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그린워킹 문화혁명

■길걷기는 문화다

이 문화운동은 국제신문과 부산시, '부산 길걷기 시민모임'이 함께 합니다. '길걷기 시민모임'에는 (사)문화도시네트워크, 생태보전시민의모임 생명그물, 녹색도시부산21추진협의회, 낙동강공동체, 온천천네트워크 등 부산의 대표적인 시민 환경 문화단체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제신문의 연중 기획보도에 발맞춰 '길걷기 시민모임'은 걷기 좋은 코스 등 콘텐츠를 제공하고 ▷길 해설사 양성 ▷지도 및 가이드 북 제작 ▷안내 표지(석) 부착 ▷세미나 개최 등 시민참여형 사업을 이끌게 됩니다. 홈페이지도 별도로 운영합니다.

■아름다운 길 찾기
전국은 걷기 열풍에 휩싸여 있습니다. 제주의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은 명소가 됐습니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 영국의 내셔널트레인, 프랑스의 랑도네 등 세계적인 도보길에는 순례자들이 넘칩니다.

국제신문과 '길걷기 시민모임'은 부산의 아름다운 길을 찾아 소개합니다. 자동차에 밀리고 차도에 끊긴 길을 되찾아 부산을 걷는 사람의 도시로 만드는 게 우리의 꿈입니다.

'그린워킹' 시동 걸렸다


걷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사람의 길'을 찾아

걸어서 행복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21일 저녁 부산 동래지하철역 아래 온천천에서 걷기 동호회 회원들이 신나게 걷고 있다. 이력이 쌓인 회원들은 한해 1000㎞ 이상을 걷는다고 한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부산을 '걷고 싶은 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가동됐다. 추진 주체는 국제신문과 부산시, '부산 길걷기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이다. 모두들 '살기 어렵다, 전망이 안보인다' 하고 말하는 이때 '최저비용 최대효과' '긍정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걷기를 통해 삶의 신명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숨쉬는 문화혁명!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문화혁명'이란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었다. 걷기라는 원초적 행위 속에 사회생활과 인간관계의 모든 것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웰빙, 로하스, 슬로우 라이프, 저탄소 녹색운동 등 그 어떤 개념도 걷기가 수반되지 않고는 실현되기 어렵다. 21세기 지속가능한 생태도시, 창조도시로 나아가는 길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걷기가 문화혁명으로 승화돼야 하는 이유다.

그린워킹(Green Walking) 역시 이러한 취지에서 발아했다. 속도와 성장 일변도의 삶을 되돌아보고 혼란한 시대에 사람의 길을 찾는다는 의미도 새겼다. 따라서 그린 워킹은 단순히 걷는다는 의미를 넘어 스스로 성찰하고 소통하며 대안을 찾는 적극적인 생활 문화운동이라 할 수 있다.

생명그물 구영기 대표는 "걷기를 통해 온난화의 주범인 CO₂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를 찾을 수도 있다"면서 "이벤트 중심의 걷기보다 내면을 성찰하는 방향으로 진행됐으면 한다"고 주문한다.

■다양한 걷기 콘텐츠

국제신문과 시민모임은 올해 걷고 싶은 코스 개발, 길 해설사 양성, 안내표지 부착, 가이드북 제작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길 해설사(가이드) 양성 아카데미'는 국내에서 처음 시행되는 프로그램으로 걷기운동의 새 지평을 열어갈 전망이다. 시민모임 간사인 이준경 (생물그물 정책실장) 씨는 "길 해설사는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그린웨이를 이해하고, 길이 갖는 역사 문화 생태적 가치를 전파하는 선봉"이라면서 처음하는 사업이라 1차로 30명 정도를 양성한 뒤 점점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길 해설사 양성 대상자는 부산시민 중 1년 이상의 다양한 해설사 경력자로 국한했다. 기본 소양을 갖춰야 길 안내 활동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 교육일정은 27일부터 5월 11일까지 10개 강좌다. 장소는 부산 연제구 지하철 교대앞역 8번 출구에서 150m 떨어진 생물그물 강의실이다.

시민모임은 이밖에도 국제신문과 함께 길찾기 및 길뚫기 탐사를 진행하고, '영남대로를 걷다' '동해안 트레일을 가다' '섬을 걷는다' 등 다양한 테마 걷기 기획을 병행한다.

■걸음아 날 살려라!

바야흐로 걷기 열풍이다. 정부, 자치단체, 민간 할것 없이 걷기사업과 캠페인을 전개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환경부는 지난해 3월부터 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은 2017년까지 1600억 원을 투입, 2500㎞의 생태탐방로를 개설하는 것이 골자. 이에 발맞추어 경북도는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안동호 상류 낙동강을 따라 '퇴계 오솔길'을 냈다.

산림청은 오는 2016년까지 전국 7개 권역 12곳에 '체험 숲길' 1500㎞를 만들고 있다. 덕분에 지리산 둘레길이 조성되었고, 지리산 일대에 도보여행꾼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에서 열린 걷기행사만 300여 개에 달하고, 서점가에선 걷기 관련 책자가 베스트셀러가 된지 오래다. 인터넷에는 1만 명이 넘는 초대형 걷기 동호회가 속속 생겨났다.

