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묘역]

 

한진 편

 

“내 조상은 우리 회사가 지킨다”…회삿돈으로 묘역 관리

조상을 잘 모시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한결같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재벌들이라면? 능력만큼 좋은 곳에서 선친을 모시고자 하는 마음은 무어라 할 수 없지만,

궁금해졌다. 그들은 어떻게 선영 관리를 하고 있을까?

[재벌묘역①] 한진 편 : “내 조상은 우리 회사가 지킨다”…회삿돈으로 묘역 관리



■ 조양호 회장 선친 묘역에 사는 사람

경기 용인 기흥구의 한 울창한 나무 숲. 야트막한 언덕을 따라 3개의 분묘가 자리 잡고 있다.

정면으로는 대형 저수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누가 봐도 좋은 입지.

그곳에 한진그룹 창업주 조중훈 전 회장 등 조양호 회장 조상들 묘역이 있다.

묘역을 직접 찾아가 봤다. 제일 먼저 마주한 것은 정체 모를 집 한 채. 그리고 맞은 편에 위치한 사당이었다.

병풍과 돗자리가 한편에 비치된 것을 보니 종종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는 등 추모 행사를 하고 있음을 가늠할 수 있었다.

알 수 없는 건 거주자가 누군지 모르는 집 한 채였다.

등기부등본상 사당과 집은 모두 대한항공 소유의 땅에 지어졌지만,

워낙 오래전에 지어진 터라 건물은 등기부에 등록 되지 않았다. 집이 비어 있어 주변 이웃을 찾았다.

("묘역 앞 건물은 누가 사시는 건가요?")
"1층짜리 작은 건물 말씀하시는 거죠? 여기 대한항공 땅 관리해 주시는 노부부가 살고 있어요."


(대한항공 가족분들이신 거예요?)
"그건 아닐 거예요."


■ 묘는 조양호 회장 가족 소유...관리는 회사가?

묘역 관리인의 집. 알고 보니 관리인은 이곳에 몇십 년을 넘게 거주한 토박이였다.

대한항공 소유 땅에 지어진 집에 살면서 조양호 회장 가족 묘역을 관리해주고 있었다.

"나는 그냥 여길 지키고만 있는 거야, 경비처럼. 그냥 살고 있으니까 여기 지켜주는 거지. 농사도 짓고" (묘역 관리인)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가족도 아닌데 대체 왜 조 회장 일가의 묘역을 관리해주고 있는 것인가.

실제 등기부 등본을 보면 '묘역'은 조양호 회장 형제들이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엄연히 사유지이기 때문에 개인이 관리해야 하는 땅이다.

("공짜로 관리해주시는 건가요?")
"아니지, 공짜로 어떻게 해. 요즘 말썽 많은 '정석기업' 있잖아. 관리비 조금 받지."

관리인은 정석기업 소속. 회삿돈으로 조양호 회장의 자택 경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곳이다.

정석기업은 연 천만 원 이상을 묘역 관리 명목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관리인은 자신이 경비 일만 할 뿐이고, 벌초를 하거나 사당을 보수하는 등 묘역 관리는 회사 측에서 따로 나와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차로 3분 거리에 위치한 한진그룹 연수원에서도 하루에 여러 차례씩 이 묘역을 찾아 순찰하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묘역 관리.

조양호 회장 가족 일에 회사의 돈과 인력을 동원하는 건 명백히 회사와 주주에 해를 끼치는 행위다.

경비 비용을 대납한 걸로 경찰이 수사를 하는 부분과 많은 지점이 닿아있다.

취재가 이어지자, 조 회장 측은 "계열사에서 부수적으로 선영관리를 했다"며

 KBS 취재 내용을 모두 인정하고, "향후 묘역 관리는 회사에서 전혀 관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사의 사적 이용으로 이미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양호 회장,

본인 선친의 묘역을 관리하는 일마저도 회사를 동원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② 삼성 편

 

 

 회사 땅에 가족 묘?…삼성의 ‘특수관리’

 

[재벌묘역②] 삼성 편 : 회사 땅에 가족 묘?…삼성의 ‘특수관리’
▲ 삼성 총수 일가 묘역


"재벌 총수 일가가 30년간 회사 땅을 공짜로 썼다. 창업주 묫자리로."
삼성그룹 이야기다. 보는 시각에 따라 '별 문제 없다'거나 '치사하게 조상 묘까지 건드나'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럼 이 표현은 어떨까?
"재벌 총수 일가가 30년간 회삿돈 110억 원을 썼다. 사적으로."
'문제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병철 전 회장 동상이병철 전 회장 동상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이병철 전 회장의 묘는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에버랜드 부지 내에 있다.

