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은산(575m)

위치 : 충북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옥순대교 주차장 - 가은산 능선 - 정오바위 - 물개바위 - 턴 -가은산 정상 - 고갯골등 - 떡갈미기 고개 - 너덜바위 - 말목산 정상 - 575봉 - 성골나루터 - 천진선원 - 둥지봉 - 새바위 - 옥순대교 주차장

가은산은 금수산(錦繡山)을 모산으로 남한강쪽으로 뻗어내린 암산이다. 주변의 까치성산(작성산), 동산, 말목산, 제비봉에 비하여 높이로 견주기는 힘에 부치지만 화강석 바위가 만들어 놓은 기암괴석의 신비와 암산의 화려함이 돋보이는 산이다. 단양팔경(丹陽八景) 중에 구담봉과 옥순봉이 충주호 물결위로 두둥실 떠있는 수채화같은 풍경은 가은산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이다.

가은산에는 화강암이 빗어놓은 예술작품들이 많이 있다. 그 중에서 곰바위와 돌고래바위, 곰발바닥바위는 가은산을 대표하는 바위이다. 서울에 있는 수락산(水落山)과 불암산(佛巖山)을 합쳐 놓은것 같은 형상으로 다가오는 산이 가은산이다. 산세는 크지 않치만 길게뻗은 능선의 봉우리마다 다양한 풍광을 간직한 산답게 산행시 지루하지 않고 산자락을 굽이치는 남한강을 바라보는 수변경관도 아름다운 산이다. 금수산에서 뻗어내린 능선을 따라 바라보는 주변경관은 천하제일 금강산도 부럽지 않는 풍광이다

가은산을 이곳 토박이 주민들은 '가는 산'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여느 산과 같이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마고 할미가 이 산에 놀러왔다가 반지를 잃고, 그 반지를 찾으려고 온 산을 뒤지게 되었는데, 모든 능선과 골짜기를 샅샅이 찾아 다니다가 아흔 아홉번째 골짜기에서 반지를 찾게 되었다. 반지를 찾은 마고 할미는 "이 산에 골짜기가 하나만 더 있었더라면 한양이 들어설 골짜기인데, 내가 이 곳에 눌러 앉아 살려고 해도 한양이 될 땅이 못 되니 떠나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고 해서 '가는산' 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한다.

가은산의 암릉 곳곳에는 기이한 바위들이 많다. 시계바위, 돌고래바위, 촛대바위, 기와집바위, 얼굴바위, 석문바위, 코끼리바위, 곰바위 등 갖가지 사연과 전설을 담은 바위들이 널려 있어 마치 기암괴석의 전시장을 연상케 한다.

상천리에서 올려다 보이는 시계바위는 일명 12시 바위로 불리는데, 옛날 시계가 귀했던 시절에 상천리 주민들이 밭일을 하다가 바로 이 바위 꼭대기에 해가 걸리면 점심을 먹었다고 한다. 오래전에는 가은산 꼭대기를 마을에서 올려다 볼 때 마치 빗자루를 만드는 싸리나무를 엮어놓은 것처럼 보여 '답싸리봉'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가은산은 충주호를 사이에 두고 구담봉과 옥순봉을 마주하고 있어 산 위에서 펼쳐지는 조망이 유난히 아름답다. 여기에다 지난 11월 20일 가은산 남서쪽에서 옥순봉 방면으로 충주호를 건너는 옥순대교가 개통되어 수산이나 구단양 방면에서도 이 다리를 이용, 가은산이나 금수산, 또는 청풍의 관광명소들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초입은 일단 상천휴게소에서 정오바위 능선으로 오르는 코스가 정석이다. 콩밭을 왼쪽으로 끼고 약100m거리에 이르면 급경사 바윗길로 이어진다.

위험구간에 매어 놓은 밧줄 세 구간을 통과 해 10분가량 올라가면 급경사 바위지대를 오른쪽으로 우회하는 길이 있는 삼거리가 나타난다.

삼거리에서 왼쪽 세미클라이밍 암릉을 타는 것도 재미있다.

암릉을 10분가량 오르면 일부러 조각해놓은 것처럼 물개머리를 쏙 빼 닮은 물개바위가 반긴다.