사람들은 왜 걸을까. "걷는 순간 행복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걸으면서 노는 재미는 혼자서 컴퓨터를 두들기며 노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아이들도 데리고 나와야 한다.

"부산에 걸을만한 좋은 길이 있나?" 지난해 '부산의 길'을 집중 답사한 시민모임 측이 이 의문에 답을 준다. "좋은 길이 많다. 연안길·수변길·해안길·강변길·숲길 등 멋진 걷기코스가 골고루 다 있다. 제주 올레, 지리산 둘레길이 부럽지 않다."

부산의 미래가 어둡다고 느끼지만, 그래도 이 도시에 정을 붙이고 살아야 한다면 불평 대신 창조적인 대안을 찾아보자.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은 '걷는 길'이다.

'그린워킹'사업추진계획

사업항목

일정

사업내용

비고(장소)

부산의길추진위원회발족

4월8일

시민단체, 전문가, 시민, 행정공동추진

생명그물

국제신문·시민모임MOU

4월21일

그린워킹사업·보도등합의

초청강연회

5월

도보여행가또는전문가초청

부산시청

부산및전국워크숍

10~11월

길걷기주제워크숍

길아카데미-해설사양성

4~5월

10개강좌아카데미개설

부산그린워킹가이드북제작

12월

지도및가이드북제작

부산그린워킹미래구상

6~12월

부산시등에제안공동추진

부산의길걷기행사

5~12월

월2회이상

부산전역

길걷기축제

9~11월

길표지석, 무동력이벤트등

부산그린워킹포스터제작

5월중

홍보용포스터제작배포

부산그린워킹홈페이지제작

4~6월

홈페이지구축작업중

국내선진그린워킹답사

6~10월

제주올레, 지리산숲길, 낙동강도보대탐사등

국외선진그린워킹답사

8~9월

일본요코하마, 시코쿠등방문

동네마다 '걷고 싶은 길' 조성 붐

부산의 기초자치단체들이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에 나섰다. 국제신문의 '그린워킹'으로 일기 시작한 걷기 붐에 부응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걸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부산 서구는 천마산 입구에서 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등산로에 단풍나무가 늘어선 명품 숲길을 조성한다고 23일 밝혔다. 아미동 그리스도 요양원에서 조각공원을 거쳐 암남동 해광사 진입로로 이어지는 단풍나무 길은 다음달 16일 준공된다.

수영구는 지하철 2호선 금련산역~광남사거리~언양불고기 골목 240m 구간을 테마거리로 꾸민다. 구청은 이 구간의 보도를 넓히고 각종 조형물을 세우는 한편 실개천도 만든다. 사하구는 부산시가 추진 중인 강변대로 확장사업과 연계해 다대포해수욕장~66호 광장 3.8㎞ 구간에 인도를 확장하고 친수공간을 만드는 '선셋로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남구는 오는 2011년까지 36억 원을 들여 동생마을 입구~이기대 어울마당~백운포 3.95㎞ 구간의 수변공간을 확보해 산책로를 만들 계획이다.

부산진구는 백양산 애진봉에서 어린이대공원으로 이어지는 임도 1㎞ 구간에 철쭉 군락지를 확대하는 등 도시숲 가꾸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영도구는 연말까지 절영로 2㎞ 구간을 명품 데이트 코스로 조성한다.

사상구와 북구도 각각 테마가 있는 숲길과 걷고 싶은 숲길 정비 사업 등을 통해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다.

부산지역기초자치단체'걷고싶은도시'사업내용

서구

천마산명품숲길(그리스도요양원~해광사진입로·2㎞)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진입로테마거리(금련산역~언양불고기골목·240m)

남구

용호동해안산책로(동생마을입구~백운포·3.95㎞)

사하구

다대포선셋로드(다대포해수욕장~66호광장·3.8㎞)

부산진구

백양산산책로도시숲(애진봉~어린이대공원·1㎞)

영도구

절영로명품데이트코스(제2송도삼거리~부산남고·2㎞)

사상구

테마가있는숲길(백양산운수사~학장동극동아파트·10.7㎞)

북구

금곡동걷고싶은숲길(금곡동공창산책로주변등산로·1㎞)

동래구

걷고싶은숲길(명륜동내성지구대~온천입구·1.4㎞)

금정구

수영강변유채꽃길(두구교~한물교·800m)

'그린웨이 조성' 의미와 과제


산·바다·강, 휴식과 이야기 있는 '사람의 길' 열린다
해안 산책로·유적지·공원 등 유기적 결합
도시 재창조 종합계획 세워 난개발 막아야


■ 걷고 싶은, 걷기 좋은

'걷고 싶은 도시'는 모든 도시들의 꿈이다. 차량 중심의 현대 산업사회가 시민들의 '걷는 길'을 빼앗아갔다면, 이는 되찾아야 할 희망이자 권리다.

