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 그 이름의 의미


봄비가 땅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를 지나면서 정말 알맞게 단비가 내리더니

벌써 여름에 들어선다는 입하. 그러나 이즈음부터 봄나물은 제철을 맞습니다.

냉이 같은 것은 겨울나기 식물이니 이른 봄부터 즐길 수 있지만

어린 순이나 잎을 먹는 나물은 이 때가 제철입니다.

대개 요리법이나 건강의 효능 정도로만 봄나물들을 알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아름다운 꽃말과 이름의 유래가 있습니다.

제각기 다른 향내만큼이나 의미도 각별합니다.

몇몇 봄나물에 얽힌 사연과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았습니다.

'어머니 마음'을 품은 냉이

봄나물의 대표격인 냉이는 지방에 따라 '나생이' 또는 '나새'로 불린다.

냉이 제(薺), 나물 채(菜)를 써 '제채'라고도 한다.

독특한 향이 일품인 냉이는 두해살이 식물이다.

추운 겨울에도 냉이가 얼어 죽지 않는 비결은 잎에 있다.

냉이는 뿌리 주변에서 나는 잎과 줄기에서 나는 잎 모양이 서로 다르다.

이 중 뿌리 주변에서 나는 잎은 땅에 바짝 달라붙어 식물체를 추위로부터 보호한다.

냉이의 영문명은 'mother's heart(어머니 마음)' 또는 'shepherd's purse(양치기 주머니)'다.

'양치기 주머니'는 냉이의 삼각형 모양 꽃잎이 과거 양치기들이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주머니와 비슷하게 생겼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머니 마음'이란 이름은 냉이가 겨울을 나는 모습 때문에 붙여졌다.

냉이가 겨울을 날 수 있도록 감싸는 잎의 모습이

자식을 지키는 어머니 마음과 닮았기 때문이다.

이런 냉이의 꽃말은 '나의 모든 것을 바칩니다' 이다.

겨우내 힘껏 땅에 붙어 찬바람으로부터 냉이를 보호해주는 뿌리 잎과

'어머니 마음'이라는 이름, 그리고 모든 걸 바친다는 냉이의 꽃말이 서로 멀지 않다.

종류도 다양하다

개갓냉이, 고추냉이, 참고추냉이, 나도냉이, 두메냉이, 미륵냉이, 벌께냉이, 싸리냉이,

애기냉이, 황새냉이, 구슬갓냉이, 꽃황새냉이, 는쟁이냉이, 두루미냉이, 미나리냉이,

서양말냉이, 큰다닥냉이, 큰자리냉이, 대부도냉이, 다닥냉이, 콩다닥냉이

하룻날의 아름다움, 원추리

봄에는 어린 싹을, 여름에는 꽃을 따 나물로 무쳐 먹는

원추리는 '망우초(忘憂草)'라고도 한다.

근심을 떨쳐버릴 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꽃말은 그 아름다움에 걸맞게 '지극한 사랑'이다.

아름다움이 오래가지는 않는다.

활짝 핀 꽃은 저녁이면 금세 시들어 아름다움을 잃는다.

이런 원추리의 영문 이름은 'hemerocallis' 또는 'a day lily',

곧 '하룻날의 아름다움'이란 뜻이다.

원추리는 예부터 '득남초'로 불리기도 했다.

원추리 꽃잎을 먹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속설이 따라다녀 동양화에도 자주 그려졌다.

이런 속설이 생긴 것은 이른 봄 원추리의 새싹이

사람 인(人)을 거꾸로 한 것과 같은 모습이기 때문이다.

단단히 언 땅 틈새로 사람 모양의 싹을 밀어 올리는

원추리의 모습이 속설의 이유를 짐작케 한다.

마음을 달래는 유채

해마다 봄이면 온통 노란빛으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게 유채다.

제주도의 대표 꽃이기도 해서 따듯한 바람에 출렁이는 노란 물결은

제주 바다와 함께 장관을 이룬다.

유채(油菜)는 말 그대로 '기름나물'이라는 뜻이다.

지금 제주도에 유채꽃이 많은 이유도 유채가 기름을 내기 때문이다.

바닷바람이 심하게 부는 제주도에서는 참깨농사를 짓기 어려웠다.

그러니 참기름이 귀했고, 심할 때는 식용 기름을 구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그 때 귀한 역할을 해준 것이 바로 유채다.

태풍이 몰아치기 전 재배가 가능한 유채는 식용 기름을 짜기 위해 많이 심어졌다.

유채꽃은 일본어로 '나다메'라 하며 '위로나 마음을 달래는

무엇'을 뜻하는 단어 '나다메'와 그 음이 같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유채씨를 공양함으로써 무병무사를 기원한다.

유채의 꽃말은 '명랑과 쾌활'이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유채의 생동감이 꽃말과 어울린다.

사나운 달래

달래는 사실 마늘의 일종이다.

봄나물 중에서 달래가 유독 쌉쌀한 맛으로 유명한 이유다.