여기서 10분정도 더 가면 상천리 주민들의 해시계였던 정오바위 아래에 닿는다. 왼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전망바위로 올라선다.

이곳에선 서쪽으로 깊고 길게 패어져 나간 충주호반이 멀리 청풍 비봉산과 함께 시야에 들어오고 위로는 금수산이 하늘금을 긋는다.

이어지는 정상 바윗길도 한폭 그림속을 걷는 기분이다. 기암괴석 사이를 빠져 나가면 분재와 같은 노송군락이 나타나고, 노송군락을 지나면 또 기암괴석이 반기는 암릉길을 따라 반시간 정도 가면 안방같은 자연석굴을 품고있는 기와집바위에 닿는다.

여기서 왼쪽 길도 있지만 재미삼아 10m정도의 석굴을 빠져 나오면 옥순봉을 마주하는 너럭바위를 밟는다.

여기서 왼쪽의 자연석문을 지나고, 이어지는 급경사 내리막엔 밧줄이 매어져 있다. 안부로 내려 섰다가 조금 더 올라가면 커다란 곰바위와 남근석을 만나고 10여그루 노송의 무명봉에 올라선다.

여기서 주능선따라 10분만 가면 정상이다. 단축팀은 무명봉으로 되돌아가 남릉을 타고 둥지고개로 올라서고 종주팀은 고갯골등으로 가서 성골을 경유하여 둥지봉을 향한다.

둥지봉으로 가는 암릉길을 40분정도 내려가면 20m높이의 절벽위에도착한다.

왼쪽 송이버섯길을 따라 40m거리에 이른다음, 절골 천진선원이 내려다 보이는 바위틈을 빠져나와 오른쪽으로 굽도는 바윗길을 내려서서 둥지고개를 밟는다.

둥지고개에서 서쪽 늘미골로 이어지는 오솔길이 있다. 이 길은 옛날 송호리(수몰)주민들이 나무하러 다니던 옛길이다.

왼쪽은 둥지봉바위벽, 오른쪽은 가은산 남측 험준한 바위지대가 도열하듯 이어지는 비경지대 계곡길을 따라 10분거리에 이르면 바위속 물웅덩이와 오래된 무덤이 나타나고, 곧 이어 합수점이 있는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직진하는 계곡길을 거슬러 15분가량 오르면 두 번째고개(남쪽에 새바위가 있는)를 밟는다. 288m봉의 세 번째고개는 8분 거리다.

세 번째 고개에서 옛무덤을 지나 8분거리의 네 번째 고갯마루에서 늘미골 사이로 난 임도를 따라 10여분 내려서면 옥순대교로 가는 도로가 나온다.

옥순대교까지는 20분거리다. 상천리 휴게소에서 출발~정상~성골~천진선원~둥지봉~늘미골~옥순대교의 종주코스는 실제거리 약12km이고 정상에서 되돌아가 둥지고개로 가는 단축코스는 약9km로 5시간 쯤 소요된다.

산행후기: 성묘철의 차량지체로 인하여 13:00가 다 되서야 옥순대교에 도착했다.

돌아 갈 일도 걱정이고 작년 1월1일날 가은산을 한번 다녀 왔기에 둥지봉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오늘은 옥순대교에서 출발 둥지봉 경유 상천리로 내려서기로 하고 대교 오른쪽의 희미한 능선길 초입따라 올라 섰다.

처음엔 제법 가파르더니 이내 완경사로 바뀌고 그림같은 충주호반 위로 유람선이 부지런히 들락거린다.

능선길에서 소나무가지 하나만 치켜 들어도 구담 옥순봉이 낮으막하게 바로 코 앞에 앉아 있다.

새바위가 있는 고개로 올라서자 곧바로 가은산의 500m봉으로 올라가는 지름길엔 시그널이 다닥다닥 붙어서 많은 분들의 내왕이 잦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왼쪽으론 늘미골로 내려가는 길도 잘 나 있다. 곧장 둥지봉쪽으로 직진 해 나아가자 의외로 계곡엔 수량도 풍부하고 길 양 옆으론 온갖종류의 참나무들이 서로 키재기를 하고 있다.

옛 삼거리에 와서는 계곡물이 충주호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이길도 옛 수몰민들의 발길이 잦았던지 제법 산길도 뚜렷이 남아 있다.