뒤로는 향수산, 앞으로는 삼만육천지(호수)를 낀 배산임수 지형이다. 호암미술관과 삼성인력개발원도 양옆에 있다.

이병철 전 회장은 1987년 11월 이 땅에 묻혔다. 아들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관할청에 묘 허가를 받았다.

이 전 회장 묘역은 499㎡다. 당시 법으로 허용하던 가족묘 크기(500㎡)의 최대치다.

499㎡에는 봉분, 상석 그리고 비석 자리가 포함됐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동상, 성묘객(주로 총수 일가와 임원)을 위한 영빈관 부지는 묫자리에 포함되지 않았다.

묘를 꾸미기 위한 잔디밭, 연못 등 관련 시설을 다 합하면 최소 5만㎡가 이 묘역에 해당한다.

고 이병철 회장 묘 토지 등기부등본고 이병철 회장 묘 토지 등기부등본

5만㎡ 땅은 삼성물산 소유다. 법인 땅에 총수 가족 묘를 둔 것이다. 총수 일가는 땅 사용료를 회사에 지급한 적이 없다.
묘역 관리도 삼성 계열사들이 맡았다. 삼성물산 노동조합은

 

"묘역과 호암미술관, 인력개발원은 한 단지로 구성돼 있어서 삼성에스원이 경비를 한다.

조경과 묘역 관리 역시 에버랜드 조경 사업팀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KBS는 감정평가사들에게 지난 30년간 묘역에 대한 토지임대료 계산을 의뢰했다.

그 결과 5만㎡에 대한 30년간 적정 임대료는 110억 원으로 추산됐다.

 

바로 삼성물산이 총수 일가에 임대료를 요구하지 않아 손해를 본 액수로 볼 수 있다.

110억 원에는 영빈관 이용료, 묘역 경비·조경 인건비 등이 모두 제외됐다. 실제 회사 손해액은 더 크다는 이야기다.

개인 묘역을 경비·조경하는 것은 삼성물산의 이익에 부합하는 활동이라 보기 어렵다.

묫자리 임대료를 총수 일가에게 청구하지 않는 것은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김남근 변호사는 "회사의 이익에 반해서 특정 개인의 묫자리를

회사 땅에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면 업무상 배임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무상 배임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취재가 이어지자 삼성물산은 "이 전 회장의 묘소 설치와 관리가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앞으로 비용 처리 방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총수 일가와 계약을 맺어 임차료를 받는 것까지 검토 중이다.

 

③ 현대차 편

 

 ‘파견업체 소속’ 묘지기?…현대家의 은밀한 묘역관리

 

[재벌묘역③] 현대차 편 : ‘파견업체 소속’ 묘지기?…현대家의 은밀한 묘역관리

 

현대 창업주 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묘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에 있다.

산과 임야 6만㎡를 울타리로 둘러싼 묘역은 주민들이 '현대농장'이라 부를 정도로 규모가 크다.

정 전 회장 부모, 정 전 회장 부부, 동생 정신영 씨, 아들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 등이 잠들어 있는 가족묘다.

묫자리 땅 주인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 5명이다.

묘역은 10년째 정 모 씨가 관리 중이다. 주민들은 60대인 정 씨가

 "충청도 출신 외지인으로 동네 사람들과 크게 교류가 없다"고 말한다.

 

정 씨는 아내와 함께 묘역 내에서 주로 생활한다.

묘역 내에는 묘 관리인이 사는 단층집과 자재 보관 창고 등이 있다.


관리인 월급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댄다. 인력 파견업체를 통한 간접채용 방식이다.

월급은 2백만 원이 넘는다. 현대차그룹은 "2001년 정 전 회장 사후 그룹에서 인건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18년째 묘지기 인건비로만 약 4억 원이 들었다.

묘역 6만㎥를 둘러싼 울타리 설치, 조경, 정주영 추도식 비용도 회사에서 지출한다.

울타리 설치업체 관계자는 현대차로부터 공사 대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액수는 현대차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재벌가 묘 관리는 재벌에게도, 묘역 조성에 관여한 업체에도 민감한 문제다.

이 모든 관리는 현대엔지니어링 소속 A 상무가 맡아왔다.

20년 전 현대에 평직원으로 입사한 뒤 총수 일가 관련 사무를 도맡아 처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차그룹 직원들 역시 묘역 관리에 동원됐다는 증언도 있다.