달래는 소산(小蒜), 야산(野蒜), 산산(山蒜)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각각 작은 마늘, 들마늘, 산마늘이란 의미다.

달래의 영문명은 'Wild Rocambole'로 '사나운 마늘'이란 뜻이다.

달래는 속담이나 그 쓰임에도 그 맛만큼이나 사나운 성질을 많이 품었다.

이를테면 일을 함부로 거칠게 하는 모양을 비유적으로 가리켜

'미친년 달래 캐듯 한다'는 속담이 있었다.

달래는 약재로도 쓰였다.

해독 효과가 있어 독벌레에 물리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달래를 빻아 상처부위에 발랐다.

미친년과 달래의 거칠고 사나운 성격이 닮았다.

산나물의 제왕 곰취

곰취는 옛날 춘궁기의 구황식물로 어린잎을 식용으로 이용되어 왔다.

한약명으로 호로칠(葫蘆七), 산자원(山紫苑), 대구가(大救駕)

곰이 나타나는 깊은 산에서 자란다 하여 '곰취'라 불려진다는 설이 있다

잎 모양이 말발굽 모양과 닮아 마제엽(馬蹄葉)이라 불리기도 하는 곰취는

지역에 따라서는 왕곰취, 곤대슬이(지리산 부근)라고도 불린다

'보물'이란 꽃말을 가지고 있다.

취나물 가운데서 잎이 가장 크고 특히 어린 잎새를 따서 생으로 쌈을 싸 먹으면

쌉쌀하면서도 오래도록 입안에 남는 향기가 일품이어서

사람들은 '산나물의 제왕' 이라는 별명도 붙여 놓았다.

나물 무침이나 볶음, 국거리, 찌개, 장아찌와 김치등 다양하게 조리할 수 있으며,

초여름에 딴 잎을 말려 두었다가 겨우내 묵나물로 해먹어도 된다.

사람들이 그냥 곰취와 구분하지 못하고 함께 이용하는 식물가운데 곤달비라는 식물이 있는데

곤달비는 잎은 억세져도 쓴맛이 없고 오히려 단맛이 날 정도여서

생으로 먹는 나물로는 곰취보다 좋다고도 한다.

곰취와 너무 비슷해 구별이 애매하다

개화시 곰취의 꽃잎은 보통 5매 이상(대개 7∼8매)이며

곤달비는 3∼4매이므로 구별이 가능하다.

잎크기도 곰취가 곤달비보다 더 크고 두터우며

곰취는 잎자루에 홈이 있으나 곤달비는 홈이 없다.

곰취의 잎은 잎자루가 붙은 부분이 둥근 모양이나

곤달비는 삼각형처럼 뾰족하다. 곰취와 곤달비 모두 나물로 먹는다

씀바귀의 신비한 효능

씀바귀는 25-50cm의 다년생 식물로 별칭은 고채, 유동,씸배나물, 싸랑부리로 불리우며,

이것의 어린싹이 겨울에 난다고해서 '유동'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쓴 맛에 어울리게 고채(苦菜)라는 이름을 가진 씀바귀의 꽃말은 '순박함'이다.

쌉싸름한 맛이 특징인 씀바귀는 봄철 입맛이 없을때 새콤하게 나물로 무쳐 먹으면

입맛을 돌아오게 하여 식욕을 증진시켜 준다.

씀바귀는 몸이 으슬으슬한 한기를 없애주고 춘곤증을 물리치는데 좋다.

봄철에 노곤한 정신을 맑게 해주어 봄철에 씀바귀가 좋다고 한다.

토끼는 토끼풀보다 씀바귀를 더 좋아한다,

특히, 토끼가 새끼를 가졌거나 병에 걸렸을 때 본능적으로 씀바귀를 더 많이 찾는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갓 태어난 아기에게 젖을 먹이기전에 먼저 먹이는

다섯가지 맛이 있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씀바귀 즙이다.

첫번빼는 식초의 신맛을, 두번째는 소금으로 짠맛을, 세번째는 씀바귀의 흰즙으로 쓴맛을,

네번째는 가시로 혀를 찔러 아품을, 마지막으로 사탕으로 단맛을느끼게한다,

그 의미가 바로 인생의 다양한 맛을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유사종으로

갯씀바귀, 벋은씀바귀, 좀씀바귀, 벌씀바귀, 선씀바귀, 흰씀바귀, 냇씀바귀,

꽃씀바귀, 노란씀바귀 등이 있다.

늘 오고 또 가는 봄날이 아쉬운 건 봄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주말쯤에는 산과 들로 나가 봄나물을 관찰해보는 건 어떨까요?

'사는이야기 > 꽃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꽃`을 닮은 꽃  (0) 2011.05.30
봄나물 49종  (0) 2011.05.21
제비꽃의 종류  (1) 2011.04.28
4월은 꽃축제  (1) 2011.04.26
노루귀의 유래  (0) 2011.04.2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