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암컷은 일하고 수컷은 빈둥거려…

그물등개미는 스스로 알 낳아

여왕 중심 아닌 독특한 체제 유지 개미는 높은 산꼭대기를 비롯해

대도시, 공원, 사람이 살고 있는 집안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곤충이다.

어떤 개미학자는 지구상의 개미 수를 10조 마리 이상으로 추산했는데,

이것을 다 합친 무게는 지구상 모든 사람의 무게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고 한다.

개미는 원래 벌 무리의 일가다.

그 중에서 독침을 가진 말벌상과(Vespoidea)의 개미과(Formicidae)에 속하는 것을

‘개미’라고 부른다.

유난히 잘록한 개미 허리와 날개 달린 개미가

벌과 얼마나 비슷한지 떠올려 보면 벌과 개미가 가깝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개미는 특히 사회성을 고도로 발달시켰다.

아직까지 사람이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다양한 체제의 개미 사회는 곧잘 사람 사회와 비교됨으로써

생물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계속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보통 한 무리의 개미집단은 강력한 독재의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수많은 일개미들이 함께 모여 산다. 이들은 모두 암컷이다.

즉 기본적으로 개미는 아마조네스와 같은 모계사회를 구성하며,

수컷은 번식기에 잠깐 나타나 정자를 건네는 역할을 할 뿐

평상시엔 별 볼 일 없는 존재에 불과하다.

불임의 일개미는 온갖 궂은 살림살이를 다 하며 여왕과 여왕이 낳은 알을 돌본다.

누군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런 독재 사회는 어떻게 유지되는 것일까?

우선 여왕개미는 계급분화 페로몬을 분비해 일개미들의 반란을 억누른다.

흔히 여왕물질이라고 불리는 이것은 냄새 전달을 통해 일개미들의 난소 발육을 억제시킨다.

따라서 이 물질을 생산하는 한 여왕은 자신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지만 똑같은 암컷인 여왕개미와 일개미는 모두 자신의 알을 남기려는 본능을 갖고 있다.

개미의 성(性)은 다른 곤충들과 달리 독특한 방식으로 결정된다.

즉 정자와 난자가 결합한 수정란은 암컷(2n)이 되고,

정자 없이 난자만으로 미수정란이 발생하면 수컷(n)이 된다.

여왕물질 분비 통해 일개미 난소 발육 억제

개미는 세계적으로 9500종 이상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는 약 120종의 개미가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산에서 조심해야 할 곤충의 하나로 불개미(Formica yessensis)를 들 수 있다.

불개미는 인적이 드문 양지 바른 숲속에 마른 솔잎 가지 등을 수북이 쌓아

눈에 띄는 커다란 개미집을 만든다.

멋모르고 지나가던 사람이 개미집을 밟으면

다리를 타고 올라온 개미떼가 물거나 쏘는 일이 있다.

이때 개미집 가까이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먹을 것이 없던 예전 어린이들은 개미를 잡으면 똥구멍을 빨아먹기도 했는데,

시큼한 식초 맛이 나는 이 물질이 개미 엉덩이에서 나오는 방어물질인 개미산(포름산)이다.

적을 위협할 때 불개미는 엉덩이를 높이 치켜올리고 특유의 개미산을 발사한다.

그 분비액은 사람 눈에도 보일 정도이며, 물린 상처에 들어가면 쓰라리다.

흔히 집안에 사는 작고 빨간 개미를 불개미라고 부르는 일이 많지만,

이 개미는 전 세계에 걸쳐 사람의 집안에 사는

애집개미(Monomorium pharaonis)라는 전혀 다른 종류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큰 개미로 일본왕개미(Camponotus japonicus)가 있다.

가끔 산길을 지나다 보면 이들이 벌이는 동족 간의 치열한 전쟁을 목격하는 일이 있다.

물고 뜯고 싸우고 여러 마리가 한 마리를 에워싸

다리마다 붙들고 늘어져 공격하기도 한다.

가까운 지역에 서로 다른 여왕개미가 자리 잡게 되었을 때

한정된 먹이 자원을 두고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이 싸움은 어느 한쪽이 패배해 완전히 물러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이런 지독한 습성 또한 사람과 닮은 면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개미는 같은 식구끼리라면 굶주린 동료를 위해

뱃속의 먹이를 토해 먹여주는 미덕이 있다.

