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쑤시개와 빨대의 ‘평행 이론’
/강찬수 기자
몇 해 전 1994년을 배경으로 한 TV 드라마 ‘응답하라 1994’도 있었지만,
요즘 ‘1994년’을 자주 입에 올리게 된다. 24년이나 지났는데도 말이다.
당장 한 달째 이어지는 폭염이 94년을 뛰어넘을 것인지 따지는 것부터가 그렇다.
올여름 기상관측 이래 최고기온을 경신했지만,
폭염·열대야 발생일수가 94년을 뛰어넘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정부의 물 관리 업무 일원화도 94년의 ‘데자뷔’ 느낌이다.
지난 6월 광역 상수도와 댐 관리 업무 등이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넘어왔는데,
지방상수도 업무가 환경처로 넘어온 게 94년 5월이었다.
이달 초 시작된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의 매장 내 일회용 컵 남용에 대한 단속도 비슷하다.
사실 일회용품 규제와 단속이라면 94년이 원조다.
그전까지 음식점 테이블에는 으레 나무젓가락이나 이쑤시개가 놓여 있었다.
백화점·수퍼에서는 구매한 물건을 공짜 비닐봉지에
척척 담아주곤 했지만, 그해 가을 규제가 시작됐다.
지금은 음식점 수저통의 젓가락을 꺼내는 일, 음식점을 나설 때 녹말 이쑤시개를 뽑는 것,
지방 출장 때 치약·칫솔을 챙기는 게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24년 전엔 반발도 컸다.
이쑤시개 금지는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로 활용할 때
가축의 목·내장을 찔러 폐사시킬 수도 있다는 게 이유였는데,
“가축보다 못한 대접”이란 볼멘소리가 쏟아지기도 했다.
최근 환경부는 올 연말부터 백화점 등에서 종량제 봉투를 제외한
일회용 비닐봉지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커피전문점 등에서는 쌀로 만든 빨대나 새로운 모양의 뚜껑으로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반면 “손님이 머그잔을 원하지 않고, 머그잔을 비치하고 설거지를 하려면
매장 공간도 넓어야 하고, 인건비 부담도 크다”고 하소연하는 업주도 없지 않다.
94년과의 ‘평행 이론’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연간 260억 개씩 쏟아지는 일회용 컵이
제대로 재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줄이려는 노력은 시급하다.
일회용 컵 대신에 머그잔·유리잔·텀블러를 쓰고,
빨대 사용을 피하는 게 당장은 귀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습관이 되면
그런대로 견딜만한 불편이 아닐까. 지난 24년간 경험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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