧 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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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전체의 득실을 따져보면 손해라고 보는 거죠. 골프장이 너무 많습니다. 다 죽는 거죠. 민관협의체 통해 골프장 문제 해결하고 농어민 생계대책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 강릉 구정리 주민들은 골프장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라면, 적어도 불·탈법을 봐 주면서까지 골프장을 허가하진 않으리라 믿었다. 그러나 강릉시청 앞마당에 이어 강원도청 앞마당에는 예순, 일흔이 넘은 어르신들이11월의 초겨울 날씨를 버텨내며28일째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다. | ▲ 강원도청앞에서 농성장 강원도청 앞에서 강릉 CC 의제협의 취소를 요구하며 60~70대 어르신들이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 ⓒ 녹색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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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도 힘들 수 있는데 60~70대 어르신들이 왜 이렇게 노숙을 하고 계신 것일까?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골프장 개발 과정의 불·탈법 의혹을 명명백백히 밝히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최문순 도지사는 강릉 CC 토지적성평가에 대해 "불·탈법 논란을 검증하고, 인허가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민관협의회 회의 바로 전날(11월 1일), 인허가 최종 단계인 의제협의를 종료, 강릉시에 통보해놓고선 회의 당일(11월 2일)조차도 '검증 후 진행하겠다'고 거짓말을 했다. 강원도는 이를 확인한 주민들에게 '실무담당과장에게 전결 처리로 허가 하지말라고 했는데 착오로 과장 전결처리가 됐다'고 답변했다. 결국 최문순 도지사는 지난 11월 9일, 민관협의회를 긴급 소집해 "강릉 CC 인허가와 관련한 의제협의 처리과정을 조사하고, 조사기간 해당과장의 전결권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의제협의 취소와 도지사 면담 요청하는 주민의 강제연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며 농성을 풀지 않고 있다. 6개월 사이에 바뀐 도지사의 입장
| ▲ 최문순도지사의 골프장관련 표현 최문순도지사는 후보시절부터 골프장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으나 현실에서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 ⓒ 녹색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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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사 후보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6개월 동안, '골프장 문제'에 대한 최문순 도지사의 입장과 행동은 후보시절과 매우 상반된다. 각 마을을 들여다 보니 강릉 CC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홍천 구만리도 골프장 현장불법 확인 시 공사를 중단하겠다고 했지만 중지 명령을 하지 않았다.결국, 주민들이 나흘간 노숙 항의를 하고 나서야 공사 중지를 시행했다. 홍천 동막리 세안 CC(샤인데일골프앤리조트)는 도지사 취임 이후 민관협의회에서 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관협의회가 구성되기도 전에 일방적으로 의제협의(허가)를 내줘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이다. 또한, 대표적인 유기농 마을인 홍천 두미리에는 2개의 골프장이 들어서고, 1곳은 공사 중, 1곳은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이다. 골프장이 '농약 범벅'이라는 환경부 발표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인허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관협의회를 통해논의·재검토하겠다고 했으나강원도 내 모든 골프장의 인허가 절차가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주민들은 '과연 최문순 도지사가 골프장 문제 해결에 의지가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최근 강원 시민사회단체에서도 최문순 도지사의 골프장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최문순 도지사의 소통방식에 대한 강원도민들의 불신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벌써 노숙 농성 28일째... 걱정 반 기대 반인 어르신들 | ▲ 할머니들이 뿔났다 강원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들이 강원도청 앞에서 골프장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녹색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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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 농성을 하는어르신들은 길바닥에서 찬서리 맞으며 아침잠을 깨야 하고, 출근하는 공무원들에게 우리들의 억울함을 알아달라 호소하고 있다. 또한어르신들은 농성장을 지켜야 하고, 해지기 전에 이른 저녁을 먹으며 '오늘 밤은 무사할까' '내일은 최문순 도지사가 만나줄까' '골프장 허가가 취소될까' '골프장 공사의 불법성을 인정해줄까' 등이런저런 생각을 하며걱정 반, 기대 반으로 잠을 청하신다. 평생 그래 왔듯이 아침이면 밥을 먹고, 농사짓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자리에 드셨던 어르신들의 소박한 일상이 '골프장 싸움'을 시작하면서부터 사치가 됐다. | ▲ 노숙중인 주민들 강릉 CC 불탈법 의혹을 제기하며 검증을 요구하는 주민들은 강릉시청앞에서, 강원도청앞에서 한달여간 노숙농성을 하고 있다. | ⓒ 녹색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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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평생 농사지으며 자식들을 키우던 순박한 어르신들은 '골프장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겠다'고, '불법 인허가를 막겠다'고 공무원과 '용역 깡패'와 싸우고 있다. 다시 말해 경찰에 맞서강원도청 담벼락을 넘는 투사가 된 셈이다. 주민들이 원하는 도지사는 특별하지 않다 | ▲ 버스와 경찰로 가로막힌 강원도청 강원도청앞에 찾아간 주민들은 버스와 전경에 가로막혀 도청에 들어가지 못했다. 주민들은 2008년 광우병쇠고기 문제로 광화문에 명박산성을 쌓았던것과 다르지 않다며 최문순지사의 소통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 ⓒ 녹색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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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민은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는 도지사를 원한다. 2009년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안성시가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입목축적 조사 자료를 축소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허가를 취소했다. 또한 2011년 6월 인천 도시관리계획위원회는 도시관리계획 폐지안을 의결해 계양산 골프장 건설을 백지화한 적도 있다. 최문순 도지사는 도청 앞에서 농성하는 주민들이 왜 그래야 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성의있고 책임있는 자세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 ▲ 강원도청 앞거리 이번 골프장 관련 의제협의로 붉어진 소통문제가 최문순 도지사의 가장 큰 숙제이다. | ⓒ 녹색연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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