이른바 ‘사회적 위’라는 것이 있어 개미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한 먹이 저장고 역할을 한다.

같은 식구의 개미끼리 만나면 우선 더듬이를 맞부딪쳐 서로를 확인하고

다음에 입을 마주치고 키스를 하는데, 이것이 먹이를 나누는 모습이다.

우리 옛 속담에 개미가 이사 가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마을이나 숲에서 줄지어 지나가는 개미 떼와 마주치는 일이 있다.

이 개미는 그물등개미(Pristomyrmex pungens)라는 종류로

실제로 비가 오는 것을 미리 알아채고 이사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개미들처럼 정해진 집이 없어 배회하는 습성이 있다.

마치 열대지방에서 떼 지어 이동하는 군대개미와 비슷한 습성이다.

또한 그물등개미는 일반 개미들과 같이 한 마리의 여왕개미 중심의 사회가 아닌

다수의 일개미가 스스로 알을 낳아 유지하는 독특한 사회 체제를 갖고 있다.

한자로 개미는 ‘의(蟻)’라고 쓰며 곧 의로운 곤충이란 뜻을 가진다.

‘개미와 비둘기’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예로부터 부지런하고 열심히 생활하는 개미를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개미의 사회생활을 연구한 결과,

한 집안의 개미 중 20%만 일하고 나머지 80%는 그저 빈둥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20대80의 법칙이라 한다.

부지런한 소수의 개미가 전체 집단을 유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신기하게도 이들 20%의 개미를 제거하면 나머지 개미들 가운데 역시 20%가

같은 역할을 담당해준다.

따라서 나머지 80%도 언젠가의 상황에 대비하는 잉여 구성원으로서

쓸모없는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개미는 또한 다른 생물을 이용할 줄도 안다.

개미와 공생하는 진딧물이 대표적인데, 진딧물을 돌보는 개미의 모습은

마치 사람이 가축을 키우는 것과 다름없다.

다른 생물들과 맺은 관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진화한 생물이다.

개미와 관계를 맺고 있는 다른 많은 생물·식물을 비롯해

나비 애벌레와 진딧물, 귀뚜라미 등 곤충의 예를 살펴볼 때

개미는 매우 고등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자기를 희생하며 식구를 먹여 살리고 체제를 유지하는 개미의 집단행동을 보면

이들은 하나의 개별적 존재라기보다 전체 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부속품 같다는 느낌이 든다.

즉 하나하나의 개미는 큰 의미가 없으며

전체 집단이 움직이는 모습이 마치 하나의 생물 같다는 의미에서

개미학자들은 개미사회를 ‘초개체’라고 부른다.

요즘 우리 주식시장에서 소액 투자자들을 흔히 ‘개미’에 비유한다.

그렇지만 작은 개미가 절구통을 운반한다는 우리 속담처럼 작지만

다수의 경향은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견이 모여 미래 우리 사회의 모습을 창조해낼 것임을

개미를 통해 생각해본다.

흰개미는 개미가 아니다!

개미와 비슷하지만 창백한 흰색을 띠는 흰개미는 쓰러져 죽은 나무,

특히 소나무 껍질을 벗겨 보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흰개미 역시 개미처럼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한 집단은 수만 마리가 넘는 큰 무리를 이루며

죽은 나무 속에서 복잡한 터널을 뚫고 살아간다.

그러나 흰개미는 개미와 전혀 다른 곤충이다.

흰개미는 개미와 달리 불완전변태를 하기 때문에

한 무리에 크기가 다른 여러 상태의 흰개미, 즉 애벌레들이 섞여 있으며

오직 죽은 나무를 갉아먹고 산다.

목재를 구성하는 섬유소 셀룰로스(cellulose) 성분은

고에너지를 함유하고 있지만 소화하기가 어렵다.

대신 흰개미 장내에는 원생동물(Trichonympha)이 공생하고 있어

단단한 성분을 분해해 영양분으로 바꿔준다.

우리나라 고산지대에는 목재를 먹고 사는 야생 바퀴인 갑옷바퀴가 살고 있는데,

흰개미는 사실상 원시적인 바퀴와 가장 가까운 곤충이다.

흰개미는 주로 열대지방에 2000여 종 이상이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에 열차 침목과 함께 처음 유입된 이후

최근 1종이 더 밝혀져 모두 2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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