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은 유난히도 날씨가 변덕스럽습니다.

도대체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봄인가 하고 돌아서면 춘설이 흩날리고,

움츠리고 있으면 화사란 햇살이 활짝 웃고

그러다가 갑작스레 바람이 몰아치고 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몸이 적응하기가 힘듭니다만.

포근한 햇살을 받은 아파트 베란다 화분에서는 꽃들이

화사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몇 개 안되는 화분이지만 봄을 알리는 몸짓은

여간 곱고 예쁜 모습이 아닙니다.

지금 여기에서 펼쳐지고 있는 봄을 마음껏 누리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하늘이 마음이 편하지 않아서 변덕을 부리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이 봄이라는 사실입니다.

인동이 기지개를 합니다

어서 밖으로 나가야 할텐데...

대엽풍란입니다

슬며시 꽃대를 밀어냅니다


복수초

봄의 전령사라는데 긴 겨울을 자고있다가

이제사 꽃을 피웁니다

고추냉이

줄기는 매워서 버리고 잎새만 먹습니다

뿌리는 겨자를 만드는 채소입니다


반가운손님을 만납니다

네델란드 여행기념으로 받은 튤립입니다

심는 시기가 늦어 걱정깨나 했는데

아무일 없다는듯 꽃망울이 맺히고..

12가지의 꽃색을 달고 있습니다

영산홍

봄은 이녀석이 제철입니다

삭막했던 거리를 화사한 색으로거리를 수놓는 얼짱입니다

겨울에 물도 않주고 구박을 했는데도

빨강,하양,분홍 삼색으로 한포기에서 피어납니다



바람꽃

이미 열매를 달고 있군요

연약한 가지에서 저보다 큰 꽃을 달고 바람을 부를 적이면

사진작가들이 봄을 시작합니다

다육이들이

겨우내 바짝 웅크리고 잠을 자더니만

어느새 기지개를 켜고 새봄을 노래합니다



바위솔



거미줄 바위솔

다들 잠든 사이에 슬며시 일어나

양팔을 벌리고 가지를 뻗어냅니다

머지않아 화분가득 거미줄처럼 엉켜

여름을 기다릴 것입니다

동백

아주 키작은 나무지만

제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쪽나라 땅끝에서 북으로 이사를 와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았습니다



진달래

봄이면 온 산천이 은은한 분홍빛으로 물듭니다

우리 민족의 국가대표

하지만 이 녀석은 작은 키에 앙증맞은...덕분으로

올봄에 분재 소품용으로 키우는 중입니다

황금사철

보통 사철나무는 사철 푸르기 마련이지만

일년 내내 황금색입니다

가끔씩 마디를 잘라 식구를 늘리는 중인데

마찬가지로 야생화 분재용 소품입니다

깽깽이풀 입니다

긴 겨울 무척이나 기다리고궁금하고...

꽃대를 올리지 않아 애를 먹이더니

이제서야 '나 여기있소' 하고 숨은채로 고개를 내밉니다

머지않아 보라색 꽃을 달고

우리를 즐겁게 해줄 것입니다. 기대됩니다



천사의 나팔(엔잴트럼펫) 입니다

지난 가을 야생화동호회에서 보내준 종묘입니다

추운겨울에 잎도 많이 상하고 비실비실 하더니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섰읍니다

올 가을에 다시 나눔하려면 잘 키워야 할텐데

키워본 경험이 없어서 요즘 공부도 많이 합니다

악마의 나팔(다투라)도 있다는데

엔젤과 다투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아직 붙잡아 오지 못했습니다


글라디오라스

지난 가을 펀드로 불러들인 외국종입니다

이민오느라 힘이 들었는지 곰팡이도 피고,

뿌리도 조금씩 나오고 아직 생사를 모릅니다

네뿌리씩 빨강,노랑등 네가지 색깔이라는데

눈속에 파묻을 일이 없으니

아직 더 봄을 기다려야 합니다

궁금해서 밖으로 나가 보았습니다

오랫만에 잼있는 구경을 만납니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떠꺼머리총각'이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달기'를 합니다.

대청 대들보에 무명 한필을 풀어 걸고 한쪽 끝에다 신랑의 두 발목을 매고는

한쪽 자락을 쥐고 잡아당겨서 신랑 발바닥을 때리는

그 기원은 어디서 시작 되었는지 모르지만

친구들이 신랑을 다룹니다

신부는 구경만하고 그럴수록 더 심해지고

장난섞인 고문이지만 무릎이라도 성해야 할텐데..



지난 겨울은 매우 혹독했습니다

아무일없이 잘 자라던대나무가 모두 쓰러졌습니다

여름이면 이색적인 볼거리도 제공해주고

생육한계를 넘어선 강인함을 보여주던 녀석이었는데

춘천에서 대나무는 정녕 살수 없는 것인지..

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봄은 아이들에게 먼저 오는가 봅니다

아직 쌀쌀한 찬바람이 코끝에서 떠나지 않았는데 나들이를 나왔군요


꽃들이 봄이랍니다

황사가 개판치고, 김길태가 조선을 뒤흔들어도 기어코 봄이 왔습니다.

뉘가 있어 오는 봄을 감히 막겠습니까

볕 좋은 공원 같은 곳으로 가서 시집간 첫사랑 애인을 몰래 만나

주둥이가 부서져라 입이라도 맞추고 싶습니다. 허나,

그건 그저 생각일 뿐이고....

아, 사는 거 왜 이리 뻑뻑한지....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지 않나요.

이 환장할 봄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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