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과 야경을 한 필름에, 3시간 걸려 얻은 사진

더스크닥 기법으로 촬영한 전주의 파노라마

 

/안사을

 

 

'더스크닥(dusk dark)'을 사전에서 찾으면, '땅거미'를 뜻하는

'dusk'와 어둠을 뜻하는 'dark'가 연결되어 있는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이는 황혼의 붉은 석양을 배경으로 하되,

밤 중에 볼 수 있는, 불 켜진 건물의 모습을 함께 담는 사진 기법을 뜻한다.

'그냥 해가 지는 시각에 사진을 찍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굳이 어렵게 더스크닥 기법으로 사진을 찍는 이유는,

석양이 물들 때의 도시는 아직 불을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눈으로는 아직 사물이 선명하게 구분이 되는 시각이기 때문에 가로등은 물론, 건물의 불빛도 환하지 않다.

노을과 야경을 동시에 담아야 하는 촬영이라, 먼지가 없는 대기와 맑은 하늘이 꼭 필요하다

 

 

노을과 전주 (Portra400)해질녘 전주의 모습. 왼쪽으로 평화동이, 오른쪽으로 송천동 끝자락이 보인다. 전주의 80%는 담긴 듯 하다.

노을과 전주 (Portra400)해질녘 전주의 모습. 왼쪽으로 평화동이, 오른쪽으로 송천동 끝자락이 보인다. 전주의 80%는 담긴 듯 하다.ⓒ 안사을

 

 

아래의 사진은 두 번의 노출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다.

첫 번째 셔터누름은 19시 44분, 해가 지평선으로 넘어가는 순간에 이루어졌고,

 

두 번째 셔터누름은 21시 30분, 하늘이 캄캄해진 뒤에 이루어졌다.

노출 보정은 따로 하지 않으며 두 번의 노출 모두 적정노출을 하면 된다.

이렇게 찍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코 삼각대이다.

두 번의 노출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같은 위치에 상을 기록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그러지 않으면 건물의 선과 불빛의 위치가 달라지는 돌이킬 수 없는 오차가 생긴다.

 

 

 

더스크닥 기법으로 담은 사진 (Portra400)바로 전 사진과 달리, 넘어가는 해 아래로 건물들과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있다.
더스크닥 기법으로 담은 사진 (Portra400)바로 전 사진과 달리, 넘어가는 해 아래로 건물들과 가로등에 불이 들어와있다. ⓒ 안사을

 

 

일요일 저녁이어서인지 관광객들이 심심치 않게 이곳을 다녀갔다.

그들은 연신 감탄을 뱉으며 어둠이 차차 스며드는 붉은 하늘의 변색 과정을 지켜보았다.

한 무리는 삼각대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 그들의 옷깃이 삼각대를 스칠 때마다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하지만 '비켜달라', '조심해달라' 유세를 떨 수는 없었다. 민폐를 끼치면서까지 사진을 찍고 싶지는 않았다.

현상이 완료되고 필름을 확인하고서야 안도감이 들었다. 의도한 그대로 사진이 담겼다.

초광각의 화각으로 인해 평화동부터 송천동에 이르기까지 전주의 대부분을 담을 수 있었다.

그야말로 전주의 '야경 명소'라고 일컫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달과 밤과 전주 (Provia100F)반달보다 약간 덜 찬 달이 떠 있는 밤이었다. 노출이 길어, 달빛이 번져서 더 크게 나왔다.

달과 밤과 전주 (Provia100F)반달보다 약간 덜 찬 달이 떠 있는 밤이었다. 노출이 길어, 달빛이 번져서 더 크게 나왔다.ⓒ 안사을

 
남부시장 서편의 달맞이 공원
달이 떠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는 '달맞이 공원'이다.

 

 

달맞이공원에서 (Pro160NS)다중노출. 넓은 간격은 10분간격으로, 좁은 간격은 5분 간격으로 하나의 필름에 계속 기록한 사진.
달맞이공원에서 (Pro160NS)다중노출. 넓은 간격은 10분간격으로, 좁은 간격은 5분 간격으로 하나의 필름에 계속 기록한 사진.ⓒ 안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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