부산시의 '걷고 싶은 도시' 선언은 때늦었지만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걷고 싶은, 걷기를 원하는 시민들의 잠재된 열망을 깨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실행 과정을 지켜봐야 할 테지만 선언만으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아쉽게도 부산은 지금까지 걷기에 편한 도시가 아니었다. 걷는 시민들을 위한 배려는커녕 때에 따라 괴롭히고 고통을 안겨주면서도 개발 일변도의 행정은 변하지 않았다. 특별한 몇 곳을 빼면 실제로 도심의 인도나 통학로, 시장길, 횡단보도 등이 기능적인 면에 치중, 쾌적함과 거리가 있었다.

보행로의 유니버설 디자인 기준은 '경사도 5%' 미만이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곳도 수두룩하다. 경사도가 5%를 넘으면 일반인은 걷기에 불편을 느끼고, 장애인들은 숫제 고통을 겪는다. 터미널과 공항, 정류소, 지하철역 그리고 주요 관광지의 보행 동선도 어지럽기만 하다. 국내 최대의 해안 관광지인 해운대와 광안리가 걸어가기 어렵게 돼 있는 현실이 부산의 단적인 보행 환경이다.

'걷고 싶은 도시'는 본지가 부산 길걷기 시민모임과 함께 주창하고 있는 '그린워킹(GREEN Walking)'의 구체적 목표점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창조 전략이기 때문이다.

■ 그린웨이의 의미

부산시가 '그린웨이' 개념을 도입해 306.2㎞에 이르는 장대한 해안길을 연결하겠다는 구상도 주목된다.

그린웨이(geenway)란 '그린벨트(greenbelt)'와 '파크웨이(parkway)'를 합친 용어로, 흔히 자연상태의 공공 공간과 공원 등을 연결하는 보행로 및 자전거 루트를 의미한다. 학계에선 생태환경, 경관 향상, 레크리에이션의 목적을 갖는 환경회랑(environmental corridor)의 의미까지 포함시키기도 한다.

따라서 해안 그린웨이는 해안산책로를 핵심으로 해안의 자연, 역사유적지, 체육시설 및 문화시설, 상업시설, 레크리에이션 시설, 공원 및 녹지 등의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부산시는 1차로 해안길 9곳, 강변길 6곳, 숲속길 22곳에 총 243억 원을 투입해 그린웨이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나, 현실적 과제가 적지 않다. 산과 바다, 강을 아우르고 휴식과 스토리가 있는 해안길을 굽이굽이 연결하려면 큰 틀에서의 해안길 네트워킹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따라서 구간별 그린웨이 조성 사업을 구·군에 맡겨 나눠먹기 식으로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정 구간이 아닌, 해안길 전체에 대한 그린웨이 구상은 도시계획적, 도시창조 전략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마스터플랜 마련을

부산의 해안지역은 항만 및 군사시설, 대규모 아파트 단지, 호텔, 상업용 건물이 난립하고 교량 방파제 호안 등 각종 구조물이 무분별하게 설치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해안길 곳곳이 끊기거나 막혀 있다. 또 많은 해안지역은 도시공간과 분리되어 있어 접근이 어렵다. 해수욕장 등 친수공간도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데다 연결성도 약하다. 난개발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한국해양대 이한석(해양공간건축학부) 교수는 "해안 그린웨이를 만들려면 자연해안, 항만지역, 산업지역, 군사지역, 주거지역, 해수욕장, 도서 등의 입지 및 환경 특성을 복합적으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면서 "무엇보다 먼저 그린웨이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07년 국토해양부(당시 해양수산부) 연구 과제로 '부산 해안지역 친수공간 벨트 조성 방안' 보고서를 낸 바 있는 이 교수는 "체계적 사업 추진을 위해 그린웨이를 도시계획시설로 계획하고 해수욕장과 교량 등은 네트워크 개념으로 접근, 기존 교통체계와 연결시키는 문제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해안 그린웨이는 단순한 길뚫기 차원을 넘어선다"면서 "전담부서를 두어 국비 확보 및 민자유치, 고용촉진 방안, 향후 운영 관리 프로그램까지 마련돼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이번 계획은 금년도 1단계 사업의 밑그림 정도"라면서 "전체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해 부산의 해안 그린웨이가 전국적인 명품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 그린웨이 마스터플랜 어떻게 만들까


도시재창조 밑그림 위에 '그린웨이' 그려야 성공한다
1856년 美 센트럴파크도 도시계획의 산물
동천~서면~하얄리아~성지곡 녹지축 연결
도심 그린웨이 시범지구로 우선 시도할만

달맞이언덕~구덕포~송정 해변 하늘에서 본 부산의 달맞이언덕

세계 최초의 그린웨이는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조경건축가인 옴스테드(F. L. Olmsted)는 1856년 뉴욕의 한복판인 맨해튼의 843에이커를 세계 최대의 도시공원으로 창조했다. 그 유명한 센트럴파크다. 1865년에는 버클리 대학 캠퍼스와 오클랜드 도심을 연결하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한다. 숲과 공원에만 갇혀 있던 그린웨이를 도시로 끌고 나온 것이다. 미국 그린웨이의 특징은 철저히 도시계획과 연계된 그랜드 디자인에 따라 추진된다는 데 있다. 공통된 가이드라인 없이 무슨 유행처럼 그린웨이 조성에 나서고 있는 국내 자치단체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서울 강동 그린웨이의 빛과 그늘

서울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뜬다는 일자산. 이름 그대로 능선이 해를 향해 일(ㅡ)자로 뻗었다. 햇볕을 가려주는 키 큰 나무 군락을 지나면 고려말 대학자 이집 선생이 은둔했다는 '둔굴쉼터'가 나온다. 국내 자치단체 가운데 그린웨이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는 강동 그린웨이의 출발점이다.

