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경남 창원시 성산구의 한 농원 인근에서 직박구리 119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직박구리들은 숨이 끊긴 채 흙바닥 이곳저곳에 뻗어있었고 일부는 나무에 걸려 있었다.

 

이 처참한 광경을 순찰을 돌던 한 경찰관이 발견해 국립환경과학원이 정밀검사에 나섰다.

확인 결과, 직박구리의 위와 간에서 농약이 검출됐다.

 

누군가 일부러 직박구리의 먹이에 농약을 묻혀 뿌려놓은 것이다.

 이때 죽은 직박구리들은 조류인플루엔자(AI)에는 감염되지 않은 상태였다.

조류인플루엔자(AI)에 대한 공포로 농약을 이용해 멀쩡한 새를 죽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1년간 발생한 야생조류 집단폐사 사건을 분석한 결과

폐사한 633마리 가운데 87.5%인 566마리에게서 농약 성분 14종이 검출됐다고 30일 밝혔다.

 

집단폐사한 633마리 모두 AI 바이러스는 ‘음성’이었다.

나머지 67마리는 폐사 원인이 명확하지 않아,

국립환경과학원은 아사나 사고사, 질병사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죽은 새들의 위에서는 농약으로 범벅된 볍씨가 함께 나왔다.

누군가가 새들의 먹이인 볍씨에 농약을 묻혀놓았다는 얘기다.

 

국립환경과학원은 “농약으로 폐사한 조류 대부분의 경우 위에서 발견된 볍씨에서

치사량 이상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고 간에서도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집단폐사한 조류 사체의 부검 때 식도에서 나온 볍씨에선 치사량이 넘는 농약 성분이 나왔다. |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집단폐사한 조류 사체의 부검 때 식도에서 나온 볍씨에선 치사량이 넘는 농약 성분이 나왔다. | 국립환경과학원 제공

지난해 3월의 경남 창원의 직박구리 집단폐사 사건에선 가장 많은 개체가 죽었다.

죽은 직박구리를 부검해 보니 치사량이 넘는 포스파미돈이라는 농약성분이 나왔다.

지난 17일 경주에서 발생한 떼까마귀 86마리의 폐사 사건 때는 살충제에 주로 쓰이는 펜치온이 검출됐다.

 이어 지난 21일 아산시에서 폐사한 22마리의 야생오리에게선 치사량의 45배가 넘는 농약 벤퓨라캅과 카보퓨란이 나왔다.

죽은 야생오리 주변에서 농약이 묻은 볍씨도 함께 발견됐다.

지난 한 해 동안 국립환경과학원은 전국에서 총 1971마리(1215건)의 야생조류 폐사 신고를 받았다.

그중 20마리 이상 동시에 폐사한 사건을 놓고 조류사체의 위·간 성분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얻어냈다.

 

 지난해 신고된 조류 폐사사건 중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사례는 1.37%에 불과했다.

 야생조류의 폐사는 겨울철새로 인한 AI 공포가 심한 1월~3월에 특히 많았다.

폐사사건 1215건 가운데 1037건이 이 기간에 일어났다. 

그러나 농약으로 새를 죽이는 것은 AI 바이러스를 막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생태학자 박병상 박사는 “사람도 감기에 걸렸다가 먹고 쉬면 금방 낫듯이

새도 잘 먹고 쉬면 금방 이겨내고 회복한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갯벌을 매립해 충분하게 쉴 공간도 없애버리고

먹이마저 (볏집을 비닐로 싸는) 곤포 사일리지가 생기면서 많이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AI 바이러스가 여름에도 나오는 것을 보면 이미 토착화 돼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

 “겨울 철새만 안날아오면 된다는 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고의로 야생조류를 죽이는 일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행위이기도 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올해부터 장비와 인력 등을 보강하여 2마리 이상의 야생조류 집단폐사에 대해서도

농약 성분이 검출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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