주민들은 "부장급 직원들이 자주 와 묘역을 둘러보고, CCTV 설치도 추진했다"고 말했다.

업무상 배임 가능성에 대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묘역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미 그룹 내부에서 논의하던 문제"라고 밝혔다.

 

잘못이 있는 걸 알고서도 총수 일가와 관련된 일을 쉽게 고칠 수 없었다는 고백이다.

취재가 시작된 이후에야 회사는 묘지기 월급을 정몽구 회장 개인 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총수 일가의 기업 사유화는 내부 문제 제기만으로는 고쳐지지 않는다는 공식만 더 굳어졌다.

 

 

④ 오리온 편

 

직원 땅에 부친 묘…재벌 묘역 ‘위법 투성이’

 

[재벌묘역④] 오리온 편 : 직원 땅에 부친 묘…재벌 묘역 ‘위법 투성이’

■작은 시골 마을 묘역, 불법이 숨어있다?


경상북도 청도군의 한 작은 시골 마을. 고요한 마을 길을 따라 오르면 큰 비석 하나와 분묘 2개가 있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 선친의 묘다. 길 아래에는 묘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이 있다.




오리온 선친의 재벌가의 묘라고 보기엔, 크게 관리가 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풀들이 무성하게 나 있고, 무덤 앞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한 검은색 가림막이 잔뜩 들어서 있다.

무덤을 지키는 석상도 있었지만, 크기가 그다지 크진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묘역에도 여러 불법이 숨어있었다.

■ 명의도 직원, 관리도 직원

이 묘역과 주차장 땅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땅 주인은 오리온 담 회장이 아닌 직원 류 모 씨.

류 씨는 오리온 비서실 출신으로, 취재 결과 지금은 오리온의 한 지방 영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리온 측은 지역 거주자만 땅 구입이 가능해 직원 명의로 샀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부동산실명법 위반이다. 묘역 관리에 직원들도 동원된다.

 

마을 주민들은 일 년에 한두 차례씩, 오리온 직원들이 찾아와 묘역 정돈을 한다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는 묘 조경을 담당하는 직원이 내려와 조경을 도맡아하기도 했다고 했다.

 

회사 일을 위해 고용된 직원들이, 담 회장에게 토지 구입을 위한 명의를 빌려주고, 묘 조경 관리, 묘역 정돈에까지 동원된다.

재벌 일가가 직원들을 대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해당 땅은 묘역으로 쓸 수 없는 곳

위반 사항은 이뿐만이 아니다. 등기부 등본상 이곳의 지목은 '전(밭)', 농사를 지어야 하는 곳이다.

묘가 들어설 수 없다. 농지법을 위반한 것. 관할 청도군청은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오리온 측은 주차장에만 몇 그루의 나무를 심어놓았을 뿐, 묘는 그대로 두었다.

담 회장측이 묘를 옮기지 않아, 이행 강제금을 내는 중이다.


담 회장 측은 묘를 옮길 자리를 전국 각지로 찾고 있다고 밝혔다.

조상을 기리는 일이기 때문에 난감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청도군청은 담철곤 회장 측에 대해 고발 조치를 준비 중이다.

 

 

⑤ 효성 편 

 

 

[재벌묘역⑤] 효성 편 : 그 땅엔 고급 한옥 3채가 있다

 

대학 교수들이 많이 산다고 해 '교수마을'이라 불리는 경기도 고양시의 조용한 한 마을.

 그 구석엔 굳게 잠긴 철문이 하나 있다.

초인종조차 없어 들어갈래도 들어갈 수 없는 이 문을 통과해야만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 일가 묘역에 닿을 수 있다.

직접 볼 수 없으니 더 궁금해졌다. 드론 촬영을 시도했지만 근처에 군사 시설이 많아 실패했다.

결국 KBS 항공 1호기가 동원됐다. 헬기를 타고서야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

조석래 회장 부친 조홍제 회장 묘역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고급 한옥 세 채였다.

■ 땅은 회장님 소유, 건물은 회사 소유?

오래 전 이 땅을 둘러본 적이 있다는 근처 주민을 만났다.

예전엔 관리가 허술해 묘역을 구경하고 근처를 산책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경비가 삼엄해졌다고 한다.

 

이 주민은 그 시기를 이 한옥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시점으로 기억했다.

"아마 사당이겠죠? 보통 묘지 근처에 그렇게 짓잖아요. 제사 지내려면 거기서 준비하고…."