강동 그린웨이는 전체 25㎞ 산책로 가운데 1단계 9.8㎞(고덕산~일자산~올림픽공원)가 지난 2007년 완공됐다. 서울시는 한강을 끼고 도는 2단계(15㎞) 구간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수립 중이다. 일자산을 벗어나면 녹색으로 포장된 1.5~2m 정도의 보행로가 나타난다. 대도시 속의 아늑한 숲길이다. 국제시민스포츠연맹은 지난 3월 이곳을 '아름다운 길'로 인증했다.

구덕포, 송정 해변. 달맞이언덕은 정수리 부분이 대거 개발됐음에도 여전히 명품이다. 달덩이같은 산모롱이를 감싸며 동해남부선이 돌아간다. 운치 있는 오솔길도 숨어 있다. 청사포~송정 해안은 자연이 살아 있다. 바다, 숲, 길, 갯마을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같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강동 그린웨이도 고민이 있다. 도시계획과 그린웨이 마스터플랜이 따로 노는 것이다. 이신준 강동구청 녹색기획팀장의 말을 들어보자.

"일부 사유지에 그린웨이를 만들다 보니 사업 초기 지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도시계획에 그린웨이 구간을 포함시켜 사유지부터 매입하는 게 순서였다."

지주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면 강동 그린웨이는 탄생하기 어려웠다. 대형 빌딩으로 가로막힌 도심축 그린웨이 조성은 막대한 사업비 때문에 지지부진하다. 아파트 단지나 건물주의 동의가 없으면 도심에서 한강을 연결하는 샛길 하나도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린웨이가 도시계획에 반영되지 않을 땐 단순한 산책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서울시는 결단을 내렸다. 한강과 인접한 고덕 재건축지구 93만 ㎡에 대해 그린웨이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것이다. 가이드라인은 ▷한강에서 불어오는 바람길 조성 ▷강동 그린웨이와 연계하는 녹지축 구축 ▷고덕천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물길 조성이 포인트다. 또 모든 재건축아파트 단지에 그린웨이 조성을 의무화했다. 강동 그린웨이와 아파트 단지가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에서부터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그린웨이는 도시 재생"

전문가들은 "그린웨이는 도시 재생·재창조 프로젝트"라고 입을 모은다. 걷기 좋은 길 몇 개를 만드는 수준으로는 그린웨이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동아대 강영조(조경학과) 교수는 "나무 한 그루 키우는 데도 10년 이상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도시를 재창조하는 그린웨이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점부터 인정하자"고 말했다. 섣부른 '삽질'보다 부산의 미래를 담을 수 있는 마스터플랜부터 나와야 한다는 뜻이다.

306㎞의 장대한 해안선을 가진 부산의 해안 그린웨이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강 교수는 순천만을 예로 들었다.

"순천만에는 갈대밖에 없다. 그래도 관광객이 넘쳐난다. 만약 순천 시장이 요란한 인공시설을 만들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순천만을 찾는 마음과 가꾸는 마음이 같아야 한다."

계속되는 그의 얘기. "지리산 둘레길과 제주 올레길의 성공요인은 사람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두 길 모두 마을을 관통한다. 부산의 해안길도 어촌과 포구, 식당가, 역사문화유적, 쌈지공원 등을 지나도록 설계해야 한다." 경치 좋은 한적한 곳만 뚫고 연결할 것이 아니라, 인심과 세상사가 묻어나는 작은 허브(Hub·거점)들을 네트워킹하자는 제안이다.

한국해양대 이한석(해양건축공학부) 교수는 그린웨이와 도시공간의 소통을 강조한다. 내륙 교통망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지역(고용센터, 관광명소, 정류장)-주변지역(상점, 레크리에이션센터, 주요 공원)-이웃(레크리에이션이나 사교 장소)과 연결되는 구조가 돼야 생명력을 얻는다는 것. 그린웨이가 대체교통수단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하면서도 안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교수는 "그린웨이의 폭은 3.6~4.8m가 적당하며 길 양편에 최소 60㎝의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보행자 길과 자전거 길이 분리된 경우에는 최소 폭이 5.4m가 돼야 한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부산의 이야기가 흐르는 길로

