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의 가을

호반의 가을

저는 분명 아름다운 춘천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삶에 쫓기다보면 가끔씩 이 사실을 망각할 때가 있습니다.

한가위로 바쁘게 보내고 모두가 떠난 한가한 오후

이대로야 어찌 이 가을을 그냥 보낼까 싶어 집을 나섰습니다.

차도가 아닌 자전거 길을 따라 애마를 타고

가을날 따사로운 햇볕을 등에 쬐며 호숫가를 달려 보았습니다

의암호와 춘천호가 감싸고 있는 호반의도시 춘천은

도시자체가 하나의 큰 호수공원입니다.

산으로 감싼 분지에 호수와 도시가 속삭이듯 어울려 있습니다.

호반과 어우러진 춘천의 경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케 합니다.

작은 도시이지만, 소양강과 신연강이 만나서 내어준 호수가 있어

언제 보아도 부드럽고, 그리고 마음을 아늑하게 합니다.

이제 막 단풍이 들어가는 나뭇잎들,

그리고 수양버들 그림자를 드리운 호숫가를 따라 가노라면

건너 붕어섬의 정취가 가을을 전해줍니다

가을은 하늘 높은 곳으로부터 산을 잠재우며 내려올 것입니다.

여름내 푸르렀던 대지는 간곳없고

산 전체가 수채화로 변해 강물에 풍덩 잠겨버릴 것입니다.

호수 위에선 수상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수상레포츠의 꽃 이라고 하는 윈드서핑

시원한 가을바람을 돛에 받아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바람, 보드와 세일이 하나가 되어

물위를 나르듯 미끄러지는 호수는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뒤로는 첩첩산중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습니다.

춘천 주위의 호수는 사철 낚시꾼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곳 입니다.

지금 낚시꾼들이 낚시 삼매경에 빠져 있습니다.

낚시좌대들이 주위의 섬들과 어울려 그림처럼 물위에 떠 있고

영화의 한 장면에 나옴직한 호수 풍경이 잔잔하고 평화롭습니다.

진정한 낚시꾼은 물고기를 낚는 법을 배우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낚는 법을 배워야 하오.

자기 자신을 낚는 법을 배운 다음에는

자기 자신을 방생하는 법을 배워야 하오.

자기 자신을 낚는 일은 온 우주를 낚는 일이며

자기 자신을 방생하는 일은 온 우주를 방생하는 일이오.

- 이외수 <황금비늘> 중에서-

강변을 따라 갑니다

춘천에서도 호수다운 호수경관이 남아있는 곳 중 하나가 있다면

중도를 바라보는 삼천동 승마장 부근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호수경관이 비교적 보존이 잘되어 왔던 이곳,

수변공간을 따라 그 아름답던 수양버들, 포플러, 벚나무 심지어 잡초까지

살아있는 생물은 싹쓸어 버리고 황량한 벌판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 아름답던 호반이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호수변이 황량한 벌판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대로 놓아두고 개발해도 되는데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끝으로 보이는 숲이 예전의 모습입니다

작은 고개지만 힘들게 고개를 넘어가면

세계레져대회를 앞두고 준비한 춘천레저타운이 있습니다

의암종합운동장을 새로 건립하고, 인근에는 인라인슬라럼 프리스타일, 스피드,

배틀, X-Game 파크 B3(익스트림) 어그레시브 인라인, 스케이트보드, BMX..등등

이름조차 생소한 인라인스케이트, 스포츠클라이밍 등을 위한 X-게임장이 있습니다

젊음의 열기가 가득한 곳

그야말로 조용한 이 도시에 활기가 넘치는 곳입니다

대회가 있을때야 물론 북적이겠지만

지금은 조용한, 정말로 조용한 벌판입니다

이 시설이 내년까지 버텨줄지도 의문입니다

인공암벽장 입니다

클라이밍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국내 최고의 시설이지만

의암호 주변이라 그런지 선수는 어디가고 찬바람만 휑~

요즘은 높이보다는 낮은 인공암벽에서 홀드에서

누가 많이 높이 오르는가를 겨루는 볼더링경기도 굉장히 인기가 있읍니다..

