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등산장비

초경량 재킷 대유행 날아갈 듯 가벼운 등산장비 '대박' 징조

등반은 무게와의 싸움이라는 말이 있다. 배낭이 무거우면 짧은 시간에 멀리 갈 수 없고, 육중한 장비는 속공등반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방해물이다. 요즘 들어 장비 업체들 사이에 불붙은 초경량 경쟁을 보면 이러한 만고불변의 진리가 더욱 마음에 와 닿는다.

올해 출시된 아웃도어 의류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가벼움을 강조한 신제품 재킷이다. ‘초경량’의 명찰을 달고 시장에 쏟아진 제품은 집중 마케팅의 지원에 힘입어 높은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게다가 재킷에서 시작된 초경량 바람이 이제는 배낭과 신발 등 용품으로 번지고 있다. 점입가경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판국이다.

초경량 재킷의 유행은 섬유 기술의 발달이 토대가 됐다. 기존 제품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할 수 없었던 화학섬유산업은 더욱 정밀한 기술을 들고 나왔다. 바로 저(低)데니어 소재의 생산이다. 가볍고 얇은 옷을 만들려면 이처럼 가늘고 튼튼한 실이 공급되어야 한다.

데니어(denier)는 합성섬유나 천연섬유 중 국수와 같이 긴 필라멘트실의 굵기를 나타내는 단위다. 그 기준은 원사 무게 1g의 길이가 9,000m일 때 1데니어로 정하고 약식으로는 ‘D’로 표기한다. 이 수치가 작을수록 실의 굵기가 가늘어진다. 원단을 만드는 방식에 따른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저 데니어 원사를 사용한 제품은 얇고 부피가 작아지는 장점이 있다. 무게도 가볍다.

고가의 원인은 원자재와 봉제 비용

최근 출시되는 초경량 제품은 7~15D 소재가 주로 쓰인다. 더 가는 실을 사용하면 좋겠지만 공급되는 소재의 한계 때문에 지금까지는 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훨씬 더 가는 원사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경제성과 공정의 어려움 등으로 아직은 시장에 공급되지 않았다.

초경량 재킷은 말 그대로 깃털처럼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100g 안 되는 무게에 한줌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은 부피는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초경량 재킷이 요즘 처음 나온 개념의 제품은 아니다. 예전에도 얇은 바람막이용 겉옷을 생산하던 브랜드가 있었다.


▲ 여러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생산하고 있는 초경량 재킷.
그렇지만 요즘 나온 제품은 확실히 진일보된 기능을 자랑한다. 안에 입은 옷이 비칠 정도로 얇아진 소재 덕분에 무게와 부피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게다가 진보된 코팅 기술로 발수성능이 향상됐고 구김도 훨씬 덜하다. 착용감도 뛰어나 입지 않은 듯 가벼운 느낌을 준다.

초경량 재킷은 가벼운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은 물론 골프, MTB 동호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부담 없이 입을 수 있고 활동성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경량 제품의 가격은 무게만큼 가볍지 않다. 컵 하나에 들어갈 정도로 작은 재킷이지만 대부분 10만원을 상회한다. 이를 두고 일부 소비자들은 ‘유행에 편승한 고가 정책’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몽벨의 한형석 과장은 “국내 최초로 적용한 7D 원단은 무게와 부피를 줄이는 데 탁월하지만 기술집약적 제품이라 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완성도가 높아 지금껏 한 건의 클레임도 없다”고 말했다.

초경량 원단은 가공이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봉제 과정도 까다로워, 고속으로 움직이는 바늘에 열이 과도하게 발생하면 원단에 손상이 생길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속도와 온도를 제어하는 특수봉제기계를 사용해야 한다. 숙련된 봉제 기술자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여 원가 상승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깃털처럼 가벼운 착용감에 인기

올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초경량 의류는 과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일단 착용해 본 소비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전혀 부담 없는 무게와 가벼운 착용감은 기본이고, 가벼운 비 정도는 막아주는 발수성능도 기대 이상이다. 우려되는 내구성은 지금까지 합격점을 줄 만하다는 평가다. 배낭의 멜빵이나 벨트에 쓸리면서 마모되는 현상도 아직 문제 되지 않았다.

