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깡, 연구비 착복⋯ ‘강원 싱크탱크’의 계속된 일탈
/ms마트
연구원 불법행위 의혹에 道 특정감사
고급 식당 허위 결제 ‘카드깡’ 내부 고발
정의당 도당 “현진권 원장 사퇴해야”
사퇴 압박에도 원장 중간평가 ‘패싱’
‘강원특별자치도의 싱크탱크’를 자처하는 강원연구원(원장 현진권) 소속 일부 연구위원이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에 대해 강원자치도 감사위원회가
대대적인 특정감사를 벌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연구위원 일부가 고급 식당에서 소위 ‘카드깡’ 수법을 통해 청탁금지법 한도를 초과한
식대를 지출하거나 연구비를 착복한 의혹 등이다.
현진권 원장 취임 이후 정치적 중립성 위반과 인사 비리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오는 상황인 만큼 도 감사 결과에 따라
현 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급 식당서 카드깡·연구비 착복 의혹⋯도 특정감사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연구원 일부 직원이 지난해 3월 강원자치도의회 상임위원회와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내부 공익 신고에 의해 제기됐다.
당시 간담회는 춘천 소재 일식집에서 현진권 원장을 비롯한 연구원 직원 8명과
강원자치도의원 8명 등 총 16명이 참석했다.
연구원은 이날 식사를 마치고 법인카드(업무추진비)로 총 47만원을 결제했다.
하지만 강원연구원 내부에서 이들이 이 식당에서 미리 식대 35만원을 허위로 결제하는 수법으로
식대를 실제보다 축소 신고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들이 실제 식대로 결제한 추정 금액은 총 82만원(1인당 식비 5만1250원)으로
청탁금지법 한도를 초과했다는 것이다.
이 일식집에는 1인 3만원 이하 저녁 메뉴가 없어 이 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강원연구원은 공익 제보로 감사가 시작되기 전 인사위원회를 개최해
당시 지시를 내린 직원에게 약한 징계를 내려 사건을 무마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감사위는 이 공익 신고 외에도 강원연구원이 예산을 부적정하게 집행했다는 다수의 신고를 접수하고,
행정안전부 지시에 따라 지난해 10월~12월에 거쳐 강원연구원에 대한 특정감사를 벌였다.
도내 한 공무원은 “행안부에 많게는 하루 수백 건에 달하는 무기명 신고가 들어오는데,
이를 도 감사위에 이첩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도 감사에서는 강원연구원 일부 연구위원이 용역 과제비나 도비 보조금을 통해 물품을 구입하면서
업체와 짬짜미해 기안과 다른 물품을 받아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례도 적발된 것으로 파악됐다.
업무추진비 사용 시 3만원 이하의 메뉴가 없는 일식집, 프랑스 레스토랑, 한우 집 등에서
식사하기 위해 허위 참석자를 만들고 식수 인원을 부풀린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 원장이 자신과 연이 있는 부적격 인사를 연구위원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에 대한 감사도 이뤄졌다.
지난해 6월 채용된 한 박사급 연구원은 현 원장 대학원 동문이고,
교수 시절 부적절한 처신으로 인한 해임 이력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위는 이 연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인사위원회가 해임 등을 확인했는지,
비위 이력이 있는지를 조사했지만, 연구원이 이 인사의 범죄경력 조회서 제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 감사위는 제기된 다수의 의혹 중에서 연구비 허위 사용, 물품 부정 매입 등에 대한 감사 결과를
오는 26일 안건으로 상정하고 최종 의결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가 완료된 사안 가운데 일부는 수사기관 의뢰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 원장 사퇴 압박에도 약속했던 중간평가 생략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책임자인 현진권 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본격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현 원장은 2022년 9월 취임한 직후부터
전문성·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논란을 끊임없이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 원장은 지난해 8월에는 특정 연구위원 요구로 ‘소급 승진’을 단행했다가
이례적인 ‘기관장 경고’ 행정 처분까지 받았다. 본연의 임무인 연구 실적도 부진하다는 평가가 있다.
도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이미 현 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공개적으로 나온다.
정의당 강원도당과 강원 녹색당은 지난 18일 강원연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기후 위기는 허구’를 주장한 연구원 아침공부포럼과 ‘강원도형 최저임금 제도가 필요하다’는
정책보고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 원장은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극우 편향, 부적절 승진, 부적정 예산집행,
도 감사위 무시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며 “강원연구원 파국 운영의
주범인 현 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11일 연구원의 아침연구포럼에서는 강연자가 ‘기후위기론은 사회주의자들이 만들어낸
거짓’이란 취지로 강연하면서 현 원장 취임 후 연구원의 극우 편향 논란을 재점화했다.
윤민섭 정의당 도당위원장은 “기후위기는 전세계인이 공감하는 문제인데 도민 혈세로 운영되는
강원연구원이 황당할뿐더러 극우적이란 평가를 받는 음모론을 퍼뜨렸다”고 비판하며
“취임 전부터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의혹을 받았던 현 원장이 이런 식으로
계속 도민들 입방아에 오르면서도 뻔뻔하게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현 원장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후보자 시절부터 끊임없이 이어지는데도 현 원장은
반성이나 사과 한마디 없이 연구원 공식 입장을 통해 자신을 변호하기 바쁘다.
강원연구원은 “2023년 강원도 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연구기관 원장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원장은 이 평가 관련 2022년 9월부터 고작 3개월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강원연구원과 현 원장이 버티기에 나서는 배경에는 임명권자인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의 입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김 지사는 지난해 10월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현 원장에 대한 비판이 나오자
“연구원은 자율적·독립적으로 연구 활동을 하도록 해야지
도지사가 그 내용에 일일이 관여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재웅(춘천) 도의원은 “연구기관 자율성과 별개로 물의를 일으키고
자격 없는 원장에 대해서는 김 지사가 임명권자로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원장 인사청문 당시 도 인사청문특별위원회가 주문했던 현 원장에 대한 중간평가 역시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인사특위는 현 원장에 대한 자격 논란이 빗발치자 2023년 12월 강원연구원장
중간평가 실시와 정치 관련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는 확약을 주문했다.
강원연구원을 관리·감독하는 도 기획조정실은 중간평가 계획을 묻는 본지 질문에
“출자·출연기관 기관장 경영평가를 매년 하는 만큼 따로 중간평가는 준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중간평가 패싱은 도민을 기만하는 행위”라며
“강원연구원장이 도민 생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을 생각하면
인사권자인 도지사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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