둥지고개로 올라서자 앞선이들이 기다려주고 있고 몇분은 배낭 벗어 놓고 둥지봉으로 올라갔다.

먼저 왼쪽의 작은 봉우리부터 올랐다가 둥지봉을 향하여 한 20분동안 제법 가파르게 올라간다.

표지판이 소나무에 매달려 있는 정상은 시야가 가렸고 바로 아래 바위테라스로 올라서자 말목산 암릉코스와 제비봉이 한눈에 다 들어온다.

그러나 기대했던 성골 선착장과 천진선원은 보이질 않는다. 뒤따라 온 일행들도 바위를 타고 올라온 시원한 강바람에 잠시 더위를 날려 보낸다.

다시금 둥지고개로 내려오자 천진선원 가는 길은 잘 나 있다. 그러나 우리 일행 중 아무도 그리 내려간 흔적은 없고 가은산쪽에서의 웅성거림이 이 곳까지 들려 온다.

마사토 급경사의 가은산 오름길은 제법 가파르다.

무명봉에 올라서 둥지봉을 바라보자 작은 육산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고 그 뒤론 백두 대간의 스카이라인이 황장산을 중심으로 끝간데 없이 양옆으로 날개를 펼쳤다.

이름모를 커다란 통천문 바위를 만나 그 위에 올라서자 말목산이 여인의 치마처럼 활짝 펼쳐서 다 보여준다.

뒤처진 일행을 기다리며 한참을 노닥거린다. 서서히 빗방울이 흩뿌리기 시작한다.

호들갑스레 우의를 꺼내 입지 않아도 이미 땀에 젖은 몸인지라 오히려 마음 속으론 한줄기 소낙비를 은근히 기대 해 본다.

그러나 저 멀리 월악산 연봉까지 한눈에 드는 걸로 봐서 그 또한 무리인 성 싶다.

드디어 가은산 주능에 올라 섰지만 10분거리의 정상엔 아무도 가고싶어 하질 않는다.

걸음을 너무 천천히 해서인지 오히려 리듬이 깨져서 통 걷기가 싫다. 더군다나 우린 일행의 맨 후미로 처져있기도 하다.

곰바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안부로 한번 내려 섰다가 로프잡고 올라간 널찍한 암봉엔 일행들이 식사를 하면서 우릴 기다려 주고 있다가 함께 진행한다.

그러나 기와집 바위에 도착해선 기어이 기와집바위 용마루에 올라서고야 만다.

혼자선 불가능 하지만 서로 잡아 끌어주고 해서 드디어 우리만의 황홀경을 맛본다. 경치가 하도 좋아 내려가기가 싫다.

굴바위를 우회해선 굴 속을 관통 해 본다. 너럭바위에 올라서자 옥순대교가 조그맣게 내려다 보인다. 석문 바위 위에 한번 올라 가 보고 싶지만 그것만은 참는다.

이후로의 암릉길엔 우회로도 있지만 아슬아슬한 쎄미클라이밍을 즐긴다.

금수산이 위압적인 모습으로 내려다 보고 있지만 그 아래 초경동 마을과 상천리 마을은 너무도 평화로워 보인다.

오죽하면 충청북도 지정 자연생태 산수유마을로 지정까지 했을까! 맞은편의 망덕봉쪽에는 충주호에서 올라온 한떼의 구름이 흡사 용이 승천하는 모습으로 재빠르게 다가서고 있다.

드디어 전망바위에 도착해서 마지막으로 오늘의 산행코스를 뒤돌아 본다.

제비봉~말목산~금수산~망덕봉~옥순대교, 그리고 충주호 뒤편으로 첩첩이 이어지는 청풍명월의 고장 제천의 산록들이 아련하다.

정오바위. 물개바위를 지나 기암괴석과 소나무등걸에 매어진 밧줄을 잡고 아슬아슬한 곡예를 펼쳐야 하는 지역들을 빠져 나와 올여름 무사히 넘긴 흰둥이 짖어대는 콩밭으로 내려선다.

밭뚝의 밤송이는 벌써 주먹만 해졌다. 휴게소 뒤편의 계곡물은 너무 찹지도 않고 맑고 깨끗해서 잠깐 동심으로 돌아가 전라로 풍덩 빠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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