길이 막혀 더 갈곳이 없어 되돌아 섭니다

가을의 주인은 역시 갈대입니다

호수의 입김은 외로운 갈대밭을 휘감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되어 가을을 전해옵니다.

상처투성이의 강변에서도 억새풀들은

돌보아 주는이 없어도 의암호를 지켜가고 있었습니다

그리스신화에 갈대에 대한재미난 일화가있습니다

헤르메스와 요정 사이에서 태어난 판은 야산의 신으로 목축을 다스렸다고 한다.

반은 사람, 반은 염소의 모습을 하고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와 교제하여 탄생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

판은 어느날 강의 요정 시랭크스를 사모하였는데,

하루는 이를 참지 못하고 들판에서 놀고 있는 요정에게로 어슬렁 어슬렁 다가가게 되었다.

요정 시랭크스는 그 흉한 모습에 놀라 도망하기 시작했고, 판은 얼결에 쫓아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거의 강가에 이르렀을 때 시랭크스는 붙잡히게 되었다.

강의 신인 아버지에게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그

러자 시랭크스는 그 자리에 하늘하늘 나부끼는 갈대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판은 그런 시랭크스를 불쌍히 여겨 갈대를 꺾어 길이가 각기 다른 여러 대를 한데 묶어

'시랭크스'라는 피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중도선착장을 지나

갈대숲속에서 아름다운 여인을 만납니다

아직도 수련을 볼 수가 있더군요..

이건 덤 이라 하겠습니다..

아침 햇살에 피어났다가 저녁 노을이 지면 함께 잠든다는 꽃

미녀는 잠꾸러기라고 하죠?

그러고 보니 수련도 자세히 보니 화려하고 무척 아름답습니다.

물의 여신이 막내딸을 호수의 수련 꽃으로 피어나게 하였다는

이 꽃을 물의 요정이라는 뜻의 워터님프.

꽃말은 청순한 마음, 담백, 결백, 신비, 꿈 입니다

공지천

의암호를 끼고 있는 '황금비늘 테마거리'에는

소설가 이외수의 베스트셀러 <황금비늘>을 테마로 한

다양한 작품을 모아놓고 있습니다.

물과 안개, 호수, 추억, 낭만, 예술을 함께할 수 있는 춘천의 생활공간 입니다.

무심히 보면 평범한 물가 공원이지만,

서너 발자국만 걸어도 심심하지 않게 조각작품과 앉아서

강물을 바라보기 좋은 벤치가 놓여 있습니다.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며

제 각각의 상념에 젖어있습니다.

호수 건너 서면으로 노을이 퍼지기 시작할 무렵이면

춘천 의암호 주변이 가장 아름답게 번지는 시간입니다.

공지천을 건너갑니다

건너오는 다리 중간에 인도와 잔차 길을 막아

작은 화단을 만들고 국화를 심어놓았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이 아름다운 의암호를 바라보는 자리에

흔한 국화보다는 청초한 구절초가 아니라면

차라리 들꽃전시장이 제격이겠지만

억지로 길을 막고 보아달라고 아우성입니다.

꽃을 지키는 지킴이까지 등장한걸 보면 대단한 보물인가 봅니다

사라져가는 정겨운 호반풍경이 모두를 우울하게 합니다

자고나면 아무곳이나 무자비하게 헤쳐놓고

다시 더 많은 예산을 들여 꾸며대고..

아무 말 없는 이 아름다운 호수변이

언제 어떻게 사라져 버릴지 늘 불안하기만 합니다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자연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사는 길을 함께 찾고

무엇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인지

슬기로운 지혜로 가꾸어 나가야만 합니다

아무리 변하지 않는다는 맹세도 갈대처럼 허망하게 흔들리는 일이 빈번한 이 시대.

새삼 갈대를 바라보며 늘 푸른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산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

바틀레이라는 청년을 사랑한 로사가 죽은 자리에

피어난 예쁜 꽃이 바로 장미입니다.

이 가을에 사랑하는 님을 위하여

진한 가을 향기를 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