도심 그린웨이는 해안길보다 훨씬 어렵다. 막대한 예산이 요구된다. 따라서 재개발·재건축과 연계해야 길을 낼 수 있다. 서울 강동구가 그렇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원으로 바뀌는 하얄리아 부대를 도심 그린웨이 구축의 시범지구로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천~서면~하얄리아~성지곡 수원지를 잇는 녹지축을 만들어내면 부산 중심을 관통하는 그린웨이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해양디자인협회 김영숙 부회장은 부산만의 이야기가 흐르는 그린웨이를 제안한다. "부산의 해안선 306㎞를 연결하게 되면 지속가능한 해안도시 풍경과 육감 체험이 가능한 문화관광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해양 생태, 문화 관광, 사람, 스토리 등을 아우르는 그린웨이 마스터플랜이 마련돼야 한다." 이어 그는 결절 구간에 대해선 브리지, 해안터널 등을 만들어 관광자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부산 길걷기시민모임 이준경 사무처장은 그린웨이 마스터플랜에는 ▷부산 해안길 및 숲길 실태조사 ▷끊기거나 단절된 길의 연결 방안 마련 ▷우선투자 순위 결정 ▷국내·외 그린웨이 성공사례 ▷사후 관리시스템 ▷자치단체별로 그린웨이에 채워 넣을 내용물 등이 담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웨이 사업이 성공하려면 전담조직과 전문가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부산시의 경우 도시계획, 공원·녹지계획, 교통 및 자전거, 해양항만, 건설 부서에서 제각각의 친수공간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린웨이가 헤쳐나가야 할 과제를 이들 연관 부서가 나눠갖고 있다. 총괄 컨트롤타워가 없어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어려운 구조다.

선진국들은 이 때문에 전담기구 또는 민관협의기구를 조직해 운영한다. 싱가포르는 정부 조직에 그린웨이 계획 전담부서를 두어 통합 행정을 펼치고 있다. 뉴욕시는 민간·비영리조직이 지방정부와 협조해 그린웨이 계획을 수립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부산시가 벤치마킹할 만하다.

"갈맷길·도심보행로 실처럼 잇자"


부산시·부발연 세미나…그린웨이에 다양한 제안

부산의 그린웨이 마스터플랜은 해안길 306㎞(갈맷길)와 도시 보행로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도록 도시계획 차원에서 수립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단순히 '길을 만드는' 차원을 뛰어넘어 도시 재창조의 밑그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숲길 윤정준 전 기획이사는 8일 부산시와 부산발전연구원 주최로 부산시청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부산 그린웨이 조성을 위한 길 가꾸기 사업의 과정과 의미' 세미나에서 "부산의 해안길은 지리산 둘레길과 비슷한 감성으로 꾸미고 도심은 해안길과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도록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는 그린웨이를 제대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마스터플랜이 있어야 한다는 국제신문의 지적(지난 5월 20일자 1면 보도)에 따라 부산시가 첫 작업으로 마련한 것이다.

(사)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 역시 "그린웨이는 토목공사가 아니라 자연을 살리고 옛 길을 복원하는 문화사업"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전문가들은 '부산다움'과 '도심 재생'을 그린웨이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한국해양디자인협회 김영숙 부회장은 "파리도 최근 가로수길과 다양한 테마길을 만들어 생태도시로 바뀌어 가고 있다"면서 "부산은 해안·숲·강변길에 이야기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네버엔딩 스토리웨이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부산발전연구원 오동하 연구위원은 "그린웨이는 녹지·교통·도시계획 분야가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초기단계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시범사업 구간을 선정한 뒤 단계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윤애 부산시의원은 "부산은 제주 올레길이나 지리산 숲길과 비교해 생태적·정서적 환경이 다른 만큼 부산만의 독특함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의회 차원에서도 적극 돕겠다"고 거들었다.

방법론도 제시됐다. 국제신문 이노성 기자는 "올해 부산시의 그린웨이 사업비 480억 원은 해운대~남구와 북·사상·사하구~강서구를 잇는 인도교 건설에 우선 투입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첫걸음 뗀 '건강한 부산길'… 세계 명품길로 달린다


전국 누비는 '뚜벅이족' 매년 10만명 넘어
시민·동호인은 물론 지자체도 열띤 호응
길축제·길토크·워크숍 등 주요사업 추진

수십만 갈래의 국토, 그 속의 길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길을 꼽으라면? 아마 '제주올레'와 '지리산 숲길'이 빠지지 않을 것 같다. 연간 10만 명이 넘는 '뚜벅이'들이 오롯이 걷기 위해 그곳을 찾는다. 걷기 여행 안내서가 베스트셀러가 되고, 길 가이드가 새로운 인기 직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바야흐로 걷기가 시대적 대세다.

14일 개최된 (사)걷고싶은부산(가칭) 발기인 대회는 그린워킹 전문조직의 탄생을 염원했던 부산시민의 축하 열기로 뜨거웠다. 정·관계 인사부터 학계·비영리기구(NGO)·직능단체·걷기 동아리 회원까지 300여 명이 참석해 행사가 열린 국제문화센터 대강당이 오히려 비좁을 정도였다.

부산상공회의소 신정택 회장은 "오늘은 걷기를 통해 도시를 '재창조' 하는 현장이자 부산의 미래를 밝히는 소중한 첫 걸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누가 참석했나

"모든 길은 부산에서!" 14일 (사)걷고싶은부산 발기인 대회가 열린 부산 연제구 국제문화센터 대강당에서 참가자들이 대회사를 듣고 있다. 새로운 걷기 전문조직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았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사)걷고싶은부산 발기인(238명)으로 참여한 인사들은 물론 걷기에 관심 있는 주부들도 짬을 내 자리를 빛냈다. 정계에서는 유기준 한나라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허원제(부산진갑)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유 위원장은 "부산 서구는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걷기 축제를 개최하고 명품길을 선정했다"며 지역구의 길 자랑을 잊지 않았다.