그러나 초경량 의류는 아직 출시 초기단계인 데다, 사용하는 원자재 역시 여러 가지라 다양한 물성을 나타낸다. 게다가 적은 양의 원료로 최대한 긴 실을 뽑아냈기 때문에, 태양광과 공기 등 외부 변수에 노출된 면적이 넓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 열화(劣化)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것이다.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원사 코팅과 특수처리 등 안전장치를 마련했을 것이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화학섬유가 지닌 수명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초경량 재킷의 용도는 간절기 바람막이용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가벼운 비는 막아주지만, 그렇다고 우의를 대신할 수는 없다. 원단 자체는 발수기능을 지녔지만 무게를 고려해 주요 침수 부위인 봉제선에 심실링 처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온성도 거의 없어 겨울철 사용은 불가능하다. 보온력과 방풍, 방수 기능 어느 하나 만족할 수준은 못 된다. 하지만 작고 가벼워 언제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양한 상황에서 차선책의 보호의류로 유용하다.

지금까지 출시된 초경량 제품 가운데 가장 가벼운 것은 재킷 1벌의 무게가 56g을 기록한 몽벨의 ‘7D 윈드재킷’이다. 일본 도레이의 원사를 몽벨에서 단독으로 공급받아 한국과 일본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다. 일반 나일론보다 2배 이상 강한 발리스틱 슈퍼 에어라이트 소재를 활용해 내구성도 우수하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워낙 인기가 있어 초기 물량은 바닥났고, 7월 초에 다시 소량이 추가로 공급됐다. 다른 브랜드의 초경량 제품은 대부분 10D 나일론 원사를 사용한다.

배낭과 신발도 초경량 바람

코오롱스포츠의 제로테크 초경량 방풍재킷은 안에 입은 옷이 살짝 비칠 정도로 얇고 가볍다. 제로테크 시리즈는 무게를 혁신적으로 줄여 제로에 가깝다는 의미다. 의류를 비롯해 등산화, 배낭 등 각종 등산장비를 포함한다. 등산재킷과 티셔츠는 70g, 등산바지는 190g 선에 불과한 경량이다. 등산화는 기존 제품보다 200g, 배낭은 두랄루민 소재를 활용해 350g 정도 무게를 줄였다.

노스페이스는 초경량 제품 라인의 대표선수로 ‘플라이웨잇(Flyweight) 자켓’을 내세웠다.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10D 원단을 사용한 제품으로 발수, 방풍 기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등산은 물론 낚시, 캠핑 등의 아웃도어 활동에서 일상생활까지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다.

네파는 초경량 3L X-VENT 방수재킷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기존의 방수 재킷의 무게(800~1,000g)가 부담스럽다는 점에 착안해 불필요한 장식을 과감히 삭제하고 경량 소재를 사용한 것이 돋보인다. 남성용 210g, 여성용 206g으로 부담 없이 휴대할 수 있다.

K2는 스트레치 소재를 혼용해 활동성을 강화한 ‘K2 EXM 윈드재킷’을 개발했다. 저 데니어의 나일론 원단을 사용한 제품으로 나노가공을 통해 발수, 투습 기능을 강화했다. 허리 스트링으로 착 달라붙는 착용감을 자랑한다. 매우 가볍고 부드러우며 내구성도 강하다.

블랙야크는 사이즈 조절이 가능한 초경량 롤톱(Roll-Top) 배낭 ‘레이머 22’를 판매 중이다. 배낭의 헤드 부분을 돌돌 말아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모델로 무게를 탁월하게 줄인 것이 특징이다. 보통 20리터 배낭의 경우 600∼1,000g의 무게인 데 반해 이 제품은 프레임을 제거해 500g에 불과하다. 등판 중앙에 통풍 EVA를 사용해 통기성을 높이고 쿠션감이 좋다.

밀레의 엠트레일라인도 다양한 초경량 제품을 구비하고 있다. 엠트레일라인은 좀더 스피디하게 아웃도어를 즐기는 젊은 감각의 제품군이다. 가벼운 트레일러닝에서부터 극한의 산악마라톤까지 다양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컬럼비아스포츠웨어의 테그 릿지 재킷, 라푸마의 파워 윈드브레이커 재킷과 X-Road 트레일 러닝슈즈 등도 초경량 바람을 이끌어 가는 제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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