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이야기

올해는 내 인생에 있어서 엄청난 일이 진행되는 해입니다.

과장이 심할지 모르지만 삶을 바꾸는 혁명(?)..

귀촌의 꿈을 시작한 것입니다

도시에서만 살던 내가 귀촌을 하겠다는 자체가 고난의 연속입니다

세밀하게 계획을 세워가며 설계까지 했지만

세상일은 그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시공전은 폐경된 논)


(현재모습)

밭을 일구는 자체가 경험이 없어 시행착오를 거치며

장비투입에서 경지정리까지 제대로 이루어진 게 없습니다

매번 다시 손을 봐야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쪽을 고치면 다른쪽이 말썽이고,

물건은 하나씩 빠뜨리고 사오고 하는 일마다 꼭 5%부족입니다



몇 달을 걸려 겨우 전주세우고 양수기 설치하고 비닐하우스 세우고..

농기계가 없으니 트랙터를 빌려 일구고 일일이 손으로 작업을 합니다



세월은 기다리지 않으니 우선 농사를 시작합니다.

처음엔 농약과 제초제를 쓰지 않고 비닐마저도 끊는다는 계획이었지만

주변분들의 간곡한 충고에 비닐피복 작업부터 배워가며 시작을 합니다





올해는 유난히도 날씨가 변덕스러워

겨우 살려놓으면 하루아침에 기온이 내려가 박살나고,

농사용 일조시간이 부족하다는 구라청의 입방정이 무섭게

며칠째 내리쏟는 땡볕에 여린잎이 타들어가 속을 태우는가하면

활착하느라 몸살을 겪느라 살았다 죽었다를 반복하고..

힘만들었지 뭐 생각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죽은 작물은 시장에서 구입해서 다시 심고..

겨우 살려놓으면 이번에 고라니가 쳐들어와 한방에 먹어버립니다

고구마, 이거 산거야 죽은거야.. 매일 들여다봐야 그턱입니다

고라니의습격1


고라니의습격2


고라니의습격3


(고라니의습격4)

바쁘다는데 행사는 왜이리 많은지

전화메일이 불이 납니다

토욜이면 숲해설해야죠

주말마다 행사참여 해야죠..

숲해설


아름다운숲기행


(상자텃밭 보급행사)

들깨가 고개를 내밉니다. 파란 줄을 따라가보니

너무 많이 파종하는 바람에 콩나물 고랑이 되어버렸습니다

어휴, 저걸 다 어떻해...


망종이 바로 앞입니다

씨앗은 무조건 땅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데

행사장에 나가 인사말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합니다

결국 야생화 종자가 바빠졌습니다

하긴 올해는 심술궂은 날씨 덕분에

게으른 농부가 조금은 덕을 보는것 같습니다

파종상자는 집어치우고직파를 합니다

100여가지가 넘게 모아둔 야생화 파종이 쉬운게 아닙니다

이름표를 달고 나눔해준 분의 이름도 적어두고

하루종일 굽은 허리를 펴지 못합니다


6월 선거운동으로 바쁜 시간을 흘려보내고

망종도 지나면서 여름햇볕에 조금씩 지쳐갑니다

이제 수확이 바쁘지 않은 야생화를 시작합니다

주위 환경에 맞춰 계곡, 연못, 저수지, 바위등에 마구 심어댑니다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집니다

나물을 채취하는 동네 아줌마들의 습격으로

그동안 애써 키운 고사리, 고비, 참취등 산나물은 수난의 연속입니다

머지않아 멧돼지가 놀러올테고, 맛들인 고라니가 매일 들려볼테고

아줌마들이 무서워 부랴부랴 울타리를 계획합니다.


끝난게 아닙니다

여름에 휴가 올 지인들을 생각해 야외탁자도 만들어야하고

우리부부가 편하게 밥먹을 수 있는 평상도 만들어야하고

그보다 먼저 땡볕을 피할 그늘막도 있어야하고

낚시터도 만들어야 하고, 봉화산 등산로도 편하게 길을 내줘야 하고

그리고 농장 한켠에 작지만 잔디밭은 있어야 할테고

숲속 여기저기 심어놓은 야생화도 이식해야죠

늦었지만 과일나무도 여기저기 심어야 하구요

이러다 농사는 언제 짓나





밭가에 이녀석이 6개의 알을 낳아 둥지를 마련했습니다

매일같이 가까이가도 날아가지도 않고 멀뚱멀뚱...

며칠사이 바쁘다는 핑계로 소홀한 틈에

깨어나지못한 2개의 알만 남겨진채

인사도없이 둥지를 떠나버렸습니다..

귀촌준비하기...

꿈과 현실은 너무 멀어 힘들고 마음만 앞섭니다

하긴 3년을 기약한 귀촌의 꿈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지만

꿈도 이뤄지기 전에 꿈깨야할 거 같은 예감입니다

그래도 아무리 힘들다해도 주말농장은 꼭 해볼 계획입니다

그리고 파랗게 잎이 돋아나는 날 우리 가족을 초대할 겁니다

"....슈퍼마켓에 가면 제철 음식을 사세요. 유기농 음식을 사세요.

식품에 뭐가 들었나 보세요. 슈퍼마켓에 가면 레이블을 읽으세요.

식품들은 농장에서 슈퍼마켓까지 평균 1500마일을 이동합니다.

지역에서 재배한 음식을 사세요. 농부들이 파는 시장에서 사세요.

텃밭을 가꾸세요. 가족과 같이 요리해서 함께 드세요."

- 영화 <푸드주식회사> 엔딩 음악 가사 중에서 -

(저수지 풍경)

며칠 있으면 월드컵이 시작됩니다

낮엔 밭에서 일하고 밤엔 TV앞에서 밤새우고

낮에도 못 쉬고, 밤에 잠못자고.. 무휴무침이라..

이게 귀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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