관계에서는 허남식 부산시장을 비롯해 ▷박극제 서구청장 ▷이종철 남구청장 ▷하계열 부산진구청장 ▷조정화 사하구청장 ▷윤덕진 사상구청장 ▷배덕광 해운대구청장 ▷김은숙 중구청장 ▷어윤태 영도구청장 ▷이위준 연제구청장 ▷정현옥 동구청장 ▷최현돌 기장군수가 참여해 그린워킹에 대한 자치단체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상공계에서는 신정택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이장호 부산은행장, 주양일 대선주조 대표가 모습을 보였다. 이장호 행장은 "동의보감을 보면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고 했다. 길은 부산을 건강하게 하고 관광을 활성화시키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며 전문 걷기조직에 대한 큰 관심을 표명했다.

제종모 부산시의회 의장과 홍성률 부의장, 김영희 의원도 그린워킹의 든든한 후원자임을 보여줬다. 제 의장은 "세계인이 모이는 '아이 러브 부산'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학계에서는 ▷김인세 부산대 총장 ▷박맹언 부경대 총장 ▷조규향 동아대 총장 ▷유선규 부산외국어대 총장 ▷김상용 부산교육대 총장 ▷부구욱 영산대 총장이 자리를 빛냈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NGO)의 관심도 높았다. 부산YMCA·부산국학원·희망제작소·문화도시네트워크·생명그물·부산문화관광해설사회·부산여성단체협의회를 비롯해 40여 개 단체 회원들이 삼삼오오 참여해 성원을 보냈다.

걷기의 주역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전국 2만4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과 연제·금정·사상구 보건소 걷기모임 등 10여 개 단체 회원들은 "걷기 전문조직이 탄생하면 기꺼이 자원봉사자가 될 것"이라고 말해 남다른 열정을 과시했다.

■주요 사업과 향후 일정

(사)걷고싶은부산의 슬로건은 '모든 길은 부산에서 시작된다'이다. 길에 스며든 생태·문화·역사 관광자원을 통해 부산을 재창조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궁극적 목표. 가장 중요한 사업은 광역시 단위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부산 길 축제'로 보행자의 날인 11월 11일을 전후해 열릴 예정이다.

이날 소개된 길 축제의 주요 프로그램은 ▷부산 상징 걷기 코스 선정 ▷유명인사들과 함께 걷는 '동행-이 사람과 걷고 싶다' ▷워킹토킹-길 위의 경제학 ▷길 워크숍-부산의 길을 본다 ▷길에서 부르는 시와 노래 ▷길 걷기 대표 맛집 선정 등이다. 범시민적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시민 PD가 제안한 축제 프로그램과 서포터즈도 공모할 예정이다.

연중 사업으로는 길 홈페이지 구축에서부터 부산시교육청과 연계한 길 학교 개설, 길 조례 제정까지 인적·물적 기반 형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사)걷고싶은부산은 재원 마련부터 예산 집행까지 모든 의사결정이 이사회에서 투명하게 이뤄진다. 현재 허남식 부산시장·신정택 부산상의 회장·설동근 부산시교육감·이장호 부산은행장·권명보 국제신문 사장 등이 공동이사장으로 유력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사회 산하에는 ▷길 축제위원회 ▷길 정보센터 ▷길 연구소 ▷길 서포터즈단이 꾸려져 사업 전반에 대한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한다. 사무국은 이사회와 길 위원회의 결정 사항을 수행하는 실무 총괄기구다.

(사)걷고싶은부산은 내달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부산 길 걷기 시민모임 이성근 운영위원은 "걷기 전문 비영리 공익법인이 할 일은 매우 많다. 각계의 행정적·재정적 뒷받침과 시민사회의 자원봉사가 뒤따라야 부산의 길이 세계의 길로 부각될 수 있다"며 각계 각층의 동참을 호소했다.


(사)걷고싶은부산 주요 사업
- 걷고싶은부산 홈페이지 구축 운영
- 부산의 길 지도 및 가이드북 제작
- 부산시교육청 연계 '길 학교' 개설
- 주요 사찰과 연계한 길 걷기 템플스테이
- 국내외 선진 그린웨이 탐방 및 교류
- 부산 길 카페 운영
- 길 가이드(길 해설사) 양성을 통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 지역대학과 연계한 길 논문 콘테스트
- 부산 '길의 날' 제정 및 길 조례 제정 활동
- 길 해우소(화장실) 설치 활동
- 생활권 중심의 보행시범거리 조성 활동
- 길 환경 개선 모니터링 활동
- 길 걷기 동아리 발굴과 네트워크 구축
- 부산 길 축제 개최 (11월 11일 전후)

■ 발기 취지문(요지)
- "자연과 생명의 희망길 만들겠습니다"
길 걷기가 부산을 서서히 바꾸어가고 있습니다. 그린워킹(Green Walking) 캠페인이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걷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도시생활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산시와 각 기초자치단체는 걷고 싶은 길인 그린웨이 확충을 통한 도시 재발견의 길을 찾고 있습니다.