언뜻 보기에도 아주 고급스럽게 지어진 이 한옥들, 진짜 정체가 뭘까?

건물 조감도를 들여다봤다. 연못을 끼고 지어진 '나동'은 휴게실이 들어서 있었다.

그 옆에 나란히 있는 '다동'은 창고와 기사대기실로 이뤄져 있다.


가장 눈에 띈 건 215㎡로 가장 큰 '가동'이었다. 전시실이 세 개나 들어선 이 건물, 한옥들이 '기념관'으로 불리는 이유다.

1997년 조석래 회장이 아버지 조홍제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기념관인데,

취재해봤더니 묘역 일대 땅은 모두 조 회장 명의로 돼있지만 한옥들은 효성 소유로 되어 있었다.

 

건축 허가는 조 회장 이름으로 받았지만, 준공 2년 전 효성그룹의 지주사인 주식회사 효성으로 행위자를 바꿔버렸다.

관련 비용도 효성이 부담했다. 한마디로 가족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회삿돈을 들였다는 것이다.

■ 회삿돈으로 지은 가족 추모관…"지금은 영빈관"

어렵게 만난 한옥 관리인은 이 건물이 지금은 '영빈관'으로 쓰이고 있다고 했다.

외국 바이어 등 외국 손님들을 접대하는 건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효성 측도, 기념관을 지은 직후 건물을 영빈관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식을 벗어난 재벌들의 이런 행위를 전문가들은 '기업 사유화', '황제 경영'으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감사도 있고, 감사위원회도 있는데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는 거죠.

이런 것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이제는 들이댈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의 설명이다. 수십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와

허술한 규제는 언제쯤이면 우리 사회에서 없어질 수 있는 것일까?

 

 

한화 편

 

[재벌묘역⑥] 한화 편 : 회장님의 가족묘 사랑…법은 위반해도 괜찮습니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충청도 사랑'은 유명하다.

고향이 충청남도 천안인 김 회장은 충청도의 한 작은 섬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등 충청도에만 수천억 원을 투자했다.

 

2012년 김 회장이 구속됐을 당시에는 충청지역 상공인들이 단체로 탄원서를 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화이글스'의 탄생은 김 회장의 야구 사랑과 충청 사랑으로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회장의 아버지이자 한화 창업주인 고 김종희 회장 부부 묘역도 충청도에 있다.

충남 공주의 한 작은 마을에 있는 이 묘역을 취재팀이 직접 찾아가봤다.


묘역은 농가가 몰려있는 마을을 지나 가장 안쪽, 산자락으로 들어가야 모습을 드러낸다.

진입로를 따라 비석 두 개를 지나면 묘역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사당도 따로 들어서있다.

입구에서 관리인을 만났다. 마을에서 이장을 하다 관리인까지 하게 됐다고 한다.

묘역 관리에는 관리인 뿐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동원된다.

 

한 주민에 따르면 주민들은 일당을 받고 잔디를 깎는 등 묘역 관리를 돕는다.

한화에서는 마을회관에 정기적으로 캔커피 등 간식을 보내고, 명절 때 모든 집에 선물을 보낸다고 한다.

가족묘가 자리잡고 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마을에 적극적인 지원을 한다니, 참으로 헌신적인 가족묘 사랑이다.


그런데 이 '가족 사랑'에 한가지 문제가 발견된다.

묘역이 자리잡은 땅은 김 회장과 김 회장 동생 김호연 전 빙그레 회장 등이 나눠 갖고 있다.

 

그런데 필지 한 곳이 눈에 띈다. 등기부등본상 '전(밭)'으로 되어있는 이 곳, 실제로 확인해보니

묘역 입구에 해당하는 곳으로, 벽돌로 포장돼있다.

묘역으로 가는 길목이기에 벽돌로 포장하지 않을 수 없는 곳이지만, 법을 어겼다면 문제가 된다.

공주시청 관계자는 해당 땅은 농지이기 때문에 목적사업을 하려면

인허가 절차를 밟아야 하다며, 농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승연 회장측은 묘역 관리는 사비로 하고 있지만

해당 땅의 법 위반 여부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며, 행정 절차를 따르겠다고 해명했다.

회삿돈으로 묘역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으리으리한 묘역을 만드는 과정에서 탈법이나 불법이 동원된다면 그 또한 문제가 된다.

가족 일은 가족끼리, 회사 일은 회사에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는 우리 재벌의 솔선수범은 언제쯤 기대해볼 수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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