그린워킹은 자연과 생명을 중시하고, 성찰을 통해 녹색 성장을 추구하는 생활 속 문화혁명을 지향하는 개념입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 삶의 무한 질주를 반성하고, 자신을 성찰하면서 이웃과 환경을 생각하고 더불어 살아가자는 공동체 운동인 것입니다.

자동차와 찻길에 밀려난 걷는 길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주고, 부산 곳곳에 흩어져 있는 좋은 길을 발굴해 브랜드 가치가 높은 명품 그린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희망입니다.

이 같은 희망을 실현하기 위해 길 걷기 전문조직인 사단법인 걷고싶은부산(가칭) 발대식을 거행하게 되었습니다. (사)걷고싶은부산은 길 걷기의 생활화, 걷기운동의 전문화를 도모하고, 부산을 쾌적한 녹색도시로 바꾸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또한 부산의 역사 정신 문화가 흐르는 길을 발굴하고, 통일성 있는 CI작업 및 로고 제작, 길 가이드 양성, 가이드북 발간, 길 축제 개최 및 홈페이지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갈 것입니다.

부산을 밝고 건강하게 만드는 우리의 행진은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힘차게 전진해 나갈 것입니다.

2009년 9월 14일

미리 보는 '길 워크숍'


걷고 싶은 한국의 길, 그 현재와 미래를 그린다

- 대구올레·경기도 여강길 등 전국의 유명한 '그린웨이' 탄생 비화·주요 프로그램 소개
- 새롭게 만들어갈 길 통해 올바른 조성 방향 함께 모색

걷기 좋은 길은 '경제'다. 구불구불 숲길과 해안길이 사람과 돈을 끌어모으는 세상이다. 길에 묻어난 이야기는 썰렁하던 민박과 구멍가게를 살려낸다. 전국에서 그린웨이(걷고 싶은 길) 만들기 경쟁이 벌어지는 이유다.

2009 부산 걷기축제 첫날인 13일 오전 10시 국제문화센터 4층 소강당에서는 국내 그린웨이 사업의 성과를 조망할 수 있는 '제1회 부산 길 워크숍'이 열린다. (사)걷고싶은부산과 문화도시네트워크가 11일 사전 배포한 길 전문가들의 발표 자료를 보면 제주 '올레길'과 같은 친환경 산책로가 집앞 마당까지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구올레의 '저탄소 여가문화'

남한강을 따라 펼쳐진 경기도 여강길 강천갈대습지 전경. 강변의 갈대와 억새가 길과 어우러져 운치를 안겨준다. 경기관광공사 제공
대구올레는 대구녹색소비자연대가 개척한 제주올레의 대구판이다. 현재까지 낙동강과 금호강 합류점을 걷는 3개 코스와 팔공산 올레 3코스가 열렸다. 공식 1코스는 금호숲길(아양교역~신매역). 국제신문과 '부산길걷기시민모임'이 올해 11차례 개최한 '그린워킹 걷기대회'처럼 매달 '함께 걷는 날 행사'를 개최하는 것도 특징.

'부산 길 워크숍'에서 대구올레 개척사를 발표할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정미나 팀장은 "대중교통으로 1시간 이내에 출발지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산이나 습지와 같은 생태보존지역은 피한다는 원칙에 따라 코스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올레가 환경단체의 작품이라면 국채보상운동의 흔적을 따라 개척한 '골목길 근대문화유산 투어'와 '앞산자락길(달서구 상인동 달비골~용두골 15㎞)'은 대구시의 작품이다. 4개 코스로 분화된 골목투어는 3·1운동길과 국채보상운동 창시자인 서상돈 선생 고택은 물론 동학 창시자 최제우가 처형된 관덕정을 만날 수 있다. 2003년부터 올해까지 2만여 명이 참가했다는 것이 대구시의 설명. 유독 골목길이 많은 부산이 벤치마킹할 만한 사례다.

대전은 지난 2004년부터 10여 개 시민단체가 모인 '대전둘레산잇기'에서 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12개 코스 120㎞를 개발했다.

전남은 2017년까지 영광~광양까지 길이 2500㎞의 해안선을 50개 구간으로 나눠 역사·문화·생태탐방길 로 가꾸는 프로젝트에 나섰다. 이름은 '남도갯길 6000리길'.

■여강길은 생태체험의 산실

여강길은 경기도 여주를 끼고 흐르는 남한강의 흔적을 따라난 길이다. 여강길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04년 남한강 정비사업 때문. 골재채취를 하겠다는 데 대해 발끈한 환경·종교·시민단체 회원들이 '생명, 평화 도보순례'에 나서면서 남한강에 묻힌 길과 유적을 발굴했다. 과거를 보러 선비들이 넘었던 '아홉사리과거길'이나 명주실 한 타래도 모자랐다는 깊이의 '바위늪구비' 발굴도 이때 이뤄졌다. 현재 인기있는 여강길 코스는 신륵사 강 건너편 강변유원지인 은모래금모래부터 부라우나루터~우만리나루터~자연습지를 잇는 14.5㎞로 5~6시간 정도 걸린다.

여강길 생태체험을 주관하고 있는 '걷는 사람들의 모임' 박희진 사무국장은 "모래씨름, 모래밭 달리기, 돌그림 그리기, 강수욕 즐기기, 물수제비뜨기, 수서생물 채집 등은 단체 도보꾼에게 인기가 많다"고 했다.

최근 여강길은 문화관광부의 생태탐방로로 선정됐다. 개발을 막기 위해 걷던 길이 관광상품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여강길 노선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지역과의 소통이다. 도보꾼에게는 길이 즐거움이지만 마을주민들에게는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 새 코스를 만들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과정도 반드시 거친다.

(사)지리산 숲길 윤정준 전 상임이사는 '지역 트레일 계획과 조성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문에서 "왜 많은 돈과 비용을 들여가며 먼 길을 순례 떠나듯 다녀와야 하느냐"면서 "내가 사는 고장, 내가 사는 집 대문 가까이에 있는 자연·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길을 찾아내 연결하고 다듬는 것이 시대적 추세"라고 말했다.


# 부산 해안 100리길 걷기

- 7시간의 여정 … 갈맷길의 백미를 맛본다

축제 마지막 날인 15일 열리는 '해안 100리길 걷기대회'는 갯내음과 항구도시의 정체성을 체험할 수 있는 장거리 도보행사다. 뚜벅이들은 부산의 수려한 갈맷길(해안길)을 밟으며 거의 온 종일 걷기와 행복한 씨름을 하게 된다. 참가 신청 마감 결과 접수자는 350여명. 서울 대구 등 전국에서 신청자가 몰렸다.

출발 장소(집결지)는 오전 8시30분 해운대 아쿠아리움앞 백사장. 참가자들은 배번을 부여받고 간단한 체조를 한 뒤 오전 9시부터 걷기에 나선다. 코스는 해운대 동백섬~ 수영2호교~ 민락 수변공원~ 광안리~ 이기대~ 오륙도~ 이기대 공원도로~민락 수변공원~ 수영1호교~ APEC나루공원이다. 전체 길이는 약 33㎞, 소요 시간은 약 7시간이다. 도착지에서는 축제 폐막식이 열린다.

걷기동호회인 인터넷 다음 카페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이 주관하며, 완보자에게는 완보증과 기념품이 주어진다.


# 범시민 열린 그린워킹

- 부산의 길을 맘껏 누벼라
- 14개 구·군 1만5000명 참여
- 15일 동시다발로 걷기 행사

"다 같이 손 잡고 동네 한바퀴 걸어요."

2009 부산 걷기축제의 '숨겨진 진주'는 15일 부산 전역에서 열리는 '범시민 열린 그린워킹'이다. 내 고장의 역사·문화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부산시와 (사)걷기좋은부산은 약 1만5000명이 참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코스도 갈맷길(해안길)·강길·숲길·골목길까지 다채롭다.

걷기 행렬의 스타트는 원도심에서 끊는다. 부산 중구는 오전 6시30분 중구청 광장에서 출발해 영주2동 삼거리~금호APT~중앙공원(민주공원) 순환도로~중앙공원 게이트볼장까지 2.8㎞의 산복도로를 걷는다. 예상 인원이 2500명으로 16개 구·군 가운데 가장 많다.

'걷기 명소' 서구는 송도해수욕장 현인광장에서 암남공원 산책로를 한바퀴 돌아 원점으로 돌아오는 7㎞ 갈맷길 탐험에 나선다. 태권도 시범이 볼거리. 걷기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영도구는 영선동 문화공원에서 연세대수목원~청학배수지를 거쳐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숲길을 택했다.

부산진구는 편백나무가 유명한 백양산 숲길을 누빈다. 초연중학교에서 출발해 백양산 바람고개와 산림욕장을 거쳐 성지곡수원지로 내려오는 5.3㎞ 코스다. 줄넘기 공연이 준비돼 있다. 북구는 희망근로사업으로 다듬은 구포3동 금수사~만덕2동 함박고개~만덕2동 백양공원(7㎞) 코스에서 화합을 다진다. 함박고개는 함박을 엎어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금련산 길도 빼놓을 수 없다. 남구청~갈미봉~편백숲길~봉수대~금련산청소년수련원~경성대 9.5㎞는 사방팔방이 모두 틔여 부산을 조망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기장군은 기장중학교에서 모여 일광테마임도~백두사를 거쳐 기장중학교로 되돌아오는 도심 조망코스를 선택했다.

강 길도 다양하게 열린다. 금정구는 수영천 상류에서 두구교를 거쳐 금정체육공원을 걷는다. 강서구는 논두렁길이 아름다운 맥도생태공원, 사상구는 삼락강변체육공원 수관교 잔디마당에서 낙동강의 생명력을 만끽할 예정.

부산 해운대·동래·연제·수영구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4시 부산 걷기축제 폐막식이 열리는 수영강변 APEC 나루공원에 집결, 일정을 마무리한다. 한편 사하구와 동구는 지난 1일과 8일 미리 그린워킹 걷기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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